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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1.08 <저지대> -헤르타 뮐러 1
  2. 2010.02.08 <열하광인 1,2> - 김탁환
읽고 끄적 끄적...2010. 11. 8. 06:33
2009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루마니아 작가 헤르타 뮐러.
얼마전에 <숨그네>를 읽고 얼마나 매혹당했던지...
너무 늦게 그녀의 글을 알게 된 게 맘이 상할만큼 너무나 아름다웠다.
한 줄, 한 줄 내려쓰면 그대로 시가 되는 그녀의 소설은
마치 그림을 보는 것 같고 시를 읽는 것 같다.
화려한 미사여구 없이도 그렇게 보석같은 글을 쓸 수 있다는 게
신비에 가까운 놀라움이자 경이로움이었다.
소설 <저지대>는 모두 19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1982년 처음 출간될 당시에는 검열로 네 편이 삭제됐었고
나머지 열다섯 편도 대폭적은 삭제와 수정을 거친 후에야 출간될 수 있었단다.
자국 루마니아에서조차 금서 조치까지 내려졌던 그녀의 첫 소설 <저지대>
정치는, 이데올로기는
항상 문학을 두려워하고 급기야 기를 쓰고 억압하려 든다.
그러나 문학은 결국은 이 모든 걸 보란듯이 이긴다.
아름다움이라는 치명적이자 결정적인 무기로...
 


헤르다 뮐러의 소설은 난해하다.
아니 아예 줄거리조차 갖추지 못한 단상들도 많다.
그러나 읽고 있으면 
시를 읽는 것 같고
평화로운 전원 풍경을 그린 그림을 앞아 두고 있는 느낌이다.
불안감 가운데 느껴지는 평온함!
이상하지?
그닥 평화롭고 아름다운 내용이 아닌데도 그렇다.
오히려 비루하고 남루한 사람들의 보잘 것 없는 이야기인데도
나는 그 속에서 지독한 아름다움에 빠져들고 만다.
풍경과 대비되는 사람들의 삶!
그게 바로 현실이기에 눈물나게 아름다운걸까?
잔인하리만큼 솔직하고, 지독히 슬픈!
헤르타 뮐러가 창조해낸 비범한 목소리.
컨템퍼러리 픽션

과장이 아니라 사실이었다.
이 표현은...



나치가 몰락하고 루마니아 독재정권의 횡포가 갈수록 심해지던 그녀의 고향 마을.
헤르타 뮐러는 그곳을 이렇게 표현했다.
“모든 것이 고여 있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감옥과도 같은 곳" 이라고...
소설 <저지대>는 그 감옥과도 같은 곳에 살고 있는 어린 아이의 일인칭 기록이다.
무관심, 음주, 폭력, 가난.
죽은 아비의 장례식에서 과거 아버지가 저지른 일들을 듣는 딸.
그것도 이웃 사람들에게...
침묵도 웃음이고, 슬픔도 조롱이고, 현실은 거짓이다.
중, 단편의 모음이면서도 한가지 이야기이기도 한 소설.
때로는 몇 줄의 시도 대하장편 소설이 될 수도 있다는 걸
헤르다 뮐러의 언어적 표현을 통해 절감했다.
"목소리 없는 유년 시절"
그녀는 그 시절을 그렇게 말했다.
헤르타 뮐러는 “자기 둥지를 더럽히는”, “수프에 침을 뱉은” 작가로 낙인찍히며,
말 그대로 사회에서 축출당했다.
마을 사람들은 창문을 열고 지나가는 뮐러를 향해 침을 뱉었으며,
뮐러의 가족들은 마을에서 고립되고 말았다
<저지대> 출간 후 해르다 뮐러는
보수적인 독일 소수민 사회에서도, 루마니아 사회에서도 배척당할 수밖에 없었단다.
원하는 작품을 쓸 수도, 루마니아 독재정권에 협조할 수도 없었던 그녀는
결국 1987년 독일로 망명한다.
그러나 독일에서도 그녀는 언제나 루마니아인이었단다.

소설의 뒷부분에 그녀가 2009년 노벨 문학상을 받을 당시의 연설문이 실려있다.

