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7. 11. 23. 09:25

이건 내 개인적인 컬렉션.

클림트, 에콘 쉴레, 고흐, 뭉크, 코코슈카...

내가 좋아하는 화가들의 그림을, 그것도 진품을 직접 본다는게 신기하고 미치게 좋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사진촬영을 못했는데

이제는 허용된다.

게다가 사람들도 많지 않아 마음에 드는 그림 앞에 혼자 서있기도 했다.

행복했다. 진심으로...

그림 자체도 황홀하지만 

그림을 감싸고 있는 액자와 그 액자가 걸려있는 벽, 그리고 조명까지...

전체적인 색의 균형이 아주 절묘하다.

마치 모든 그림을 살아 숨쉬게 하려고 최선을 다하는것 같다.

이 느낌, 이 감정, 도대체 뭐지?

자주 뭉클했고 그래서 자주 멈췄다. 

 

보고 또 보고...

머릿속에, 가슴 속에 담긴

오랜 슬픔같은, 짧은 환희같은 그림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10. 24. 00:21

<에릭 사티>

일시 : 2011.09.30 ~2011.10.02. 
장소 : 대학로 문화공간 필링 1관(구 이다 1관)
출연 : 박호산(박정환), 이주광, 한성식, 이태린, 김용호 외


음악극 <에릭 사티>
공교롭게도 이 작품을 볼 때 나는 항창 고흐와 태오의 편지를 읽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절망적으로 아름답고 비참할만큼 가련하게...
고흐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림이 자신을 완전히 지배해 결국 자살로 이끌것이라는 걸.
고흐는 자신의 편지글처럼 격렬했다. 더 이상 격렬할 수 없을만큼.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은 감상적이고 우울한 것이 아니라 뿌리 깊은 고뇌다. 정말 격렬하게 고뇌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의 경지에 이르고 싶다. 나의 모든 것을 바쳐서 그런 경지에 이르고 싶다."
그리고 고흐는 실제로 그랬다.
고흐는 그림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걸었다.

그로 인해 고흐의 이성은 처음엔 반쯤 망가졌고 종국엔 온전히 망가졌다.
고통스럽게 그러나 기꺼이...

예술은...
질투가 심하다.
그래서 잠깐이라도 한 눈 파는 것을 절대로 용서하지 않는다.
고흐처럼 시대를 앞서갔던 에릭 사티(Erik Satie, 1866~1925).
"짐노페디"와 "그로시엔" 등의 작품을 남긴 프랑스 작곡가 에릭 사티는
클래식 음악의 아카데미즘에 반발해서 선율과 리듬이 단순한 곳을 만들어 "서양 고전음악의 기인"으로 불렸다.
"낡은 시대에 너무 일찍 세상에 온 사람...“
축복과 불행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안산문화예술의 전당 자체 창작극.
안산에서 짧은 공연을 하고 다시 서울 대학로에 넘어와 역시 짧게 공연됐다.
제작진도 탄탄하고 출연진도 탄탄한 작품.
물론 창작에 초연이라 아직 부족한 부분들이 보이긴 하지만
꽤나 용감하고 신선한 도전이고 출발이다.
에릭 사티 역의 박호산(박정환)은 본인에게 잘 어울리는 역할을 맡았고
인물설정도 무난하게 잘 한 것 같다.
특히나 목소리톤과 불안한 시선, 손짓 발짓의 움직임은
다시 한 번 박호산 배우의 섬세함을 절감하게 한다.
극도의 섬세함이 아닌 감정을 아우르는 묘한 섬세함.
박호산의 장점이 두드러지는 작품이다.
다만 극의 말미의 정신 착란류의 연기가 더 강렬했으면 하는 바람이...
너무 유약하게 표현된 것 같아 아쉽다.
1인 다역의 한성식은 다소 무겁고 어려울 수 있는 작품을 유머러스하게 만들어준다.
위대한 조연의 활약이 극을 어떻게 매력적으로 만들 수 있는지 느끼게 한다.
토미역의 이주광.
감정표현이 어느 부분에서는 지나치게 과하게 나타난다.
예술가의 광기를 표현한 것이겠지만 정당해보이지 않고 오히려 어리광처럼 보여졌다.
노래도 몇 군데 흔들렸고...

 

천재 작곡가 에릭 사티!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그를 이렇게 살려냈다는 게 참 대단하다.
전혀 몰랐던 인물을 만나는 행운!
이것 자체가 inspiration은 아닐까?
영화감독을 꿈꾸는 토미의 예기치 않는 시간여행!
100년 전 사티를 만나서 자신의 예술적 영감을 찾아가는 여정은
현실성 운운을 떠나서 흥미롭고 신선했다.
"시간여행"아리는 테마 속에 인물과 의도한 내용이 묻히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나쁘지 않은 작품이 탄생됐다.
달의 저편(dark side of the moon).
새로운 걸 원한다면,
남들이 보지 못한 다른 곳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달의 저편을 봤다면 확신을 가져야 한다.
에펠탑이 무너지고 몽마르트 언덕에 화산이 폭발한다해도 부정하지 못할 확신!
에릭 사티!
용감한 작품을 보면서
나는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고 있는
그러나 너무나 편안한 한 인물을 봤다.
고흐가 말이 오버랩된다.
"내 전 생애가 그림 그리는 노력으로 일관되어야 하고
 생의 마지막에는 진정으로 살아본 적이 없다는 느낌을 받게 될 것 같다."
고통은 ...
광기보다 강하다.



