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must die'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03.20 <요노스케 이야기> , <살아있는 시체의 죽음>
  2. 2008.12.26 달동네 책거리 16 : <도플갱어>
읽고 끄적 끄적...2010. 3. 20. 06:09
일본 소설 두 권을 읽다.
한 권은 성장소설, 그리고 한 권은 추리소설.
요시다 슈이치의 <요노스케 이야기>
18살 요노스케가 대학생활을 하기 위해 도쿄에 홀로 올라온다.
이야기는 엽기적이지도 않고 그저 평범한 한 청년의 이야기다.
뜻하지 않게 삼바 동아리를 가입하고
뜻하지 않게 부자집 여자친구를 사귀게 되고
뜻하지 않게 무언가에 휘말리게 되는 우리의 일상과 비슷하다.
요시다 슈이치의 <페러이드>를 아주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에 손에 잡았다.
일본의 성장소설은 성적이고 가벼울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잔잔하고 평범하다.
세상 누군가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 그런 평범함.
그러나 그 안에도 특별함은 있다.



예전에 이 책이 처음 출판됐을 때
마치 이수현을 주인공으로 쓴 것 같은 뉘앙스를 풍겼었는데
실제로 읽어보니 이수현 사건은 하나의 포인트다.
이수현과 요노스케가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사람을 구하고 사망하게 되는 사건.
(책의 의도는 정상적이었는데, 우리나라 출판사의 홍보는 다분히 비정상적인 형태였던 것 같다.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이었노라 말하고 싶다.)
이 책의 의도는 그러니까
누군가의 삶이 또 다른 누군가의 삶을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바꿔놓는다는 사실이다.
보트 피블을 직접 목격하고 난민캠프의 일을 하게 되는 사람.
예기치 않은 임신으로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생활인으로 뛰어든 젊은 부부,
고급 파티걸이엇다가 다른 삶을 살게 되는 사람,
그리고 요노스케 본인까지도...
살아간다는 건, 성장한다는 건 늘 그랬던 것 같다.
평범하지만 그래도 작은 진실을 품고 있는 책이다.



야마구치 마사야가 1989년에 쓴 추리소설 <살아있는 시체의 죽음>
(며칠 전에 블로그에 올렸었는데 그만 실수로 삭제해버렸다.
 꽤나 인상깊게 읽은 책이라 나름 수다를 좀 떨었었는데... 무지 아깝다.
 다시 쓰려니 어쩐지 김빠진 맥주를 들여다 보듯 난감하다)
20년도 더 된 소설인데 그 참신함과 기발한 상상력이 그저 감탄스러울 뿐이다.
책의 제목은 은유적인 의미로 쓰인 게 아니다.
실제로 이 책의 주인공들은 다들 버젓히 죽었던 시체들이다.
거기다가 방부처리까지 한 순도 100% 시체들이다.
쉽게 "좀비"를 떠올리면 된다.
(시신의 방부처리 작업를  "앰바밍"라 하고, 그걸 하는 사람을 "앰바머"라 부른다는 걸 이 책을 통해 알게 되다)
황당한 소설이라고 생각되는가?
그러나 읽고 있으면 더이상 황당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작가 아바구치 마사야는
일본 본격 추리소설 역사상 가장 참신한 작가로 인정받고 있다는데
나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단지 이 한 권만으로도 충분히...  )



Memento Mori!
"영원"을 꿈꾸는 인간에게 주는 경고의 말,
"Remember, You must die!"
소설 속에서 허스 박사라는 인물의 입을 통해 읽는 이에게 경고장을 전달한다.
" ...... 삶과 죽음은 표리일체(表裏一體), 삶을 생각하는 일은 죽음을 생각하는 일, 죽음을 생각하는 일은 삶을 생각하는 일, 우리도 다들 살아 있는 시체라네. 되살아난 신체들은 우리에게 경고하고 있는 게댜. 삶과 현세에 아무리 집착한들 언젠가는 이렇게 티끌이 디고 만다고 말일세. 이게 바로 20세기의 '메멘토 모리' 아니겠나. 우리 모두 집행유예 중인 시체에 지나지 않는다네......"
그리고 시체는 말한다.
"그저 '죽음'을 알기 위해 다시 살아온 듯한 기묘하고도 짧은 생애였구나!"라고...



인간은 불사의 영원한 생명을 잃은 대신 각각의 개별성을 손에 넣었다.
그리고 그 개별성은 성(性)을 통해 그 생명을 분열, 증식한다.
그러니까 성(性)의 대가가 바로 죽음이라는 뜻이다.
"에로스와 데스는 형제"
죽은 시체와 살아있는 여자가 끌고 다니던  분홍색 영구차에 적혀있던 이 문구는
그러니까 참 정당하고 의미심장한 조합인 셈이다.
추리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장례의식에 대한 역사와 차이,
최후의 심판날에 죽은 자도 다시 살아 하늘로 들림을 받으리라는 기독교적 맹신.
죽어서도 재화에 집착하는 시체의 모습들까지
하나하나 전부 인간의 이면에 대한 보고서같다.
책을 읽는 동안 시체들이 너무나 인간적이라 심난했다.
좀비 세계에서의 고민도 행위들도
참 인간들만큼이나 이기적이고 치열하다.
괸해 내 옆의 사람을 한 번 쳐다보게 된다.
저 사람이 인간일까? 시체일까? (^^)

* 악마가 죽어가는 사람에게 거는 다섯 가지 유혹의 덫 (책에 나오는 내용)
 ① 신앙에 대한 의심
 ② 자신의 조에 대한 절망
 ③ 이승의 재화에 대한 집착
 ④ 영혼의 구원에 대한 회의
 ⑤ 스스로를 위대하다고 보는 교만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8. 12. 26. 06:03

<도플갱어> - 주제 사라마구


 
 


 

 

 

 

 

 

 

 

 

주제 사라마구는 1922년 포르투칼에서 태어나 현재까지 생존하고 있는 작가입니다.

