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3. 9. 17. 08:02

<Thrill Me>

일시 : 2013.05.17. ~ 2013.09.29.

장소 : The STAGE

대본,작사,작곡 : 스티븐 돌기노프

연출 : 쿠리야마 타미야

무대 : 이토 마사코

조명 : 가츠시바 지로

출연 : 오종혁, 박영수, 신성민 (나-네이슨)

        정상윤임병근, 이동하 (그-리차드) 

        신재영, 곽혜근 (피아니스트)

제작 : (주)뮤지컬해븐, CJE&M

 

이건 완전히 반칙이다!

박영수 네이슨과 정상윤 리차드.

크로스 페어라서 큰 기대감없이 공연장을 찾았는데

어쩌자고 이 두 사람이 내게 올 시즌 최고의 <쓰릴미>를 선사하느냔 말이다!

게다가 신재영의 연주까지...

이러면 안되는건데... 정말 안되는건데...

막공까지 이제 얼마 안남았는데 이렇게 가슴을 다시 설래게 만들어버리느냔 말이다.

이건 완전히 불공정거래다.

젠장! 두 사람이 이렇게 잘 어울릴줄이야!

(1주일 연장 공연에도 두 사람의 크로스페어는 더이상 없던데...)

마치 오래전부터 이 작품을 함께 해온 사람들같다.

연기와 감정, 시선과 타이밍이 그렇게 정확할 수가 없었다.

이날 현장에 있었던 관객들은 공감할거다.

정말 숨소리조차 제대로 못내고 이들에게 꼼짝없이 사로잡혀 있었음을.

소리와 빛, 두 배우와 피아노 연주.

이 모든 것들이 작정한듯 관객들을 완벽하게 홀려놨다.

집단최면상태.

세기의 범죄에 맞먹는 세기의 홀릭, 그런 느낌이었다.

배우와 연주자에게도 이날 공연이 특별하지 않았을까???

그랬을거라고 나는 확신한다!

(그날의 공연장 분위기... 그건 정말 끝장이었다!)

 

사실 나는 박영수가 정상윤을 받아내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다.

시선이 흔들릴 수도 있겠구나 라고...

그런데 이 두 사람!

다정도 이렇게 다정할 수가 없고, 치열도 이렇게 치열할 수가 없다.

크로스 페어가 주는 기대외의 의외성은 엄청난 시너지효과를 보여줬다.

세번째 본 박영수 네이슨은 발음도 훨씬 좋아졌고 조명 속에서의 표정도 압권이었다.

특히 마지막 반전 장면의 팽팽함과 나른함.

출소한 후 리처드가 "레이"라고 부를 때 반응하는 희미한 미소와 표정든 참 대단하더라.

표정과 눈빛, 시선이 살아있었던 박영수 네이슨.

 

그리고 두번째 만난 정상윤 리처드!

무슨 말이 필요할까!

정상윤은 그 자체가 온통 <쓰릴미>다.

리처드와 네이슨의 공존과 극명한 구분.

감정의 미묘한 차이와 움직임을 포착해서 표현하는 배우.

그리고 그가 만들어내는 그 소리들!

이번 시즌 <쓰릴미>가 소리와 빛의 표현에 중점을 뒀다는건 알고 있지만

정상윤 리처드는 그걸 조금 더 극대화시켜 표현했다.

그러면서도 결코 과하지 않게.

"Roadstert"와 "Fear"를 보면서는 감탄을 연발했다.

정상윤의 <쓰릴미>는!

확실히 제어불가능한 중독이다.

이것 봐! 정상윤!

도대체 나한테 무슨 짓을 한거야???

 

* 아무래도 1주일 연장된 <쓰릴미> 예매에 도전하게 될 것 같다.

  이대로 정상윤의 리처드를 보내기가 아쉽다.

  그런데 과연 예매를 할 수는 있을까?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8. 30. 08:23

<Thrill Me>

일시 : 2013.05.17. ~ 2013.09.29.

장소 : The STAGE

대본,작사,작곡 : 스티븐 돌기노프

연출 : 쿠리야마 타미야

무대 : 이토 마사코

조명 : 가츠시바 지로

출연 : 오종혁, 박영수, 신성민 (나-네이슨)

        정상윤임병근, 이동하 (그-리차드) 

        신재영, 곽혜근 (피아니스트)

제작 : (주)뮤지컬해븐, CJE&M

 

드디어 기대했던 정상윤, 오종혁 페어의 <쓰릴미>를 봤다.

좋은 자리는 꿈도 안 꿨었는데 왠일인지 두번째줄 가운데 자리가 예매됐다.

(예매하면서도 혼자 깜짝 놀랐다 )

어쩌다보니 벌써 일곱번째 관람이고, 시즌2는 네번째 관람이다.

시즌2의 키워드는 배우 정상윤!

최고의 네이슨을 보여줬던 정상윤이 역할을 바꿔서 시즌2에서는 리처드로 무대에 선다. 

네이슨을 속속들이 너무나 잘 아는 리처드의 등장!

목격"의 이유가 너무나 충분했다.

오종혁이 정글로 떠나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두 페어의 시작이 뒤로 밀린게 야속할 정도다.

게다가 회차도 그리 많지 않아 사람의 근성을 쓰릴하게 자극한다.

