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5. 6. 16. 08:31

 

<프로즌>

 

일시 : 2015.06.09. ~ 2015.07.05.

장소 :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극작 : 브리오니 래버리(Byrony Lavery)

번역 : 차영화, 우현주

윤색 : 고연옥

무대 : 정승호

연출 : 김광보

출연 : 박호산, 이석준 (랄프) / 우현주(낸시), 정수영(아그네샤)

제작 : 극단 맨씨어터

 

연극 <프로즌>

무겁고 우울한 작품이라는 소문을 듣긴 했는데

직접 관람한 내 느낌은,

너무 치밀하고 은밀하고 그리고 집요한 작품이다.

그리고 배우들이 감정적으로 너무 힘들었을것을 같아 안스럽더라.

김광보 연출은...

이번에도 배우들을 편하게 해주지 않았구나... 싶었다.

출연 배우들과 포스터의 느낌만으로는 <디너>가 떠올랐는데

실제로 연극을 보면서 떠올린 작품은 김광보 연출의 또 다른 연극 <스테디 레인>이었다.

두 작품은 분위기도, 뉘앙스도, 아주 유사하다.

 

용서할 수 있는 것과 용서할 수 없는 것.

용서받을 수 있는 것과 용서 받을 수 없는 것.

같은 말 같지만 명확히 따지자면 다른 의미다.

왜냐하면 용서의 주체가 완전히 다르니까.

"용서"라는게 그렇게 쉬울까?

자식을 처참하게 죽인 사람을 용서한다는게

정말 가능할까?

그걸 세상 사람 모두가 "죄"가 아닌 "증상"이라 한대도

가족에게는, 엄마에게는 "죄"여야 하지 않을까?

나는...

이들이 진실을 다 말했다고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의도적으로 아니 아주 계획적으로 비밀을 감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의미에선 랄프를 찾아간 낸시의 행동은,

용서를 가장한 타살일 수 있지 않을까?

아무런 형체도 담겨져 있지 않는 까만 사진을 보면서 이야기 나누는 장면이

그래선지 나는 참 섬뜩했다.

감춰진 사진 처럼 그 둘의 관계의 진실도 감춰져 있는 것 같아서..

랄프 역시 죄책감에서 비롯된 자살이 아니라

분열된 자아를 감당하지 못한 최후의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랄프의 장례식에서

넨시가 아그네샤에게 남긴 마지막 말.

"그냥 고통스러워하세요..."

그 말이...

날 자꾸 그렇게 몰아간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4. 13. 08:29


<M.Butterfly>


일시 : 2015.03.11. ~ 2015.06.07.

장소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극본 : 데이비드 헨리 황(David Henry Hwang)

무대미술 : 이태섭 

연출 : 김광보

출연 : 김영민, 이석준, 이승주 (르네 갈리마르) 

        김다현, 정동화, 전성우 (송 릴링) / 빈혜경, 김보정 (르네)

       손진환, 유연수 (똘룽) /  유성주, 한동규 (마크) 

        정수영, 이소희

제작 : 연극열전

 

<M.Butterfly>가 돌아왔다.

그것도 초연, 재연 배우들이 전부 다!

삼연의 첫공연, 김영민 르네와 김다현 송을 예매해놓고 얼마나 설래이던지...

무엇보다 오랫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한 김영민을 볼 수 있다는게 가장 행복했다.

그동안 얼마나 무대가 그리웠을지 눈에 선했다.

작년 연말 김광보 연출의 <사회의 기둥들>에서 마주친 김영민 배우와의 아주 짧은 대화가 생각났다.

(일면식도 없는 내가 쑥스럽게 물었는데 특유의 웃음을 보이며 대답해주더라...)

"객석이 아니라 무대에서 뵙고 싶은데...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진 마세요..."

"네. 곧 좋은 작품으로 찾아뵐께요. 꼭 보러 와주세요"

김영민 배우가 LG 아트센터에서 잠깐 스친 관객과의 짧은 대화를 기억할리 없겠지만

어쨌든 우린 서로 약속을 지킨 셈이다.

