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1. 4. 9. 13:57

* 4월 5일 PM 8:00
  - 윤도현(한상훈), 리사(최여주), 김무열(강현우), 양요섭(강지용), 김태한(조진국), 구원영(안정숙)
* 4월 6일 PM 4:00
  - 송창의(한상훈), 리사(최여주), 김무열(강현우), 허규(강지용), 김태한(조진국), 구원영(안정숙)

 

작곡가 이영훈의 곡으로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 <광화문 연가>
기획단계만도 참 오랜시간이 걸렸다는데
드디어 완성돼서 광화문 한복판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 중이다.
원래는 송창의. 김무열, 허규 캐스팅으로 예약을 했었는데
윤도현, 김무열, 양요섭 캐스팅 표가 굴러들어와(?) 이틀간 세종문화회관을 찾았다.
기대감이 있었던가? 내가?
일단은 이영훈을 기억하고 아끼는 사람들의 특별한 마음이 이 작품을 만든 거고
또 30 여곡 뮤지컬 넘버의 원곡 자체가 워낙에 완성도가 높은 곡들이라
음악만 들어도 실망스럽지 않을 거라는 어느 정도의 믿는 구석은 있었다.
걱정했던 건 이영훈 곡이 너무 서정적이고 아름답기 때문에
오히려 그게 작품의 한계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였다.
그 곡들로 스토리를 구성한다면 좀 뻔한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관람 후 전체적인 느낌은...
초연이라는 걸 감안했을때 상당히 괜찮은 작품이 나온 것 같다.
우려했던 것처럼 곡에 스토리를 끼워맞추느라 무리수가 따르긴 했지만
나름대로 그걸 현재의 상훈과 지용이라는 캐릭터가
스토리텔러(정확히 말하면 viewer의 입장)로 전면에 나서면서 조금 만회하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토리의 개연성은 여전히 부족하지만
곳곳에 고민한 흔적이 역력히 드러나 그걸 보는 것도 어떤 의미에서는 참신함이었다.
목소리 톤이 좋은 배우들을 잘 선택했다는 느낌!
어느 한 배우 튀지 않으면서도 전체적으로 듣기 좋은 합창단처럼 조화로웠다.
넘버 자체가 새로운 곡들이 아니라 한 시대를 풍미했던 대중가요라 
관객 입장에서 마음이 일찍 열린다는 장점도 분명 한 몫 했을 것이다.
학생 시위 장면이나 라틴댄스 장면이 별스럽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의외로 작품 전체에 잘 녹아있다.
확실히 이지나 연출의 힘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배우들의 열연은 말할 것도 없고
연출과 무대, 그리고 조명에도 박수를 보낸다.
개인적으로 스크린을 이용한 배경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광화문 연가>처럼 멋지고 적절하고  활용할 수 있다면 기립박수를 쳐도 모자랄 것 같다.
(여기서 자꾸 <천국의 눈물>의 그 허접스런 스크린이 자꾸 아른거린다... 또 다시 부끄럽다...)
덕수궁 돌담, 그 위로 활짝 피어있던 음표로 만든 라일락 꽃과 나뭇잎들,
정말 첫사랑처럼 내리던 하얀눈과 앙상하지만 따뜻했던 커다란 겨울나무,
(아무래도 그건 상훈의 분신이었던 것 같다)
여주가 밟고 가던 꽃잎가득한 길과,
"깊은 밤을 날아서"에 나오던 동화같은 애니메이션 배경,
교보문고와 분주하게(?) 들락날락하던 수많은 책들...
사실 일일이 열거하기도 숨이 찰만큼 눈 속에 담기는 것들이 많았다.
삼각형의 구도로 놓여졌던 하얀 그랜드 피아노와 정사각형을 이용한 마름모꼴 무대.
상하 양 쪽 모서리 끝을 비추던 하얀 길 위로 현재와 과거의 상훈이 스쳐가는 모습.
시간과 공간이 묘하게 합치되면서 분리되는 그 모습이
아득하게 느껴질만큼 인상적이다.
양쪽 사이드와 오케스트라 피트석까지 이용한 빈 틈 없이 무대 사용 역시도
시간과 공간의 교차점을 표현해준다.
시간을.. 공간을...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구나...
솔직히 많이 놀랍고 감탄스러웠다.
(이 작품은 아무래도 1층보다는 2층에서 관람하는 걸 권하고 싶다.
 전체적인 무대와 배경, 조명의 변화를 충분히 느끼면서 관람한다면 훨씬 더 느낌이 좋을테니까...)

