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3. 3. 18. 08:23

<Mama, Don't Cry>

일시 : 2013.03.09. ~ 2013.05.26.

장소 :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대본, 작사 : 이희준

작곡 : 박정아

안무 : 최진숙

연출 : 김운기

출연 : 송용진, 허규, 임병근 (프로페서 V)

        고영빈, 장현덕 (뱀파이어)

 

천재물리학자와 뱀파이어 이야기.

솔직히 줄거리에 대한 기대감은 별로 없었다.

뱀파이어가 나오고 남자 2명이 이끌어가는 2인극 뮤지컬이라면 뭐 대략 그림이 그려졌다.

살짝 동성애적인 코드도 있을 거고,

신비주의에 싸이코스럽기도 할 것이고,

그리고 인간은 뱀파이어와 파우스트의 거래를 할 것이고,

당연히 거래의 조건은 뱀파이어가 되어 피의 축제를 벌이는 것일테고... 기타 등등, 기타 등등...

그런데 여기서 정말 궁금한 게 생겼다.

도대체 제목은 왜 "Mama, Don't Cry"지?

사실은 엄마가 뱀파이언가?

아니면 엄마 앞에서 뱀파이어어게 물리나???

나처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던 모양이다.

김운기 연출이 한 마디 했다.

" 내,외형적인 부분, 지식, 생각 등 모든 정체성은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았다. 현실의 조건이 온전히 내 능력과 불일치할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새로운 것을 찾아 변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에서 변화에 대한 댓가, 그리고 어머니에 대한 미안함 마음의 표상을 상징한 제목"이란다.

아... 근데 어쩌지?

이 말이 더 어렵다!

그냥 최악 혹은 절망적인 순간에 엄마를 부르짖으며 찾게 되는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을 표현한 것이라고 혼자 이해하기로 했다. 

 

송용진과 장현덕 페어는,

게이 뱀파이어와 좀 가볍고 경박한 물리학자의 느낌이었다.

솔직히 고백컨데 이건 좀 절망적인 컨셉이다.

장현덕 뱀파이어는 동남아시아로 단체관광을 가면 많이 보는 게이쇼를 떠올리게 했다. 

You're Vampire가 아니라 완전히 You're Sera!... 그 느낌이었다.

(당황스럽다... ㅠ.ㅠ)

송용진 프로페서 V 는 셜록홈즈로 중간중간 빙의되는 것 같았다.

게다가 바지가 어찌나 타이트하던지 보는 내내 불미스런 사태가 발생하는 건 아닌가 불안했다.

2인극이지만 프로페셔 V에 의해 모노드라마처럼 진행되는 방식 자체는 아주 흥미롭고 특이하다.

조명을 이용한 실루엣 연출도 괜찮았고

벽에 드리우는 뱀파이어의 그림자도 묘한 신비감을 준다.

정면에 앉은 관객들은 아마도 못 알아챘겠지만! ^^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면 관람을 추천한다!)

너무 엉성하고 조잡한 타임머신만 빼면 무대 셋트도 괜찮았고

전체적인 조명도 아주 좋았다.

관객석 기둥을 이용해서 창문이나 나비를 보여주는 것도 좋았다.

뱀파이어의 노래로 시작되는 첫부분은 은밀함과 신비감이 느껴졌고

넘버들도 전체적으로 꽤 좋다.

그런데 뭔지?

찜찜한 이 느낌은!

아무래도 이야기의 개연성과 흐름이 자연스럽지 못해서인 것 같다.

뭔가 정돈되지 못한 채 전체적으로 붕 떠있는 느낌이다.

상황과 인물에 대한 임펙트는 그런데로 괜찮은데

스토리 자체가 갖는 힘이 좀 약하다.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에서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인물은

프로페서 V보다 뱀파이어!

단, 너무 자주 들락날락거려서 존재감이 살짝 가벼워졌다는 게 흠이다.

의자가 왔다갔다 하면서 등퇴장을 반복하는 걸 보고 있자니

어쩐지 정시를 알려주는  뻐꾸기 시계가 떠오른다.

아! 그리고 "pity date" 다음에 이어지는 "half man, half monster"는

뱀파이어와 프로페서의 동작이 서로 완벽하게 일치했으면 훨씬 좋겠다.

조정당한다는 느낌을 부각시키고 싶다면

정확히 한 박자씩, 절도있게 끊어서 표현했으면 더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여기서 중요한 건 딱딱 끊어지는 느낌이 꼭 들어야 한다!

그리고 뱀파이어는 조금 작게, 프로페서 V는 동작을 크게 해 줘야만 하고...

뱀파이어는 지금간츤 게이 느낌보다는

아주 이지적이면서 냉혹한 느낌이었으면 좋겠고,

프로페서 V는 순수하고 수줍음 많은 모습을 더 부각시켰으면 좋겠다.

그러면 뱀파이어로 변해 피의 살인을 저지르는 장면이 훨씬 더 충격적으로 보일 것 같다.

아마도 이런 느낌의 페어를 기대한다면

임병근, 고영빈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 한 번 더 보자! 단, 시간이 조금 지난 후에...)

 

꽤 괜찮은 작품인 것 같은데 뭔가가 계속 아쉽다.

산만한 전개가 탄탄한 넘버를 잡아먹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송용진과 장현덕이 아직은 충분히 표현해내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하고...

소소한 코믹의 요소를 과감히 확 걷어내고

전체적으로 더 시니컬하고 은밀한 느낌의 전달이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넘버들이 훨씬 더 잘 살아날 것 같다.

좀 변화가 오길 기다려보자!

임병근, 고영빈 페어에게도 다른 모습을 기대해 보며...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