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3. 8. 12. 08:19

<Hedwig>

일시 : 2013.06.08. ~ 2013.09.08.

장소 : 백암아트홀

극작 : 존 카메론 미첼

작곡, 작사 : 스티븐 트래스크

음악감독 : 이준

연출 : 이지나

출연 : 조승우, 송창의, 손승원 (헤드윅)

        구민진, 조진아 (이츠학)

제작 : 쇼노트

 

6월 이후 두번째 <헤드윅> 관람.

첫번째 관람 때는 조승우를 보면서 이렇게 생각했었다.

"와! 정말 작정하고 제대로 노는구나!"

그동안 그가 무대를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구구절절 마디마디 느껴졌다.

 

티켓오픈과 동시에 몇 초 만에 좌석을 all clean하게 만들어버리는 대한민국 최고의 뮤지컬 배우 조승우!

그런 조승우의 떨림을 목격하는 건 아주 엄청난 충격이자 신선함이었다.

현장 느낌에 따라 자유롭게 애드립을 구사하는 배우의 저력과

그러면서 스토리 자체는 절대 흔들어 놓지 않는 배역에 대한 충실함의 조화는

묘한 융합이자 색다른 일체감이었다.

그 느낌은, 뭐랄까!

신명나게 벌어진 굿판을 보는 느낌, 그것이었다.

 

그리고 다시 만난 조승우 <헤드윅>.

이럴 수가!

이건 완전히 다른 작품이고, 완전히 다른 인물이다.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헤드윅>이 전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충격이다.

이 작품이 이정도까지 아프고 아련하고 슬픈 작품이었구나!

보는 내내 가슴이 아파서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어쩌면 나는 사실 울음을 꿀꺽꿀꺽 삼키고 있었는지도...)

나는 지금까지 "헤드윅"이라는 인물이 세상과 사람에 대한 원망으로 똘똘 뭉쳐있다고 생각했다.

아빠와 엄마, 로빈슨 하사와 토미, 심지어 이츠학에게까지.

그 원망의 마음이 폭발하는 음악으로 쏟아져나오는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제야 알았다.

헤드윅이 말하고 싶었던 건.

"완전한 사랑" 오직 그것 하나뿐이다는 걸!

"The origin of love"의 가사 그대로

"심장이 저려오는 애절한 고통"을 눈앞에서 목격했다.

느닷없이 내리치는 폭력같은 "그리움"이 그대로 내 가슴에 꼱혔다.

무자비했고 잔인했고 거침없었다.

이래도 되나 싶을만큼!

 

그러니까 이건 일종의 메시지다.

내 생각과 내 마음과 내 모습에 대한 메세지.

지금의 나의 모든 것에 댐한 메세지.

어쩌면 나는 스스로 "해드윅"이 되려고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나만의 "wicked little town"으로 가기 위해서...

 

용서와 사랑은.

완전히 다른 거다.

용서는 결코 답이 될 수 없다.

그렇다면 사랑이 정답인가!

피흘리지 않는 또 다른 나의 반쪽이 정답일까?

피흘리지 않는다고 그게 진정한 사랑일까?

 

<헤드윅>

이 작품이, 이 녀석이,

깊게깊게 숨겨놓은 내 일기장을 활짝 펼쳐놨다.

 

어쩌면 나는...

매번 피를 흘리는 쪽만 선택하면서 살지도 모르겠다.

어쩔 수 없다.

그게 나의 "헤드윅"이니까.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7. 5. 08:29

<Hedwig>

일시 : 2013.06.08. ~ 2013.09.08.

장소 : 백암아트홀

극작 : 존 카메론 미첼

작곡, 작사 : 스티븐 트래스크

음악감독 : 이준

연출 : 이지나

출연 : 조승우, 송창의, 손승원 (헤드윅)

        구민진, 조진아 (이츠학)

제작 : 쇼노트

 

2005년 초연 이후에 굳건한 마니아층을 형성된 뮤지컬 <헤드윅>이 벌써 올 해 공연이 여덟 번째 시즌란다.

8번 공연 중 2005년, 2009년, 2011년, 2012년, 2013년의 <헤드윅>을 봤다.

심지어는 초연을 기다리면서 존 카메론 미첼의 영화까지도 찾아봤었다.

첫인상은 엄청나게 그로테스크하다는 것!

그런데 그 기묘하고 기괴한 분장의 <헤드윅>에 묘한 연민의 정이 생기면서

점점 깊은 일체감 비슷한 동류의식까지 느껴게 된다.

