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3. 5. 15. 07:58

<Jesus Christ Superstar>

일시 : 2013.04.26. ~ 2013.06.09.

장소 : 샤롯데씨어터

작사 : 팀 라이스

작곡 : 앤드류 로이드 웨버

연출 : 이지나

음악슈퍼바이저, 편곡 : 정재일

출연 : 마이클리, 박은태 (지저스) / 윤도현, 김신의, 한지상 (유다)

        정선아, 장은아 (마리아) / 김태한, 지현준 (빌라도)

        조권, 김동현 (헤롯)

제작 : 롯데엔터테인먼트 (주)설앤컴퍼니, RUG, CJE&M

 

드디어 마이클리의 JCS를 봤다.

<미스 사이공> 이후에 정말 오랫만에 마이클리의 노래와 연기를 보는거라 혼자 살짝 감회에 젖었다.

너무나 좋아하는 작품에 너무나 좋아하는 배우가 출연한다는 건!

이건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냥 가는 거다.

게다가 이번 관람은 인터파크 굿티 50% 할인이라는 정말 은혜로운 이벤트 덕분에

예정에 없던 몽니 김신의 유다로 관람할 수 있엇다.

 

JCS는 Overture만 들어도 가슴이 마구 뛴다.

사실 이 한 곡이 갖는 매력도 엄청나긴 하다.

그 안에 예수, 유다, 마리아, 빌라도, 제자들의 모든 이야기가 그야말로 축약본처럼 담겨있다.

JCS의 첫 비트를 따라가다보면

마치 내 귀에 대고 직접 말하는 것 같다.

"Are you ready?" 라고!

그러면 나는 또 대답한다

"Yes! All ready!"

 

마이클리 예수.

일주일 전에 관람한 박은태 예수는 너무 비장하고 경건해서

예수의 인간적인 모습이 오히려 잘 느껴지지 않았었다.

그런데 마이클리는 고난을 피하고픈 인간적인 모습을 너무나 잘 표현했다.

그러면서도 표정은 더없이 편안하고 평온하다.

이 두 가지가 합쳐지니 그게 또 묘한 아우라를 남긴다.

급기야 2막의 "Gethsemane"에서는 정점을 찍는다.

신성(神性)과 인성(人性)의 엄청난 충돌은 일종의 빅뱅을 보는 느낌이었다.

자그마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성량과 집중력은

극의 내용을 모르고 온 관객들의 소원한 마음까지도 완벽히 휘어잡았다.

그는 이 한 곡에 작품의 시작과 끝 모두를 온전히 담아냈다.

그래서 곡이 끝낸 후 땀과 극의 감정으로 뒤범벅이 된 마이클리의 모습에 경외감이 느껴질 정도다.

그건 배우로서의 skill에 대한 경외가 아니라

작품에 대한, 인물에 대한 깊은 몰입과 일체감이 주는 감동이었다.

마지막 십자가 장면에서는 박은태는

금이라도 화면에 더 나오기 위해 애를 쓰는 액스트라의 죽음을 떠올리게 했다.

죽었나 싶었는데 한 마디 하고.

이제 정말 죽었겠지 했는데 또 한 마디 하고... 

뭐랄까, 너무 뜸을 들인다고나 할까?

다행히 마이클리에게서는 그런 느낌을 못 받았다.

(어쩌면 이건 개인적인 애정도에서 비롯된 몰입의 차이일수도 있었겠지만...)

한국어 발음도 <미스사이공>때와 비교를 하면 정말 놀라울 정도다.

센 받침과 ㅅ 발음이 좀 부정확하긴하지만

정확한 한국어 딕션을 위해 그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충분히 느껴진다.

마이클리.

본인의 바람처럼

한국에서 다른 작품에서 다시 볼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김신의 유다는 뮤지컬이 처음이라 좀 걱정스러웠는데

딕션과 넘버 소화력은 좋았다.

(그래도 역시 연기는 조금 어색하더라.. 액팅도 그렇고..)