 
다양한 장르로 편곡된 이영훈의 주옥같은 곡들을 듣는 건 참 특별한 의미였다.
내가 정말 많이 좋아했던 이영훈의 노래들,
"옛사랑", "슬픈 사랑의 노래", "소녀", "그녀의 웃음소리뿐", "사랑이 지나가면", "기억이란 사랑보다"...
무대를 보고 있으면 그 한 곡 한 곡에 저절로 애뜻함히 생기게 된다.
개인적으로 처음 뮤지컬 무대에서 본 배우 송창의는
상훈이란 배역을 너무나 잘 소화했고 노래 역시도 너무 훌륭했다.
딕션과 감정표현도 너무 좋았고...
현우역 김무열도 이영훈의 곡들과 목소리 톤이 상당히 잘 맞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놀라웠던 건 비스트 멤버라는 양요섭군.
(사실 난 비스트도 모르고 양요섭도 모른다....)
또 아이돌스타 한 명 캐스팅 됐나보다 했는데 의외로 연기와 노래를 너무 잘해서 깜짝 놀랐다.
개인적으로 더블캐스팅이었던 허규보다 양요섭에게 훨신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허규의 지용은 너무 가볍고 촐랑맞다는 생각을 했는데
양요섭은 천진하면서도 비밀을 간직해 묘한 안스러움까지 풍기더라.
아직 어린 나이고(게다가 무지 동안이라 고등학생인줄 알았다...) 처음 서는 뮤지컬 무대라는데
그게 믿겨지지 않을만큼 자기 배역을 충실하게 표현했다.
"시를 위한 시"를 부르던 그 떨리던 목소리란...
(이 녀석때문에 아이돌 스타의 뮤지컬 데뷔에 대한 선입견을 버려야 하나 고민중이다... ^^)

작품 자체가 작곡가 이영훈에 대한 헌정공연의 의미가 물론 컸겠지만
마지막 부분 진국(김태한)과 정숙(구원영)의 상훈에 대한 신파적인 표현은
좀 노골적인 것 같아 씁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확실히, 꽤, 상당히 괜찮은 주크박스 뮤지컬의 탄생이라고 할 수 있겠다.
비록 더 어린 세대들에게 이 이야기가, 이 노래가 전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없다 할지라도
그 시대를, 그리고 그 시대의 노래들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을 위해서라도
<광화문 연가>가 오래 기억되고 남겨질 수 있다면 좋겠다.
왜냐하면 그들에게 그럴만한 자격이 충분히 있으니까...

 
                                                          <광화문 연가>

 
                                                   <송창의 상훈 커튼콜>

                                                  <윤도현 상훈 커튼콜>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3. 15. 05:54

변화와 변신이 반갑고 기대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제발 변하지 않기를 바라게 되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그런 간절함이 예술이라는 부분과 만나게 되면 더 큰 바램으로 남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꽤 오래됐구나...
이 사람의 연주를 알게 된지.
몸과 마음이 지치고 너덜거렸을 때,
여기서도, 저기서도
그리고 무엇으로도 감히 위로되지 않았을 때
이 사람의 연주는 분명 나를 버티게 했었다.
그래서 매번 이 사람이 변신을 시도할 때마다
개인적인 욕심으로 나는 조마조마했다.
위로가 되고 휴식이 됐던 목소리가
조금씩 변화되는 걸 감지하면서 내 신체의 일부러 조금씩 잘려지는 것처럼 아득하기도 했었다.

그랬었다.
그의 연주를 들으면 고단함을 잊고 nella fantasia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조용히 You raise me up 이 됐었다.
그래서 그의 뮤지컬 행보가 나는 조금 속상했었다.
뮤지컬을 하면서 목소리 변화가 조금씩 오는 것도 그렇고...
그래서였나?
음악인으로서 그를 좋아하면서도 그가 뮤지컬로 무대에 오르면 잘 보게 되지 않았다.
<불의 검>, <스위니 토드>, <로미오와 줄리엣>, <모차르트> 
4편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심정이 많았다.
그래도 그 중에서 제일 좋았던 건 뮤지컬 데뷔작이었던 <불의 검>
산마로라는 배역에 딱 맞는 맑고 청아한 목소리였다.
역시나 임태경은
배우로서보다는 연주가로서 더 울림이 깊고 아름다운 것 같다.
치료의 힘이 있는 연주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한때 눈 뜨고 있는 시간 동안은 온통 그의 연주만 들었었다.
사오정 귀가 될 때까지...

몇 년 전 세종문화회관의 공연 이후 정말 오래 기다렸었다.
온전히 그의 연주를 들을 수 있는 시간들을...
그리고 드디어 3월 11일, 12일 이틀간 
연주자 임태경이 LG 아트센터에서 단독 공연을 한단다.



