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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8.23 국회의사당 분향소 (2009.08.22.)
  2. 2008.12.01 달동네 책거리 6 : <황금 물고기>
보고 끄적 끄적...2009. 8. 23. 16:57
2009. 08.22. 토요일 늦은 저녁
고 김대중 대통령 영결식 준비로 바쁜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다녀오다.
85년 생을 남겨두고 영면으로 들어간 김대중 대통령의
세상에서의 마지막 밤.
부끄러운 두 손이지만
그 마지막에 꽃 한송이 함께 하고 싶었기에....



입구에서 부터 시작되는 길고 긴 조문행렬
울컥, 서러움이 밀려온다.
이 길이 마지막 길이겠구나....



저 영정 뒤에 당신의 실제 몸이 안치되어 있다니...
작은 꽃 한 송이의 무게가
마치 세계를 짊어지고 있는 것 처럼
아프고 저리고 그리고 버겁다.



나도 모르게 느껴지는 현 정권에 대한 분노.
노무현 대통령을 그렇게 보내지 않았다면
지금보다는 더 오랫동안
이 땅에 계셨을 김대중 대통령.
그 부분의 통곡이 내내 머릿속에 떠나지 않는다.



기억하는 사람들이 남긴 모든 말들.
하나하나 그분이 다 기억할 수 있다면....



하나하나 사진을 쓰다듬는 사람들의 손길
누구의 손이라도 보듬아 안아
서럽게 서럽게
함께 쓰다듬고 싶었다.



뒤로 두고... 뒤로 두고....
이제 떠나야 하는 그 분의 마음도
지금 우리 같을까?



영결식을 준비하는 사람들.
어둠만 앉아 있는 텅 빈 의자들.
그리고 끝이 보이지 않던 사람들의 행렬.
이제부터 우리는
다시 어디부터 기억해야만 하나.......


<당신은 우리입니다>

                       - 고 은

당신은 민주주의입니다.
어둠의 날들
몰아치는 눈보라 견디고 피어나는 의지입니다.
몇 번이나 죽음의 마루턱
몇 번이나 그 마루턱 넘어
다시 일어서는 목숨의 승리입니다.

아 당신은 우리들의 자유입니다. 우리입니다.

당신은 민족통일입니다.
미움의 세월
서로 겨눈 총뿌리 거두고 부르는 노래입니다.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것
그 누구도 바라마지 않는 것
마구 달려오는 하나의 산천입니다.

아 당신은 우리들의 평화입니다. 우리입니다.

당신은 이제 세계입니다.
외딴 섬 아기
자라나서 겨레의 지도자 겨레 밖의 교사입니다.
당신의 고난 당신의 오랜 꿈

지구의 방방곡곡 떠돌아
당신의 이름은 세계의 이름입니다.

아 당신은 우리들의 내일입니다. 우리입니다.


이제 가소서 길고 긴 서사시 두고 가소서.
 
 

현충원,
이제 땅으로 돌아가는 김대중 대통령!
그분의 유지대로
화해와 용서의 정신,
평화를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행동하는 양심이
이 사회를 지키는 유일한 버팀목이 되어 주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부디 편히 쉬소서.....
감히 바랄 수 있는 건 이것뿐입니다
............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8. 12. 1. 05:56

<황금 물고기> -르 클레지오


황금 물고기

 

르 클레지오...

우리나라 시인 고은과 함께 2008년 올 해 노벨 문학상 후보에 올랐던 작가 중 한 명입니다.

그리고 그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구요...

생존한 작가 중 가장 아름다운 프랑스어를 구사하는 작가로 꼽힌다고 하는데, 단지 이 책 한권으로 그 평가를 절감했습니다.(번역된 문체도 이렇게 아름다운데 원문은 얼마나 아름다울지 좀 아찔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던 그는 최근(2008년 9월)까지도 이화여대 번역대학원 교환교수로 한국에 들어와 1년간 학생들을 가르쳤다고 합니다.

2001년에는 화순 운주사를 방문한 후엔 “운주사, 가을비”란 시도 발표했을 만큼 한국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고 하네요.