그는 무대로, 그것도 <M. Butterfly>로 돌아왔고,

나는 꼭 보러 와달라는 말에 답하듯 그의 첫공연을 보려고 연강홀을 찾았다.

혼자만의 감회이긴 했지만 나는 꽤나 고무된 상태였다.

왜냐하면 그의 복귀작이 꼭 김광보 연출의 작품이었으면 했으니까...

김영민은 확실히 그렇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는 것보다 무대 위에 있을 때가 가장 멋지고 아름답고 그답다.

 

 

<M.Butterfly>

이 작품은 어째서 볼 때마다 점점 더 아플까?

특히 폭격처럼 몰아치는 후반부를 견디는건 정말이지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웠다.

"나를 속인건 나의 욕망"이라고...

하지만 스스로를 속이고 환상 속으로 자신을 유폐시켜야만 했을 만큼 르네의 사랑은 완벽하고 절박했다..

그래서 그 환상이 깨지는걸 견디느니 차라리 죽는게 낫다고 판단했다.

그게 완벽한 한 여자를 지켜내는 완벽한 방법이며

그게 모든걸 다 알면서도 비밀을 묵인한 이유라고...

이건... 완벽한 사랑이다.

다른 어떤 것도 감히 끼어들 수 없는 사랑.

기만으로 버텨내는 사랑.

그 절박한 환상을 무너뜨리는 현실 속 송의 모습이 나는 너무나 밉고 원망스럽다.

나는 전적으로 르네를 지지할 수밖에 없기에...

(르네의 환상 속에, 르네의 현실 속에 내가 있다) 

 

김영민 르네는 폭풍같았다.

초반에는 살짝 격양된듯도 보였지만 이내 자신의 호흡과 속도로 끌고가더라.

(그 격양된 찌질함이 초연때와 또 다른 느낌을 줘서 개인적으로 좋았다.)

김영민 르네와 김다현 송의 후반부는

서로 깊게 찌르고, 빠르게 빼는 전쟁터였다.

르네에게 동의하면서 한편으로는 송에게 연민을 느끼는 나를 보면서

<M.Betterfly>의 M은

마담(Madam)도 무슈(Mousieur)도 아닌 나(Me)라는걸 깨달았다.

 

환상 속에서만 살아지는 사랑.

나는 그걸 안다.

M. 버터 플​​라이 ...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11. 28. 08:03

<사회의 기둥들>

일시 : 2014.11.19. ~ 2014.11.30.

장소 : LG아트센터

원작 : 헨리 입센

연출 : 김광보

무대 : 박동우

출연 : 박지일, 정재은, 정수영, 이석준, 우현주, 이승수, 김주완. 손진환,

        유성주, 채윤서, 한동규, 유연수, 구혜령, 백지원, 서정연, 이형석

주최 : LG아트센터

 

정말 일찍 예매해놓고 기다리고 또 기다렸던 연극 <사회의 기둥들>

김광보 연출의 신작이라는 것만으로도 이미 기대감이 컸었는데

나중에 공개된 16명의 배우를을 보고는 입이 쩍 벌어졌다.

이 배우들을 한 작품에서 다 보는게 가능한 일인가???

주인공이 16명일리도 없고...

(여기에 김영민 배우까지 있었다면... 그야말로 퍼펙트 게임이었는데..)

엄청난 기대감을 품고 LG아트를 찾았는데...

이게 뭐지???

이쯤되면 반칙 아닌가?

기대한게 민망할 정도로 너무 좋았다.

무대를 가득채운 16명 배우들에게서 시종일관 눈을 뗄 수 없었다.

무대도, 연출도, 배우들의 연기도, 스토리도, 결말도.

제대로 허를 찔렀다.

이런 결말...

너무 아름다워서 한동안 멍했다.

그리고 소망했다.

우리가 사는 세상도 이런 결말이었으면 좋겠다고!

진실을 밝힌다는건, 그것도 15년전의 일어난 일의 진실을 밝힌다는건,

환생을 하는것보다 더 힘든 일이지 않았을까?

사상누각처럼 무너지는 모든 것을 감당하겠다는 마지막 결정이

나는 너무 뭉클하고 아름다웠다.

이 작품...

국회에서 단체로 관람하면 정말 좋겠는데.

