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6. 1. 28. 08:40

 

<거미여인의 키스>

 

일시 : 2015.11.07. ~ 2016.01.31.

장소 : 신연아트홀

원작 : 마누엘 푸익 <거미여인의 키스>

번역, 연출 : 문삼화

무대 : 황수연

출연 : 송용진, 정문성, 김선호 (발렌틴) / 이명행, 최대훈, 김호영 (몰리나)

제작 : (주)악어컴퍼니, (주)극단 단비

 

2015년 11월 7일 첫공 이후 두번째 관람.

두 번을 보니 더 많은 것들이 보인다.

첫번째는 좀 뒷자리여서 배우들의 표정과 동작들을 많이 놓첬었는데

이번에는 두번째 줄이어서 그때의 갈증이 대부분 해소됐다.

덕분에 이 작품이 텍스트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동작과 시선까지도 섬세한 작품이라는걸 절감했다.

캐스팅이 발표됐을때 정문성과 최대훈의 역할이 바뀐것 같다 생각했는데

두 사람의 연기를 보니 문삼화 연출의 의도(?)가 조금 이해됐다.

늘 선 굵은 연기를 했던 최대훈이 몰리나가 가능할까 싶었는데

묘하게도 이명행보다 모성애가 훨씬 더 느껴졌다.

엄마와 함께 살기 위해 교도관과 모종의 계약을 한 몰리나가 

발렌틴을 선택하는 장면은 모성과 모성의 부딪침 같아서 참 짠하고 아프더라.

그리고 영화를 들려줄 때 최대훈 몰리나의 표정과 눈빛은

꿈 꾸는 사람이 보여주는 그런 표정과 눈빛이었다.

정문성 발렌틴은 아픈 연기를 할 때 술취한 느낌이 강하긴 했지만

연기의 강약과 템포, 디테일한 못짓들이 참 좋았다.

특히 몰리나에게 자신의 개인적인 일을 말하기 전에

간수가 엿듣는건 아닌가 싶어 조심하는 표현들은 정말 좋더라.

후반부 장면들은 다 압권이었고

대사 하나 하나가 다 인정사정없이 들이닥쳤다.

슬픔과는 또 다른 묘한 찡함.

 

자, 이제 네가 나한테 약속해!

모든 사람이 널 존중하게 만들겠다고!

그 누구도 널 이용못하게 한다고!

약속해!

절대 네 스스로를 폄하하지 않겠다고!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7. 18. 08:15

<라카지>

원제 : La Cage Aux Folles

일시 : 2012.07.04. ~ 2012.09.04.

장소 : LG아트센터

연출, 각색 : 이지나

음악감독 : 장소영, 김은영

출연 : 정성화, 김다현 (앨빈) / 남경주, 고영빈 (조지)

        이동하, 이창민, 이민호 (장미셀)

        천호진, 윤승원 (에두아르 딩동)

        전수경, 도정주 (마담 딩동)

        김호영, 이지송 (자코브)

        유나영 (자클린) / 임천석 (프란시스)

 

정성화의 세 번째 게이 역할.

참 재미있는 건 <거미여인의 키스> 때도 느낀거지만 전혀 여성스럽지 않은, 상당히 뚝배기스런 외형을 가진 정성화가 게이 역할을 하면 코믹하면서도 묘한 페이소스와 함께 깊은 연민이 느껴진다.

같은 배역에 더블 캐스팅된 김다현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다.

세월에 따라 배도 두둑하게 나오면서 적당히 처지고 

얼굴과 몸 여기저기엔 더이상 화장으로도 감출 수 없는 주름이 늘어나고

주변에 상광없이 자기중심적은 걸판진 수다를 떠는 굳은 심지의 소유자.

이제 여성성보다는 남성성을 더 많이 띄게 되면서 성별이 모호해지는 중년의 끄트머리에 위치한

제 3의 성(姓)을 가진 그들, 아줌마!

외모에서부터 전혀 여성스럽지 않은 정성화의 아줌마 연기는

그래선지 더 측은하고 안스럽다.

 

여장을 한 정성화와 김다현의 모습을 사진으로만 봐도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정성화가 그랬단다.

김다현의 여장한 모습을 보면서 질투를 느꼈다고.

어디 정성화뿐이랴!