(뭐 내 성적취향이 그렇다는 뜻은 아니고! 이젠 취향 따위도 없는 단계에 이르러서...)

 

지난번 시즌과 이번 시즌의 텀은 유난히 짧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조승우의 파워가 아닌가 생각된다.

원래 <헤드윅>을 할 예정이었는데 드라마 "마의" 때문에 엎어지게 된 게 결정적 계기!

조승우가 <헤드윅>을 하고 싶어한다는데 어느 제작자가 그걸 마다하겠는가!

텀이 길든 짧든 일단 추진하고 볼 일이다.

조승우가 출연한다기에 사실 티켓팅을 완전히 포기했었다.

그러다 이 녀석의 인터뷰를 보게됐는데,

그걸 읽고 나니까 이게 또 막 궁금해지기 시작하는거다.

“무대 위에서 어떤 틀에도 얽매이지 않고 정말 놀아보고 싶어서 <헤드윅>을 선택했다. 나를 불사를 수 있는 힘이 있는 작품으로, 본질은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걸 항상 유념하고 있다. 작품의 주제, 메시지 모두를 관객들에게 맡기는 프리스타일 공연을 하고 있다. 대본 수정 후 한번도 대본을 보지 않았을 정도로 일부러 외우려고 하지 않고, 헤드윅이라는 사람이 펼치는 쇼, 그 공연 안의 이야기에 중점을 두려고 한다.”

좀 놀아보겠단다!

그것도 본질은 놓치지 않고서!

도대체 뭘 어떻게 놀겠다는건지 궁금해서 예매전쟁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이건 또 뭐지?

의외로 아주 쉽게 괜찮은 자리를 한 번에 예매했다.

(스탠딩 압박이 없는 구석 자리 하나 잡겠다 생각하고 예매처에 들어갔던건데....)

 

조승우 헤드윅!

결론만 말하자.

정말 미치게 잘 논다.

자유자재로 대사를 치고 순간순간 상황에 따라 애드리브을 연출하는데 가히 물만난 고기같다.

텍스트(대본)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진 헤드윅!

물론 기본 구성과 스토리를 파괴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헤드윅>이라는 기본 구조는 그대로 유지하면 그 안에서 완전히 자유롭다.

뭐랄까!

테크닉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one man band를 보는 느낌!

끝나고 나서 알았다.

완전히 그에 의해서 놀아났다는 걸.

누가? ......... 내가!

나, 스탠딩 정말 싫어한다.

근데 저절로 일어나게 되더라.

이 녀석 정말 그동안 무대가 이렇게까지 그리웠구나 싶어 주책없이 연민의 정도 생겼다.

(그동안 도대체 어떻게 참아냈던 걸까?)

목소리도 일부러 여성스럽게 내려고 애쓰지 않으면서도

여자처럼 감정에 빠질 때는 한없이 깊게

그러면서도 치고 나올 곳에서는 과감하게 끊어버리고 뛰쳐 나온다.

솔직히 무림고수의 현란한 칼솜씨를 보는 느낌이었다.

 

특히 이번 헤드윅은

(송창의와 손승원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이츠학의 비중이 많이 줄었다.

Sugar Daddy도 그렇고 청혼 장면도 그렇게 헤드윅에 의한 1인극처럼 진행된다.

개인적으론 이렇게 바뀐 구성이 아주 좋았다.

개인적으로 이츠학이란 인물은 공연 내내 존재감이 없이 소품과 다름없이 있다가 

헤드윅에게 가발을 건네받는 장면에서부터 존재감이 커졌으면 하고 바랬었다.

핸드폰 운운 하던 장면이 없어진 것도 개인적으로 너무 좋다.

(이렇게 바뀐게 이지나의 생각인지, 조승우의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이런 발언은 상당히 위험할 수 있겠지만

2005년에 비하면 조승우도 확실히 나이를 먹었다.

그때는 펄떡펄떡 튀어오르는 날 것의 느낌이 강했는데

지금은 산전수전을 겪은 헤드윅의 완숙미가 느껴진다.

그래선가?

이 작품을 조승우가 마흔이 넘어서 하게 되면 또 다른 느낌이겠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 기획도 괜찮지 않나!

20대, 30대, 40대 헤드윅을 한 시즌에서 만나보는 그런 기획!

