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2. 12. 24. 08:31

<완득이>

일시 : 2012.12.14. ~ 2013.03.23.

장소 : 홍익대학교 아트센터 대극장

원작 : 김려령

각색, 작사 : 김명환

작곡 : 박기영, 김조한

안무 : 정도영

연출 : 윤호진

출연 : 한지상, 정원영(도완득) /서영주(똥주)/ 양소민, 임선애 (어머니)

        이하나(오윤하)/ 임진웅(아버지)/ 오석원, 윤길(민구 삼촌)

        이정수, 김태향, 김바울, 남정우, 정욱진 외

제작 : 에이콤인터내셔날

 

몇 년 전에 김려령의 원작 소설 <완득이>를 정말 재미있게 읽었었다.

너무 재미있어서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읽고 만나는 사람마다 꼭 읽으라고 적극적으로 추천하기까지 했다. (특히 학부모들에게 ^^)

유아인, 김윤석 주연의 영화로도 흥행에 성공한 <완득이>를가에이콤에서 뮤지컬로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 솔깃했었다.

(개인적으로 에이콤의 창작품들을 참 좋아한다.

 스토리도 좋고 특히나 앙상블을 보고 있으면 감탄을 절로 하게 된다.)

작곡에는 동물원 멤버였던 박기영과 솔리드 김조한이 참여한단다.

게다가 서영주가 똥주로, 한지상이 도완득이란라.

어~~라! 여러모로 솔깃해졌다.

(서른을 넘긴 군필자 한지상의 고등학생 연기가 쌍방간에 민망은 하겠지만...)

베스트셀러를 뮤지컬로 만든다는 건 어떤 의미에서는 상당한 모험일 수 있다.

기를 쓰고 잘 만들어도 원작의 힘이라는 억울한 평가를 들을 수 있으니까...

과연 이런 난재를 이기고 원작, 영화에 이어 뮤지컬까지 성공을 이어갈 수 있을까?

여러모로 궁금하긴 했었다.

 

홍익대학교 대학로 아트센터를 들어서는 순간 확 끼쳐오는 새건물 냄새.

(이건 정말 어떻게 해결을 좀... 난데없는 두통의 급습이라니 ㅠ.ㅠ)

그래도 작품은.

기대보다 훨씬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만들어졌다.

원작이 어땠는지 잠시 잊을 정도로 완전히 새로운 느낌이었다.

지루한 부분도 물론 있고, 과감하게 가지치기를 해야 할 부분들도 있지만

(예를 들어 장터에서의 트윈스 장면과 티코 라이프 장면은 둘 중 하나만 있어도 될 것 같다)

전체적으로 유쾌하고 밝게 관람할 수 있는 작품이다.

특히 서영주의 똥주는 단연 돋보인다.

처음 캐스팅 소식을 들었을부터 딱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 정도까지 잘 할 줄은 몰랐다.

(이상하게 <완득이>를 보면서 <라카지>의 앨빈을 서영주가 하면 딱이겠다는 생각을 했다.

 점점 진하게 느껴지는 아줌마 스멜~~~)

특히나 병실 장면에서의 연기와 노래는 이 작품 전체의 클라이막스라고 생각될 정도다.

배우 서영주의 순간 감정몰입은 정말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한지상 완득이도 우려보다는 역할에 잘 어울렸다.

그래도 고등학교 2학년을 연기하기엔 너무 노숙(?)해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1막과 2막 랩장면은 좀 어색했고

(잘하려고 열심히 하는 게 오히려 너무 튀는 역효과를 보인다.)

본경기 전에 새도우 복싱하는 장면은 살짝 코믹하기까지 했다.

그래도 역시 한지상의 노래는 정말 듣기 좋다.

노래부를 때 가사와 감정의 클라이막스 컨트롤은 정말이지 매력적이다.

"엄마 향기"나 "햇살 1g" 은 그래서 지금까지도 귀에 많이 남는다.