한때 꽃다현으로 불릴만큼 아름다운 미모(?)를 자랑했던 김다현을 향한 질투,

아직까지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지나에게 <라카지> 연출을 의뢰했을 때 그녀가 요구한 게 한가지였단다.

앨빈 역은 꼭 정성화가 해야 한다는 조건.

이지나 연출은 어떤 확신을 가지고 배우 정성화를 믿었던걸까?

드랙퀸과 정성화라?

일단 그 조합은 참 암담하고 그림이 안 나온다.

<거미여인의 키스>와 <위험한 상견례>를 봤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낮설다.

 

뮤지컬 <라키지>는 1983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다.

30년 동안 연극, 영화, 뮤지컬로 만들어졌었고

영화는 우리나라에서도 매니아층에서 상당한 호응을 얻기도 했었다.

30년 전에 게이 가정 이야기를 무대에 올렸다?

상당한 용기와 파격이 아닐 수 없다.

직접 목격한 쇼뮤지컬 <라카지>

일단 재미있다!

화려한 볼거리와 다양한 장르의 음악으로 눈과 귀가 즐겁다.

거기가 의외의 감동과 통쾌함도 있다.

출연하느 배우들은 역시 자신의 이름에 걸맞게 잘한다.

심지어 뮤지컬을 처음 한다는 2AM의 이창민조차도 장미셀 역을 너무 능청스럽게 잘한다.

처음이라는 게 거짓말처럼 느껴질 정도로.

그리고 이 작품에서 누구보다 대단한 배우들은 역시 라카지걸들!

(이 건장한 남정네들 진심으로 존경스럽다)

그로테스크한 진한 화장에 하이힐을 신고 화려한 춤을 추는 그들을 보면서 연신 감탄했다.

의상 무게만도 엄청날텐데 대단한 체력이고 대단한 에너지다.

역기를 발에 달고 춤추는 기분이라고 했던가!

보는 관객들은 동남아에서나 볼 수 있는 알카자쇼를(?) 대한민국에서 보는 재미가 솔솔하지만

실제 라카지컬을 하는 남자 배우들은 참 죽을 맛이겠다 싶다. 

(이 남정네들 나보다 더 유연하고 나보다 더 다리 잘 올라간다.)

1막 후반부에 라카지걸들이 보여주는 춤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조그만 새장에서 추는 그로테스크한 춤을 비롯해서

탱고와 캉캉 등 각종 춤을 보여주는데 절로 입이 쩍 벌어진다.

솔직히 내 눈에 알카자쇼보다 더 대단하더라.

알카자쇼에 나오는 사람들은 자신이 여자라고 확고하게 믿는, 트렌스잰더가 대부분이지만 

라카지걸들은 진짜 남자 아닌가!

(뭐 아닐 수도 있겠지만 그건 개인의 취향이니 언급할 필요도 없고...) 

 

2AM 이창민보다 더 놀라웠던 배우는

자코브역의 이지송.

게이스런 연기의 달인 김호영과 더블 캐스팅 된 게 부담스러웠을텐데 너무 잘 어룰렸다.

노래와 연기, 목소리도 어쩜 그렇게 능청스럽고 귀엽던지...

이런 하녀 하나쯤 있으면 인생이 정말 해피할 것 같다.

(갖고 싶다~! 자코브!)

처음엔 이지송이 김호영만큼 배역에 어울릴까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는데

점점 그런 마음을 가졌다는 게 미안해질만큼 너무 멋졌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보면서 가장 매력적이었던 배역이었고 배우였다.

딩동 부부 천호진과 전수경은 출연 분량이 많지는 않고 노래도 거의 없지만

마지막 라카지오폴에서의 모습은 관객들을 들썩이기에 충분했다.

의외의 재미를 주는 이런 역할들 참 매력적이다.

접시 가지고 실랑이 하는 부분은 전수경의 목상태가 안 좋아서 그런지 잘 살지 못했다.

노래도 잘 안 들리고 음도 불안정하고.

그래도 딩동 부인같은 캐릭터는 역시 전수경이 고수다.

조지역의 남경주.

처음이었다.

뮤지컬 배우 남경주의 매력을 이렇게 제대로, 완벽하게 느낀 게.