 

이덕화의 "하이모" 카피나

첫공연에만 하고 안 할 예정이었다는

JCS의 "I only want to say"는 일종의 팬서비였던 것 같은데 재미와 놀라움, 두가지 전부에 성공했다.

"Origin of love"에서는 본인 말처럼 주책없이 눈물을 보였지만

그 느낌이 나는 너무 좋았다.

그런데 이 노래 사실은 정말이지 눈물나게 아름답다.

OST로만 들고있어도 울컥해지기 일수다.

wicked little town은 헤드윅과 토미 버전 둘 다 너무 좋았다.

특히 토미의 버전은,

그야말로 속죄, 참회의 투어 딱 그 느낌이었다.

중반부에 바뀐 바바리 의상과 썬글라스는 정말 헐리웃 여배우의 포스를 풍겼고

(진심으로 너무 예뻐서...)

끝부분 헤드윅이 옷을 벗어던지며 토마토를 짓이기는 장면은 일종의 충격이었다.

그동안 바닥을 나뒹구는 퍼포먼스에 익숙했었는데

완전히 새로운 방식이었다.

무대 위에 우뚝 서서 이 모든 감정과 상황들을 오로지 표정의 변화로만 표현했다.

고통스런 기존의 퍼포먼스보다 나는 이 모습이 훨씬 더 강렬했다.

(이건 또 이지나, 조승우 중 누구의 생각이었을까?)

 

사실 이럴 줄 몰랐다.

조승우라는 배우가

본인에게도 관객에게도 익숙한 <헤드윅>에 다른 표정을 입혔다.

몰랐다. 이런 느낌일 줄...

이번 시즌 헤드윅은 이번 한 번으로 만족하려고 했었는데

이 녀석 또 다시 나에게 물음표와 느낌표를 던졌다.

아무래도 다시 한 번 봐야할 것 같다.

이 녀석의 헤드윅을.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9. 17. 08:38

<Hedwig>

 

일시 : 2012.08.11 ~ 2012.10.21.

장소 : KT&G 상상아트홀

출연 : 오만석, 박건형 (헤드윅) / 이영미, 안유진 (이츠학)

연출 : 김민정

음악감독 : 이준

제작 : CJE & M, 쇼노트

 

힘들다 힘들다 하면서 또 <헤드윅>을 봤다.

(그것도 평일 저녁 공연을... 쩝!)

정말 원래 계획은 오만석 헤드윅만 보고 깨끗하게 접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이게 또 박건형 헤드윅이 자꾸 궁금해지는거다.

후기도 나쁘지 않고, 박건형의 첫 소극장 뮤지컬 도전기도 한 번 목격하고 싶어 결국 의지를 꺾고 말았다.

(그놈의 결심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생각하지 않는 의지!)

확실히 <헤드윅>은 참 망할 놈의 작품이다!

박건형 헤드윅!

개인적으로 내가 지금껏 본 헤드윅 중에서 가장 남성적으로 느껴졌다.

오히려 오만석 헤드윅보다 외모는 더 그로테스크해보였다.

노래는 지금까지 본 헤드윅 중에서 제일 약했던 것 같고...

그런데 참 이상한 건,

그게 지루하거나 뻔했던 게 아니라 좀 다르게 다가왔다는 사실이다.

시간이 지나가는 건 또 오만석 헤드윅보다 훨씬 더 빨라서 이게 또 묘한 아쉬움을 남기는 거다.

쭉 뻗은 다리이긴 하지만 살잘 "O"자형 다리를 가닌 박건형 헤드윅.

성큼성큼하던 그 남성적인 걸음걸이하며 선 굵은 외모가 참 불쌍해보였다.

'아! 너 참 여자가 되려고 애썼는데 잘 안 됐구나... 그래, 너 정말 힘들겠다...'

뭐 대략 이런 측은지심 비슷한 것도 막 생겼다.

거기다가 박건형 헤드윅과 나란히 서니까 이영미 이츠학이 얼마나 여성스럽게 아담하던지... 

 

전체적으로 박건형 헤드윅은 비행기를 타고 떠나서 다시 옷을 갈아입고 나오는 후반부가 더 매력적이다.

전반부는 약간 초짜의 아슬아슬함이 보였는데

후반부에 갈수록 감정의 흐름을 잘 이끌고 간다.

덕분에 "The origine of love"는 참 막막하고 모호한 노래가 되버리긴 했지만 말이다.