의무적으로라도!

 

로라의 마지막 대사도 귀에 선하다.

"진리과 자유, 그게 바로 사회의 기둥들이예요!"

맞는 말인데,

적어도 지금 내가 살고있는 이땅에서는 완벽한 판타지다.

침몰할 걸 뻔히 알면서 항해할 수 없는 배들을 출항시키는 그런 선주가 어디 있느냐고?

있다. 그것도 너무나 많이.

그들의 주장도 딱 그랬다.

이런 공정하지 못한 방법을 쓰는 것도 다 지역사회를 위한 일이라고.

이 모든게 개나 물어갈 일이지만,

이게 여전히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라 아프다.

이 연극과 같은 결말.

한번이라도 볼 수 있다면 나 역시도 그 어느때보다 "희망"을 품겠다.

 

점점 기울어가는 배 안에서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을때

누군가 내게 말해주면 좋겠다.

눈부시게 찬란한 미래가 저 앞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어도

거짓으로 가득한 삶을 살지는 말라고.

스스러에게 부끄럽지 않은,

너 자신의 삶을 사는 사람이 되라고.

그게 너를 침목하는 배에서 너를 구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너무 늦게 알아채거나

혹은 알면서도 모른척 한다.

기울기는 점점 가파라진다.

살아남기 위해서,

그리고 계속 살아가기 위해서 

나는, 당신은,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까?

...................................

 

사담이긴한데 연극을 관람하고 출구로 나가는데 우연히 김영민 배우와 나란히 나오게 됐다.

무대를 뒤돌아보는 그의 눈빛이 밝고 선명했다.

고민하다 아주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너무 오래 기대리고 있는데 알고 계시냐고...

무대위에 있는 당신 모습 보고 싶다고... 

더 기다리게 하진 말아달라고...

김영민 배우가 웃으며 말하더라.

죄송하다고,

조만간 좋은 작품으로 돌아올테니까 그때 꼭 보러 와달라고... 

 

작품을 보면서 김영민 배우가 많이 생각났는데 그렇게 딱 마주치니 나도 모르게 말을 걸게 되더라.

당신의 <에쿠우스>는 내가 본 <에쿠우스>중 최고였다는 고백까지 해버렸다.

예전에 유니버셜아트센터에서 공연된 그의 유일한 뮤지컬 <카르멘> 이야기도 잠깐하고...

그걸 보셨나며 멋쩍게 웃더라.

그냥...

그리웠던 사람과 마주하게되니 말해주고 싶었다.

누군가 그의 무대를 내내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는걸...

그때는 미처 생각못했는데 혹 무려가 되진 않았는지 뒤늦게 걱정스럽다.

 

이게 다 야속한 그리움 때문이다...

이해 해주시겠지?

(혼자서 다독다독...)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6. 9. 08:38

<줄리어스 시저>

일시 : 2014.05.21. ~ 2014.06.15.

장소 : 명동예술극장

대본 : W 세익스피어

연출 : 김광보

출연 : 손종학(시저), 윤상화(브루터스), 박완규(카시이스)

        박호산(안토니), 정태화(시인)    

제작 : 명동예술극장

 

세익스피어의 정치극 중 가장 완성도 있는 작품이라 평가받는 <줄리어스 시저>가 명동예술극장과 김광보 연출의 손에 의해 올려졌다.

솔직히 말하면,

관람을 결정했던 건 배우들에 대한 기대감보다

김광보 연출과 명동예술극장의 독자적인 뚝심에 대한 믿음이 때문이었다.

게다가 일본을 다녀온 후 처음 보게되는 연극이라 기대감도 컸다.

(대략 열흘의 공백에 불과했음에도 주말을 공연없이 보내니 많이 허전하더라)

작품을 보기 전에 타인의 후기에 동요되는 편은 아니지만

들려오는 후기들이 좀 심상는 않아 살짝 걱정은 했다.

직접 보고 난 느낌은...

솔직히 혼란스럽고 모호하다.

이게 정말 "김광보 연출"이 맞나 의심도 했다가

"김광보 연출" 맞네! 인정도 하다가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이렇게 만들었지?