터키여행 후 1달만에 본 공연.
살 것 같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1. 9. 30. 05:37
젤베 박물관을 나와서 이동한 곳은 데브렌트 계곡.
돌무쉬타기도 어렵고 차편도 거의 없다고해서 못가겠구나 생각했는데  
협상의 달인(?)인 언니 덕분에 택시를 타고 저렴하고 편하게 도착했다.
처음엔 택시요금을 30~40TL 불렀던 것 같은데
언니의 멋진 협상으로 5명이서 3TL씩 15TL 내고 탔다.
(정말 듣던대로 처음 가격에서 일단 반은 깎고 시작해야 되는게 맞나보다.)
데브렌트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했는데
택시에서 내렸더니 황량한 곳이라 좀 당황했다.
유명한 "낙타바위" 하나 덩그라니 놓여있고 다른 시설은 전무했다.
낙타바위 건너편에 로컬 기념품점이 있긴 하지만
그냥 차타고 지나가다 길 한 편에 잠시 내려서 낙타바위를 보는 게 전부.
(그런데 바위는 신기하게도 정말 낙타같더다,)
데브렌트는 '상상력의 계곡'이라는 뜻이란다.
이곳에 있는 바위들이 보는 사람의 상상에 따라 달라 보이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라고.



낙타바위를 본 후 다시 협상의 달인 덕에 택시를 타고 이동한 차우신 올드 빌리지
(5명이 각각 4TL씩 냈다)
언니 아니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진짜 택시는 아니었고 데브란트의 로컬 기념품 아저씨가 자기 차로 영업(?) 하셨다.
터키에서 한국에서도 못 타본 자가용택시를 탄 셈 ^^
도착해서 들어간 곳은 "world of kebeb"이라는 좀 거한 이름을 가진 음식점.
그런데 이곳이 우리에게 소위 말하는 대박의 기억을 안겨줬다.
치킨 케밥을 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주인장의 소신(?)으로 다른 케밥이 나왔지만
음식도 괜찮았고 빵도 맛있었고 특히 직접 만들었다는 요커트는 환상적이었다.
거기다가 주인 아저씨가 만도린 비슷한 악기를 들고 오셔서 직접 노래도 몇 곡 불러주시고...
연주와 노래하는 아저씨 표정이 정말 행복해보였다.
터키어와 영어를 대충대충 섞어서 말씀하시던 아저씨!
그래도 어느 정도 알아들으면서 서로 공감하고 이야기했다는 게 신기하고도 재미있다.
나중에 또 오라고 명함까지 주셨다.
다시 카파도키아에 가게 된다면 잊지 말고 꼭 찾아가고 싶은 곳!
(그때도 노래 불러주실라나...)



든든히 밥을 먹고 차우신 올드 빌리지(Cavusin Old Vilage)를 올라가기 시작한 우리들.
역시나, 당연히, 구멍이 숭숭 뚫려있는 돌산이다.
차우신 올드 빌리지는 산에 만들어진 동굴 마을로
거대한 바위를 파서 산 전체를 마을로 만들었단다.
꼭대기에 올라가면 전망이 좋다는데
현지인이 우리에게 길을 이상하게 알려줘는지 올라가다보니 길이 덜컥 끊겼다.
(제대로 알려줬는데 우리가 이상하게 이해했는지도...)
그래도 정상이 아닌 곳에서 내려다본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오래된 동굴집과 반대편에 펼쳐진 현대식 건물들과의 대비와 조화는 묘한 여운을 불러일으킨다.
내려오는 길에 만난 멋진 도예가의 모습도 한 컷!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건,
차우신에서 괴레메까지 걸어서 돌아왔던 길이었다.
이날 저녁 야간버스를 타고 파묵칼레로 이동해야돼서 카파도키아에서의 마지막 날이었다.
그리고 함께 했던 좋은 사람들과도 작별이라는 감회가 나를 더 감상적으로 만들었겠지만
다른 어떤 곳보다 그 길들이 내 기억 속에 하나하나 선명하다.
(내 터키여행의 best of best!)
파란 하늘과 그 하늘 위를 여행자같이 지나가던 구름.
무심하게 서있던 나무들과 우뚝우뚝 만났던 바위들.
흙먼지 풀풀 날리던 바짝 마른길과 그 위로 쨍쨍하게 내리쬐던 햇빛.
아무렇지 않게 주변 풍경과 나란히 동행하던 공동묘지까지도...
사람들은 길의 끝에서 뭔가를 만나길 바란다.
그런데 나는 카파도키아에 있는 동안 그 길의 끝이 궁금하지 않았다.
그냥 계속해서 그 길 위에 서있고만 싶었다.



고호가 그랬다지!
"결국 나를 감동시키는 것은 자연 안에 모두 들어있다" 라고.
터키의 길이 내게 꼭 그랬다.
그래서 나는 다시 그곳으로 돌아갈 것이다.
오로지 걷기 위해서...
collateral damage!
터키가 내게 남긴 부수적이지만 너무 치명적인 손상...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