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4. 5. 28. 08:14

<Some Girl(s)>

일시 : 2014.05.06. ~ 2014.07.20.

장소 :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대본 : 닐 라뷰트

연출 : 이석준

출연 : 정상윤, 최성원 (영민)

        태국희(미숙), 김나미(태림), 이은(상희), 노수산나(소진)

제작 : 극단 맨씨어터

 

그동안 정말 궁금했었고 기다리기도 했다.

배우 이석준이 언제쯤 연출을 시작하게 될지가!

블로그에서 쓴 적이 있지만 몇 년 전부터 이석준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그 속에 배우와 연출가의 시선 두 가지가 다 느껴졌었다.

그래서 조바심 내며 바라기까지 했다.

아내 추상미보다 이석준이 먼저 연출가로 입봉하기를...

그랬더랬는데 그의 첫 연출작이 이렇게 <썸걸즈>가 됐다.

맨씨어터 우현주 대표의 권유도 있었다지만 개인적으로 아주 이석준다운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연극 <Some girl(s)>라면

2007년 초연부터 2008. 2010년까지 세 차례 올려질때마다 

배우 이석준이 남자주인공으로 출연했던 작품이다.

남자주인공 직업이 영화감독이자 대학교수였던 진우에서 작가 영민으로 바뀌고

some girl들의 이름도 다 바뀌긴 했지만 어쨌든 맥락은 같다.

나... 결혼해, 그 전에 우리 한 번 만나자!

"나쁜 남자" 이야기?

글쎄... 나는 좀 생각이 다르다.

진짜 나쁜 남자들,

절대 이런 짓 안 한다.

일단 모냥새 너무 빠지니까!

 

솔직히 이석준이 출연한 <썸걸즈>를 못봤었다.

이석준 출연작은 대부분 다 찾아보는 편인데

이 작품은 세 번이나 공연됐음에도 불구하고 세 번을 다 놓쳤다.

그래서 연출 데뷔작은 놓치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배우 정상윤이 이석준 역으로 첫 연극 데뷔를 한다니 여러가지로 흥미롭긴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

이석준의 연출은 아주 깔끔했고

그리고 무엇보다 배우에게 많은 부분을 맡겼더라.

연출가 이석준과 배우 정상윤 사이의 "믿음"이 작품을 보는 내내 느껴져 개인적으로 흐뭇했다.

정상윤의 섬세한 연기는 역시나 좋았고, 표정과 딕션, 대사 타이밍도 아주 좋았다.

단점이 있다며느

도저히 "나쁜 남자"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거.

그런 이유가 아니었을까?

이석준이 왜 이 작품의 남자주인공으로 정상윤을 선택했던게!

 

에피소드 4편의 균형감이 일정하지 않았던건 안타까웠지만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은 관극이었다.

(그래도 두 번 보게 될 것 같지는 않다.)

인상깊었던 에피소드 순서를 꼽자면,  

3 -> 2 -> 1-> 4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노수산나의 인물 설정은 너무 신경질적이지 않았나 싶다.

뭐랄까. 병적인 히스테릭 징후가 느껴진다고나 할까?

그럴거라면 차라리 극도로 시니컬하던가,

아예 대놓고 다중인격스러웠으면 더 좋았을텐데...

(뭐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다.)

 

그런데, 중요한 건!

나는 극 중 "영민"이 충분히 이해된다는 사실이다.

사귀던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고 잠수를 타는 방식으로 헤어짐을 통보하는 사람.

비겁하긴 하지만 이해 불가는 아니다.

때론 그게 최선일 때도 있다.

그렇지않나!

 

역시나 썸타는 일은...

쉽지 않다.

솔직히 그걸 왜 하나 싶다.

아무래도 내게 썸남, 썸녀의 기질은 전무한 모양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6. 7. 08:34

<노이즈 오프>

 

일시 : 2012. 05.04. ~ 2012.06.10.

장소 :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연출 : 백원길

극본 : 마이클 프레인(Michael Frayn)

제작 : 극단 적도

출연 : 장현성, 안신우 / 정의욱, 서현철 / 백원길, 전배수

        황정민, 김광덕/ 김로사, 김나미, 김동곤, 방현숙, 이주원

 

2006년 초연된 당시에 놓쳤던 작품이다.