이상하게도 남경주가 출연하는 작품에서 특별한 감동도 재미도 못느꼈었는데

이 작품은 남경주가 전체적인 무게중심을 잘 잡고 있다는 느낌이다.

남경주가 아니라 조지 그 자체로 느껴졌다.

제작발표회때 남경주가 그랬다지?

"김다현은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정성화는 결심이 좀 필요할 것 같다"고...

그런데 무대 위에서 마담 자자를 바라보는 눈빛은 정말 사랑이 담긴 그런 눈빛이었다.

섬세했고 다정했고 그리고 깊이가 있었다.

출연 분량이 상당한데 시종일관 흐름을 잘 잡고 노래와 춤도 훌륭했다.

이래서 남경주 남경주 하는구나 비로소 제대로 느꼈다.

그래서 <시카고>의 남경주는 또 어떤 모습일까가 좀 궁금해져버렸다.

남경주와 최정원은 참 나랑 안 맞는 뮤지컬배우들이라고 생각했는데...

 

<라카지>를 보면서 세 명의 배우에게 놀란 셈인가?

이창민, 이지송, 남경주.

아니지, 환상적인 라카지걸들을 빼놓으면 절대 안되지!

뮤지컬 넘버들도 참 좋았고

특히 정성화가 부르는 넘버들은 확실히 애틋하고 특별하다.
여러 버전으로 나오는 "I am What I am"은 각 버전들마다 다 매력적이고

여성적으로 보이려고 애쓰지 않으면서 자기 소리에서 최선의 앨빈으로 노래하는 정성화의 모습은

세상의 어떤 여자보다 아름답고 우아했다.

극명하게 대비되는 외면과 내면의 오버랩은

이지나 연출이 그렇게 강력하게 정성화를 원했던 이유를 조금 이해하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울컥하고 애잔했던 넘버는,

남경주가 아내 앨빈을 보면서 아들에게 부르는 "Look over there".

남경주의 감정표현이 정말 훌륭했다. 

 

이런 류의 쇼뮤지컬.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이 작품은 꽤 괜찮았다.

아팠고 애잔했고 즐거웠고 아름다웠다.

라카지오폴의 새들은 멋지게 울었다.

이제 울음을 그치고 멀리 날아올라도 되겠다.

 

<La Cage>

 

1. prelude

2. We Are What We Are

3. A Little More Mascara

4. With Anne n My Arm

5. With You On My Arm

6. Tonight of All Nights?

7. Song On The Sand (La Da Da Da)

8. La Cage Aux Folles

9. What I Failed to Tell You

10. I Am What I Am

11. Song On The Sand

12. If YOu Wish to Attend

10, Maculinity

11. Look Over There

12. Coktail Counterpoint

13. The Best Of Times

14. Look Over There

15. The Finale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4. 7. 06:29


지난 달에 정성화 몰리나와 최재웅 발렌틴 페어를 보고
박은태 몰리나와 김승대 발렌틴이 궁금했다.
항간의 소문에 의하면,
박은태가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해서 기대가 되기도 했고...
일단 외형적으로는 아주 적절한 비쥬얼과 싱크로율이 나오겠다 싶었다.
정성화 몰리나는 여성스럽지 못한 외모와 체격때문에
어쩐지 측은하고 안스럽긴 했지만
군데군데 코믹하다는 느낌을 너무 많이 받았었다.
최재웅의 발렌틴은 역시나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고...
(이 사람 다시 <헤드윅>을 한단다. 또 다시 말근육을 드러내는 쫄바지를 입고서...^^)
늘 생각하고 느끼는 거지만 최재웅은 정말 좋은 톤을 가진 배우다.