“어떤 면에서 사람은 언제나 타자인 것 같다.
한번 그곳에 소속되지 못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나는 죽음의 공포에 삶의 욕구로 반응했습니다.
삶의 욕구는 낱말의 욕구였습니다.
오직 낱말의 소용돌이만이 내 상태를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낱말의 소용돌이는 입으로 말할 수 없는 것을 글로 표현해냈습니다.”


통증은 너무 강렬해서 스스로 저 자신을 파괴한다고 했던가?
그래서 헤르타 뭘러의 소설이 이렇게까지 처연하게 아름다울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확실히 파괴를 통해 창조의 유토피아를 만들어냈다.
굴욕을 품위로 바꾸는 그녀의 글들.
많은 걸 잃었기에, 그리고 그 잃음을 견뎠기에
그녀의 글들은 시가 되고 그림이 되고 빛이 된다.
더 많은 낱말들을 사용할수록 우리는 더 자유로워진다고 그녀는 말한다.
낱말이 주는 자유...
어쩌면 내가 책 속에서 그토록 헤매는 이유도 이것 때문은 아닐까?
헤르다 뮐러는...
적어도 그녀의 글은
정확하고 분명했다.
그리고 지독히... 지독히... 아름다웠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0. 2. 8. 06:07
김탁환의 역사소설들은 재미있다.
가볍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시대를 담고 있고
그리고 몰랐던 그 시대의 한부분들을 알아가는 재미 또한 솔솔하다.
스스로를 소설 노동자라고 말하는 김탁환,
그가 만들어가는 허구의 세상은 익숙하면서도 새롭다.
얼마전에는 유명한 사진작가 강영호와 함께 흡혈귀에 관한 소설을 출판했는데
그 책 역시도 특이한 경험이지 않을까 싶다.
<99:드라큘라 사진관으로의 초대>라는 제목의 책.



<방각본 살인사건>, <열녀문의 비밀>에 이은 백탑파 그 세번째 이야기란다.
김탁환은 "'혁신'이라는 기치를 반성하기 위해 이 소설을 썼다고 밝혔다.
" ...... 수구와 혁신에서의 양자택일은 이미 낡은 도덕적 틀이다. 이제는 누구를 위한 혁신인가를 더 깊이 따져 보아야 한다 ......"
개혁 군주를 표방하던 정조가 문체반정과 함께
돌연 절대 군주를 꿈꾼 아이러니의 시대를 만날 수 있다.
정조의 문체 반정!
1792년에 개혁 군주 정조는 당시 유행하기 시작한 패관기서와 소품문을 멀리하고
전통적 고문(古文)을 모범으로 삼으라는 명을 내린다. 
뒤이어 당시 젊은 지식인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박지원의 <열하일기(熱河日記)>를 조선의 문풍을 어지럽히는 대표적인 금서로 규정한다.
이 일로 조선 후기 문예 부흥의 싹은 짓밟혔고,
정조는 점차 개혁 군주의 면모를 버리고 절대 군주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정조의 각별한 사랑을 받고 있던 백탑파 (이명방, 명은주, 덕천대사, 조명수, 홍인태, 이덕무)
그런데 이들이 이 <열하일기>에 빠져 독회까지 결성한다.
임금의 눈을 피해 마지막 독회를 시도하려는 그들.
한 사람씩 의문의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열하광인들...



각 장의 시작 페이지에 번갈아 나오는
정조의 <홍재전서>와 박지원의 <연암집>, <열하일기>의 한 부분들이
마치 서로 대담을 나누는 것 같아 그 부분만 따라 껑충껑충 읽어보는 것도 재미있다.
조선 후기 젊은 지식인들은 그랬단다.
<열하> 이전에 <열하>와 같은 서책이 없었고 <열하> 이후에도 <열하>와 같은 서책은 없었다고...
이 꽉 짜인 동어반복에 숨이 막혀 오는 서책, 그것이 바로 <열하>라고...
사람을 굴복시키게 만드는 책!
책을 읽다가 숨이 막히고 책을 다 읽은 후 그 책 앞에 무릎 꿇었던 책!
열하가 바로 그런 책이란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그들이 말하는 굴복의 세계가 부럽고 질투나 어쩔 줄 몰라했다.
매번 굴복하면서도
나는 여전히 그 세계가 그립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