그때 배우 양택조가 극중 늙은 도둑 역할에 캐스팅됐었는데 간암 초기로 수술이 결정되면서 하차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서 원래 다른 배역이었던 남명렬씨가 급하게 도둑 역을 대신했던 것 같다.

(보지도 않았으면서 참 별 걸 다 기억하고 있다.)

 

극본을 쓴 작가가 마이클 프레인이라서 좀 놀랐다.

게다가 이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10년이란 세월을 보냈단다.

내가 본 작품중에서 가장 지적이고 경이로울만큼 학구적이었던 <코펜하겐>의 원작자가 이런 희극을?

그것도 이렇게 긴 시간을 들여 완성했다는 게 또 한 번 경이롭다.

그는 10년 동안 직접 공연장을 찾아다니면서 무대와 배우들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관객의 반응도 일일히 살피면서 수정에 수정을 거듭해 이 작품을 완성했단다.

그래선가?

끊임없이 웃음을 선사하지만 이야기 구성은 치밀하고  왠만한 추리물보다 잘 짜맞춰져있다.

희극작품이지만 빈틈이 없어서 학구적(?)인 인상을 주는 참 묘한 작품이다.

특히 희극작품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타이밍(Timing)의 정확성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TV와 영화에서 지적인 캐릭터 연기를 주로 했던 장현성이 이작품에서 일종의 연기 변신을 한 셈이다.

1막은 장현성 본래의 이미지에 가깝고

2,3막에서는 조금 헐렁하고 가벼운 모습을 보여주는데

아무래도 내겐 장현성에 대한 고정이미지가 이미 굳게 자리잡혔나보다.

연기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데 보는 내가 어색한 묘한 경험을 했다.

서현철과 황정민 캐스팅이 공연하는 날로 일부러 예매했는데 두 사람의 연기는 확실히 좋았다.

서현철의 표정연기는 특히 압권이다.

김나미의 과장된 사투리 연기도 재미있고

<점프>의 연출자 백원길의 흥분된 연기와 해석불능한 말도 재미있다

백원길은 이 작품의 실제 연출가이기도 해서 아마도 보는 재미가 더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참 재주꾼이다. 이 사람!)

무대 전체가 180도 전환되면서 셋트 뒷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은 역시 인상적이었다.

공연이 되는 무대 정면과, 무대 뒤 배우들의 실제 모습들을 그대로 까발려 보여준다!

이런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

보면서 이 상황이 억지스럽거나 과장됐다기보다는 정말 실제로 그럴 수도 있겠구나 긍정하게 된다.

하긴 앞과 뒤가 다른 게 무대 뿐일까?

(연극의 대사에도 나온다. 이게 다 인생이라고...^^)

특히 배우들간의 불화가 극심해진 3막에서는

무대 뒤의 갈등은 점점 더 심해지면서 무대 앞도 난장판이 된다.

결국 수습불가능의 지경까지 이른다.

그 모습이 또 얼마나 재미있던지...

(실제로 이런 상황을 직접 목격했으면 하는 몹쓸 생각도 했다)

실제로 객석에서 사람들의 폭소가 끊이지 않고 터진다.

웃음코드가 많이 떨어지는 나인데도 시종일관 재미있게 봤다.

2막이 시작되면서 조금 지루해지려고 했는데 그때부터 소위 빵빵 터지기 시작한다.

인터미션까지 포함하면 대략 3시간짜리 공연인데 그 시간이 별로 지루하진 않았다.

그래도 역시 허리는 너무 아프다.

허리 통증도 noises off 됐으면 정말 금성첨화였을텐데...

아!... 아프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11. 21. 00:04

<연애시대>

부제 : 헤어지고 다시 시작된 그들의 연애
일시 : 2011.09.23. ~ 2011.12.31.
장소 :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출연 : 김영필, 주인영, 이상혁, 김나미, 정선아, 김태근
원착 : 노자와 히사시
각색 : 김효진
연출 : 김태형


요즘은 연극이 참 좋다.
점점 가벼워지고 코믹해지면서 엄청난 물량공세와 스펙타클한 무대효과에 힘을 쏟는 뮤지컬에 눈이 피곤했나보다.
지금 현재도 기대했던 뮤지컬 <엘리자벳>의 가격대를 보고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는 중이다.
VIP석을 넘어 생전 듣도 보도 못한(이런걸 듣보잡이라고 해야하나?) D-class라는 좌석이 탄생했다.
가격은 무려 15만원!
그것도 금,토,일 주말에는 16만원이란다.
이제 대작 뮤지컬은 돈 좀 있는 사람들만 즐기는 상류층의 진정한 귀족문화로 탈바꿈하려나보다.
항간에는 D-class의 "D'가 대박의 준말이라고 비아냥거린다.
불매운동 하자는 말도 있고...
(EMK의 엄청나게 창의적인 high-class 정신에 경의흘 표하는 바이다)
어쨌든 샛길로 빠지긴 했지만 점점 뮤지컬을 본다는게 여러모로 무서워진다.