("엄마 향기"에서 엄마 임선애가 조금만 더 노래를 잘해줬더라면...)

 

앙상블은 역시나 에이콤답게 최고다!

대책없이 열악한 음향 상태에도 불구하고 정말 멋지고 아름다웠다.

(음향상태는 전체적으로 다시 점검해야 할 듯.)

체육관 장면도 그렇고 학생들 군무도 그렇고

체력적인 소모가 엄청났을텐데 정말 감탄스럽다.

공을 많이 들였다는 마지막 킥복싱 장면은 역동적이면서도 섬세하게 잘 만들어졌다.

마치 킥복싱 경기장를 클로즈업해서 보는 듯한 생동감이 있다.

(그런데 나. 킥복싱 본 적 한 번도 없다.ㅋㅋ)

전체적으로 배우들의 호연이 돋보이는 작품이었고 음악과 조명, 무대도이 괜찮았다.

일반적인 뮤지컬 넘버보다 긴 넘버가 많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장르를 적절하게 잘 배치해서 지루함이 별로 없다.

가사도 아주 괜찮고...

물론 지금 공연되는 <완득이>가 완성된 상태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러나 창작 초연이고, 수정 보완하는 과정을 계속 하고 있는 지금.

그 가능성과 미래는 좀 믿어봐도 될 것 같다.

부족하지만

그래도 확실히 멋진 작품이니까! 

 

괜찮아! 도완득!

그래도 도전했으니까~~~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8. 11. 30. 15:08


 <완득이> - 김려령 

책 이미지

 

지난주 토요일에 읽은 책입니다.

진료 끝나고 손에 잡았던 책인데 1시간 만에 뚝딱 읽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유쾌, 상쾌, 통쾌에다 플러스 알파를 주고 싶은 책입니다.

<완득이>를 처음 손에 잡았을 때의 느낌을 그대로 표현하자면...

“뭐야?? 이거 인터넷 소설인거야? 귀여니의 아류쯤 되는 건가?????”

저처럼 에니메이션한 책 표지에 속는 사람 아마 여럿 있으리라 싶습니다.

일단 작가 김려령!

이 책 한 권으로 마해송 문학상, 문학동네 어린이 문학상, 창비청소년 문학상 이렇게 그랜드슬램을 해 버렸습니다.(당신은 욕심쟁이, 우후훗!)

청소년 명랑 소설쯤으로 생각하신다면 제가 많이 서운할 듯.(도대체 제가 뭐라고....^^)

정신 수준은 가히 “만득이” 수준을 왔다 갔다 하는 이 “완득이”라는 놈이 글쎄 주말에 저의 완소남으로 완전 등극해버렸습니다.(고작 고1 어린 놈이 자식에게......)

“도완득”

도를 완전히 터득한 놈이라고 할까요~~~^^ (한마디로 득도한 놈입니다. 득도의 방향이 좀 이상하긴 하지만 득도를 하긴 했습니다.)

어느 분은 그런 표현도 쓰셨던데요.

현대판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라고...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에게는 아마도 아부지 도정복의 공이 크다 싶습니다.


가족 구성원 살펴봅니다.

왜소증인 아버지 도정복 : 카바레가 문을 닫자 오일장을 개척하는 생활 역꾼. 본인은 정직하게 기록했는데 결혼 중개소에서 난쟁이라는 말을 일부러 지워 본의 아니게 베트남 처자의 가슴을 아프게 만드신 장본인 되시겠고...

베트남 어머니 : 가난한 나라 사람이 잘 사는 나라의 가난한 사람과 결혼해 여전히 가난히 살다 어찌 어찌 아버지와 헤어져 음식점에서 한달에 두 번 밖에 못 쉬면서 과다한 노동 중이시고...

삼촌 남민구 : 춤이 좋아 아버지에게 춤을 배우게 된 말더듬이. 생긴 건 요즘 말로 사망 지경인데 지능이 좀 떨어지고 춤은 무아지경 환상의 수준에 도달하신, 남들에게 “난닝구”라는 편안한(?) 별칭까지 하사 받으신 비혈연 관계이긴 하나 어쨌든 삼촌 되시겠고...


