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2. 5. 25. 08:29

<푸르른 날에>

 

 

부제 : 오월의 꽃바람 다하도록 죽지 않은 사랑...

일시 : 2012.04.21. ~ 2012.05.20.

장소 :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극본 : 정경진

연출 : 고선웅

제작 : 서울시창작 공간 남산예술센터, 신시컴퍼니

출연 : 김학선(여산), 정재은(정혜), 정승길(오진호), 이명행(오민호),

        조윤미(정혜) 외

 

2009년 제3회 차범석 희곡상 수상작 <푸르른 날에>

2011년 초연 공연 당시에도 엄청난 화제작이었던 작품으로 그해 대한민국 연극에 주어지는 모든 상을 휩쓸기도 했다. 

대한민국 연극대상 작품상, 연출상에 연극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 연극 베스트 3, 한국 연극 공연 베스트 7위.

남산예술센터와 신시컴퍼니가 2012년 공동제작으로 다시 <푸르른 날에>을 올렸다.

화려한 이력이 오히려 과대포장일 수 있어서 조금 조심스러웠는데

이 작품...

정말이지 말을 잃게 만드는 수작이다.

공연을 보기 전에 반신반의했었다.

지금 이 시대에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공연으로 보여주겠다고?

얼마나 처절하게, 얼마나 사실적으로, 얼마나 집요하게 보여줄 수 있을까?

이미 지금 세대들에게 5.18은 조선시대나 고려시대보다 더 먼 이야기가 되어 버렸는데...

연극은...

처음에 너무 과장된 신파가 이어져 솔직히 불편하고 난감했다.

그 과장된 목소리와 그 과장된 행동과 그 과장된 감정들.

보면서 감당하기가 힘겨웠다.

 

희극이 비극보다 어려우며 더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다고 했던가?

아마도 너무나 비극적인 사실이라 차라리 희극으로 표현해야만 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오민호의 물고문 장면은 섬뜩해서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그때까지 몰랐다.

무대 바닥 깊숙히 물을 담아 놓아서 참 인상적인 무대로구나 생각했는데

그게 그렇게 공포와 참혹의 현장을 적나라하게 드러낼 줄은 몰랐다.

그 장면에서 오민호를 연기한 배우 이명행의 눈빛 속에도 공포와 두려움이 가득하다.

(이명행 배우에게 깊은 존경심을 보낸다. 이 배역... 힘들었겠다... 피하고 싶었겠다... 무서웠겠다...)

연극이 아니라 르뽀를 직접 목격하는 느낌이다.

본다는 게 너무나 견디기 힘들어 눈을 감고 고개를 돌렸버렸다.

비참했고, 미안했고, 구차했다.

마치 내가 그를 고문하는 고문관이라도 된 듯하다.

"무서워서 그랫어. 무서워서!"

죽은 사람들의 환상에 쫒기는 오민호의 외침이 먹먹하다.

나 역시도 너무도 무서웠다.

마치 생명의 위협을 내가 직접적으로 받고 있는 것만 같다.

김지하와 김남주의 시.

송창식과 남진, 핑크플로이드, 비틀즈의 노래조차도 섬뜩하다.

시민군이  김남주의 시 "학살"을 한 대목씩 읊는 장면은 뭐라 말을 할 수도 없다.. 

이 작품 정말 너무나 훌륭하고, 너무나 아름답고, 너무나 끔찍하다.

다 현실이다.

다 진실이다.

우리가 딛고 있는 이 나라의 역사가 이렇다.

어쩌나...이 작품!

나는 감히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학살 2

                        - 김남주

 

오월 어느 날이었다.

1980년 오월 어느 날이었다.

광주 1980년 오월 어느 날 밤이었다.

 

밤 12시 나는 보았다.

경찰이 전투경차로 교체되는 것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전투경찰이 군인으로 교체되는 것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미국 민간인들이 도시를 빠져나가는 것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도시로들어오는 모든 차량들이 차단되는 것을

 

아 얼마나 음산한 밤 12시였던가

아 얼마나 계획적인 밤 12시였던가

 

오월 어느 날이었다.

1980년 오월 어느 날이었다.

광주 1980년 오월 어느 날 밤이었다.

 

밤 12시 나는 보았다.

총검으로 무장한 일단의 군인들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야만족의 침략과도 같은 일단의 군인들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야만족의 약탈과도 같은 일단의 군인들을

밤 12시 나는 보았다.

악마의 화신과의 같은 일단의 군인들을

 

아 얼마나 무서운 밤 12시였던가

아 얼마나 노골적인 밤 12시였던가

 

오월 어느 날이었다.

1980년 오월 어느 날이었다.

