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자'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10.15 <컨설턴트> - 임성순
  2. 2010.06.02 <독 끓이는 여자> - 아르토 파실린나
읽고 끄적 끄적...2010. 10. 15. 05:45
1억원 고료 제 6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이다.
총 281편으로 국내 장편 소설 공모 사상 최다 응모 기록을 세웠단다.
그리고 그 중에서 최종 3작품 중에서 선택된 작품이 <컨설턴트>다.
소설을 쓴 작가 임성순은 1976년생 젊은 작가고 그의 첫 장편소설이자 데뷔작으로 멋진 잿팟을 떠뜨렸다.
어머니의 죽음으로 한때 실서증(글을 쓰지 못하는 증상)을 앓기도 했다는데
적어도 나는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
쓰지 못하는 괴로움과 절망을...
그 절망을 이기고 <컨설턴트>를 쓴 임성순은
이 소설이 "회사"를 주제로한 3부작 중에 1부라고 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미디어에 집착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여줄 2부 <문근영은 위험해>와
공리주의가 진정한 선(善)인가를 묻는 3부 <전락>을 통해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되짚을 계획이란다.
(기대해보자. 이 두 권의 책 역시도...)
작가는 대학시절 곽경택 감독, 안권태 감독의 연출부 생활도 했단다.
역시나 책 속에서도 영화적인 감각이 돋보인다.
어쩌면 어느 틈에 슬슬 영화화가 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자본주의와 관료제의 의사결정구조에서는 누군가의 죽음을 초래하는 불행한 사태가 벌어져도 그것이 정확히 누구의 책임인지를 말하기 어렵게 됩니다. 어떤 이의 '정상적인' 결정 때문에 다른 이는 엄청난 고통을 겪거나 심지어 굶어 죽는 일까지 생기게 되죠. 얼핏 '자연스러운 죽음'으로 보이는 것들이 과연 자연스러운 죽음인가를 따져 묻고자 했습니다."
책을 출판하면서 작가 임성순은 말했다.



컨설턴트!
직업란에 기입하기에 소위 뽀대나는 직업이다.
왠지 모호하면서도 마치 뭔가 대단한 일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니 말이다.
요즘 세대에 이 "뽀대"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는 두말 하면 잔소리다.
PC통신 시절 추리소설 동호회에 소설을 몇 편을 썼던 주인공은
군대를 제대하고 어찌하다 이 뽀대나는 직업을 갖게 된다.
(선택이었지만 책을 다 읽고 나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모든 인생은 음모다.) 
구조조정 컨설턴트인 그가 컨설팅하는 일은
소위 아주 자연스럽게 보이는 살인 청부다.
처음엔 본인도 그 사실을 잘 몰랐다.
거액의 돈을 주면서 넘겨받은 등장인물과 상황으로 주인공이 죽는 소설을 쓰는 단순한 창작(?)이었다.
그런데 그가 쓴 소설이 소위 "킬링 시나리오"가 되버린 거다.
자신이 쓴 소설의 내용과 똑같은 일을 기사로 확인하면서 물론 주인공은 잠시 혼란에 빠진다.
따지고 보면 "누구에게나 죽어 마땅한 이유" 한가지쯤은 있다.
당연히 주인공은 점점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기 시작한다.
물론 거기에는 점점 늘어나는 통장의 잔고 또한 한 몫을 한다.
여기에 또 당연한 대사 역시 빠질 수 없다.
"원래 세상이란 그런 거니까, 어쩔 수 없으니까."
블러드 다이아몬드 현실에 대한 고발이자 조롱이며 동조다.
차례차례 구조조정되는 사람들의 이름에 내 이름을 옮겨본다고 해도 딱히 반론의 여지가 없는...
책 속의 주인공은 그래서 끝까지 익명이다.
따지고보면 수억명이 바글거리며 피튀기게 살고 있는 지구상에서 나란 존재 역시 익명이다.
그러니 이건 내 이야기이기도 하다.
굳이 만고의 진리인 give and take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이 익명의 내 행동이 익명의 누군가를 가차없이 사망시킬 수 있다. 
그런데 사실은 이 모든 게 내가 "선택"하는 게 아니라
내 위에 있는 뭔가에 의해 내가 "조종"되고 있었다는 거다.
뭐 특별할 것 없는 현실의 모습이다.



