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7. 2. 20. 08:22

 

<라흐마니노프>

 

일시 : 2017.02.04 ~ 2017.03.12.

장소 :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극본 : 김유현

작곡 : 이진욱, 김보람

음악갑독 : 이진욱

연출 : 오세혁 

출연 : 김경수, 정동화 (니콜라이 달) / 박유덕, 안재영 (라흐마니노프) / 이번재, 박지훈 (피아니스트)

        신우근, 지현호, 임수찬 (바이올린). 이승구 (비올라), 강중구 (첼로), 최승규 (데블 베이스)

제작 : HJ컬처 (주)

 

음... 내가 요즘 김경수 배우에 살짝 꽃혀서...

<라프마니노프>까지 챙겨봤다.

내가 김경수 배우를 처음 본 건 2014년 <블랙메리포핀스>의 요나스였다.

솔직히 말하면...

그땐 연기도, 노래도 그다지 존재감이 없었다.

그래서 이후에 다른 작품에서도 그의 출연 회차는 피해서 관람을 했었다. 

그러다 작년에 뮤지컬 <인터뷰>를 봤다.

깜작 놀랐다.

2014년에 내가 봤던 그 김경수가 정말 맞나 싶어 찾아보기까지 했다.

불과 2년이 지났을 뿐인데....

그렇게 <인터뷰>의 김경수가,

<스모크>와 <라흐마니노프> 그리고 관람예정인 <광염소나타>까지 예매하게 만들었다.

 

작품 제목이 <라흐마니노프> 임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시선과 관점은 니콜라이 달에게로 향한다.

(김경수 때문이 아니라 작품 자체가 원래 그렇다)

정신분석학자 달로 분한 김경수의 딕션은 정확했고 연기도 명확했디.

개인적으로 배우가 자기가 연기하는 인물에 과도하게 빠지는걸 좋아하지 않는데

(특히 우는 장면에서 더!)

그런 점에서 김경수의 균형감은 아주 탁월했다.

그래서 후반부에 박유덕 라흐마니노프가 죽은 누나를 떠올리며 흐느끼는 장면은 좀 불편했다.

마치 자신의 트라우마를 공유해달라고 강요하는 것만 같아서...

그대도 두 배우의 케미는 참 좋더라.

잘 끌어당기고 잘 잡아당겨서 보는 내내 만족스러웠다.

 

살짝 개인적인 욕심을 부려보면

라흐마니노프의 성격이 더 예민하거나 다크했으면 좋겠고

연주자 인원도 늘려 지금보다 더 웅장한 연주를 감상할수 있었으면 싶다.

(2인극에선 좀 과할까)

커튼콜에 연주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의 사운드가

내내 아쉬워서...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6. 12. 28. 09:45

 

<SMOKE>

 

일시 : 2016.12.16. ~ 2016.12.22.

장소 : 현대카드 UNDERSTAGE

작, 연출 : 추정화

작곡, 음악감독 : 허수현 

큐레이터 : 김수로

출연 : 김경수, 박은석 (초) /  이용규, 윤소호 (해) / 정연, 유주혜 (홍)

주최 : 현대카드 

 

음... 고백하면,

아무런 사전 정보도 없이, 시놉도 전혀 모르고 공연장에 갔다.

추정화 허수연 부부의 전작 <인터뷰>가 너무 좋기도 했고

김수로의 작품을 보는 안목도 믿음직스러웠다.

그러면서도 포스터를 볼때마다 뭔가 눈에 익숙하다 싶었는데...

세상에나!

짙은 담배연기 속 드러난 모습이 비운의 천재 시인 이상의 얼굴었다니!

요즘 시인님들이 공연장에서 열일 중이시다.

개인적으론 침 반갑다.

(정지용, 김소월의 시들도 언젠가 이렇게 재탄생된다면 참 좋겠는데...) 