광주 1980년 오월 어느 날 밤이었다.

 

밤 12시 나는 보았다.

도시는 벌집처럼 쑤셔놓은 붉은 심장이었다.

밤 12시 나는 보았다.

거리는 용암처럼 흐르는 피의 강이었다.

밤 12시 나는 보았다.

바람은 살해된 처녀의 피묻은 머리카락을 날리고

밤 12시

밤은 총알처럼 튀어나온 아이의 눈동자를 파먹고

밤 12시 학살자들은 끊임없이 어디론가 시체의 산을 옮기고 있었다

 

아 얼마나 끔찍한 밤 13시였던가

아 얼마나 조직적인 학살의 밤 12시였던가

 

오월 어느 날이었다.

1980년 오월 어느 날이었다.

광주 1980년 오월 어느 날 밤이었다.

 

밤 12시

하늘의 핏빛은 붉은 천이었다.

밤 12시

거리는 한 집 건니 떨지 않는 비이 없었다

밤 12시

무등산은 그 옷자락을 말아올려 얼굴을 가려버렸고

밤 12시 영산강은 그 호흡을 멈추고 숨을 거둬버렸다.

 

아 게르니카의 학살도 이렇게는 처참하지 않았으리

아 악마의 음모도 이렇게는 치밀하지 못했으리.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4. 6. 06:11

 <게이 결혼식>

 

장소 : 학전 블루 소극장

일시 : 2012.03.01 ~ 20.12.07.01.

출연 : 서현철, 남문철 (에드몽) /  최덕문, 이희준, 최대훈 (앙리)

        노진원, 김늘메 (도도) / 우지순, 민성욱 (노베르)

        송유현, 민정 (엘자) 

연출 : 민준호

제작 : (주)적도

기획 : 학전

 

 

프랑스 코미디 연극 <게이 결혼식>

일찌감치 조기예매를 하고 기다렸던 작품이다.

솔직히 말하면 이 연극을 보려고 한 건 단지 서현철이라는 배우가 출연해서다.

남명렬, 김영민, 서현철, 정승길, 윤소정. 서은경.

나름대로 내가 격하게 아끼고 사랑하는 연극배우들이다.

그래서 이들이 출연하는 작품은 되도록이면 놓치지 않고 챙겨보려는 편이다.

얼마 전에 남명렬이 출연한 <모래 정거장>과 <죄와 벌>을 놓치고서도 얼마나 속상했던지...

(공연 기간도 너무 짧았고 개인적인 일때문에 시간이 전혀 안 맞았다)

 

연극배우 서현철.

점점 브리운관에서의 활약상도 커지고 있긴 하지만

(얼마전에 <해를 품은 달>에서 비중있는 조연으로 나오기도 했다)

나는 TV에서보다는 공연 무대 위에서 만나는 서현철이 더 좋다.

사람을 마냥 유쾌하고 즐겁게, 밝게 만든다.

그것도 악의 없는 건강하고 씩씩한 웃음.

(내가 골백번 환골탈퇴해도 결코 가질 수 없는 그런 종류의 성향 ^^) 

탄탄한 연기력은 물론 말할 것도 없지만

무대와 관객을 장악하는 능력 또한 엄청나다.

개인적으로 코믹한 작품을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서현철이 출현하는 작품은 주저없이 선택한다.

그리고 실제로 지금껏 본 연극, 뮤지컬 중에서 괜히 봤다 싶은 작품도 없다.

(그렇다고 서현철이 출연하는 작품을 적게 본 것도 아닌데...)

 

엄청난 금액의 유산을 상속받기 위해 고모의 유언에 따라 억지로 결혼을 하게 되는 앙리(이희준).

그것도 어릴적부터 절친인 친구 도도(노진원)와의 위장 게이 결혼.

서로 win win 하기 위해 1년의 기간을 둔 계약 결혼이라지만

자꾸 예기치 않는 일들이 발생하면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거짓말이 시작된다.

명문있는 카톨릭 집안의 장남은 버젓히 게이잡지에 결혼 기사가 실리고

도도는 앙리의 여자친구 엘자(박민정) 때문에 졸지에 장애인 게이 남동생이 된다.

아들 앙리가 진짜 게이라고 믿은 아버지 에드몽(서현철)는

그 와중에 자신도 그렇다면 편안하게 커밍 아웃 하신다.

거기에 이 모든 계획의 출발점인 이혼 전문 변호사 친구 노베르(민성욱)의 이혼 싸움까지...

좀 심하다 싶을만큼 여기저기서 사건이 연발탄처럼 빵빵 터진다.

재미있는 건 보고 있으면

등장인물 각자가 순간적으로 머리 굴리는 소리가 다 들리는 것 같다.