마이클리와 목소리톤이 완전히 다른 게 오히려 묘한 조화를 이룬다.

2004년도 이태희 유다를 떠올리게도 하고...

그런데 "Superstar"를 부를 땐,

유다 김신의가 아니라 몽니 김신의 모습이 더 많이 보인다.

저러다 혹시라도 해드뱅잉을 하는 건 아닌지.

아니면 중간에 "Put your hands up!"나 "Say Ye~~!"를 외치진 않을지 좀 조마조마했다.

(커튼콜에서는 하더라... "소리질~~~~러~~!"

그래도 전체적으로 반항아적인 유다 이미지를 잘 표현한 것 같다.

"배신을 강요받은 자"란 작품의 의도와도 어느 정도 잘 맞는 것 같고..

(유도현 유다 같은 팽팽함은 확실히 없었지만)

빌라도는 지현준보다 김태한이 훨씬 괜찮았다.

노래, 딕션, 연기 전부 다.

김태한에게서는 빌라도만의 고뇌가 느껴진다.

워낙에 코믹한 배역을 많이 한 배우라 빌라도가 어울릴까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확실히 경력으로 쌓인 내공은 무시할 수 없는 모양이다.

헤롯 김동현.

아무래도 조권의 쓰나미가 너무 강력했던 모양이다.

분량은 작지만 임펙트면에서는 어마어마한 헤롯을 조권이라는 아이돌이 이미 정점을 찍어버렸다.

그래서 누가 하든 조권보다 더 좋은 평가를 들을 수는 도저히 없을 것 같다.

게다가 김동현은 조권보다 더 가볍고 코믹하게 헤롯을 표현했다.

그래서 인물이 동동 떠버렸다.

어쩔 수 없다.

이건 김동현 탓이 아니다.

다 조권 탓이다.

 

이 작품은 앙상블의 활약이 엄청나게 중요한 작품인데

이번 공연은 그게 전부 주연들의 어깨위로 넘어가버린 것 같다.

JCS 공연 소식을 들었을 때 은근히 바랬었다.

서울예술단이나 서울시뮤지컬단처럼 오래동안 합을 맞춰온 이들이 해주면 좋겠다고...

(서울예술단이 이 작품을 하게 될 일은 아마도 없겠지만...)

앙상블이 주연보다 많이 떨어지는 건 확실히 너무 큰 단점이다.

그러다보니 "Simon Zealotes" 도 느낌이 충분히 살지 못했다.

시몬을 주축으로 파워풀한 혁명의 도화선이 느껴져야 하는데

클럽에서 춤추는 스타일리쉬한 젊은이들만 보인다.

셔플댄스를 추는 건 아닐까 걱정했다.

번역은 의외로 고전적이었는데

배우들이 너무 스타일리쉬하다보니 이질감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시몬과 베드로의 비중이 너무 묻혀버린 것도 아쉽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JCS에 대한 개인적인 만족도는 아주 높다.

작정한 듯한 이지나의 연출과

역시 작정한 듯한 정재일의 엄청난 편곡,

게다가 혼신의 힘을 다하는 작정한 듯한 주연 배우의 활약은

이 작품을 특별한 작품으로 만들기에 충분하다.

(적어도 내겐)

6주간의 공연기간은 확실히 너무나 짧다.

마이클리 예수, 한지상 유다로 1번의 관람이 남아있는 나는 마냥 아쉬울 뿐이다.

그래서 무지 고민중이다.

 

어쩌나~~

마이클리.

이 사람이 나를 대놓고 흔든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6. 18. 08:32

<그을린사랑>

 

일시 : 2012.06.05. ~ 2012.07.01.

장소 : 명동예술극장

원작 : 와즈디 무아와드

연출 : 김동현

대본, 드라마투르기 : 배삼식

작곡, 음악감독 : 정재일

출연 : 이연규, 배해선, 남명렬, 백익남, 이윤재, 박성연, 김주완

        전박찬, 이진희, 이다아야.

