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10. 2. 8. 06:07
김탁환의 역사소설들은 재미있다.
가볍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시대를 담고 있고
그리고 몰랐던 그 시대의 한부분들을 알아가는 재미 또한 솔솔하다.
스스로를 소설 노동자라고 말하는 김탁환,
그가 만들어가는 허구의 세상은 익숙하면서도 새롭다.
얼마전에는 유명한 사진작가 강영호와 함께 흡혈귀에 관한 소설을 출판했는데
그 책 역시도 특이한 경험이지 않을까 싶다.
<99:드라큘라 사진관으로의 초대>라는 제목의 책.



<방각본 살인사건>, <열녀문의 비밀>에 이은 백탑파 그 세번째 이야기란다.
김탁환은 "'혁신'이라는 기치를 반성하기 위해 이 소설을 썼다고 밝혔다.
" ...... 수구와 혁신에서의 양자택일은 이미 낡은 도덕적 틀이다. 이제는 누구를 위한 혁신인가를 더 깊이 따져 보아야 한다 ......"
개혁 군주를 표방하던 정조가 문체반정과 함께
돌연 절대 군주를 꿈꾼 아이러니의 시대를 만날 수 있다.
정조의 문체 반정!
1792년에 개혁 군주 정조는 당시 유행하기 시작한 패관기서와 소품문을 멀리하고
전통적 고문(古文)을 모범으로 삼으라는 명을 내린다. 
뒤이어 당시 젊은 지식인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박지원의 <열하일기(熱河日記)>를 조선의 문풍을 어지럽히는 대표적인 금서로 규정한다.
이 일로 조선 후기 문예 부흥의 싹은 짓밟혔고,
정조는 점차 개혁 군주의 면모를 버리고 절대 군주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정조의 각별한 사랑을 받고 있던 백탑파 (이명방, 명은주, 덕천대사, 조명수, 홍인태, 이덕무)
그런데 이들이 이 <열하일기>에 빠져 독회까지 결성한다.
임금의 눈을 피해 마지막 독회를 시도하려는 그들.
한 사람씩 의문의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열하광인들...



각 장의 시작 페이지에 번갈아 나오는
정조의 <홍재전서>와 박지원의 <연암집>, <열하일기>의 한 부분들이
마치 서로 대담을 나누는 것 같아 그 부분만 따라 껑충껑충 읽어보는 것도 재미있다.
조선 후기 젊은 지식인들은 그랬단다.
<열하> 이전에 <열하>와 같은 서책이 없었고 <열하> 이후에도 <열하>와 같은 서책은 없었다고...
이 꽉 짜인 동어반복에 숨이 막혀 오는 서책, 그것이 바로 <열하>라고...
사람을 굴복시키게 만드는 책!
책을 읽다가 숨이 막히고 책을 다 읽은 후 그 책 앞에 무릎 꿇었던 책!
열하가 바로 그런 책이란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그들이 말하는 굴복의 세계가 부럽고 질투나 어쩔 줄 몰라했다.
매번 굴복하면서도
나는 여전히 그 세계가 그립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11. 19. 09:02
뮤지컬 <화성에서 꿈꾸다>
나에겐 판타지와 지독한 현실 두 가지 모두를 느끼게 하는 작품.
이 공연이 올려지면 늘 새롭게 가슴이 두근거리니다.
정조를 만난다는 생각에...
<화성에서 꿈꾸다>의 최고의 히로인 민영기...
그가 정조역으로 분한다면 아마도 나는 공연이 올려질 때마다 찾아보게 되지 않을까 확신한다.
(이렇게 먼 길을 찾아서라도 ^^)
브랜드가 되어 버린 배우 민영기.
"이건 영기를 위한 작품이다!"라고
함께 하는 동료들마저도 인정한 배우.
나도 생각한다.
그만큼 이 역할을 완벽히 그리고 성실히 그려낼 수 있는 배우가 있을까 하고....
그는 이 작품 속에서는
어떤 찬사를 받는다고 해도 너무나 부족하다.



오랜만에 제대하고 돌아온 "김순택"을 본 기쁨도 크다.
목소리가 좀 다른 것 같아 한참을 쳐다봤다.
그런데 역시 그가 맞다.
<화성에서 꿈꾸다>를 볼 때마다 그의 자리가 참 많이 느껴졌었는데...
덕이, 정조, 이선생의 3중창이 무너질 때마다 함께 무너지던 가슴.
(심지어는 아예 짤리기까지 했었다)
김순택 이선생이 나는 너무나 그리웠었다.
그런데 그가 돌아와 그렇게 무대 위에 서 있으니 왠지 든든하다.



김순택의 반가움을 단숨에 쓸어버린 "덕이"...
역시 완벽한 "꿈길"을 듣는 건 한동안은 어려운 일이 되어 버린건가?
조정은, 임강희의 "억이"가 사무치게 그립다.
(큰 키 때문에 껑충했던 덕이의 치마하며...)
덕이를 누가 하게 될지 궁금했었다.
캐스팅 공지도 늦게 디고...
그런데 그녀일 수가...
(차마 이름도 못 밝히겠다...)
여지없이 그녀는 내 예상을 멋지게 빗나가 주는 일 없이
이번에도 나에게 참담함을 안겨줬다.
덕분에 (덕분이라고 말해야 하는 상황이 씁쓸하다)
그 빈자리를 민영기가 미친 듯이 채워내고 있었다.
그에게 이 작품이 어떤 의미인지 매번 이해를 하면서도
비어있는 빈 곳들을 차곡차곡 채워내는 그의 모습을 보면
새로운 감탄과 탄복을 할 수밖에 없다.



뮤지컬 <화성에서 꿈꾸다>는 정말 좋은 넘버들이 많다.
"산유화", "지금 조선은 몇 시인가?", "나의 고민", "달의 노래", "일어서라! 풀잎들아!" , "꿈길" 
특히 내가 정말 많이 좋아하는 "달의 노래"
이 노래는 제발 민영기 목소리로 하나로만 무대가 채워진다면 좋겠다.
난데없는 칼춤과 우수꽝스러운 가마의 행렬은
좋은 노래의 느낌을 반감시키면서 집중에 상당한 방해를 가져온다.
진정 이 부분을 손상시키지 않고 그대로 둘 수는 도저히 없는건가!!!
그것이 "나의 고민"이다. ^^



나에게는 <정조>에 대한 판타지와 미스터리가 있다.
더불어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까지...
며칠 전에 이덕무와 관계된 책을 읽었는데
이 시대는 끝없는 화수분 같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하고 있다.
서자라고 하더라도 그들이 진정한 인재라면
과감하게 국가의 일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사람.
실학과 실용에 대한 정조의 받아들임과 이해로 인해
우리나라의 역사는 분명 많은 부분 달라졌고 개선됐고 개화됐다.
혁신과 개혁을 이야기할 때면,
나는 늘 이 외로운 달의 군주
"정조"가 떠오른다.
 
 

나는 지금 이 땅에 "정조"가 환생하길 꿈꾼다.
지금은 더더욱 간절히...
묻고 싶다.
"지금 대한민국은 몇 시인가?"라고.
우리같은 "풀잎"들에겐 역시나 먼 "꿈길"일지라도
나는 정조의 환생을 계속 희망하련다.
위정자들이 주지 않는 희망을
나는 <화성에서 꿈꾸다>의 "정조"를 보면서
 또 다시 미련스럽게 꿈 꾼다.

 

"꿈길"
 내겐 항상 아름다웠던 노래.
그 노래가
더더욱 그립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