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sid of the moon'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0.07.09 <바람이 분다, 가라> - 한 강
  2. 2010.05.17 Moon & Benus
  3. 2009.09.16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 박민규
읽고 끄적 끄적...2010. 7. 9. 06:33

그런 책이 있다.
눈으로 읽다 보면 눈이 아파지는 그런 책.
그러다 마음이 아프고, 당연하다는 듯이 온 몸이 따라 아파오는 그런 책.
내게 한강의 4번째 소설이 꼭 그랬다.
자주 가슴이 먹먹해졌고 한참을 가만가만 쓸어내리며 다독여야했고
그러면서도 손에서 놓아지지 않던 책.
한강은 발레리의 시 구절 "바람이 분다. 살아봐야겠다"를 차용한 책의 제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생에 거센 바람이 불어 기울어지고 뿌리가 뽑힐 지경이 되어도 어떻게든 나아가라,
 엉금엉금 기어서라도 가라는 뜻에서 붙였다"
고...
4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질지게 동행하는 눈 덮인 미시령의 두 사고.
그리고 사람들, 관계들.
그 모든 걸 원했던걸까? 
어쩌면 인주는 모두에게 버림받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이 말을 쓰는 내 손 끝이 예리하게 아파온다.
작가는 이 소설을 쓰기까지 4년 6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고 고백한다.
Breath Fighing.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는 사람이 갑자기 스스로 숨을 쉬는 바람에
환자의 호흡과 인공호흡기의 호흡이 맞부딪치는 순간.
Breath Fighing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 순간
"들숨과 날숨이 싸우듯이 인물의 감정이나 관계, 문체, 그리고 소설 자체도 들썽들썽 부딪히면서 격렬하게 싸우는 이야기를 쓰고 싶어졌어요"
소설의 계기에 대해 한강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찢겨져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한 편에는 자연과학에서 보여주는 경외롭고 아름다운 세계가 있고, 다른 한 편에는 만신창이가 되어 살아가야 하는 인간의 조건, 나약함, 몸부림, 욕망, 간절한 사랑이 있어요. 찢겨진 채로 그 경계에 서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소설 속에 나오는 먹그림처럼 읽혀지는 이야기.
먹이 번지는 오랜 물길을 따라 가야 했었나?
낡고 오래된 흑백사진을 읽고 있는 것처럼 가슴 한켠이 무너진 기억으로 먹먹해온다.
그리고 때때로 시처럼 껑충껑충 텅 빈 여백을 읽어내야 했던 이야기.

고백해야만 한다.

나는 나를 믿지 않는다고.
내 눈물을 믿지 않는다고.
내 진실을 믿지 않는다고.
내 기억을, 고통을 믿지 않는다고.




나는 너를 몰랐다.
네가 나를 몰랐던 것보다 더.
하지만, 어쩌면 너도 나를 모른다고 느낄 때가 있었을까.
내가 너를 몰랐던 것보다 더.


이런 이야기를 넌 이해하지 못하지.
끔찍하게 나약한 사람, 나약해서 어리석은 사람의 이야기를.
짐작할 수 있겠니. 나약함이 죄의 시작일 수 있다는 걸.
간절함이 알 속의 죄를 깨어나게도 한다는 걸.
문밖이 낭떠러지인 줄 알면서 필사적으로 문을 두드리는 어리석음을.
모든 일들의 시작이 자신이었음을.
그러니 자신을 제거하는 것만이 단 하나의 논리적인 길임을 확신하는 순간을.
무의미로 무의미를, 어리석음으로 어리석음을 밀봉하려는 마지막 결단을.



네 번의 겨울을 이 소설과 함께 보냈다는 한강은 
이 소설 때문에, 여름에도 몸 여기저기 살얼음이 박힌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그 조각조각 박힌 살얼음이 이번엔 어쩌자고 내게로 옮겨왔다.
난 아프고 싶지 않은데...
한 번 들어온 아픔은 오래오래 자리잡고 나를 흔드는데...

Dark side of the moon
달의 뒷면.
똑 같다.
한치의 어긋남도 없이 동일하다.

내가 아픈 것은 달의 뒷면 같은 곳,
피 흘리는 곳도, 아무는 곳도,
짓무르고 덧나는 곳, 썩어가는 곳도 거기.
당신에게도, 누구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보이지 않는 달의 뒷면...