 

이 연극을 대해 과연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연극이 아니라 고통스런 역사이고, 처참한 고발의 르포이자 그리고 처절하고 사실적인 다큐다.

너무나 잔인하고 끔찍한 작품이다.

그러나 동시에 너무나 고귀하고 장엄하고 웅장해서 황홀했다.

연극을 보고 한동안 복기(復記)조차 엄두도 못 낼 만큼 황폐하고 황량했다.

그래, 나는 이 연극에 완벽히 압도당했고 그래서 결국 오래 침묵했다.

나는 나왈의 침묵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노라 감히 말하련다.

무대에 우뚝 솟은 몇 개의 구조물을 보면서 나는 아주 오래전 역사를 기록해 우뚝 세워논 오벨리스크를 떠올렸다.

그들만의 언어로 기록되었기에 선택된 소수의 사람에 의해서만 온전히 해독할 수 있는 묵시록적 언어.

그건 일종의 금기이자 경고이기도 하다.

"우리 함께 있으니 모든 게 나아질거야"

5년 동안 긴 침묵으로 일관했던 나왈의 죽기 전 내 뱉은 문장.

이 문장이 화인(火印)이 되어 작품의 모든 여정은 시작된다.

시간을 되밟는 여정,

과거를 추적하는 여정,

그리고 결국 너무나 끔직하지만 결코 부정할 수 없는 나의  기원,

나의 태(胎)을 찾아가는 여정.

 

나왈의 유언장이 쌍둥이 남매 시몽과 잔느에게 공개되는 날,

유언집행인은 남매에게 두 장의 편지와 함께 다음과 같은 유언을 전했다.

잔느에게는 너희들의 아버지를 찾아 편지를 전할 것을,

시몽에게는 너희들의 형을 찾아 나머지 편지를 전할 것을.

그 두 장의 편지가 아버지와 형이 읽게되면 또 다른 한 장의 편지가 공개될거라는 단서와 함께...

단 한 번도 어미로써 사랑을 표현하지 않았던 어머니가 남긴 유언을 들은 남매는 혼돈에 빠진다.

지금껏 죽은 걸로 알고 있었던 아버지와

그리고 존재 자체도 몰랐던 형을 찾으라는 유언.

 

여자는 자식을 위해, 가족을 위해

기꺼이 전사(戰士)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가족의 역사가,

그 가족의 기원이 깊고 완강한 침묵이 될 수밖에 없다면?

남겨진 사람은 이제 선택을 해야한다.

금기를 깨부수고 침묵에 정면으로 소리를 치든지

아니면 더 깊고 오랜 침묵 속으로 숨어버리든지...

 

두 장의 편지는 남매에 의해 그들의 아비와 그들의 형에게 전달된다.

두 사람은 기원을 찾는 방정식을 풀었다.

1+1=2가 아닐 수 있다는 수학의 명제.

너무나 뻔한 명제가 뒤집힌 것처럼 충격적이고 잔인한 진실과 그들 모두는 대면중이다.

그들의 아비가 바로 그들의 형(오빠)이고, 

그들의 형(오빠)이 바로 그들의 아비라는 진실.

이 모든 게 과장이라고, 단지 꾸며낸 이야기일 뿐이라고 말하지 말자.

명예살인과 부계중심의 가부장적 사회. 같은 나라라도 부족간의 생사를 거는 싸움이 난무하는 곳.

그곳에서 지금 일어나는 있는 일들은 이 사건보다 더 충격적이고 극악무도하다.

우리는 이 재앙을 무엇으로 극복할 수 있을까?

이 금기를 무엇으로 깨부술 수 있을까? 

나왈은 근원적인 "사랑(모성)"에 모든 것을 놓아버렸다.

"사랑이 있는 곳에 증오는 있을 수 없다!"