박은태의 몰리나...
어쩜 그렇게 여자일 수 있을까?
여성적인 게 아니라 박은태는 그대로 여자의 모습이었다.
다소곳이 다리를 한쪽으로 꼬고 앉아 있던 모습이며
그 가려린 손끝의 움직임과
새초롬한 얼굴 표정과 말투에 담기는 여성 특유의 뉘앙스...
그의 모습을 보고 누군가는 심각하게 그가 게이가 아닐까를 의심했다는데
직접 눈으로 보고 난 뒤에 그 심정이 이해가 된다.
그리고 솔직히 왠만한 여자보다 그의 몸이 드러내는 선은 확실히 곱다.
무대를 채우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이 작품을 위해 박은태라는 배우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는지 느껴져 찡했다.
노래 잘하는 가수 출신 뮤지컬 배우였는데
이제 정말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그래서 그의 몰리나가 더 아름답게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김승대 발렌틴.
최재웅을 먼저 봐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발렌틴을 완벽히 소화하기엔 그는 여러가지로 어려보인다.
외모도 그렇고, 연기도 그렇고, 표정도 그렇고...
혼자 자꾸 비장해지려 하는게 관객들으리 충분히 끌고가지 못해 안타까웠다.
그러나 어찌됐든 무대 위에서 정말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배우 중에 한 명이다.
언젠가 배우 김승대에게 결정적인 터닝 포인트가 찾아온다면
그의 무대는 지금과는 확실히 달라질 거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무대는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채워지지 못하는 부분이 분명 있는 것 같다.
언젠가 그에게도 그런 날이 오겠지!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김승대와 박은태의 조합은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고 불편한 느낌이다.
딱히 과장되거나 함부러 하는 것도 아닌데 묘하게도 시너지 효과가 일어나지 않는다.
다른 작품 속의 주인공을 한 무대 위에서 우연히 보는 것 같은 난감함!
이 정체불명의 난감함때문에 많이 고민되더라.
박은태의 아우라 때문이었나?
무대에 두 사람이 대사를 주고 받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시선은 계속 박은태 몰리나에게만 고정된다.
발렌틴이 교도소장처럼 목소리만 등장하는 인물처럼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다.
그래서 마지막 부분에 발렌틴의 독백으로만 채워지는 부분이
어쩐지 느슨하게 느껴졌다.
베일에 가려진 인물의 느닷없는 등장이 주는 당혹감이랄까?
암튼 난... 그랬다.



개인적으로 최재웅 발렌틴, 박은태 몰리나 페어가 꽤 궁금하다.
왠지 그림만으로도 싱크로율이 100% 일 것 같아서...
아! 한 가지만 더!
박은태가 몰리나를 조금 더 도도하게 표현했으면 하는 바람!
고민끝에 일부러 설정한 것 같긴 한데
대사 마지막을 묘하게 올렸다 내리는 톤은 좀 마음에 안든다.
진짜 여자는 그렇게 안한다.
정말 ^^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3. 11. 06:02


<거미여인의 키스>

일시 : 2011.02.11. ~ 2011.04.24.
장소 : 대학로 아트원 씨어터 1관
출연 : 정성화, 박은태 (몰리나) 
         최재웅, 김승대 (발렌틴)
연출 : 이지나
원작 : 마누엘 푸익


"무대가 좋다" 시리즈 일곱 번째 작품 <거미여인의 키스>가 드디어 무대위에 올랐다.
지난해 각종 뮤지컬 시상식에서 <영웅>으로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정성화의 연극 데뷔작이기도 하다.
정성화가 게이 역을?
미안하지만 솔직히 비쥬얼상으로는 좀 많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반면 몰리나 역에 더블 캐스팅된 박은태 역시도 연극 데뷔작이긴한데 그의 게이 역은 괜찮아 보인다.
가녀리고 야리야리한 이미지가 강한 편이라서...

정성화의 몰리나?
다른 역할도 아니고 민족의 영웅 "안중근"이었던 사람이 아닌가?
물론 드라마 "개인의 취향"을 언급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그런척을 하는거고 이 작품에서 몰리나는 스스로를 완전히 여자라고 생각하는 캐릭터다.
어쩌면 정성화를 캐스팅하면서 이런 반전효과를 일부러 노렸던 건 아닐까?,
거기다기 <헤드윅>과 <쓰릴미>로 동성애 연기 전문배우(?)라고 할 수 있는 최재웅과 페어를 이룬다?
일단 관객을 흡입할 수 있는 필요충분조건은 충분히 갖췄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그들의 조합은 성공적인 티켓 파워를 보여주고 있다.
아마도 "무대가 좋다" 최고의 흥행작이자 최대의 수입작이 되지 않을까?
다른 시리즈에 비하면 공연기간도 짧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정성화 몰리나와 최재웅 발렌틴.
개인적으로 최재웅의 발렌틴에 기대가 많이 됐다.
그의 대사톤과 표정을 나는 심하게 좋아하기에...
특히 작품 속에서 그가 "아니!"라는 대사를 하게되면 그 느낌이 참 묘하다.
단순한 이 단어가 이상하게도 그대로 가슴에 꽃힌다.
<거미여인의 키스>에서 반정부혁명가 발렌틴의 대사에도 "아니!" 라는 단어가 적쟎게 등장한다.
솔직히 그걸 누가 알아채기나 하겠는가 말이다만,
아무튼 나는 그가 "아니!" 라는 대사를 할 때가 참 좋다.
(사람들이 그러겠다. 참 이상한 사람이야.... )



