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4. 6. 25. 08:37

교토의 기요미즈데라(청수사).

10여년 전 일본에 갔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곳.

778년에 창건된 청수사는 안타깝게도 여러번의 화재로 소실됐고

1633년 현재의 모습으로 재건됐단다.

(기왕 재건하는게 조금 더 옛스럽게 했었으면 좋았을텐데...)

 

이곳은 유난히 기모노를 입은 관광객들이 많아서 의아해서 물어보니

신넨자카나 니넨자카에 기모노를 대여해주는 곳이 있는 있단다.

전통사찰에서 보는 기모노는 운치가 있긴한데

아무래도 보폭이 좁고 신발도 걷기에 너무 불편해보였다.

머리장식까지 갖춘 격식을 차린 의장은 낯선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기모노를 입고 재재거리는 다니는 여햑생들의 모습이 참 귀여웠다.

(우리나라도 이런 곳이 있냐 떠올려봤더니... 없더라...)

본당 안에는 십일면천수천안관세음보살이 모셔져있고

절을 하는 곳에는 소원을 비는 항아리(?)같은게 놓여있다. 

홍두께같은 방망이로 이 항아리를 계속 두두리면서 기원을 하는 모습이 내 눈엔 참 이상해보였다.

소리도 그닥 영롱하거나 맑지도 않던데...

 

기요미즈데라가 유명한 이유는 139개의 나무기둥에 세워진 본당때문이다.

못질 없이 짜맞춤으로만 만들었다는 이 누각은

멀리서도 가까이서도 아찔감과 신비감을 준다.

유명한 신주노토 3층탑은 보수중이라 가림막에 가려져있다.

학업, 장수, 사랑을 기원하는 오토와노타키 앞은 역시나 사람들도 장사진을 이룬다.

욕심을 부려 세 개의 물을 다 마시면 오히려 효험이 없다니

심사숙고해서 한 개의 물줄기만 선택해야 한다.

그렇다면 내가 선택한 건?

정답은 nothing.

물도 두레박도 별로 깨끗해 보이지 않았고

굳이 일본까지와서 빌만큼 학업도, 장수도, 사랑도 간절하지 않아서...

"재미"로라도 해보면 좋을텐데

이상하게 "체험"보다는 "관람"쪽을 점점 선택하게 된다. 

(나이 탓이겠지만...)

그런데 그 밑에서 사람들 표정을 보는 게 여간 재미있는게 아니다.

의외로 진중하게 선택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그런 사람들 표정 보고 잇으면,

아주 비장하다.

도대체 이게 뭐라고...이렇게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이런 사람들 소원 아주아주 정직하교 간절한거다.

그 소원들...

진심으로 다 이뤄졌으면 좋겠다.

 

지슈신사에는 유명세를 타는 돌(?)이 있는데

거리가 좀 떨어진 두 개의 돌 사이를 눈을 감고 일직선으로 걸어가면 인연을 만난단다.

신기한 건,

의외로 이걸 남자들이 많이 한다는거다.

그것도 두 눈 꼭 감고 아주 열심히, 한 걸음 한 걸음 너무 신중히.

(그 아저씨들도 좋은 인연 다 만났시길...)

아무래도 "인연"에 점점 cool해지는 건 확실히 여자쪽인것 같다.

북쩍이는 사람들을 피해 멀리 보이는 붉은 자안탑으로 발걸음을 옮겼는데

이곳은 마치 딴 세상처럼 조용하고 한적했다..

그런데 나무 사이로 멀리서 본 자안탑과 바로 눈 앞에서 대면한 자안탑은...

괴리감이 느껴질만큼 너무 달라서 당황했다.

남의 나라 문화재를 보고 이렇게 말하는거 참 몰상식하고 무식한 소리지만

붉은 벽돌색 페인트를 뒤집어 쓰고 있는 것 같다.

탑신(塔身)의  주색(主色)이 한없이 저렴해만 보여서...

 

뭔가를 제대로 보려면 

"거리"라는게 꼭 필요한 모양이다.

너무 가까워서, 혹은 너무 멀어서 미처 못보는 것들.

청수사에서 둘러보며 나는 "거리"가 주는 틈에 대해 아주 오래오래 생각했다.

 

시선의 틈

사고의 틈.

