보고 끄적 끄적...2016. 1. 26. 08:36

 

<The story of my life>

 

일시 : 2015.12.01. ~ 2016.02.28.

장소 : 백암아트홀

대본 : Brain Hill

작사, 작곡 : Neil Bartram

무대 : 정승호

음악감독 : 변희석

연출 : 신춘수

출연 : 고영빈, 강필석, 조강현 (토마스) / 이석준, 김종구, 홍우진 (앨빈)

제작 : LG아트센터

 

기다렸던 강필석, 김종구의 SOM을 봤다.

음...

솔직히 말하면,

내가 두 사람에게 기대했던 것과 느낌이 달라서 좀 당황은 했다.

뭐랄까, 강필석은 토마스는 작가보다는 정치가 같은 느낌이 강했고

김종구는 아주 많이 아이같을거라고 예상했는데 아니더라.

아이보다는 눈감으면 저절로 떠오르는 기억(?)에 가까웠다.

(이 표현이 이해가 될까....)

그래서 좋았다.

감기에 걸린것 같던데 컨디션만 좋았다면 아마 지금보다 훨씬 더 인상적이었을것 같다.

개인적으로 진지하면서도 아이같이 순수한 김종구의 연기를 좋아하는데

앨빈이 딱 그런 역할이라 그냥 쓱 몰입이 됐다.

이 작품을 보면서 토마스의 넘버에 코끝이 찡했었는데

이번 관람에서는 앨빈의 넘버에 꼬끝이 찡해졌다.

관람을 하기 전에는 강필석 토마스가 너무 많이 서정적이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서 오히려 놀랐다.

지적인 것도 아니고, 냉정한 것도 아닌 뭔가 다가갈 수 없는 거리감이 느껴졌다.

어쩌면 초연의 잔상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역시나 아직까지 나에게 이 작품 최고의 페어는

류정한 토마스와 이창용 앨빈인 모양이다.

 

앨빈의 노래 구절처럼 나도 딱 그렇다.

"예전 그때가 그리워..."

다시 볼 수 없다는게 아쉽다.

 

그래도 역시 SOM은 SOM이다.

^^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4. 25. 06:17

정동화 앨빈과 조강현 토마스!

사랑스런 작품 <Stoy of My Life>의 더 사랑스러운 두 사람을 다시 만나다.

역시 몇 번을 봐도 이 작품은 언제나 참 좋다.

뭉클하고, 아프고, 아득하고, 애잔하고, 쓸쓸하고 그리고 따뜻하다.

생각했다.

이 이야기는 "우정"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사랑"에 대한 이야기구나 라고...

누구나 그렇지 않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이 항상 특별한 사람이길 바라는 마음.

그렇다면, 나 역시도 이 작품과 깊은 사랑에 빠져버렸다.

그래서 나는 또 어쩔 수 없이 앨빈과 토마스 사이를 불같이 질투한다.

어쩌자고 이렇게 뭉클할 수가 있을까?

이 아름답고, 아름답고, 아름답고, 아름다운 사랑아! 

"한 번 나타난 이야기는 사라지지 않아"

토마스가 말했다.

그리고 이 말은 확실히 옳다.

이 이야기는 긴 세월 넘어 영원토록 내 안에 계속 남아있을테다!

결단코 그럴테다!

 

토마스와 앨빈은 서로 너무 깊게 사랑을 했구나.

지독한 사랑은 종말을 맞는다.

그 종말은 비극이었던걸까?

이 작품을 보면서 한번도 동성애 코드를 느낀 적이 없었는데

이날 공연을 보면서는 지독하게 절실히 느꼈다.

동성애면서 동성애 그 너머에 있는사랑.

두 사람의 모습은 표현되어질 수 없는 아름답고 완강한 사랑이다.

토마스의 꿈이 시작될 특별한 선물을 고르고, 레밍턴 선생님의 장례식장에 몰래 숨어들어가고

첫 단편 소설을 읽어주고, 눈싸움을 하고, 그리고 헤어지고... 

아이같던 웃던 토마스는 앨빈과의 첫번째 이별을 말하면서 울먹였다.

먹먹한 가슴은 결국,

앨빈의 "This is it"에서 고요한 통곡이 되어 몸 속을 울린다.