박건형은 빠른 템포 노래보다는 약간 미디움 템포 노래를 부를 때 더 매력적이다.

"Tear me down"과 "Angry inch"를 부를 때는 좀 부담스러웠는데 

"wig in a box", "wicked little town", "midnight radio"는 정말 좋았다.

(이 작품에 나오는 넘버들가 쉬운 곡이 단 한 곡도 없음을 다시 한 번 절감했다.)

<헤드윅>이란 작품은 배우로서 참 많은 걸 요구하고 끌어내는 작품인 것 같다.

확실히 의욕만 가지고 도전해서는 내상(內傷)을 입을 수도 있는 작품이고 인물이다.

(박건형이 그렇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박건형의 헤드윅은 또 그만의 매력이 있어서 나쁘지 않았지만

이상하게 나는 헤드윅 박건형보다 토미 노시스 박건형이 조금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극의 중간중간 보이스로만 나왔을 때도 목소리 느낌이 너무 좋았다.

이건 지금껏 다른 헤드윅에게서 느껴보지 못했던 전혀 낯선 경험이라 사실 좀 놀랐다.

헤드윅의 토마토 광란이 끝난 후 등장하는 토미의 모습을 보면서

와! 박건형 이 작품 하기 정말 잘했다 혼자 감탄했었다.

(헤드윅을 보면서 헤드윅이 아닌 토미에 감탄한 사람도 흔치 않을거다)

 

이영미 이츠학은 지난번 오만석 헤드윅때보다 노래와 느낌이 훨씬 더 좋았다.

살짝 신비한 느낌도 들었다.

이츠학이라는 극중 인물 때문이 아니라

이영미라는 한 배우가 헤드윅으로 무대에 서는 박건형이라는 또 다른 배우를 서포팅하는 모습이

너무 세심하고 포근해서...

이츠학의 존재가 이런 거였구나 다시 생각했다.

드러내지 않으면서 확실하게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그런 인물.

그렇다면 이영미는 이츠학과 동의어라고 할 수 있겠다.

적어도 이 날 공연에서는 확실히 그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드윅>을 보는 건 역시 힘겹다.

아마도 이제 정말 <헤드윅>과는 안녕을 고해야 할 것 같다.

혹시 모르지.

나중에 정성화가 뱃살 두둑한 <헤드윅>으로 분한다면 그때 옛생각하면서 다시 보게 될지도...

참 여러모로 육중하게 앵그리한 무대가 되지 않을까?

그런데 참...

그림은 영 안 나온다.

그런데 이게 또 그런게...

그림이 안 나오니까 또 그렇게 꼭 됐으면 싶다.

^^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8. 27. 08:28

<Hedwig>

 

일시 : 2012.08.11 ~ 2012.10.21.

장소 : KT&G 상상아트홀

출연 : 오만석, 박건형 (헤드윅) / 이영미, 안유진 (이츠학)

연출 : 김민정

음악감독 : 이준

제작 : CJE & M, 쇼노트

 

내가 다시 <헤드윅>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이게 다 순전히 오만석 때문이다.

아무리 <헤드윅>이 내가 열렬히 좋아라하고 미친듯이 사랑하는 넘버로 가득하다지만 마지막 커튼콜 광란의 시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어느 때부터인지 점점 예매가 망설여지는 작품이 되고 말았다.

그렇다고 내가 커튼콜에 광란의 시간을 보내는 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안 하고 단지 두 발로 서있을 뿐인데도 힘겹다.

(이렇게 쓰려니 참 민망하면서 살짝 나이듬의 비애까지 느껴지려고 한다.)

 

7년 전 오만석, 송용진, 김다현, 조승우 캐스팅으로 초연됐을 때

전캐스팅을 한 번씩 다 봤었다.

(그때는 나도 참 팔팔했었는데... 쩝!)

네 명의 헤드윅 중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들었던 건 오만석 헤드윅.

정확히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뭐랄까.

오만석 헤드윅은 테스트를 오래 분석하고 고민한 사람의 흔적이 느껴졌다.

배우로서의 오만석!

개인적으로 이 배우는 연출가들이 좋아하면서도 꺼려하는 1호 배우가 아닐까 싶다.

연출가적인 분석과 시선을 가진 오만석,

게다가 텍스트의 중요성을 너무나 잘 알고 실천하는 배우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참 요리하고 어려운 배우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혼자서도 스스로 요리할 줄 아는 배우이기도 하고...)