그 틈 속에서 나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꼈을까!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2. 10. 10. 08:30

사실 일본에 여행갈때마다 꼭 보고 싶었던 게 있었다.

일본 전통이 가득한 가게(?)들이 모여있는 길을 걸어가는 것.

가능하다면 대대로 대물림된 가게들을 보고 싶은 바람도 있었다.

예전에 청수사에 갔을 때 그 길이 잊혀지지 않았었다.

상업적인 냄새가 살짝 풍기긴 했지만 첫대면이 좀 신기하고 신선했다.

비록 태풍때문에 그 바람을 이루진 못했지만

그래도 짧은 일정 속에서도 눈에 담긴 곳이 몇 군데 있어서 카메라에 담아봤다.

 

일본의 부채 가게.

내 눈엔 오로지 부채만 파는 가게가 있다는 게 좀 믿겨지지 않았다.

(부채만 팔아서 유지가 가능해? 사는 사람도 별로 없던데...)

앙증맞기도 하고 고급스럽기도 해서 기념으로 사볼까 하고 가격을 보고 놀랐다.

수작업으로 만든 부채라는 가격이 장난이 아니다. 

심지어 기백만원하는 부채도 있다.

이런 고가의 부채라면,

부채만 팔아도....

충분히 유지되겠디...

 

아라시야마에서 들어갔던 찻집.

입구부터 고풍스러웠었는데 안에 들어가니 거의 목조로 되어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약식 기모노를 입고 손님을 맞이하는 모습도 일본스러웠고

내부는 좀 어두웠지만 벽 한 면이 통창으로 되어 있어 창가쪽은 햇살이 충분히 들어온다.

한 공간에 분리된 두 개의 세계가 공존하는 것처럼 느껴져 혼자 살짝 신비로워했다.

쏟아지는 햇살을 보니 실제로 몽환적이기도 했고... 

일본이라는 나라는,

좁은 공간을 참 잘 활용하는 것 같다.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 작은 공간들에 사연이 있을 것 같아 귀를 기울이고 싶다.

어쩌면 나 혼자 이야기를 만들고 있었는지도...

 

일본 기모노를 파는 가게가 있어서 잠깐 들어가봤다.

옷걸이(?)에 걸려있는 걸로는 도대체 어떻게 제거 옷이 되는지 이해가 안 됐는데

마치 입어보는 사람이 있어서 이해를 했다.

와! 기모노라는 옷.

정말 엄청나게 복잡한 옷이다.

단지 보는 것만으로도 힘겹다.

그래도 옷 자체는 생김이나 문양이 퍽 예술적이다.

하나쯤 갖고 싶긴 했지만 아마도1년 365일 옷걸이에 곱게 걸려만 있을거다.

카메라에 담는 것으로 만족 ^^

 

  

와관상 전혀 꽃집 같지 않은 꽃집이랑,

(flower란 단어가 있음에서 불구하고 도대체 저 가게는 뭘 파는 곳일까 궁금했었다.)

개인적으로 너무나 좋아하는 베이커리 가게.

이건 식성(?)과 관련된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미학적인 즐거움이다.

이쁜 빵이나 케익을 보고 있으면 그냥 기분이 마구 좋아진다.

거기에 금방 구은 빵냄새까지 가세를 하면 그야말로 보는 것만으로도 포만감 그득이다.

반짝 날씨가 좋았을 때 걸어다니다

절인 오이를 나무젓가락에 꽂아서 시원한 얼음물에 담궜다가 파는 걸 봤다.

적쟎은 문화적 충격이었다.

우리나라에서 등산할 때 수분보충하려고 오이를 가지고 가는 건 많이 봤지만

절임 오이라니...

그것도 뭐 핫바처럼 나무젓가락까지 끼워서...

먹어볼 마음까지는 안 들지만 뭐 생각해보니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짤짤하니 맛있을 수도...

 

이번 일본 여행은 거의 허당의 수준이라 기록할만한 내용도 없긴 하지만

어쨌든 다음 여행을 기대케하는 아쉬움은 있었다.

그대로 다행이지 않나!

내내 집에만 있었던 건 아니고 색다른 걸 보기도 했으니 말이다.

게다가 여행가서 태풍을 정통으로 겪는 것도 결코 흔한 경험은 아닐테니까.