혼자 극과 극을 오가는 질문을 반복하면서 치열한 관람하게 관람했다.

 

무대와 조명, 의상과 음향은 정말 좋았다.

전체적인 해석과 표현도 나쁘지 않았다.

마피아세계를 보는 듯한 느낌도

메트리스의 키아노리브스를 대놓고 페러디한 안토니의 느낌도 좋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2년 전 공연된 삼국유사 시리즈 중 한 편인 <로맨티스트 죽이기>가 자꾸 오버랩된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고 충분히 이해도 됐다)

그리고 원작에 등장하는 여자를 제외시키고 오직 열여섯명의 남자배우로만 무대를 꾸민다고해서

내심 아주 역동적이고 남성적인 작품일거라 기대했었다.

그런데 실제로 본 느낌은,

아주 많이 소란스럽고 수다스러웠다.

심지어 브루터스(윤상화)와 카이사르(박완규)가 대립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동네 아줌마들의 썰전을 방불케하더라.

당황스러웠다... 아주 많이...

게다가 시종일관 으쌰으쌰하면서 우스꽝스럽게 뛰어다니는 배우들과

난데없이 벌떡벌떡 일어서던 시체들.

뛰어다니는 것 자체는 충분히 이해됐고 이상하진 않았지만

굳이 그렇게 코믹할 필요까지 있었을까???

순간 내가 태능선수촌에 와 있는건 아닌가 착각까지 들더라.

(열맞춰서 참 잘도 뛰더만!)

 

가장 결정적으로 충격이었던 건 브루터스 윤상화.

시종일관 아무런 감정없이 너무나 열심히, 너무나 성실히 읽어나가던 대사들.

차라리 표정까지도 그렇게 무미건조했다면 좋았을텐데 그건 또 너무나 비장하고 심각하더라.

대사와 표정 사이의 어마어마한 괴리감.

보는 내내 너무 많이 괴로웠다.

결국은 도저히 참아내지 못하고 브루터스가 나오는 장면마다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분명 윤상화 배우가 맞긴한데 내가 지금껏 알던, 봤던 윤상화는 도무지 아닌 것 같다.

이게 도대체 뭐지?

김광보에 의해 의되된 연출?

<줄리어스 시저>라는 제목을 내세우고는 있지만

사실은 시저도, 브루터스도 아닌 안토니에게 포커스를 내주기 위한 계획된 의도었을까?

상당히 모호한 신파극 한편을 본 느낌이라 지금까지도 당황스럽고 혼란스럽다.

(차라리 아예 난해했다면 이해 자체를 포기하고 순수하고 관람이라도 했을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토니 박호산의 연기는 눈을 사로잡았다.

작품 속에서 유일하게 이해됐던 단 한 명의 인물.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박호산이 보여준 웃음은

살인마처럼 잔인했고 독사처럼 사악했다.

 

부화뇌동(附和雷同)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게 이게 아니었을까?

이 작품을 본 내 느낌도 딱 그렇고!

국민이란 그런 것이고

권력 또한 그런 것이다.

 

Et tu, Brute...

(누군가의 뒷통수를 노리는 누군가는 언제나, 항상, 늘 있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1. 28. 08:21

<A Steady Rain>

일시 : 2013.12.21. ~ 2014.01.29.

장소 :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대본 : 키스 허프 (Keith Huff)

연출 : 김광보

출연 : 이석준, 문종원 (대니) / 이명행, 지현준 (조이)

제작 : 노네임씨어터컴퍼니

 

<스테디 레인>

기본적으로 김광보 연출의 힘도 믿었고,

이석준과 이명행 배우의 힘도 믿었지만

이 정도까지 강렬한 작품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규모(?)를 떠나서 이 작품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대작이다!

솔직히 매혹, 그 이상이다.

2시간 동안 어두운 무대 위에서 대니와 조이가 쏟아내는 진술에 가까운 대사들을 듣고 보면서 온 몸의 숨톤이 조여오는 느낌이었다.

도대체 이석준과 이명행은 이 작품을 어떻게 감당하면서 매번 저 무대 위에 서있는걸까?

정말이지 이석준, 이명행 두 배우가 보여주는 신의 한수는 소름이 돋을 정도다.