1998년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현존하는 몇 안 되는 대가중에 한 분이시죠.

저는 <눈 먼 자들의 도시>란 책을 통해 이 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했습니다. 그리고 나서는 <눈 뜬 자들이 도시>까지 열심히 찾아 읽는 얼치기 팬이 된 상태입니다.

얼마전엔 <동굴>까지 찾아 읽었고 지금은 새로운 책을 읽을 준비를 하고 있답니다 ^^

도플갱어는 주제 사라마구가 84세의 나이로 쓴 소설로 작가를 몰랐다면 아마 젊은 사람이 썼다고 생각할 만큼 신선하고 특별합니다..

(우리 병원 도서관에 구비되어 있답니다 ^^)

* 참고로 주제 사라마구의 대표작 3권(눈 먼 자들의 도시, 도플갱어, 동굴)을 인간에 대한 3부작이라고 합니다


도플갱어...

독일어로 '이중으로 돌아다니는 자'라는 뜻으로 더블(분신 복제)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도플갱어는 '또 하나의 자신'을 만나는 현상인데 현대 정신의학 용어로는 오토스카파(자기상 환시)라고 하네요.

이 세상에 나와 똑같은 존재가(본인도 모르게 헤어진 쌍둥이 이야기 절대 아닙니다) 어딘가에 살고 있다면... 그리고 그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인구 500만의 대도시에 거주하는 중학교 역사교사 테르툴리아노 막시모 아폰소는 어느 날, 동료교사의 추천으로 비디오 한 편을 빌려보다 자신의 5년 전 모습과 똑같이 생긴 사람이 영화에 나오는 걸 발견하게 되고, 하나하나 그 사람을 찾아내는 과정을 거치면서 드디어 서로를 대면하게 되죠,

팔뚝의 점, 후천적으로 생긴 흉터까지도 꼭 닮은 외모, 거기에다 목소리와 지문까지 똑같은 두 사람의 존재는 서로에게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혼동이자 공포일 수 있습니다.

이젠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두 사람의 싸움은 각자의 배우자와 연인들, 그리고 가족들까지도 얽히게 됩니다.

이 둘은 결국 서로의 자리를 바꾸게 되고(그 상황이라는 게... 서로에 대한 책망, 분노, 그리고 어쩌면 조금은 끔찍한 쾌락까지도 포함된) 그 상황에서 한 명이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자...

세상엔 이 둘이 서로 바뀐 사실을 아무도 모릅니다.(나중에 어머니가 알게 되긴 하지만 그 사실 자체가 비극입니다)

이제 어떻게 될까요?

산 자가 죽은 자로 행세하며 여생을 마쳐야 하는 상황...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은 아무렇지 않은 듯, 그냥 스쳐지나가듯 인간의 잔인함과 섬뜩함을 느끼게 만듭니다.

그러나 그 섬뜩함 뒤에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생각과 과거를 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그것도 결코 강요된 교훈이 아닌 파고 드는 느낌으로...

혹 이 책을 읽고 이 작가의 다른 책을 읽어 보고 싶은 분들은...

<눈 먼 자들의 도시>를 적극 권해드립니다.

어떤 도시의 모든 사람들이 단 한 명만 빼고 이유도 없이 눈이 멀어 갑니다. 다수의 눈 먼 사람들의 공포와 단 한명의 눈 뜬 사람의 공포로 전개되는 이야기...

그 속에도 인간의 섬뜩함이 숨어 있습니다.

 

도플갱어 현상은 현재는 신비주의의 현상으로까지 확대 이해되고 있습니다.

미스터리의 하나로 간주되기도 하구요.

자신의 분신, 또 다른 도플갱어를 만나게 되는 사람은 의문의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고도 하고, 그 현상에 대한 많은 사례가 알려지고 있기도 합니다.

혹 도플갱어를 만나게 되면 말을 걸면 안 된다고 하네요.

어쩌면  살아남을 수도 있을지 모르니까요...(약간 공포스럽죠?)

인간에 대한, 자기 자신에 대한 데자뷰 현상을  직접 목격하게 된다면....

memento mori.....

이 책을 읽으면서 이 말를 떠 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 Remember! You must die!!!"


주제 사라마구...

제가 이곳에 꼭 소개하고 싶었던 작가 중 한 분입니다.....

이 분의 책을 읽을 때의 주의 사항 하나!

문단이라는 게 없습니다.

첫장부터 마지막 까지 빽빽하고 알찬 책을(?) 만나실 수 있답니다.

그래서 주의 깊게 읽지 않으면 같은 줄을 몇 번이고 계속 반복해서 읽게 되는 우를 범하게 된다는....
어쩐지 제자리 걸음을 걷는 것도 같고, 같은 곳을 뱅뱅 돌고 있는 그런 느낌...

인간에 대한 혼란,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의도하는 의식적인 문단 형태는 아니였을까  추측성 판단을 하게 만드는 묘한 책입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