이제 어쩌면 좋을까!

 

 

....... 나는 그에게 물어. 왜 죽어야만 했느냐고.

물론 그 사람은 대답하지 않아. 대답할 사람은 그가 아니니까.

그는 죽었으니까 자기가 왜 죽었는지 알아낼 수 없는 거야.

그가 왜 죽었는지는 내가 알아내야만 해.

그게 바로 이해라는 것이지,

이해란 누군가를 대신해서 그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

그리고 그 이야기를 통해서 다시 그들을 사랑하는 일이야 ......

                                  

이 작품을 볼 때 한창 김연수의 <원더보이>를 읽고 있었다.

책장을 넘기다 깜짝 놀랐다.

마치 앨빈과 토마스가 이 책 속으로 들어온 것 같다.

(하긴 이 두 사람도 내겐 확실히 "원더보이"다)

토마스는 앨빈을 이해했을까?

아마도 그랬으리라.

그러니 그들의 사랑은 아직까지 현재 진행형이다.

세 번의 장례식과 한 권의 책, 그리고 한 편의 영화

이 모든 이야기는 적어도 내겐 늘 특별한 이야기로 기억될 수밖에 없다. 

정동화 앨빈과 조강현 토마스와 함께 있는 동안

나는 충분히 위로받고 따뜻했다.

이들이 내겐 천사 클라랜스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11. 9. 06:14

난 정말 이 작품이 너무나 좋다.
사랑스럽고, 이쁘고 그리고 애뜻하다.
서글프게 아름답고 눈부시게 따뜻하고
너무 포근하고 깊은 꿈처럼 행복해 영영 그 잠에서 깨고 싶지 않을 만큼 너무 많이 좋고 좋다.
꼭 양지바른 곳에 앉아 천천히 녹는 눈을 혼자서만 독차지하고 대면하는 느낌이다.
그래서 다시 공연이 되면 캐스팅이 누가 됐든간에 어쨌든 꼭 봐야겠다고 내내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내내 기다렸는데 고맙게도 다시,
그것도 겨울을 지나는 시간에 올려진 <The story of my life>
"스옴마" 폐인을 양산할만큼 초연때도 참 많은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다.
초연때는 류정한-이창용 페어로 1번, 류정한-이석준 페어로 또 1번,
이렇게 두 번을 봤었다.
올해는 고영빈과 카이가 새로운 토마스로 무대에 서고
이석준과 이창용이 작년에 이어 앨빈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약간 뒤늦게 합류한 조강현 토마스와 정동화 앨빈까지...
(내가 살짝 기대하고 있는 New face ^^)

고영빈-이석준, 카이-이창용, 조강현-정동화.
주로 이렇게 페어가 나뉘어지는 것 같은데
나는 절묘하게도 고영빈 토마스에 이창용 앨빈으로 봤다.
(초반엔 이런 조합이 좀 있더니 점점 갈수록 크로스 캐스팅이 거의 없다. 카이-이석준을 한번 보고 싶은데...)
개인적으로 초연때 류정한-이창용 페어가 너무 괜찮았었고
그때 받은 이창용 앨빈의 순수하고 깨끗한 느낌이 참 인상적이었다.
한참 대선배와 함께 공연하는거라 긴장도 됐을텐데 앨빈역을 너무 잘해서 무지 이뻤다.
이석준 앨빈은 좀 순화해서 표현하면 어른아이같아서 보면서 좀 민망했다.
노래를 너무 힘겹게 부르는 것도 안스러웠고... 
<레인맨> 이후 한동안 무대에서 볼 수 없었던 고영빈의 컴백작.
미안한 말이긴 하지만 뮤지컬 배우 고영빈에게 노래에 대한 기대치는 그닥 크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영빈 토마스를 챙겨본 건,
연륜과 느낌을 믿었다고나 할까?
그리고 1년여 동안의 떠남이 뭔가 그에게 남긴 게 있을 것이라는 기대.
그런 것들이 이 작품과 참 잘 맞지 않을까 싶었다.