두 배우의 놀라운 타이밍과 명확한 템포는 정말이지 황홀하다못해 일종의 성찬이었다.

솔직히 경건함마저 느껴지더라.

욕설과 과격한 행동이 난무하는 이 작품에 "경건함"까지 운운하다니...

그런데 어쩌랴! 이게 전부 다 진실인걸!

대니와 조이의 그 엄청난 분량의 대사들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나는 참 버겁고 힘들더라.

말의 힘이 극대화된 작품.

시간과 공간의 개념마저 은근히 허물어져버리는 이 작품을 이해하는 관건은

개인적으로 "흐름"인것 같다.

대니와 조이의 관계에 대한 흐름.

두 사람의 감정이 변화되는 그 흐름,

그리고 두 사람의 지금 겪고 당하고 있는 사건들의 연속에 대한 흐름.

"도대체 상식이라는게 뭐냐?"는 대니의 비야냥같은 질문은

사실 아주 정곡을 찌르는 핵심이었다.

 

처음에 나는 대니와 조이가 한 인물인 줄 알았다.

거의 극의 중반까지도 한 인물의 내면에 있는 두 자아의 싸움이라고 의심없이 믿었었다.

내 안의 적과 적 안의 내가 지금 함께 있는 거라고...

그런데 이렇게 완벽한 자아의 교체와 합일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대니가 되버린 조이,

조이가 되버린 대니,

changing position!

완벽한 서스펜스에 다시 없을 공포의 최고치였다.

동일화, 내면의 자아...

대니를 연기한 배우 이석준의 인터뷰를 보면서 그도 나와 같은 느낌을 받았구나 싶었다.

...... 마지막에 남은 놈은 조이죠. 연출님도 그런 말씀을 하셨는데 ‘조이는 치사한 인간이다’고. 조이는 손도 안대고 코를 푼 격이죠. 진실을 알고 있으면서 방치했던 놈입니다. 조이는 자신의 일부였던 대니가 날라가자, 일부를 버리고 일부가 갖고 있던 전부를 취한 거죠. 남은 사람이 나머지를 갖게 됐다고 이해할 수 있죠 ......

 

<스테디 레인>

이제 고작 2회 공연만 남았다는 게 미치게 아쉽다.

두어번은 더 봤어야 했는데...

"피곤하신 날 극장에 오면 주무시거나 딴짓 할 수 잇으니 정신 멀쩡할 때 오세요" 라고.

이석준이 자신의 페이스북과 홈페이지에 이렇게 썼다는데 이 말은 완전히 틀렸다.

도무지 딴짓을 하거나 잠깐이라도 눈을 감을 틈을 주지 않는다.

단언컨데 이 작품 놓친 사람은 반드시 후회하게 될거다.

한 번만 본 나도 이렇게 후회가 되는데...

 

* 배우 이석준이 김광보 연출의 새로운 뮤즈가 되려는 모양이다.

  <M. Butterfly> 르네 갈리마르네 이석준과 이승주가 출현한단다.

  두 배우다 김광보 연출의 작품을 했던 배우들이라 어떤 시너지 효과가 일어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5. 21. 06:00

<M.Butterfly>

 

일시 : 2012.04.24. ~ 2012.06.06

장소 :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극본 : 데이비드 헨리 황

연출 : 김광보

출연 : 김영민(르네 갈리마르), 김다현, 정동화(송 릴링)

        손진환, 정수영, 한동규, 이소희, 김보정

제작 : 연극열전

 

개인적으로 김광보 연출을 무지 좋아해서 그가 만드는 작품은 꼭 챙겨보는 편이다.

게다가 그가 연출하는 작품에 김광보의 뮤즈(?)라고 할 수 있는 김영민까지 출현한다면 그 작품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must see" 해야 할 필수 항목이 된다.

실제로 이 작품을 연출하기로 결정한 후 김광보 연출도 "르네 갈리마르" 역에 김영민을 가장 먼저 떠올렸단다.

김광보, 김영민.

역시 환상의 콤비다.

<내 심장을 쏴라> 이후 2년만에 네번째 연극열전이 선택한 두번째 작품에서 이 콤비가 다시  만났다!