비록 태를 끊는 순간 바로 난민촌으로 보내졌던 아이였지만 아기를 처음 품에 안았을 때 나왈은 맹세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널 언제나 사랑할거야!"

애타게 아들을 찾아다닌 나왈.

25년이 훌쩍 지나 드디어 두 사람은 재회하게 된다.

그러나 잔인하게도 그 둘은 서로의 태(胎)를, 서로의 근원을 알아볼 수 없었다.

포로로 잡힌 어미 나왈은 고문기술자로 불리는 자신의 아들에게 강간당한다.

그 후에 태어난 쌍둥이 아이...

 

이다아야. 배해선, 이연규가 연기한 나왈은

처음엔 순수했고, 나중엔 강인했고, 그리고 마지막엔 비장하고 웅장했다.

특히 이연규 나왈의 법정 장면과 편지 장면은 너무나 압도적이라 보는 내내 너무 비참했다.

한 문장 한 문장이 끝날 때마다 누군가 숨통을 조이는 느낌이었다.

이러다 죽는 거 아닌가 극도의 공포심까지 느꼈다.

참담함. 참담함. 참담함.

그러나 드디어 개봉된 마지막 편지.

나왈은 쌍둥이 남매의 아비이자 자신의 아들에게 말한다.

"넌 사랑으로 태어났다. 그러니 네 동생들도 역시 사랑으로 태어났다 .... 사랑이 있는 곳에 증오는 있을 수 없다"

용서와 이해는,

너무나 구체적이고 선명하고 잔인하다.

그러나 여기에 누가 감히 정의를 운운하며 비난의 말을 퍼부을 수 있을까?

(정의는 개나 물어가게 놔두라지!)

누구라도 그럴 순 없다!

이건 비극이 아니라 엄연한 현실이니까.

 

작품 전체를 관통하던 현과 건반을 읽으며 여러 번 감탄했다.

(음악감독 정재일에게도 깊은 찬사를...)

격정적이고 비장한 현의 울림.

땔로는 밝은 종소리로, 때로는 웅장함으로 극의 간극을 채웠던 건반의 떨림.

전쟁의 참상을 떠올리게 하는 아득한 포탄소리.

귀기(鬼氣)가 느껴지갸ㅔ 섬득하면서도 아름다웠던 구음(口音)들.

손가락 사이사이로 스르르 떨어지던 모래와 그 모래를 적시던 물.

거대한 구조물에 투영된 의미 심장한 영상들.

보도 듣는 모든 것이 다 하나의 의미였고, 하나의 진언이었고, 하나의 진혼곡이었다.

보고난 후 오래 아팠고 힘들었다.

나는 내가 본 이 모든 것들을,

어떻게 해서든 제대로 기록해낼 수 없을테다. 결코!

 

* 10명의 배우 모두에게 한 순간도 경의를 표하지 않은 때가 없었다.

   그 순간만큼은 이 세상에서 그들이 가장 아름답고 위대했다.

   그러니 공연이 끝날 때까지 무슨 일이 있어도 모두 강건하시길...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11. 28. 05:55
공연관계자들에게 월요일은 일요일이다.
주말동안 하루 2회 공연을 해야하는 그들에게 공연이 없는 월요일이란,
다가올 일주일을 위해 무슨 일이 있어도 푹 쉬어야만 하는 그런 날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석준의 뮤지컬 이야기쇼는 어쩌면 일종의 반란이자 일탈이다.
season 1 뮤지컬 이야기쇼가 막이 내린지가 벌써 4년 전 인가?
딱 1번 관람했었는데 그때가 season 1의 100회 특집이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초연팀이 꾸미는 무대였다.
배우들조차 그렇게 한 자리에 모여본 적이 없다면서 감격스러워했던 기억이 난다.
서영주 베르테르의 순간적인 감정 몰입은 엄청났었다.
노래 부르기 바로 전까지 박장대소를 하며 웃던 사람이
전주가 나오자마자 바로 베르테르가 돼서 눈가가 촉촉해지더라.
사회자였던 뮤지컬 배우 이석준에게도 감탄했었는데...
순발력과 재치, 그리고 출연진 한 사람 한사람에게 관객의 시선과 관심이 가도록 유도하는 진행솜씨란!
왠만한 전문 MC들도 울고 가겠다 싶었다