 

 

이상(李想)의 시 <오감도 - 제 15 호>에서 시작된 <스모크>는

시를 아는 사람에게는 전혀 어렵지 않지만

나처럼 뭣모르고 해맑게 있으면 이게 뭔가... 고민될 작품이다.

다행히 나는 빨리 상황파악을 해서 어렵지는 않았다.

실제로 이상은 작품에서도 보여준것처럼 그림에도 소질이 있었고

그림을 그릴때는 "하융(河戎)"이란 이름을 사용했다.

신문에 발표된 <오감도 제 7호>에 그려진 삽화가 바로 이상, 아니 하융의 그림.

그러고보니 참 재미있다.

김햬경이란 본명의 한 사내는

시인일 때는 "이상(李想)"으로 화가일 때는"하융(河戎)"이 됐다.

하나 이면서 둘 이고, 둘 이면서 셋인 사내.

그리고 그의 연인 기생 금홍까지.

 

잘 만든 작품이고 좋은 작품이다.

하지만 정리는 필요할 듯.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고 넘버도 좋았다.

그리고 정말 정말 오랫만에 윤소호가 좋은 모습을 보여줘서 흐뭇했다.

(<트레이스 유> 이후 처음인듯...)

기대했던 김경수는 기대보다 훨씬 좋았고

정연은 초반엔 좀 흔들렸지만 중반 이후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2017년에 본공연이 올라오면

<인터뷰>만큼은 아니지만 호평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때는 무대와 음향도 제대로 갖춰질테니 

2017년 본공연을 기다려보자.

  

오감도 제 15 호

 

1
나는거울없는실내에있다. 거울속의나는역시외출중이
다. 나는지금거울속의나를무서워하며떨고있다. 거울속의
나는어디가서나를어떻게하려는음모를하는중일까.

 2
죄를품고식은침상에서잤다. 확실한내꿈에나는결석하
였고의족을담은군용장화가백지를더럽혀놓았다.

 3
나는거울있는실내로몰래들어간다. 나를거울에서해방
하려고. 그러나거울속의나는침울한얼굴로동시에꼭들어
온다. 거울속의나는내게미안한뜻을전한다. 내가그때문에
영어되어있드키그도나때문에영어되어떨고있다.

 4
내가결석한나의꿈. 내위조가등장하지않는내거울. 무능
이라도좋은나의고독의갈망자다. 나는드디어거울속의나
에게자살을권유하기로결심하였다. 나는그에게시야도없
는들창을가리키었다. 그들창은자살만을위한들창이다. 그
러나내가자살하지아니하면그가자살할수없음을그는내게
가르친다. 거울속의나는불사조에가깝다.

 5
내왼편가슴심장의위치를방탄금속으로엄폐하고나는거
울속의내왼편가슴을겨누어권총을발사하였다. 탄환은그
의왼편가슴을관통하였으나그의심장은바른편에있다.

 6
모형심장에서붉은잉크가엎질러졌다. 내가지각한내꿈
에서나는극형을받았다. 내꿈을지배하는자는내가아니다.
악수할수조차없는두사람을봉쇄한거대한죄가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6. 11. 23. 08:07

<Interview>

 

일시 : 2016.10.24. ~ 2016.11.27.

장소 : 수현재씨어터

극작,  연출 : 추정화 

작곡, 음악감독 : 허수현

출연 : 이건명, 민영기, 이선근, 임병근 (유진킴) / 김수용, 김경수, 조상웅, 이용규, 고은성 (싱클레어)

        문진아, 한서윤, 김주연, 전예지 (조안)

주최 : 수현재컴퍼니

 

이 작품은 지난 5월 단 12일간의 공연만으로도 호평이 자자했던 뮤지컬이다.

심지어 본게임은 시작도 안됐는데 이미 해외판권까지 팔려

내년 1월에는 됴코, 2월은 뉴욕에서 공연이 될거란다.

(얼마전에 김수로가 트위터로 뉴욕 캐스팅도 공개했던데...)