<Classic Recital - 독일과 이태리 가곡의 밤)

1. Frühlingsglaube (슈베르트 "봄의 찬가")
2. Aufenthalt (슈베르트 "백조의 노래")
3. Du bist die Ruh (슈베르트 "그대는 나의 안식")
4. Ich liebe dich (베토벤 "그대를 사랑해")
5. EDie Erlkönig (슈베르트 "마왕")
6. Serenade (슈베르트 "세레나데")
7. Die Forelle (슈베르트 "송어")
8. Adelaide (베토벤 "아델라이데")

- intermission

1. O del mio dolce ardor (오 나의 감미로운 사랑)
2. Dicitencello vuie (그녀에게 내 말 전해주오)
3. Ideale (이상)
4. La spagnora (스페인 아가씨!)
5. Guest stage - Piazzola "Libertnago"
6. O sole mio
(오! 나의 태양!)
7. Mattinata (아침의 노래)
8. Funiculi-funicula (푸니쿨리 푸니쿨라)

- 앵콜
1. Tu ca nun chiagne
2. She was beautiful

3월 11일 첫째 날,
독일가곡(슈베르트, 베토벤)과 이태리 깐초네 위주로 준비한 classic recital은 그야말로 고전적이었다.
(고전적이란 말이 나오면 나는 오규원 시의 "총총총/ 고전적으로 내리는 비"란 구절이 떠오른다.)
처음엔 당황스러웠다.
무대 위에 덩그라니 혼자 서있는 그랜드 피아노를 보면서.
그리고 그 다음 든 생각은 포만감같은 묘한 기대감이었다.
피아노 한 대와 자신의 목소리만으로 이 큰 무대를 꽉 채우겠다는 당당함이 느껴져서...
라디오 공개방송처럼 진행된 이날의 연주는...
그래... 참 좋았다.
녹음을 위해 설치한 마이크 때문에 3층에서 선명한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던 게 몹시도 안타까웠을 정도로...
1인 4역의 음성으로 연주했던 슈베르트의 "EDie Erlkönig(마왕)"
비올리스트 김성진과 피아노가 함께한  "Ich liebe dich"
그리고 기타 반주 하나로만 불렀던 마지막 앵콜송 "She was beautiful"은
아마도 오랜 여운으로 가슴에 남을 것 같다.
(슈베르트는 참 풍성하고 따뜻한 작곡가인 것 같다. 그리고 거대하면서 동시에 잔잔하기도 하고...)
어쩌면... 어쩌면...
그의 연주가 회복되고 있는 중인가보다.
그래서 편안한 안도감이 조금씩 생기게 됐는지도...



<Crossover Concert>

1. Nella Fantasia
2. Le temp de cathedrales
3. Smile
4. Your love
5. Moon river
6. Brass band instrumental
7. Sway
8. Fly me to the moon
9. Besame mucho
10. Je suis malade

- intermission

1. The winner takes it all
2. 사랑이 사랑을 버린다
3. I was born to love
4. Orchestra instrumental
5. Desperado
6. 그대 내 품에
7. 운명
8. This is the moment
9. Who wants to live forever

- 앵콜
1. You raise me up
2. Caruso

3월 12일 두번째 Crossover conert.
어찌보면 그의 주특기라고 할 수 있는 노래들로 선곡됐다.
이 레파토리들을 그가 못 부를 가능성은 솔직히 전무하다.
"그.., 유리 가면을 쓴다"
임태경은 공연의 컨셉을 이렇게 정했다고 말했다.
반전(反轉)을 전하고 싶었노라고...
이 곡들로 정말 반전이 가능할까???
(rock 버전의 "사랑이 사랑을 버린다"는 확실히 깜짝 놀랄 정도로 반전이긴 했다)
첫 곡 nella fantasia 부터 마지막 앵콜송이 끝날때마다
그의 반전보다 나는 관객들의 엄청난 반전에 놀랐다.
그리고 너무나 궁금해졌다.
50, 60대 아주머님들이,
10대 청소년이 아이돌 스타에게 열광하듯 소리 치며
심지어 스탠딩까지 하게 만드는 이유가?
내겐 공연의 반전 컨셉보다 관객의 반전이 더 놀랍고 의아스럽다.
이 사람들이 열광한 이유는 도대체 뭐였을까?
남편과의 대화 단절? 다 큰 자식들의 소원해짐?
아니면 내 자식같은 애뜻한 심정?
그것도 아니라면 여고생으로의 귀환?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낯선 모습에 나는 아직까지 당황중이다.

어찌됐든,
임태경이 이 공연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준비를 하고
얼마나 가슴 뛰게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 챙겼는지 눈에 보였다.
연주인으로서 그가 이런 무대를 얼마나 목말라 했는지도...
솔직히 나는 그가
뮤지컬 배우가 아니라
연주인으로만 무대 위에 서길 바란다.
속 좁은 견해라고 할지라도...
그리고 그의 두번째 정식 앨범 역시도
가능하면 빨리 들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제...발...

* 참 좋았던 그 날의 연주들

- EDie Erlkönig (3월 11일 공연)
- Dicitencello vuie (3월 11일 공연)
- She was beautiful (3월 11일 앵콜송)
- Je suis malade (3월 12일 공연)
- Who wants to live forever (3월 12일 공연)
- You raise me up (3월 12일 앵콜송)
- Caruso (3월 12일 앵콜송)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