뮤지컬 이야기쇼는 재능 기부 공연이다.
공연 제작비를 제외한 수익금 전액은 "함께하는 사랑밭"이라는 곳에 기부된다.
"함께하는 사랑밭"은 소외층 구제 활동 및 올바른 기부 문화에 앞장서는 NGO 단체란다.
충무아트홀이 장소를 제공해서 주최를 하고
전문 공연 기획팀 ACT11이 제작에 참여한다.
이렇게 월 2회 콘서트가 열리면 초대되는 배우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게 된다
월요일이라 부담스럽긴 하지만
2주마다 티켓이 오픈되면 정말 빠른 속도로 매진이 된다.
티켓을 구하기 위해서 발을 동동 구르기도 하고...
(동생이 예약한 모양인데 못간대서 내가 대타로 갔다. 전혀 예정에도 없었는데...)
출연진을 거의 당일 공개하는 것도 특징이라면 특징!
이야기쇼에 나올 정도의 배우라면 어느정도 기본기는 있는 배우라서
그다지 출연진 공개가 중요하지 않는 것도 있겠다.
공연 배우들의 의외의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라면 재미!
여러가지로 매니아층을 엄청나게 확보하고 있는 팬텀 프로그램이다.
마지막 핸드폰 이벤트 역시도 이야기쇼만의 독특한 재미이기도 하다.



season 2 열 두 번째는 무대에서 감초역할을 하는 뮤지컬 조연배우 5명이 출연했다.
김남호, 김동현, 이훈진, 임기홍, 정철호.
다섯 명의 배우가 명품조연이라는 타이틀로 한무대에서 만났다.
실제로 한 작품 속에서 이들을 함꺼번에 본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워낙에 개성이 강한 배우들이고 중복되는 캐릭터들이 많으니까...
무대 위에서 재미있고 유쾌한 배우들이라 2시간 반이 넘는 긴 시간동안 정말 즐겁고 재미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연으로서의 어려움과
캐릭터의 한계를 이야기할 때는 좀 짠해지기도 했다.
(주연만 대우하는 더러운 세상~~~의 한 단면을 봤달까?)
관객들은 작품 속에서 그들의 진지함과 심각함을 좀처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건 일면 비극이다.
이들이 무대에서 아무리 진지한 모습으로 등장해도
이미 관객들은  코믹의 요소만 부지런히 찾아낼 뿐이다.
이런 캐릭터의 부딪침은 배우 입장에서는 여러가지로 참 속상한 일이지 싶다.
더블 캐스팅 없이 거의 혼자서 오랜 기간 공연하게 되니까 
부상을 당해도 그냥 공연을 해야하고 그렇게 생긴 각종 후유증에 대한 보상 역시도 전무한 게 현실이다.
출연료 미지급 문제는 말해 무엇할까?
공연 배우들의 처후 개선이 정말 시급하고 절실한 문제이긴 하다.
배우라는 직업은 일종의 업(業)이란다.
힘들고 어려운 업이지만
그 업의 기쁨과 고통을 아는 그들이 이제 무대 밖에서도 좀 더 편안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보는 우리도 더 편할 수 있을테니까.
편안하게 행복할 수 있다면,
정말 충분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11. 13. 05:54

연극 <프루프>

장 소 : 대학로예술마당 3관
기 간 : 10월 12일(화)~12월 12일(일)
극 본 : 데이비드 어번

연 출 : 이유리
출 연 : 로버트 - 남명렬, 정원종, 
         캐서린 - 윤지, 강혜정 
         클레어 - 하다솜, 김태인
         해롤드 - 김동현