 



고영빈 토마스는 초반엔 조금 조급했다.
특히나 노래를 부를 땐 박자를 살짝 앞서가는 모습도 종종 보였다.
그게 나빴다는 뜻이 아니라 왠지 의욕적으로 보여 신선했다.
개인적으로 고영빈이라는 배우가 이 작품에서 갖는 매력(?)이라면
능숙하고 편안한 노련함보다는 의외의 신선함인 것 같다.
(그래도 언젠가 배우 고영빈에게 오랫 연륜에서 비롯된 노련함을 꼭 보게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이창용 앨빈은 내가 기대했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이 작품에서만큼은 이창용이 선배 고영빈을 이끌고 가는 게 확실히 보인다.
아마도 배우 이창용에게 스옴마는 평생 그의 손가락에 꼽히는 몇 안되는 작품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확실히 초연때보다도 한층 편안하고 여유롭다.
<The Stroy of My Life>라는작품이 한 배우를 멋지게 성장시키는구나 싶어 왠지 흐뭇하고 대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연때와 어쩐지 좀 다르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넘버들 음이 전부 한 음씩 다 낮아져서 그랬던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류정한 토마스의 역량과 흔적이 느껴진다.
덕분에 배우들은 별로 힙겹지 않게 넘버를 부를 수 있게 되긴 했다.
(그래도 또 다시 보고 싶다. 류정한 토마스를...)

 

<The Stroy of My Life>와 <Thrill me>
젊은 남자 배우들이라면 꼭 하고 싶은 작품.
그리고 개인적으로 내가 참 많이 좋아하고 사랑하는 2인극 두 작품!
너무 좋은 건 올 겨울에는 이 두 작품을 전부 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따뜻하고 포근하다.
덕분에 올 겨울엔 버티기가 한결 수월하겠다.
딱 스옴마의 넘버 그대로다.
2011년은 2010년 보다 더, 훨씬 좋았어요...

<1876년>

1876년!
자동차도 없고  라디오나 TV 영화 다 없던 때였죠.
또 지금은 없는 병들도 많은 때였는데
그 때 누가 쓴 이야기를 우린 아직까지 읽어요.
1876년!
화장실도 없었고 또 지금과는 엄청나게 달랐었데요
매일매일 새로운 과학기술이 나와도
그 옛날에 쓰여진 글이 살아있어요.
난 책은 그저 글씨뿐이라고 생각했죠
근데 이 책을 읽을 땐 톰 소여가 보여
한번 나타난 이야기는 사라지지 않아.
긴 세월을 넘어 영원토록 남아있어.
언젠가 이런 얘길 쓰는 게 내 꿈이죠.
1876년 작은 촌에 살던 한 사람이 이 모든 모험을 적었죠.
그 모험들에 숨을 불어넣어줬기 때문에
76년은 75년 보다 더, 훨씬 좋았어요.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6. 16. 06:09


어쩌다보니 요즘에 예술의 전당 발걸음이 잦다.
조만간에 한가람 미술관도 찾아가봐야하는데...
예당의 자유소극장은 규모나 음향시설이나 딱 맘에 드는데
문제는 너무 멀다는 사실...
그래도 지금까지 자유소극장에서 본 작품들은 다 느낌이 좋았다. (주로 연극)
음악이 있는 연극 <미드썸머 Midsummer> 역시도.
OD 뮤지컬 컴퍼니가 벌써 10주년이 됐단다.
나름대로 기념(?)을 하고 싶었는지 "아주 특별한 2인극" 3편을 기획했고, 그 첫 작품이 바로 연극 <미드썸머>였다.
다른 두 작품은 10월에 공연될 뮤지컬 <The Stoy of My Life>와 연극 <The Blue Room>
(두 작품 역시나 기대중인 1인 ^^)
10년만에 처음으로 소극장 연극에 도전한다는 OD는 꽤 괜찮은 시도라를 한 셈이다.
대형뮤지컬 기획사 OD가 왠일이지 싶다가다 역시나 신춘수 대표가 참 영리한 사람이란 생각도 하게 된다.

