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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7.27 자고 일어났더니...
  2. 2009.04.13 달동네 책거리 40 : <1만 시간동안의 남미>
그냥 끄적 끄적...2011. 7. 27. 06:32

가고 일어났더니 물난리가 났다.
밤새 계속 내리 붓더니 춘천에서 급기야 사단이 났다.
밤 12시10분쯤에 강원 춘천시 신북읍 천전리에서 산사태가 발생했단다.
서울서 봉사활동을 온 대학생들이 민박집이랑 팬션 3곳에 투숙했는데 변을 당했다.
투숙객 40여명이 매몰됐고 
현재까지 6명이 숨지고 26명이 다쳤다.
중상자 가운데서도 위독한 사람이 있는 상태라 사망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단다.
지금 속초. 고성. 양양 산간과 화천. 춘천. 양구. 인제 등에 호우경보가 발효 중이며
철원과 홍천에는 호우주의보가 발효 중이다.
서울도 수그러들 기세가 없이 맹렬히 쏟아지는 비로 
호우특보가 발생된 상태다.
밤 사이에 침수, 침몰된 지역들이 속속들이 생기고 있다.
오수투껑이 열려 명동도 물난리가 났고, 오수역도 침수가 됐다.
덕수궁 대한문 앞 도로도 물에 잠겼단다.
강남순환도로는 낙뢰로 다이너마이트가 폭파돼 작업자가 숨졌다.
온갖 뉴스로 이미 불안해질데로 불안한 마음인데
쏟아지는 비때문에 공포감의 수위 역시 맹렬하게 올라간다.
(빗소리가 이렇게 야만적으로 들릴줄이야...)
천둥, 번개를 동반한 엄청난 폭우!



맹렬하고 굉폭한 야생동물처럼 쏟아지는 이 비는
현재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다.
천재지변이라는 자연의 이유있는 폭력 앞에서
인간은 얼마나 치명적이고 초라한 존재인가!
give & take의 철저하고 비정한 자본주의 법칙의 되먹임 현상이라니...
서울은 지금.
일방적인 쏟아지고 있는 물폭탄으로 인해 현재 전쟁터를 방불케한다.
부디 이 비(雨)가 또 다른 비가(悲歌)가 되지 않기를...

엄청난 대규모 병력의 우마(雨魔)의 전장(戰場) 속으로
사람들은 또 다시 징병(徵兵)되어 출사한다.
다들 오늘 하루 건승(健勝)하시길...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4. 13. 22:08
  <1만 시간 동안의 남미1,2,3> - 박민우


1만 시간 동안의 남미

 
봄이 되니까 자꾸 바람나려고 하지 않으세요?
이러다간 아무래도 옆구리에 날개라도 돋지 않을까 싶으신 분, 일상을 버리고 훌쩍 내가 모르는 어떤 곳으로 떠나고 싶으신 분, 여기 아닌 다른 곳이라면 어디라도 환영인 분, 급기야 누가 나를 유괴(이 나이에 꿈도 야무지게....)라도 해서 딴 곳에 데려다 준다면....을 꿈꾸고 계신 분...
봄의 신기루에 온 몸이 나른하신 분들 많으시죠?
떠나면 모든 게 다 괜찮을 것 같은 마음...
오늘은 그 마음을 한번 따라가보려구요.
사람의 오감을 자극하는 여행서는,
지친 일상의 활력소가 되어 주기도 합니다.
물론 어설픈 여행서는 허황된 환상을 심어주는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시키기도 하죠(아시죠? “사진과 실물은 다를 수 있습니다”..... 여행서를 보면 전 항상 이 문구가 떠오르거든요 ^^)