나무 액터스와 악어 컴퍼니의 야심작(?)
"무대가 좋다"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이자
타블로와 결혼 후 아기를 낳고 한동안 쉬고 있던 강혜정의 복귀작 연극 <프루프>
그러나 난 이윤지 캐서린을 선택했다.
2 년 전에 김지호와 남명렬이 부녀로 나왔던 <프루프>를 보면서 그 느낌이 얼마나 좋았던지...
그때 이 작품을 보면서 김지호가 나이가 좀 더 어렸다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을 했었다.
김지호 자체는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연기를 잘했었고 집중력도 놀라웠었다.
단지 그녀가 25살로 나오는 게 나홀로 어색했었는데...
그래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이윤지의 캐서린을 선택한 건.
그리고 왠지 그녀는 똑 부러지고 야무지게 연기를 할 것 같았다.
아버지 로버트역은 전혀 망설임이 없이 배우 남명렬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무대 위에서 존재감 있다는 표현,
배우 남명렬만큼 적절하게 들어맞는 경우가 또 있을까?
그의 딕션과 톤은 가히 환상적이다.
연극을 보는 내내 나는 로버트가 내 아버지가 아니라는사실에 불같이 질투가 났다.
(이게 말이 되느냐 말이다)



천재 수학자 로버트는 20대에 이미 학계가 깜짝 놀랄 수학적 업적을 남겼다.
그러나 그 천재성이 오히려 그에게 견디기 힘든 독이었을까?
말년은 정신분열 증세와 불안장애로 혼란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캐서린의 보호를 받으며...
아버지의 수학적인 천재성을 물려받은 캐서린은
아버지를 돌보기 위해 학업도 포기한다.
...... 캐서린은 분명 내 삶을 구원해주었다. 
       그 아이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나는 결코 그 아이에게 보답하지 못할 것이다 ......

캐서린의 21살 생일에 쓴 로버트가 일기.
문득 두 부녀의 관계에 또 다시 질투가 난다.
로버트에게 딸 캐서린은 어떤 의미였을까?
그리고 연극은 우리에게 무엇을 증명하고 싶었던 걸까?
우울증마저도 너무나 수학적인 딸 캐서린,
아버지 로버트는 혼자 남겨진 그 딸에게 환영으로라도 나타나
새 삶을 시작할 힘을 남겨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겟다.
네 삶에 새로운 삼페인을 스스로 떠뜨리라고...
스스로를 죽은 사람임을 인정하면서 퇴장하는 아버지의 탈육체화된 모습을 보면서
난 그 어떤 실체보다 더 현실적으로 만져지는 로버트의 존재감를 느꼈다.
마지막 유산, 혹은 찬란한 유산이라는 식상한 표현이라도 꼭 해야할 것 같다.
부재가 분명한 한 사람이 버젓이 현실로 변하는 그 시점.
아버지는 딸에게 모든 걸 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늘 모녀관계에만 익숙했는데 무대에서 만나는 부녀관계는 참 뜨겁고 사랑스럽고
그리고 안타까움의 연속이었다.
부녀의 사랑은 할과 캐서린의 사랑마저도 유치하게 만들어 버린다.
그리고 캐서린과 클레어의 관계까지도.
캐서린은 정말 그랬을까?
아버지의 천재성이 가장 번득이던 20대 중반,
지금 그 나이를 지나야 하는 자신에게도 혹시 아버지의 정신병이 유전되는게 아닐까 불안했을끼?
작품 속에서는 그런 뉘앙스가 아주 많이 풍기지만
난 결코 아니라도 말하련다.
딸이자 보호자이자 협력자이자 간병인이었던 캐서린.
그 부녀의 관계는 무엇으로도 증명될 수 없고
그 누구라도 감히 끼어들 여지가 없다.
연극은 마치 그것을 증명하는 어렵고 난해한 공식 같다.