솔직히 말하면,

허세가 있지 않을까 생각됐다.

그래서 관람을 망설였던것도 사실인데  모른척하기엔 배우진이 너무 좋았고

들리는 입소문도 여전히 호평 일색이다.

그래서 비합리적인 의심을 버리고 공연장을 찾았다.

 

그런데... 놀랐다.

뻔한 이야기이고 예상되는 전개임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 엄청난 흡인력을 가지고 있다.

추정화의 대본과 연출도도 좋았고 배우들의 연기도 빛을 발한다.

이건명이 극의 무게중심을 확실하게 잡아줘 전체적으로 안정감이 느껴졌고  

김경수는 차례로 등장하는 다섯명의 인격을 그야말로 신들린듯 연기했다.

한동안 노래할 때 숨소리가 커던 문진아도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고 깔끔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건 허수현이 만들어낸 음악.

<쓰릴미>를 아주 인상깊게 봐서 그런 작품 한 편 만들고 싶었다는데 성공한 것 같다.

한 대의 피아노로 이렇게 깊고 풍부한 음악을 만들어냈으니 말이다.

아주 드라마틱한 감정을 담고있는 음악이라 들으면서 몇 번씩 감탄했다.

(금발의 피아노 연주자 강수영의 활약도 대단했다.)

요즘 추정화, 허수현 부부의 콤비가 일을 내고 있다.

덕분에 관객들은 좋은 창작뮤지컬을 볼 수 있어서 좋고!

(그런 의미에서 차기작 <스모크>도 기대가 된다.) 

 

Dissociative Disorder

흔히 다중인격으로 불리는 해리성 정체 장애.

이 작품 때문에 예전에 읽었던 <빌리 밀리건(Billy Miligan)>이 생각났다.

1977년 윌리엄 스탠리 밀리건이라는 사람이 수 차례의 강간, 무장강도 협의로 체포된다.

하지만 재판장에 선 그는 자신이 저질렀다는 범행에 대해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그가 지능적인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1978년 윌리엄은 무죄를 선고받는다.

무죄의 사유는 해리성 정체 장애.

이 사건은 법원에서 해리성 정체 장애로 무죄가 선고된 최초의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조사 과정에서 발견된 윌리엄에게서 발견된 인격은 무려 24명.

 

싱클레어와 윌리엄의 인격들을 비교해보면 유사성이 발견된다.

어머니의 분노와 의붓아버지의 학대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또 다른 나.

그렇게 탄생된 인격이 만들어내는 또 다른 인격들.

이들이 씻을 수 없는 범죄를 일으키는건 결코 용서할 수 없지만

스스로 이런 인격이라도 만들어야만 살 수 있었던 상황을 떠올리면 단죄가 최선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마음이 무겁다.

위험한 발언이지만,

다른 인격 속으로 숨을 수 있음이...

조금은 눈물나게 부럽다.

 

허상, 망상, 상상.

나의 삶을 살고 있는 또 다른 나.

사람들은 모두 자기 안에 괴물을 안고 산다.

내 안에 너무 많은 내가 있어 내가 누군지 나조차도 모르겠다.

넌... 지금 누구지?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6. 18. 08:48

<블랙메리포핀스>

일시 : 2014.06.10. ~ 2014.08.30.

장소 :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

대본,작곡,연출 : 서윤미

프로듀서 : 김수로

출연 : 김수용, 박한근, 임병근 (한스)

        배두훈, 송원근, 서경수 (헤르만)유리아, 강연정 (안나)

        윤나무, 김경수, 정휘 (요나스) / 홍륜희, 최현선 (메리)

제작 : 아시아브릿지켄턴츠

 

서윤미의 <블랙메리포핀스>가 돌아왔다.

내겐 트라우마같은 작품.

초연 프리뷰를 보고 오랫만에 참 잘 만든, 꽤 괜찮은 창작뮤지컬이 만들어졌구나 기특해했던 기억이 새롭다.