 

공연장 입구에서 어셔에게 피아니스트가 누군지 물었다.

신재영이란다.

혼자 생각일지는 모르겠지만 신재영과 정상윤은 서로 호흡을 공유하는 것 같다.

서로가 서로의 연주와 연기를 읽으면서 집중하고 있다는 느낌.

그래서 정상윤과 신재영이 만나면 훨씬 더 집중이 잘돼고 감정이입도 잘된다.

그러니 오늘 공연...

기대해도 충분히 좋겠다!

 

정상윤과 오종혁.

일단 두 배우 모두 너무나 영리했다.

특히 시간의 공백을 이용한 건 다른 페어들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다.

몇몇 장면에서 두 배우 전부 대사 사이의 텀을 일부러 길게 끄는데 개인적으로 아주 좋았다.

오종혁 "나"는 정상윤 "그" 앞에서 천진한 아이 같다.

"그"가 곁에 있어만 준다면 뭐가 됐든 다 감수하면서 행복을 느낄 그런 사람처럼 느껴진다.

극이 진행될수록 오종혁의 "나"에 점점 폭풍 몰입된다.

초반엔 목소리톤이 너무 작아 주춤했는데 의도적이었던 것 같고

후반부로 갈수록 강단있고 집요하고 간절해진다.

"Nothing like a fire"에서 표정도 좋았고 감정도 좋았고 마지막 장면 미소도 아주 좋았다.

"My glasses"에서는 정상윤에게 밀리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아주 짱짱하고 팽팽했다.

"정글의 법칙" 때문에 쌔까맣게 탄 모습만 빼면 전체적으로 아주 좋았다.

법을 공부하는 뛰어난 인간"으로 보이는 게 아니라 왜소하고 볼품없는 농촌총각처럼 보여서...

(솔직히 이건 대략 난감하더라)

 

나는 이 작품에서 타자기 소리를 많이 의식하는 편인데

정상윤은 확실히 타자기라는 소품을 의도적으로 잘 이용한다.

아마도 협박편지 줄 수까지 계산해서 타자기를 움직이는 것 같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데 이런 디테일에 신경쓰는 배우가 의외로 적다.

이 작품만해도 단 한 번도 타자기 줄을 바꾸지 않는 배우들이 꽤 많다.

계약서도 그렇고, 협박편지도 그렇고 분명 한 줄이 아닌데...

게다가 정상윤의 타자기 소리는 일종의 대화같다.

감정과 상황를 계산한 리듬이라는 게 확연히 느껴진다.

정상윤의 리처드.

이마를 보여서 그런지 살이 좀 찐 것 같은 둔한 느낌이라 솔직히 처음엔 놀랐다.

(왜 "리처드"는 가르마를 타서 꼭 이마를 훤히 보여줘야만 하는 걸까? 이거 좀 탈피하면 안될까???)

연기도 기대와는 다르게 의외로 평범하게 가는구나 싶었는데

극이 진행될수록 정상윤의 진면목이 유감없이 발휘된다.

젠틀한 싸이코를 보는 느낌.

살짝 중년의 포스가 풍기긴 했지만 감정도 표정도 아주 좋았고 목소리톤과 움직임은 은근히 섹시하다.

(<쓰릴미>에 농촌총각과 섹시한 중년이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의 표현이 너무나 좋았더라는...)

그동안은 몰랐었는데 정상윤의 "fear"를 들으면서

"그"가 "나"를 이용만 했던 게 아니라 진짜 사랑도 했었구나 알게 됐다.

정상윤의 "fear"에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두려워하는 모습을 끝까지 보이지 않겠다는 다짐이 담겨있다.

그 장면에서 정상윤 "그"가 보여준 눈물!

이건 아무래도 기억에 아주 오래 남을 것 같다.

한 번도 생각한적 없었다.

"fear"에서 "그"가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게 되리라는 걸. 

확실하다!

이건 "나"의 일방적인 감정이 아니었던거다.

"그"의 동조와 암묵적인 동의가 있었던거다.

어쩌면...

이 작품에서 정말 비극적인 인물은 "그"인지도 모르겠다.

정상윤, 오종혁!

이 두 사람이 <쓰릴미>를 완전히 다르게 보고 느끼게 만들었다.

 

신재영의 피아노 연주는 정말 끝장이었고

신재영과 정상윤 두 사람은 서로 교감하는게 확실히 맞는 것 같다.

이날도 이 둘은  제3의 배역을 만들어냈고

그 제3의 배역은 때로는 해설자로, 때로는 지켜보는 시선으로 충실히 작품에 참여했다. 

오정혁, 정상윤, 신재영.

이 세 사람이 이번 시즌 최고의 <쓰릴미>를 내게 선사했다.

(피아니스트도 배우들처럼 스케쥴을 미리 공지해주면 정말 좋겠다.)

다시 이 셋이 만드는 <쓰릴미>를 보고 싶은데 문제는 내 시간이 없다는 거!

아마도 정상윤은 다음 시즌에도 "그"로 출연할 게 확실하니 다음번을 기다려보자.

 

<쓰릴미>는 정상윤이고, 정상윤은 <쓰릴미>다.

적어도  이건 내게 있어선 완벽한 공식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