연극 <프루프>는 영화 <뷰티풀 마인드>의 천재수학자 존 내쉬와 그의 가상 딸을 소재로 쓰여진 작품이다.
2001년 드라마부문 퓰리처상과 토니어워즈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데이비드 어번의 극본은 아름답고 치밀하다.
아쉬움이 있다면 부녀를 제외한 다른 두 사람이 이질적으로 느껴졌다는 점이다.
언니 클레어 역의 하다솜은 너무 신경질적이여서 오히려 정신과적인 진료를 받을 사람은 캐서린이 아니라 바로 그녀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2년 전 봤던 클레어는 이지적으로 도시적인 느낌이 강했었는데...
초반에 캐서린과 머리 영양제(?)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마치 미장원 종업원이 손님에게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열심히 강매하는 느낌까지 들더라.
그리고 그 옆에서 손톱 손질하면서 함께 수다떨기에 딱 제격이었던 캐릭터 할까지!
목소리와 외모에서 지석진을 떠올리게 했던 김동현 할은,
아무리봐도 수학자같은 이미지는 아니여서 보는 내내 당혹스럽웠다.


클레어와 할 덕분에
순간순간 이 연극이 이렇게 수다스러운 작품이었나 생각했다.
(놀랍도록 새로운 경험이었다)
이윤지 캐서린은...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앗다.
목소리 톤이 급작스럽게 변한다거나 과장되게 표현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첫 연극 무대라는 걸 감안한다면 앞으로의 모습도 기대가 된다.
2시간 동안 이야기를 끌고 나가야 하는 캐서린.
그 역할을 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텐데...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끊임없이 감정의 변화를 조율하는 일도 쉽지 않았으리라.
스스로도 어느정도 대견해하고 있지 않을까?
젊은 배우들의 연극 무대 도전!
지금까지 "무대가 좋다" 시리즈 중에서 개인적으로는 가장 좋았던 작품이다.



"다 됐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위험한 때야!'
연극 속에서 논문 초고를 들고 찾아온 할에게 로버트가 던진 말이다.
모든 증명의 완성은 항상 이런 반추가 아닐까?
살면서 우리가 증명해야 하는 모든 것들에게 마지막으로 던지는 화두!
그게 사랑이든, 학문이든, 집착이든, 두려움이든. 정신병이든,
다 됐다고 생각하는,
가장 위험한 그 때를 지나오는 증명만이
오직 위대하고 완벽한 증명이 될 수 있듯이...

한 편의 연극을 보고...
어쩌자고 또 다시 이렇게  멀리 와버렸는지...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7. 5. 00:02


솔직히 말하면 박정환이라는 배우가 출연한다고 해서 선택한 뮤지컬이었다.
딱히 기대를 했던 것도 아니라 만약 재미가 없어도 그만이라는
상당히 껄렁한 마음으로 선택한 공연이었다.
<총각네 야채가게>라는 제목은
홍보성 이미지가 너무 강한 것 같아 오히려 눈에 거슬리기까지 했다.
그래서 보고나서 실망하게 된다고해도
주말마다 공연장을 떠도는 내 몹쓸 습성을 탓하리라 은근히 강짜를 부르기도 했었다.
어! 근데 이 작품,
껄렁했던 처음 마음이 미안해질만큼 너무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박정환, 원종환, 오의식, 이주훈, 김동현
5명의 꽃미남(?)들의 연기도 상당히 괜찮았고 노래도 다들 썩 잘한다.
캐릭터들의 성격은 전부 다 다르지만 은근한 일체감이 있고
배우 한명 한명에게 할애되는 시간도 제법 착하다.
여자 주인공(홍기주)은 노래가 많이 불안하긴 했지만 대사톤과 느낌은 좋았다. 
그리고 숙대 나온 여자분(김세인 ^^)은 정말 여러 면에서 눈에 띄더라.
무대 셋트는 귀염성있게 알차게 만들어졌고
배우들은 그 무대 구석구석을 또 알차고 야무지게 이용한다.
유치하리라 생각했던 내용은 그래도 재미있게 교훈적(?)이었고 
유머러스한 포인트들도 난잡하지 않게 잘 배치되어 있다.
애드립이었는지, 계획된 연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애드립쪽이 맞는 것 같다)
탁탁 치고 받는 대사가 너무 재미있어 쉴새 없이 웃음을 자아낸다.
그러면서도 진지한 부분에서는 엄청난 몰입으로 분위기를 바꿔낸다.
보고 난 후의 느낌은...
꽤 잘 만든 소극장 뮤지컬이라는 생각.