작품을 보기 전부터 솔직히 나는 충분히 매혹당했다.

 

연극 <M.Butterfly>는 프랑스 외교관과 중국 경극 배우 사이에 벌어졌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1986년 전직 프랑스 영사 버나드 브루시코는 자국의 법정에 서게 된다.

죄명은 그가 사랑한 중국 경극 여배우에게  국가 기밀을 유출한 협의다.

그런데 또 다른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진다.

그가 사랑한 여자가 사실은 중국의 스파이었고 남자였다는 사실이...

작품이 공연될거란 소식을 들었을때

과연 스파이 송 릴링 역을 누가 하게 될까 궁금했었다.

꽃다현으로 불릴만큼 이쁜 배우 김다현의 캐스팅은 예상했었지만

배우 정동화는 개인적으로 좀 의외의 캐스팅이었다.

그래서 그 의외의 캐스팅을 직접 확인해보기로 했다.

 


해설자이자 작품의 중심 인물은 르네 길마르.

자칫하면 어수선하고 산만하게 느껴질 인물은 김영민은 역시 멋진 집중력으로 감당해냈다.

철없이 떼쓰는 소년의 이미지와 지적인 청년의 이미지가 묘하게 겹쳐지는 아우라를 지닌 배우 김영민.

특히 후반부 르네 갈리마르가 감옥에서 깨진 거울을 보면서 얼굴에 화장을 하는 장면은 압권이다.

그 대사들, 그 감정들.

스스로 자신이 사랑한 버터플라이가 되는 모습이 눈물이 날만큼 처연했다.

나는 정말이지 무대 위에서 빛나는 김영민 특유의 선량한 눈빛과

무심한듯 감정을 담는 말투가 너무나 좋다.

이야기와는 아무 상관없는 사람처럼 느껴지다가도

어느 틈에 빈틈없이 작품 속을 꽉 채우는 그 엄청난 존재감이 믿어지지 않는다.

르네 갈리마르가 송 릴링에게 치명적으로 매혹당한 그 이상의 매혹이다.

김영민의 몰입과 집중을 보면서 나는 갈리마르가 이해됐다.

그에게 송 릴링은 그저 자신이 사랑한 한 사람일 뿐이라는 사실을...

송 릴링 정동화.

솔직히 그의 여장 모습은 그가 인터뷰에서 말 한 것처럼 다분히 트렌스젠더적이었다.

때론 미안하지만 섬득할만틈 괴기스럽기도 했다.

(외모로 따지자면 김영민이 훨씬 더 이쁘고 얼굴 선도 더 고혹적이다)

일부러 여성스럽게 내는 목소리는 어색하고 몸짓은 작위적이었다.

사실 조금 실망하려는 중이었다.

역시 김다현 송 릴링으로 볼 걸 그랬나 싶었다.

그런데 2분 간의 변신 후 정동화의 모습은 너무나 압도적이라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이 녀석의 복근도 한 몫 했을테지만

솔직히 정동화의 송 릴링은 황홀했다.

그런 작품이 있다.

앞부분에 비해 뒷부분이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이야기가 느슨해지는 작품이 있는가하면

처음엔 그저 밍밍하고무난하다 후반부에 극적으로 강렬해지는 작품이 있다.

김영민, 정동화의 <M.Butterfly>이는 후자에 속하는 작품이었다.

(두 사람 참 잘 만났다.)

정동화의 마지막은 여자의 맨얼굴을 처음 보는 것 같은 낯섬과 신비감이 있었다.

역시 멋지다, 이 녀석!

그리고 두 배우의 조합은 내겐 묘한 시너지 효과를 냈다.

서로 신뢰하는 눈빛을 보면서 관객 입장에서 진심으로 행복한 시간이었다.

두 배우뿐만 아니라 정수영, 손진한, 한동규, 이소희, 김보정의 열연도 감동적이었다.

처음보다 보면서 점점 괜찮았던 작품.

그리고 보면서보다 보고 난 후가 더 괜찮았던 작품.

가볍지만 진중한 작품.

우수꽝스럽지만 심오한 작품.

<M.Butterfly>는 내게 그랬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