그리고 가족보다 더 가족 같은 우리의 사회 선생 똥주(이동주)


“정말 이러시기예요? 가시관에 머리가 찔려서 잘 안 돌아가세요? 똥주 하는 꼴 좀 보라고요. 학생 집에서 술 퍼마시고, 꼴리는 대로 학생이나 패고, 선생이라는 작자가 인성 교육이 안 돼 있으니까, 학생들한테도 그런 교육을 못 시키잖아요. 다시 어린애로 돌려서 교육시킬 수도 없고, 방법은 하나밖에 없어요. 죽여주세요. 이번 주에도 안 죽이면, 나 절로 갑니다. 하나님 안 믿어요! 거룩하시고 전능하신 하나님 이름으로 기도드리옵나이다. 아멘’”


완득이의 표현을 쓰자면 “부자 아버지 밑에서 가난한 척하는”, “생활보호 대상으로 나온 제자의 햇반을 날로 드시는(그것도 잡곡으로다.....)”, “이주노동자를 불법 고용하여 무지하게 일 시켜 먹는 자기 아버지를 경찰에 고발하는” 한마디로 대책 없는 선생 똥주...

이런 선생님 학교 다닐 때 만났다면 아마 제 인생도 달라지니 않았을까 하는 에니메이션한 상상까지도 하게 만드는 인물입니다.


요는, 정말 다 살아있다는 사실입니다.

여기 나오는 인물들은 꾸며진 사람들이라고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완벽히 살아있는 사람들입니다.

책을 읽고 있으면 마치 내 옆에서 이 사람들이 정말 수다스럽게 서로 말하는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저도 자꾸 한마디 거들고 싶어지게 만들 만큼요.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유쾌한 이야기 속에 장애인이나 외국인 노동자 같은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편견들을 자연스럽게 풀어내고 있다는 점입니다.

장애인 아버지와 이주 노동자 어머니를 가진, 그래서 동시에 두 배의 편견에 시달리는 완득이의 가족을 통해 우리들의 사소한 선입견이 그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되는지도 단편적으로 돌아볼 수 있게 해 주죠.(너무 깊은 내용을 기대하진 마시라... 이 소설의 타이틀은 어찌됐든 청소년문학이니까.....)

또한 똥주를 통해 외국인 노동자를 이용하는 악덕 기업주와 그들을 돕는 봉사자들의 모습도 단편적이긴 하지만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들조차 그리 무겁지만은 않다는 사실, 적절한 가벼움을 유지하되 진지한 이야기를 함께 엮어내어 유쾌하게 웃으면서도 우리 사회의 문제들에 대해 한 번쯤은 생각하게 만들고 있죠.

그래서 읽는 내내 큰소리로 웃을 수 있었고, 그러면서도 가슴 한쪽이 뻐근해지는 느낌 또한 지울 수 없었던 책이었습니다.


어쩌면 완득이는 “열등감”에 관한 책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완득이는 주변 사람들을 통해, 그리고 킥복싱을 통해 이 열등감을 아주 유쾌하고 건강하게 극복하고 있는 중입니다. 정말 현재 진행형으로...

어쩌면 더 많은 TKO 패를 당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계속 하다보면,

언젠가는 TKO 승을 하는 날이 오지 않겠습니까!!!

이렇게 멋진 완소남 도완득인데....^^


“아버지와 내가 가지고 있던 열등감, 이 열등감이 아버지를 키웠을 테고 이제 나도 키울 것이다. 열등감 이 녀석, 은근히 사람 노력하게 만든다....”


저도 한마디 해주고 싶네요.

“완득아!!!~~ 힘내라!!! 누나가 지켜본다~~~~~”

이 녀석, 한마디 할 것 같습니다.

"됐거든요~~~ 똥주 하나로도 기도하기 바쁘거든요~~~"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