 

 

7년 만에 돌아온 오만석 헤드윅!

그로테스크하고 그리고 참 절절하다.

본인은 커튼콜때 아직까지 만족스럽지 못한 공연이라서 미안하다고 고백했다.

더 노력하겠다는 말과 함께...

<헤드윅>이란 작품에 대해, "헤드윅"이란 인물에 대해 오만석이 갖는 깊이와 고민이 느껴졌다.

좀 쓸쓸했고 그리고 간절했다.

그렇다면 배우 오만석이 원하는 건 "헤드윅"의 완성이었을까?

아마도 그건 아닐 것이다.

<헤드윅>은 만 37세의 한 남자에게 다시 성장소설을 쓰게 한다.

<헤드윅>이란 작품의 힘이 여기에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참 멋지고 당당하다!

<헤드윅>이란 작품도,

오만석이란 배우도.

그가 부르는 "origin of love"는 듣으면서 나는 생각했다.

커튼콜의 공포에도 불구하고 이 노래를 다시 들을 수 있다면 기꺼이 공연장에 앉아있을 수 있겠노라고.

일종의 신화이자 철학인 "origin of love"

그로테스크한 화장과 몸짓의 헤드윅과 함께

애니메이션 내용이 주는 섬득함의 중첩이 나는 언제나 황홀하게 좋다.

일부러 표정과 행동을 과장되게 움직이는 것도

일종의 메세지임을 오만석의 헤드윅은 잘 표현해준다.

참 묘하다.

혐오스러울만큼 외면하고 싶은 거부감과 함께

몰래 숨겨놓고 혼자서만 독점하고 싶은 깊은 연정을 함께 느끼게 만든다.

경계선 위에 서 있는 이 여자도 아닌고 남자도 아닌 한 사람이

나를 참 처연하게 한다.

 

오만석 헤드윅은 무디면서도 참 굵직하다.

굵직함으로 섬세함을 표현한다는 말이 모순처럼 느껴지겠지만

그의 헤드윅을 보고 있으면 잔기교로 사람의 혼을 빼놓는 게 아니라

연기력과 감정, 집중력으로 승부를 보려 한다는 걸 절감한다.

폭발적인 가창력을 가진 것도 아니고, 꽃미남과도 아닌 오만석 헤드윅.

때론 참 투박하고 멋대가리 없어 보일 때도 있다.

그런데 그게 참 오래 간다.

오만석이란 배우는 내게 <헤드윅>을 수묵화처럼 느끼게 한다.

이런 표현이 도대체 가당키나 하냔 말이다.

(내가 써놓고도 참 어이없는 비유다.)

오만석이 표현하는 "tommy"는 또 어떻고...

토마토 장면은 본인이 의도만큼 충분히 표현하진 못했지만

그런 부족함이 개인적으론 참 좋게 보였다.

정말 속죄의 투어 같았다고나 할까?

아, 이 사람은 이걸 이겨내기 위해 또 고민하겠구나...

어쩌면 한 편의 성장소설이 다시 시작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생겼다.

오만석!

이 사람은 <Hedwig>을 통해

만개(萬開)함으로 만석(萬奭)하려나보다.

이번 시즌을 통해 오만석만의 "Wicked Little town"이 서서히 완성될지도 모르겠다.

참 영리하고 wicked한 배우다.

 

이영미 이츠학!

<헤드윅>의 터줏대감이라고 해도 무방할 배우.

항상 이 작품을 볼 때마다 이츠학은 가능하면 이영미로 보려고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녀의 이츠학이 제일 좋았기 때문에...

그런데 그녀도 이제 나이가 드나보다.

예전만큼 성량이 풍부하고 생동감 있진 않지만 그래도 역시 이영미는 이영미다.

그녀가 <헤드윅>에 뿌린 땀방울은 그녀만의 이츠학을 노련하고 편안하게 느끼게 했다.

그래서 나는 매번 이영미 이츠학에게 위로를 받는다.

어쩌면 헤드윅의 진짜 주인공은 이츠학일지도 모르겠다.

 

헤드윅!

원래 계획대로라면 나는 9월 7일 오만석 헤드윅을 처음 만나는 거였다.

그런데 계획보다 좀 일찍 만났다.

그래서 지금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늘 그랬든 고민의 내용은 이렇다.

go냐! stop이냐!

 

* 솔직히 말하면 "헤드윅"에 어느 정도 만족하는 오만석을 보고 싶긴하다. ^^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