지진 아닌 것도 다행이고 ^^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1. 3. 21. 06:08
약간의 공통점이 있는 두 권의 일본 소설을 읽다.
두 권 다 여류 작가에 의해 쓰여졌다는 거.
역시나 일본소설답게 아무렇지 않게(?) 불륜이 등장한다는 거.
그리고 불륜이 나오니 더불어 성적인 요소가 다분하다는 거,
하나는 조금 조심스럽고 조용하게
그리고 하나는 아주 노골적이고 집요하게.
사실 일본 소설을 읽는 건,
때론 참 불편하고 헛헛하다.
다른 감수성과 다른 세계와 다른 촉각의 이야기들은
당황스럽기도 하고 그게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성있게(?) 지치지도 않고 이어질 때는
묘욕감 비슷한 불쾌감도 든다.


<초초난난>
표지에도 있듯이 남녀가 정겹게 속삭이는 모습이란다.
그런데 문제는 그 남녀가 불륜이라는데 있다.
소설 속에는 다행히(?) 그 둘의 비밀스런 관계가 적나라하게 묘사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함께 먹는 음식이나 일본 전통 기모노에 대한 이야기가 부각돼서 나온다.
(이런 부분들은 신선함마저 느껴진다. 
 일본이란 나라... 같은 동양권이지만 음식과 옷에 관한한 유럽이나 미국보다 더 이국적인 것 같다.)
음식과 옷이라...
아주 친밀한 사람과 함께라야 완벽하게 즐길 수 있는 게 이 두 가지인 것 같다.
생각해보라,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과 혁대를 풀어놓고 본능적으로 아구아구 먹을 수 있는지...
(이상하게도 요즘 참 음식과 관련된 책, 공연 연달아 접하게 된다)
작가 오가와 이토는 전작 <달팽이 식당>에서도 음식과 관련된 소설을 썼던 모양이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소재로 찾은 셈.
식욕과 성욕, 그리고 장식적인 기능의 옷에 대한 욕망.
아주 원초적인 인간의 욕망을 그래도 눈살 찌푸리지 않게 수위조절(?)을 하면서 쓴 것 같다.
봄날 몽롱한 아지랑이 같은 나른함을 안기는 소설 ^^
몇몇 묘사나 표현들은 선명하고 차분했다.


"double fantasy"는 원래
존 레논과 오노 요코가 1980년에 발표한 타이틀 곡이다.
남녀가 아무리 서로 사랑해도 서로 전혀 다른 곳을 쳐다보고 있음을 뜻하는...
왜 이 노래 제목을 사용했는지 솔직히 지금도 이해가 되지는 않는다.
성욕을 통한 창작욕의 점화?
차라리 대놓고 포르노그라피 소설이라고 했으면 정직하지 않았을까?
드라마 작가인 주인공 여자의 남성편력에 넌덜머리가 났다.
왕성한 성욕은 고유한 생명력의 발로고 
그 생명력은 창작에 대한 욕구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고 책의 인물 중 한 명이 말한다.
그런데 솔직히 이건 관능도 뭣도 아니다.
관능적이기엔 너무 파렴치하고 중심이 없다.
차라리 철저한 쾌락과 탐닉, 아니면 관음의 미학이라도 펼치던지...
존 레논과 오노 요코 부부에게 내가 다 미안해진다.
글을 쓴 무라야마 유카는 과거에 나오키상을 수상한 작가란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녀가 썼던 소설과는 완전히 180도 다른 소설이라고.
이 소설이 그녀의 다음 작품에 어떤 창작열의 원천으로 작용할지는 잘 모르겠다.
작가가 만족했다면 뭐 할 말 없지만...
일본 작품은 너무 극과 극을 달려서 싫다.
<더블 판타지>에 비교하면 <초초난난>은 아예 초등용 문고라고 할 수 있겠다.

삼천포로 빠지는 이야기지만,
개인적으로 인간으로 태어나서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것 중 하나가 "불륜"이라고 생각한다.
자기만 파괴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쌍방의 부부와 그 자식들까지도 파괴하는 짓이니까...
그래서 불륜의 책들이 나는 참 싫다.
이런 책을 만날 때면,
일단 손에 잡은 건 끝까지 읽어야 하는 결벽증같은 성질머리가 참 맘에 안 든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