제대로 이룬것 하나 없이 대충 살아온 조직의 똘마니 밥 역에 서범석, 이석준이
쿨한  이혼 전문 변호사 헬러나 역에 탤렌트 예지원이 캐스팅됐다. 
출연진도 꽤 괜찮지만 궁금했던 건 양정웅 연출이었다.
세익스피어의 원작 <한 여름 밤의 꿈>을 새롭게 구성한 작품이라니
아마도 양정웅 연출이 딱이다 싶긴 했을거다.
한국 연극 최초로 런던 바비컨 센터에 초청돼
세계무대에서 이름을 알리고 있는 젊은 연출가 양정웅은
연극계 대표적 스타일리스트로 불리면서 독창적이면서 파격적인 감각을 선보였다.
이 작품은 그에게도 첫 상업 연극 도전이라 어떻게 연출했을지 많이 궁금했고 기대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공을 하루 앞두고서야 겨우 보게 됐다니...)


밥과 헬레나를 연기하는 두 배우는 2시간여 동안 시종일관 바쁘다.
무대를 한 번도 떠나지 않으면서
해설과 연기, 통기타연주, 의상, 심지어는 무대 셋트까지도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
부산스러울것 같은데 역시나 여우같은 두 배우는 순간순간 잘도 요리하더라.
극 중간에 발생하는 돌발상황에 대한 두 사람의 에드립 연기도 너무 재미있었다.
기타 어깨끈이 빠져서 다시 끼우는 서범석의 능청스러운 앙탈에 관객들도 박장대소하더라. 
연극의 묘미는 그런 것 같다.
같은 작품이지만 그날의 상황이나 실수에 따라 즉흥적이고 본능적으로 대처하는 배우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거.
(아무래도 뮤지컬은 연극보다는 그런 면에서는 실수가 훨씬 적으니까...)
물론 실수가 너무 잦으면 배우로써의 역량과 자질이 심히 의심스러워지겠지만
이날의 공연은 즐기기에 딱 적당한 정도여서 유쾌했다.
<미스터 마우스>의 인우를 떠올리게 하는 서범석의 자폐 연기도 반가웠고...
늘 느끼는 거지만 서범석의 딕션은 참 정확하고 느낌 있다.
별 볼일 없는 조직의 똘마니 역은 또 얼마나 잘 어울리던지.
25살의 서범석은 또 얼마나 꽃미남이던지... 하하하!


예지원이 TV나 영화말고 무대 연기를 예전에 했었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가끔 무대에서 그녀를 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밥은 그래도 더블 캐스팅이지만 헬레나는 예지원 원캐스팅이었다.
이 작품에서 진정한 멀티맨(멀티걸?)의 모습을 보여주던 배우 예진원!
딕션도 얼마나 좋던지 정말 깜짝 놀랐다.
물론 작품 자체가 그녀의 전문분야라고 할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물이긴 했지만
개인적으론 배우 예지원을 새롭게 발견했다.
노래도 정말 느낌있게 잘 불러서 또 다시 놀랐다.
‘Change is possible’
극에 등장하는 이 말이 그녀에게 정말 딱 어울린다.
그야말로 팔색조의 모습을 보여주던 예지원은
스스럼없이 객석으로 뛰어들어 관객을 연극 속으로 직접 끌여들인다.
과장된 연기를 하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선을 잘 유지하는 균형감각도 너무 좋았다.
원캐스팅으로 2달 동안의 공연을 너무나 멋지게 잘 끌어온 배우 예지원은
큰박수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멋진 배우, 예지원!


midsummer는 일년 중 밤이 가장 짧은 하지(夏至)를 말한다.
꼭 사랑이니 청춘이니 인생이니 이런 거창한 것들이 아니어도 좋다.
살면서 짧게 지나가는 게 어디 이것들 뿐일까!
모든 건 다 잠깐이다.
그래서 바로 지금이 제일 좋은 순간이라고 연극이,
밥과 헬레나가 무딘 나를 향해 말하는 것 같다.
‘Change is possible’
생각하지도 못한 뜻밖의 일탈일지라도
지금 이 순간에 이루어지는 거라면
그래, 그게 전부인거다.
그게 제일 좋은 거다.

사랑은 아프게 해. 사랑은 널 다치게도 해.
사랑은 마음을 아프게 해. 어떻게든 애써도.
사랑은 아프게 해, 사랑은 널 다치게도 해.
사랑은 마음을 아프게 해. 가끔씩 다시 원해도. 