세계는 다이아몬드 구조다.
그리고 다이아몬드 형은 결코 혼자 서 있을 수 없다.
그래서 뭔가 지탱해줄 삼각형들이 필요하다.
전체적으로다시 세상의 그림을 삼각형으로 만들......
그리고 그건 다양하다.
정말 다양하고 세상에 그런 존재들은 너무나 많다.
다이아몬드의 구성원들은 침묵한다. 자신들의 삶을 유지하는 대가로,
죽음은 자신의 죄가 아니다. 처벌받을 이유도, 책임질 일도 없다.
무엇보다 그 대가를 그들 역시 향유하고 있으니까.
피는 달다. 원래 세상이란 그런 거니까, 어쩔 수 없으니까.


이 문장을 읽는데 섬득했다.
아무래도 이 소설을 나는 공포소설로 분류해야 할 것 같다.
낚시질을 당한다고 해서 맛잇는 미끼를 뭐든 덥석덥석 물어서는 안 된다고 충고한다.
그러다간 정말 회로 떠질 수도 있으니까...
우리는 사실 모두 공모자며
모두 종범(從犯)이고
모두 교사범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0. 6. 2. 06:11
<기발한 자살 여행>에 이어 두 번째로 읽은
아르토 파실린나(Arto Paasilinna)의 소설 <독 끓이는 여자>
이 핀란드 국민작가의 블랙 유머는 마치 곰삭은 향토 음식을 먹는 것처럼 특별하다.
실제로 핀란드 사람들은 해마다 가을이면 파실린나의 신작을 기다린단다.
해를 보기 힘든 계절에 그의 작품은 핀란드 사람들에게 위안과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라나...
(작가로서는 더없이 큰 영광이겠다)
"파실린나"라는 이름도 핀란드어로 ‘돌로 세운 요새’라는 의미란다.
지금까지 쓴 작품만도 50여권이라고 하니 요새를 세우긴 세운 것 같다.
로얄드 달과는 또 다른 재미를 주는 블랙 유머 작가!
기발하면서 유머러스하게 섬득하다.
그리고 때로는 섬세하기도.... 



전형적인 권선징악의 동화적 구조를 가진 이야기다.
외숙모를 등쳐먹는 네가지(?) 제대로 없는 조카의 말로는...
그것도 유유상종으로 만난 절친 2명의 운명도 새끼줄 꼬이듯 줄줄이 엮어나간다.
혀를 끌끌 차면서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적극적인 공모자가 돼서 안달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저걸 그냥 둬!"
<독 끓이는 여자>
참 제목 직설적이고 원초적이다.
그런데 더 어이없는 건,
그 독을 내가 같이 끓이게 된다는 거다.
그것도 무지 적극적으로다...
고민된다.
이걸 맛을 봐야 하나? 말아야 하나???



불한당같은 조카 패거리들에게 뫼비우스 띠처럼 묘하게 되돌아가는 결과들은
유쾌한 박장대소로 이어진다.
사람이 죽어나가는데 이래도 되나 싶을만큼...
어째든 노부인은 다른 목적이 아니라
불한당들에게 더 이상 시달리지 않고 필요시 깔끔하게(?) 죽을 작정으로 독을 만들었다.
그것도 얼마나 절실했는지 독학으로다가...
(그 심경의 이면엔 "드러운 놈의 세상, 차리리..."라는 마음이 있었으리라)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노부인이 만든 독은 의도치 않게도 차례차례 불한당들의 최후에 동반된다.
전문용어로 말하자면 "응징"이라 하겠다. (^^)
세 명의 최후가 다 어어없고 황당하다.
(그렇다고 공상과학이나 만화를 떠올리지는 말자~~~ 절대로!)

아마도 핀란드라는 나라도 우리나라만큼이나 "인간 말종"들이 꽤 있나보다.
(이걸 친근하다고 해야하나... 참...)
아르토 파실린나는 핀란드 사회의 이런 부조리를 신랄하게 꼬집는 작가로 유명하다.
어쩐지 두 나라가 닮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울증이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나라 핀란드에 "아르토 파실린나"라는 작가는
확실히 치료제의 역할을 해주고 있단다.
(이 사람의 소설들을 읽으면 그 의미를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치료제 같은 작가 한 명 있었으면...
덧없는 바람이 덮은 책장 끝에 고스란히 남는다.
아... 우울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