애드립도 아닌데 마치 애드립처럼 느껴지는 거짓말의 향연이라니!

포복절도까지는 아니지만 시종일관 재미있고 유쾌하게 봤다.

등장하는 다섯 명의 배우 전부 연기도 괜찮고...

다만 앙리, 도도, 노베르가 친구로 나오는데

상대적으로 도도역의 배우가 좀 나이가 많이 들어보인다는 게 흠이라면 흠.

뭐 프랑스는 나이랑 친구랑 아무 관계없다고 한다면 대략 할 말은 없다.

 

몰랐었는데 앙리 역의 이희준이 요즘 TV와 영화에서 주목받는 중인가보다.

오늘 김남주와 영화 <화양연화>를 패러디한 장면이 기사화됐는데 사진 분위기 상당히 좋다.

표정이랑 풍기는 느낌도 상당히 괜찮고...

KBS 주말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 나올 장면이라는데

처음엔 이 사진을 보고 이희준인 줄 전혀 몰랐다.

하긴 영화 <화차>에서도 꽤 인상기게 봤는데 거기서도 이 사람인줄 몰랐다.

(영화에서는 훨씬 더 나이가 들어보였는데... 요즘 회춘하셨나???)

요즘 TV나 영화에서 공연배우들을 많이 보게 된다.

오만석, 전수경과 홍지민, 박혜미는 이미 TV 유명스타가 됐고

김무열이나 신성록은 다방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신성록은 군에 있으니까 엄밀히 말하면 hold 중이고)

지금 한창 인기리에 방영되는 <더킹 투 하츠>에서는 조정석이

사극 <무신>에는 이석준, 뱍해수, 김영필 등 제법 많은 공연배우들이 나온다.

신선한 느낌도 있고 연기도 잘하는 배우를 찾다보니

기본기 탄탄한 공연배우들에게 자연스럽게 섭외가 가는 모양이다.

반대로 가수나 탈렌트들이 공연무대에 서는 일도 점점 많아지고 있고...

둘 다 장단점이 있긴 하겠지만

서로의 영역에 해악이 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 분명히 시작은 연극 <게이 결혼식>이었는데 어쩌다 완전히 삼천포로 빠져버렸다. 끙!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9. 5. 23:18

2009. 09. 05.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을 한편 보고 나왔더니 광화문 광장에 사람들이 가득하다.
"Seoul Intetnational Drama Awards"
KBS, MBC, SBS  각 방송국 별로 별도의 부스가 마련되어 있고
대표하는 드라마의 세트장과 소품들이 그대로 옮겨져 있었다.

아직까지도 무한애정을 가지고 있는 김명민 주연의
MBC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주인공들의 방을 하나씩 훔쳐보다.



실제 대본들과 소품들을 보는 재미도 제법 ^^

그리고 강마에의 방
나도 여기 찝적, 저기 찝적 ^^

양 옆엔 KBS의 <전설의 고향>이
SBS의 대하사극 <자명고>가 자리하고 있다.



좀 처량맞은 귀신들.
어렸을 때 정말 무섭게 봤었는데...
너무 무서워서 차마 TV를 끄지도 못했을 정도로....
지금은 내가 너무 커버렸다.
그깟 귀신보다 현실이 훨씬 무서운 걸 아니까...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드라마 <자명고>
의상도 낮설다.
꽤 돈을 많이 들인 드라마였던 걸로 알고 있는데
저조한 시청률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비운의 드라마.



어떤 명예인지는 몰라도 아무튼 한류의 여주인공 지우히메도 한켠을 장식하고 있고...
(근데 아무래도 내가 보기엔 최지우보다 배용준을 더 많이 보는 것 같다.. ^^)



김남주에게 제 2의 전성기를 선물한 <내조의 여왕>
연기자의 발연기로 엄청난 고생을 한 <에덴의 동쪽> ---> 늬들이 고생이 많다~~~!
어쩐지 좀 대비된다.
떨어뜨려 배치를 하지...



조만간에 세워진다는 세종대왕 동상.
이거 꼭 여기 세워야 하나?
이순신 장군도 참 고생 많으시다.
뜬금없이 역사를 되집어 세종대왕 호위까지 해야하니....
(뭘 굳이 광화문광장에 동상을 2개 씩이나.... )



요즘 진정한 물장군으로 다시 태어난 이순신 장군.
정신없이 좌우로 올라오는 분수을 보면
아무래도 만감이 교차할 듯....
"내가 너무 오래 서 있었지!"
그런 심정이지 않을까?
처량히 내려다 보는 모습에 나 역시도 찹찹해진다.
이러다 정말 <불멸의 이순신> 되시겠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