초연과 재연때는 아무래도 정상윤과 김재범 한스에 집중이 많이 됐었고, 또 실제로 두 배우가 작품의 중심을 아주 잘 잡아줬었다.

아주 많이 달랐지만 충분히 이해가 됐고 공감이 되는 한스를 보여줬던 초연의 정상윤과 재연의 김재범.

그래서 이번 삼연에도 한스들이 어떤 표현을 하게될까 많이 궁금했다.

사실 김수용 한스가 제일 궁금했지만 현재까지 오픈된 회차에 그의 스케줄이 없어 일단 임병근 한스로 선택했다.

한때 병근예술단이라는 닉네임으로 불렸던 서울예술단의 히로인 임병근.

(요즘은 그 닉네임을 박영수가 이어받은듯 ^^ )

서울예술단을 나와서 참 열심히, 그리고 성실히 캐리어를 만들어가고 있는 젊은 배우다.

탈렌트 이동욱을 닮은 외모와 훤칠한 기럭지는를 가지고 있어 일단 무대 위에 섰을때 비쥬얼이 참 좋다.

살짝 로코물의 남주같은 느낌이 있는데 의외로 로코물 이력이 없다.

(<김종욱 찾기>도 상당히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어찌됐든 지금껏 그의 출연작을 보면서 실망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일단 음악이 초연 느낌으로 다시 돌아가서 반가웠다.

아직 공연 초반이라 배우들이 배역에 충분히 동화되지는 않았지만

후반부 배두훈 헤르만과 김경수 요나스는 절말 좋았다.

<풍월주>에 이어 두번째 작품으로<블메포>를 선택한 배두훈은 확실히 현명했다.

아직까지는 대사보다는 역시나 노래에 더 집중되긴 하지만

착실하게 이력을 쌓아가면 괜찮은 뮤지컬배우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런데... 작은 키는 아무래도 배역에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겠다.

이 작품에서도 임병근 한스와의 키차이 때문인지 팽팽하게 맞서는 장면이 많이 왜소해보였고

유리아 안나와의 동작도 어딘지 위태위태해 보이더라.

유리아 안나는 개인적으로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글쎄 아직까지는 안나라는 역활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내가 지금껏 본 그녀 작품 중에서 노래도 가장 불안했고 표정도 모호했다.

(안나는 역시 송상은이 제일 좋았다)

가장 좋았던 배우는 요나스 김경수,

솔직히 캐스팅 발표를 보고 김경수가 한스나 헤르만이 아닌 요나스라서 좀 놀랐었는데

연출가 서윤미 눈은 정말 정확했다.

"요나스"가 김경수라는 배우를 만나 이제서야 제대로 살아났다.

공연장을 나오면서,

오늘 이 작품의 진정한 주인공은 요나스 김경수라고 생각했다.

 

전체적으로 극의 발란스가 살짝 무너진 느낌이다.

초반을 너무 급박하게 몰아쳐서인지 오히려 후반부에 긴장감이 떨어진다.

심지어 안나의 진실이 밝혀지는 장면도 전처럼 충격적으로 느껴지지 않더라.

아무래도 임병근 한스과 배두훈 헤르만이 극을 이끌어가기에는 조금 부족한게 아닌가 싶다.

(그전까지 한스들이 정말 너무 잘 해줬구나... 절감했다.)

그런 의미에서 김수용 한스가 정말 기대된다.

<모차르트>도 자리를 잡았으니 조만간 캐스팅보드에 이름이 올라오지 않을까 싶다.

김수용-송원근-강연정-김경수-최현선.

두번째 관람시 내가 바라는 워너비 캐스팅.

만약 이 캐스팅이 없다면...

아마도 paa하게 될 듯.

 

* 어찌됐든 중요한 건,

  <블랙메리포핀스>는 여름에 관람하는게 확실히 옳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