이렇게 바로 곁에 있는듯한 우리,
거기에 멀리 보이는 산만큼의 거리.
이렇게 멀리 느껴지는 우리,
거기에 커다란 바다와 도시.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9. 2. 06:32
지난번에는 류정한, 이창용 페어를 봤었고
이번 관람은 류정한, 이석준 페어였다.
류정한과 이창용의 나이 차이가 무려 13살인 반면에 이석준과는 1살 차이다.
일단 심정적으로는 안도감은 느껴진다.
뭐 나이가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지만
심리적으로 느낌도 무시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이날은 배우 건승정한이라는 류정한 클럽에서 처음으로 전석 단관을 실시한 날이다.
450 여석의 동숭홀 좌석이 불과 몇 분 만에 매진되는 놀라운 대형사고(?)를 성공시키더니 당일날에도 축제같은 분위기를 계속 만들어가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어딘지 격세지감이 느껴지기도...
그리고 예전과 비교하면 많이 달라진 분위기도 누느껴진다.
예전에는 뭐랄까,
류정한이라는 뮤지컬 배우의 남성성(?)을 홀로 과도하게 추종했던 무리가 많았는데 10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은 조력자, 응원자 비슷한 결속력이 조금씩 느껴진다.

조금 놀라긴 했다.
10년이란 시간동안 이어진 건승정한의 힘이...
왠만한 사람이 와도 무대 위에서 떨리거나 긴장하지않는다는 배우 류정한도
함께 공연했던 이석준의 증언(?)에 의하면 계속 떨려했단다.
공연장 전체가 오직 자신을 응원하는 사람으로 채워져있다면...
그 떨림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더불어 이 사람 무지 행복하겠구나 하는 감탄에 가까운 부러운 마음도...



공연을 보다보면
관객이 편안한 공연이 있고
연기하는 배우들이 편안한 공연이 있다.
개인적으론 류정한, 이창용 페어가 전자에 속했고
류정한, 이석준 페어가 후자에 속했다.
두 배우 모두 전체적으로 살짝 흥분돼 있었고
이석준 앨빈은 등장부터 말투와 행동이 좀 과장돼 보였다.
본인의 인물 설정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능이 살짝 떨어지는 어른아이 같다고나 할까!
목소리 톤이나 음색의 조화도 개인적으로 이창용, 류석준 페어가 맘에 든다.
류정한, 이석준 두 사람 모두 무대 위에서 소위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발란스는 잘 맞춰주는 것 같은데
이상하게 왠지 동화가 잘 안 되는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뭐라고 딱 꼬집을 수 있는 흠이 있는 건 결코 아니다.
(혹시 전석 단관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두 배우에게 작용했던 걸까?)
고백적이고 잔잔한 드라마 짙은 이야기가
어느 순간 이벤트같은 느낌이 들기도...
어쩌면 선입견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전체적으로 공연은 약간 들뜬 분위기였다.



워낙에 이 뮤지컬 자체가 스토리가 탄탄하고 뮤지컬 넘버들도 좋아서
딱히 흐트러질 구석이 별로 없는 공연이긴 하다.
두 배우의 호흡과 내공만 잘 들어맞는다면 누가 해도 자신의 best 작품에 들어갈 그런 작품 ^^
보고 있으면 참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든다.
무대에 서있는 배우도 그렇고 무대 밑에서 보고 있는 관객도 그렇고...
토마스의 기억 속으로 들어가 하나 하나 기억을 끄집어내는 앨빈.
빼곡하게 쌓여있는 책으로 표현된 토마스의 기억은
앨빈의 기억이기도 하다.
그래서 토마스의 기억이 살아있는 한
앨빈 역시도 살아있을 수 있게 되는 그런 관계...
정말 그럴까?
사람들은 기억 하나하나를 그 작은 디테일까지도 잊어버리지 않고 다 저장하고 있는 걸까?
그래도 지워질 기억들은 조금씩 지워졌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공연 후에 신춘수 대표, 류정한, 이석준 세 사람이 무대 위에 나와서 객석과 이야기를 나눴다.
세 사람 사이에는 믿음 이상의 결속력이 보인다.
묘한 형제애같은 강하고도 끈끈한 유대감.
어쩌면 그래서 이 작품이 이들에게, 관객에게 더 의미있게 다가오는 건지도 모르겠다.
한 발 물러나서 함께 뒤돌아보며 정리하고 싶었을지도...
그리고 다시 함께 시작하고 싶었을지도...
믿음이 쌓인 사람들이 나누는 미소는 
든든하게 이쁘다.