일단, 르 클레지오.... 천재 맞습니다.

23세의 나이에 쓴 첫 소설 <조서>로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인 르노도상을 수상하며 그야말로 화려하게 등단해서 <황금물고기>, <섬>,  <사막>,  <혁명>, <우연> 등 숱한 화제작들을  발표했습니다.

“끊임없이 다른 문명에 대해 호기심과 애정이 있는 작가”라는 언급도 있네요.

노벨상 수상이 확정된 후 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상을 받는다는 건 시간을 얻는다는 걸 의미한다...“고.

잠시 이 말의 의미를 생각해 봤습니다.

이미 68세의 지긋한 작가가 시간을 얻었다고 말할 수 있다는 건...

작가로서 글을 쓰는 작업에 대한 책임감과 글이라는 것이 주는 문학적, 사회적 의무감에 대한 질책이 아닐 런지...


<황금 물고기>

그리 긴 분량은 아니지만 대서사에 해당하는 인간사가 들어 있습니다.

그것도 하얀 얼굴에 파란 눈을 가진 프랑스인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까만 아프리카 흑인 계집아이의 인생사죠.


"오, 작은 물고기여, 작은 황금 물고기여, 조심하라!

세상에는 너를 노리는 올가미와 그물이 수없이 많으니."


물고기처럼 순진무구한 천진성과 강한 생명력을 지닌 흑인 소녀 라일라는 어느날 본향에서 인신 매매범들에게 의해 납치됩니다.

7살 유괴 돼 아랍으로 팔린 아이의 인생은 다 자란 어른의 인생이 될 때까지도 그야말로 끝없는 떠돔과 예기치 않은 불시착(?)의 연속이죠.

“돌아갈 곳이 있는 사람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귀로, 혹은 귀향의 모티브는 하다못해 그 사람의 뒷모습마저도 아름답게 만듭니다.

왜냐하면 목적지를 향한 발걸음은 적어도 길을 잃고 흔들리진  않을 테니까요.

책을 읽는 내내 어린 흑진주 라일라가 흔적을 지우는 건 아닌지 걱정됐습니다.

끝없는 도망과 탈출의 중간에 라일라는 지하철 거리의 가수 시몬느에 집에 가게 됩니다.

“너도 나와 같은 신세구나, 라일라, 우리는 우리가 누구인지 몰라. 우리 몸이 우리 것이 아닌 거야”

그때 문득 그녀는 알게 됩니다.

왜 그녀들이 서로 닮았는지를...

그들이 자신의 육체를 가지지 못한 건, 항상 타인들에 의해 그들의 운명이 결정됐기 때문에라는 것을.


끝없이 떠돌던 그녀를 구원한 건 그녀의 고백처럼 “음악”이었습니다.

그녀는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부르면서 그녀와 함께 했던 모든 사람들의 이름으로 자신이 노래하고 있다는 걸 깨닫습니다.

그녀, 라일라가 진정으로 자유로워지는 시점이죠.

“이제 나는 자유로우며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그녀는 말합니다.

그리고 오래 전 그녀가 처음 유괴됐던 그 본향에 도착합니다.

이제 다시 그녀가 떠돌아다닐 일은 없겠죠?

그런데... 어쩐지 저는...

그녀가 이제 본격적으로 떠돌게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렇지만 그 떠돔의 내면엔 이젠 평안함이 함께 할 것 같아 가슴을 쓸어 내리게 됩니다.


이 책을 읽어 가면서,

“다름”에 대한 이해가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색의 다름, 성별의 다름, 지역의 다름, 그리고 개인의 다름까지...

“다름”의 본질은 인정이나 이해의 측면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누군가의 삶을 다르다는 이유에 빗대 우리가 어떻게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요???

온전히가 아니라 그 일부라도 이해할 수 있다고 정말 말할 수 있을까요?

백인 성인 남성 작가가 쓴 흑인 여자 아이의 이야기...

백인과 흑인 두 사람의 손을 양 쪽으로 꼭 잡고 황인족인 나 또한 그 길 위를 함께 걷는 느낌입니다....

어쩐지,

평화롭네요. ^^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