쌈바와 화려한 축제의 유토피아, 남미!
그 환상의 나라들을 말 그대로 찌질하고 궁상맞게 여행하고 있는 한 남자가 있습니다.
사람이 이렇게까지 운이 없을 수 있을까 싶게 가는 곳마다 속고, 물건을 잃어버리고, 차를 놓치고, 어찌어찌하여 싸구려 골방같은 숙소로만 그것도 겨우 전전하죠.
책을 쓴 작가 박민우.
그가 14달 동안 남미의 구석구석을 여행이 아니라 방랑하면서 겪은 살아있는 날 것들을 그대로 엮은 책입니다.
찌질한 자의 생동감이라니...
그런데 그게 아주 신선하고 그리고 진심으로 부럽기까지 하다는 겁니다.
코에 바람을 넣는 것도 모자라 이젠 아예 온 몸을 들썩이게 만드네요.
뭐 얼마나 대단한 여행서라고 세 권씩이나?????
남미 한 번 여행한 걸로 본전 한번 제대로 뽑으시네~~
처음엔 내가 못 가 본(가 본 곳도 변변찮지만...) 나라를 여행한 운 좋은 사람에게 보내는 개인적인 빈정상함과 부러움의 시선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면 시기심은 점점 사라지고 혼자 깔깔대며 박장대소하게 되죠.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더불어 신선합니다.
remarkable!
딱 그래요.
어느 틈에 속편을 열렬히 기대하게까지 만들었으니 이 책, 물건임엔 틀림없습니다.
카피라이터, 기자, 시나리오 작가, 앵커 등 다양한 이력을 가진 박민우는 보헤미안 기질이 다분해 보입니다(그러나 이 사람 “완소남” 혹은 “엄친아”는 결코 아닙니다. 그러기엔 확실히 80% 정도 부족하죠... 약간(?)의 하자가....^^)
이 사람, 여행의 시작부터 왜 이럴까요?
체격만큼이나 부실하다 못해 덜렁대는 성격덕분에 여권을 고이 집에 두고 출발합니다.
결국 호된 신고식이 기다리게 되죠.
그런 그가 감히 말합니다.
“아무리 좋고 좋아도 떠남의 설렘만 못하다“.
이런 상황에선 설득력이 좀 없어 보이긴 하지만, 누군들 그러지 않겠습니까? 변종 돌연변이라 할지라도 나그네의 유전자가 발현되기를 저 역시도 간절히 갈망하고 있는데...
가끔 생각합니다.
여행을 소망하면서 쉽게 이루지 못하는 건,
시간 때문인지 아니면 금전 때문인지 아니면 두려움 때문인지...
모든 걸 뒤로 하고 떠나는 이 남자의 맘 속 자유가 그래서 전 참 좋습니다(그래도 여권까지 뒤로 하고 떠나는 건 아무래도 좀..... ^^;;)
하지만 뭐 좀 어긋나면 어때요?
처음부터 발목을 붙잡고 있는 것보단 그래도 훨씬 나은 선택 아닌가요?

낮선 곳의 화려한 눈요깃거리들을 소개한다거나, 맛있고 고급스런 혹은 그 나라의 대표적인 민속음식을 소개한다거나 멋진 숙소를 구경하게 될 거란 기대는 이 책에선 버리세요.
대신 우리는 사람을 만나게 될 겁니다.
까만 피부에 초롱한 눈을 가진 맑은 아이같은 사람, 푸짐한 살집에 더 푸짐한 인정을 가진 사람, 그리고 기꺼이 찌질한 여행자를 구원(?)해주는 그때그때 상황에 또 적절하게 등장해주는 멋진 흑기사들을 말이죠.
괜히 저 역시도 함께 손잡고 싶어지는 사람들...
이 사람도 고백하고 있네요.
“여행 중 최고는 사람을 향해 가는 여행이다. 거대한 산맥보다 더 장엄하고, 한낮에 퍼붓는 소나기보다 더 예측하기 힘들다”라고요...
Timing!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주는 것에도 타이밍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멈칫거리면 이미 늦는다고, 생각하고 주저하는 시간은 짧지만, 늦음으로 인한 후회는 너무 길다고...
이 여행서는 재미와 함께 순간순간 이 남자의 단상들이 나올 때면 가슴이 서늘할 정도로 섬뜩해집니다. 그러나 그 섬뜩함은 공포에서 비롯된 것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3권의 책을 전부 읽고 나면,
이 사람 왠지 한번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왠지 사람을 낯설게 대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핸드 드립 커피”
같은 커피를 가지고도 바리스타에 따라, 물의 온도, 핸드 드립의 높이, 그리고 드립 방식에 따라 맛과 향이 천차만별이 되는 커피.
우습게 들릴지 모르지만 작가가 꼭 이 핸드 드립 커피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쩐지 나를 만나면 내게 적절한 향과 맛으로 이야기할 것 같은 사람.
이런 느낌을 주는 책이라면,
이 책으로의 여행도 꽤 괜찮은 여행이 아닐까요?

근거 없는 자신감도 자신감이라고 하네요. 헛된 자신감으로 돌아오는 부작용보다는, 그 자신감에서 발산되는 무한한 용기와 추진력을 믿으라고.
비록 사실이 아닐지라도, 그 자신감이 과장되었을지라도 없는 것보다는 있는 편이 사람을 훨씬 다부지게 만든다네요.
여행의 매력은... 그래요.
모르는 무언가에, 모르는 누군가에게 조금씩 물들어가면서 결국 “함께”를 얻을 수 있게 된다는 거, 그 약속할 수 없는 “함께”가 때로는 그 무엇보다도 더 견고하고 든든한 이유가 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는 거.
그래서 사람들은 기꺼이 또 다시 길 위에서 짐을 꾸리게 되나봅니다.
거침없이 다가가기 위해서요.
길을 모르면 어떻고, 길을 잃으면 어떻겠습니까?
모르면 물어보면 될 것이고, 잃었으면 되돌아가 처음부터 다시 찾아가면 될테니까요.
늦어지면, 까짓것 내가 너무 치열하게 헤맸다고 고백해버리는 거죠.
생각해보세요.
사실, 땅에서 발이 떨어지는 모든 순간이 “여행”의 시작입니다.
어때요? 이젠 떠날 준비가 다 되셨나요?
그렇다면 건승하세요.
그리고 돌아와 제게 이야기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모든 순간  “함께”였다고....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