스텝들을 찾아봤다.
작가 : 이재국 (극작가, 공연기획자.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연출 : 김한길 (춘천 거기)
작곡 : 김혜성 (김종욱 찾기, 오! 당신이 잠든 사이)
작사 : 정  영 (남한산성, 스프링 어웨이크닝, 바람의 나라)
음악감독 : 구소영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뮤지컬 라디오 스타)
안무 : 한승훈 (사랑한다면 춤을 춰라, 뮤지컬 빨래)
괜찮는 작품이 나올 수밖에 없은 구성이긴 하다.
"오징어송(?)"이나 "가락시장 칼잡이" 같은 노래는
가사의 임팩트도 강하고 장르도 넘나들며서 독특한 재미를 준다.
자칫 잘못하면 무지 산만한 작품이 될 수도 있었을텐데
꽤 공을 들여서 만든 작품이라는 게 확실히 느껴졌다.



소극장 공연의 매력은,
땀을 흠뻑 쏟으며 연기하는 배우의 모습을
바로 눈 앞에서 생생하게 볼 수 있다는 것과
실수를 애드립으로 바꿔 오히려 더 재미있게 만드는 걸 보는 재미에 있다.
(단, 과유불급(過猶不及)에 항상 주의해야만 한다)
그 뚝뚝 떨어지는 땀방울이 주는 황홀경이 어쩌면 관객을 메번 홀리는 건지도.
그 세계에 빠지면 참 약도 없다는데...
동반되는 지름신은 또 어이할꼬!!!



개인적으론 배우 박정환은 제대로 알고 싶다면
꼭 그의 소극장 작품을 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가 대극장형 배우가 못 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함께 연기하는 후배들을 독려하며서 열심히 이끌어가는 모습을 눈 앞에서 보는 건
(아무래도 대극장에선 그런 섬세함을 목격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관객으로선 상당히 아름답고 이쁜 모습이라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 작품도 그가 출연하지 않았다면
아마 나는 보지 않았을 공연이다.
박정환이라는 배우를 통해 이렇게 또 다시 알찬 소극장 뮤지컬을 알게 됐으니
매번 고마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뮤지컬과 연극을 번갈아 가며 무대에 서는 배우 박정환의 부지런한 모습을 보면
그에게 배우의 삶은 그냥 일상이구나 싶다.
그래서 그가 출연한 소극장 작품들은 대부분 자리를 잘 잡게 되는건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투박한 그의 섬세함이 한몫 했으리라는 게 내 짐작.
그의 대사끝이나 동작의 끝, 심지어 대사 후의 입매의 끝에서 느껴지는 투막한 섬세함은
묘한 여운과 함께 은근한 동참을 선동한다.
그렇게 선동하며 무대 위에 서 있는 배우 박정환이 그래서 나는 참 좋다
그리고 크든 작든 그의 무대를 보는 건 매번 어김없이 기대된다.



엔딩 커튼콜을 보면 박정환 뿐만 아니라 출연하는 배우 모두가  
얼마나 이 공연 자체를 충분히 즐기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행복하겠구나 싶은 부러운 생각도...
솔직히 좀 샘이 나는 모습이기도 하다.
배우들만이 누릴 수 있는 이 특별하고 뿌듯한 특권이...



                                                         상품이 아니라 즐거움을 파는 총각네 야채가게 ^^
                                                         꿈을 꾸는 젊은이들의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파이팅!!!  ^^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