연극 <연애시대>
예전에 우리나라에서 손예진, 감우성 주연의 드라마로도 만들어졌었다.
본 적은 없지만 꽤나 인기가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2권으로 된 소설은 꽤 오래전에 읽었다.
원작자 노자와 히사시는 일본 최고의 추리소설 작가이자 TV 미스터리 극본가였다.
투박하고 뭉뚝하게 생긴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감성적이고 세심한 글을 썼을까 궁금했다.
그러나 더이상 그 이유를 알 길은 없어졌다.
일본에서 가장 사랑받는 작기이기도 한 그가 2004년 6월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기에...
뭐가 그를 못견디게 했을까?
로맹 가리처럼 문학적으로 모든 걸 이뤘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삶을 정리해버린건가?
글쓰는 사람의 죽음, 특히 그게 스스로 선택한 자살이라면.
어쩔수없이 명치끝이 오랫동안 묵직해진다.
이런 연애시대를 꿈꾼 사람이 왜?



도망치는 남자 리이치로(김영필),
그리고 싸우는 여자 하루(주인영).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해서 결혼했고 아이를 가졌다.
그러나 그 아이는 살아서 태어나지 못했다.
아기가 사산된 날, 남편은 아내 곁을 지키지 않았다.
(사실 남편은 그날 밤 사산된 아이와 함께 있었지만 아내는 그 사실을 모른다)
도망친 남편때문에 아내는 싸우게 됐을까?
남편은 아내와 싸우지 않으려고 도망쳤을까?
두 사람은 헤어졌다.
그리고 속마음을 숨기면서 서로에게 끝없이 빈정대면서
다시, 아니 계속 사랑하고 그리워하면서 서로를 지켜보고 바라본다.
헤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너그럽게 서로를 배려하게 된 두 사람.
이런 줄거리... 사실 신물 제대로다.
하지만 이 연극은 그렇지 않다.
절대 신물 따위 나지 않는다.
두 시간동안 푹 빠져서 이 신물나는 뻔한 신파를 나는 아름답고 황홀하게 지켜봤다.
연출, 배우, 무대, 극의 전개가 전체적으로 잘 짜여졌다.
배우들의 감정 연기와 몰입이 한 순간도 흐트러지지 않는다.
오랫만이다.
6명의 등장인물이 이렇게 완벽하게 무대를 채우는 모습을 목격한 건!
마치 2인극에서나 가능할 그런 집중력이고 몰입이다.
이 연극.
괜찮다. 따뜻하고 다정하다.
툭툭 치고 받는 대사들도 살아있다.
주인공 김영필, 주인영이 11월 중순까지 공연하고 다른 팀이 들어간다기에
서둘러 챙겨봤는데 놓쳤으면 많이 아쉬웠을 뻔했다.
<뷰티플 선데이>의 정선아도, <청춘, 18대1>의 김나미도 배역에 참 잘 어울렸다.
정말 오랫만에 괜찮은 연극배우들이 만든 꽉 찬 빈틈 없는 연극을 만났다. 
풍요로운 포만감에 온 몸이 나른해진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가장 큰 게 "연애"란다.
절대적으로 맞는 말이다.
그러나 연애를 하는 사람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싸우는 걸 두려워하지 말 것!
함께 싸우면서 그렇게 알아가면서 또 다시 싸우면서...
그리고나면 시간이 더 많이 흐른 뒤 정말 이런 말을 하게 될지 모른다.
"함께 늙을 수 있어서 참 좋다!"
이럴 수 있다면,
그 사람이 누구든, 어떻게 살았든
참 제대로 살았다.

이 연극은 오래 고민중인 내게 선택을 남겼다.
고맙다.
충분히 도움이 됐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