                                <The Story of My Life 앤딩 장면>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10. 6. 21. 05:41
<The story of my life>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보다 먼저 예정되어 있던 작품.
오랫만에 류정한의 무대를 대극장이 아닌 작은 극장에서 만나게 됐다.
<쓰릴미>에 이은 또 다른 이인극.
그리고 오디(OD) 컴퍼니 대표 신춘수의 두 번째 연출작.



뮤지컬 <The story of my life>는
앨빈과 토마스의 오랜 우정을 그린 이야기다.
어렸을 때부터 절친한 사이인 두 사람이 어른이 되면서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결국 어떻게 끝을 맺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란다.
단 두 명의 캐릭터가 작품 전체를 이끌어야 하기 때문에
배우의 힘과 연출의 묘미가 요구되는 그런 작품이다.
드라마틱하지도, 자극적이지도 않고 아주 잔잔한 작품.
관객들도 사건보다는 두 사람의 감정의 변화를 따라가는 게 주요하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죽은 친구의 송도문을 쓰며 추억을 되살리는 토마스 역은
류정한과 신성록이,
토마스의 기억 속에서 살아나는 그의 오랜 친구 엘빈 역은
이석준, 이창용이 더블 캐스팅이다.
그리고 신춘수의 첫 번째 브로드웨이 프로듀싱 작품으로,
한국 공연에서는 그가 연출까지 직접 한단다.
남자들만으로 이루어진 이인극...
어쩐지 꽉찬 무언가를 만나게 될거란 기대감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비슷한 연배인 류정한/이석준 페어가 궁굼하다.
초반에는 두 사람의 페어가 별로 없는 게 불만이라면 불만... ^^ 



신춘수 연출은 이 작품이
“뮤지컬 흐름에 반대되는, 대세를 거스르는 작품”이 될거라고 말했다.
대세를 거스르는 작품?
(요즘 대세는 그럼 뭐지???)
그 말의 뉘앙스가 참 궁금하다.
이인극의 묘미는
두 사람이 만들어가는 분위기에 따라 같은 이야기라도
관객들에게 천차만별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점이다.
매회가 그래서 새로울 수 있는 게 이인극.
무대를 두 사람만에 의해 이끌어가야 하기 때문에
배우간의 호흡과 교감이 성패를 좌우하게 된다.
배우 류정한이야 이미 무대를 자기 페이스대로
그야말로 요리할 수 있는 사람이기에  
상당히 괜찮은 작품이 나올 거라는 기대를 이미 하게 만든다.
물론 한 사람의 역량만으로 이루어지는 건 아니겠지만
이미 50%는 먹고 들어가는 셈(^^)



배우 류정한은 이 작품을 두고
"내가 잃어버렸던 것을 찾는 작업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만큼 남다르게 다가왔다는 뜻.
처음엔 대본을 읽어봐도 모르겠더니 이젠 점점 심도있게 다가온단다.
그리고 너무 좋은 작품이 될 거란 생각도 든다고...
뭔가 밋밋한 모습이지만 그게 이상하게도 더 매력적인 작품이란다.
이 점이 나 또한 기대하게 되는 점.
시간에 따른 심리묘사의 치밀함을 보는 건 
눈으로 확인될 수 없는 촘촘한 그물망을 보는 것 같아서...
그 안에서 보여지는 감정의 과감한 결단을 만나는 것 또한
엄청난 발견이고 기쁨이다.
그리고 아마도 오랫만에 이 작품이
내게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해주지 않을까!!!


 
 
친구 엘빈 켈리가 죽고난 후 토마스 위버는 그를 위해 송덕문을 써 가면서
다시 친구와의 우정을 떠올린다!
한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생활에 바빠
서로의 진실된 깊은 우정을 잊고 지냈던 두 남자의 이야기,
감정선에 사계절이 다 들어있다는데
그 느낌이 어떤건지 실제로 확인하고 싶다.
감정에 담긴 사계절...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