인주는 정말 자살을 선택했을까?
아님 떠밀리듯 어쩔 수 없었던걸까?
사랑한다는 건, 
살아간다는 건
통증보다 더 선명한 아픔이다.
그렇다고 남겨진 사람이 덜 아플까?
인주의 마지막 일 년을 쫒아가며 정희는 인주가 되어간다.

“이런 바람이 불면 말이야.
 이만큼의 습기를 품은 바람이, 이만큼의 세기로 불면 말이야……
 혈관 속으로 바람이 밀고 들어오는 것처럼 느껴져. 모든 것이 커다란 전체로 느껴져.
 언제고 내 다리를…… 단박에 목숨까지 꿰뚫을 수 있는 삶을 지금  살아내고 있다는 게,
 무섭도록 분명하게 느껴져.“


적막에도 형상이 있단다.
어떤 형상이 그려지든 나는 그대로 오래 침묵하고 싶다.
책 장의 마지막은 ...
끝까지 한결같이 아팠다.
느릿느릿 게으르게 죽을 거라는 사람이.
마지막 호흡을 또렷히 느끼면서 최선을 다해 끝까지 침착하게 죽을 거라는 사람이.
그럴 수 있을까?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10. 5. 17. 13:33
5월 16일 저녁 9시경에 집을 오다 바라본 하늘.
손톱달 위에 작은 별 하나.
처음엔 잘못 본 건 줄 알았는데...
다음날 인터넷 기사를 보고 그게 정말 별이라는 걸,
그것도 유난히 밝았던 금성이라는 걸 알았다.
달 곁의 금성
Moon & Benus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들을 담아봤다.
이름때문인지 (^^)
밤하늘의 달을 자주 확인하게 되는 나.
특히 손톱달을 만나게 되면 맘이 설렌다.
보이지 않은 더 많은 부분이 주는 신비감.
Dark side of the moon
그렇게 또 다른 나와의 대면은
때론 다정하고 때론 친근하고 때론 미치도록 황홀하다.
lunatic...
달이 주는 느낌!
무섭도록 차갑지만 딱 그만큼 따뜻함이 느껴지는 묘한 이유배반이
미안하지만 꼭 나를 닮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09. 9. 16. 06:26
신혼의 어느 날,
가령 아내가 남편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고 하자.
"내가 아주 못생긴 여자라면... 그래도 날 사랑했을까?"
남편은 아내에게 어떤 대답을 했을까?



박민규의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의 시작은
아내의 이런 질문에서 시작됐단다.
너무 못생겨서 땅만 보며 걷는 한 여자,
항상 타인의 시선과, 학대, 격리, 혹은 놀이의 표적이 됐던 여자.
그런 그녀에게 다가간 한 남자
"저랑 친구하지 않을래요?"



저는 마음 속으로 스스로의 얼굴을 도려낸 여자입니다.
저는 한 번도 스스로의 인생을 평가받지 못했습니다.
저는 오로지 스스로의 태생만을 평가받아온 인간입니다.
세상은 못생긴 여자의 발버둥을 결코 용서하지 않습니다.


여자가 이별을 전하며 남자에게 남긴 편지는 아직까지도 현실에서 유효하다.
(아마도 영원히 유효하지 않을까?)
지독히 못생긴 여자의 마음엔 타인의 "장애"가 차라리  눈부시게 부럽다.
동정도 연민도 호의도 받아본 적이 없는 한 여자의 고백이 아프다.



Dark side of the moon
살아 있는 모든 것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이면(異面)
결국 그 이면에 대한 이야기였을까?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카스테라>의 작가 박민규
그의 특이한 외모와 이력만만큼이나 소설은 특이하고 낮설고
혹은 재미있기도 하다.
7080 세대에 대한 오마주.
음악, 영화, 그림, 그 시대에 유행했던 CF까지
비틀즈나 밥 딜런의 노래와 함께 치킨과 맥주를 마시며 읽기에 딱 좋은 책(?)
켄터키 치킨의 추억....



오랫만에 책의 뒷장에서 선명하게 붙어있는
작가의 도장을 보다.
요즘엔 거의 없어졌거나 혹은 그대로 프린트 된 게 많은데...
비록 빨간 인주의 도장은 아니지만 가끔 생각한다.
저 작은 한장 한장의 도장이 작가에게 그대로 현실로 계산되던 모습을.
어느 날은,
이런 모습도 정말 죽은 왕녀가 될 수도 있겠구나 싶다.
그럼 그때는 나도 파반느나 레퀴엄 같은 걸 틀어야 하는 건가?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