공연을 보기 전에 일부러 마누엘 푸익의 <거미여인의 키스> 원작을 읽었다.
뒷부분의 보고서 부분 약간을 제외하고는 100% 대사로 구성된 작품이다.
원작은...
아주 매력적이었다.
솔직히 이 연극이 원작을 따라오기에는 확실히 부족하다.
연극은 "사랑"에 촛점이 맞춰진 것 같은데
원작은 "이해"의 부분에 더 촛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다.
어디까지나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빌라 데보토 감옥 D동 7호실.
동일한 두 곳을 나는 지금 약간은 다른 두 곳으로 이해하는 중이다.
원작을 읽으면서 나 역시도 묘하게 위험에서 벗어났다는 느낌을 공유했다.
따지고보면 그들은 언제나 위험한 상황에 소위 던져진 사람들인데...
"결코라는 말이 얼마나 무서운 말인지 이제야 알겠어"
연그에서는 없었지만 원작에서 내 눈을 사로잡았던 대사다.
두 주인공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 대사라고 생각했었는데...
(연극 대사에 있었는데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건가???)




몰리나가 끝없이 이야기하는 영화들!
원작에서는 4편의 영화가 등장하고 연극에서는 "표범여인" 영화만 나온다.
이 많은 영화를 어떻게 다 말할까 걱정했는데 역시나 기우였다.
만약에 원작대로 했다면 아마도 산만하지 않았을까 싶다.
최재웅의 연기는...
엔딩부분이 너무 감상적이었던 걸 제외하면 역시나 괜찮았다.
개인적으로 엔딩부분은 참 맘에 안 든다.
뭐랄까. 좀 천박하다는 느낌이랄까?
그림자로 보여지는 두 사람의 성행위를 말하는 게 아니라
발렌틴에 의해 너무 자세하게 설명되는 몰리나의 최후가...
원작에서는 발렌틴이 몰리나의 죽음을 알았을까?
나는 아니었을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언제까지나 발렌틴에겐 몰리나가 살아있는 거미여인으로 남겨지지 않았을까?
그게 몰리나의 소원이기도 했으니까...
"난 너와 함께 남아 있고 싶어. 지금 내 단 한 가지 소원은 너와 함께 있는 거야"



정성화의 몰리나는 너무 과하게 코믹했던 것 같다.
그가 머리에 두건을 쓰고 나와 털퍼덕 바닥에 주저앉으면
찜질방에 퍼져있는 아줌마 같은 느낌이 들어 자꾸 웃음이 났다.
나름대로 역할에 몰입하고 있고 감정표현도 좋은데 어쩐지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그래서 박은태의 몰리나가 지금 상당히 궁금해졌다.
(4월 3일에 박은태, 김승태 페어를 예매했다.)
개인적으로 박은태, 최재웅이 만나면 괜찮은 작품이 나올 것 같다.
(이 둘의 조합이 있긴 한데 보게 될지는 아직 모르겠다...)
자신을 완벽하게 여자라고 생각하는 몰리나를
볼록하고 후덕한 정성화의 모습으로 보는 건 일종의 비극이었다.
외형적인 걸 말하는 게 맞긴 한데 좀 다른 의미로...
아름답고 매력적은 여성의 모습이 아닌 소위 아줌마 몸매의 몰리나.
그래서 정성화 몰리나의 코믹한 모습이 더 비극적으로 보여졌는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면,
이 작품에 대해서 아직 생각이 다 정리된 건 아니라서
참 두서없는 글이 되고 말았다. (*^^*)

 

참!
무대의 느낌은 참 좋더라.
전형적인 감옥의 모습을 생각했는데 의외였다.
사실 상당히 괜찮더라.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