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3. 5. 27. 08:29

<브로드웨이 42번가>

일시 : 2013.05.11. ~ 2013.06.30.

장소 : 디큐브아트센터

대본 : 마이클 스튜어트, 마크 브램블

작사 : 알 더빈

작곡 : 해리 웨렌

제작 : (주)설앤컴퍼니, CJE&M

출연 : 박상원, 남경주 (줄리안 마쉬) / 정단영, 전예지 (페기 소이)

        박해미, 홍지민, 김영주 (도로시 브록)

        전재홍, 이충주 (빌리 로러) 외

 

<브로드웨이 42번가>

2005년에 정동에 있는 팝콘하우스에서의 관람했던 게 마지막이었으니 무려 9년만의 재회다.

그때가 뮤지컬에 빠지고 2년쯤 지난 시기여서 비교적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는 작품 중 하나다. 

그 당시 줄리안 마쉬 김법래 배우가 기획사 "대중"을 상대로

미지급출연료와 관련해서 공연거부를 선언해 큰 이슈가 되기도 했었다

김법래는 분장을 전부 끝낸 상태에서 자동차에 대기했다던데 결국 그날 공연은 취소가 됐다.

당일 공연장을 찾았던 관객들에겐 환불 작업이 이루어지고...

아무튼 이 사태로 기획사와 배우같의 출연료 문제가 잠깐이었지만 수면 위로 떠올랐었다.

배우들은 김법래를 많이 지지했던 것 같고...

(당연하지! 그들에겐 출연료가 밥줄인데...)

9년 전 이 작품의 출연진은 그야말로 화려했었다.

박혜미, 김선경, 전수경, 원기준, 황정민, 김미혜, 전수미

그리고 박혜미의 연하 남편이 팻 데닝으로 출연했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때까지 내게 탭댄스란 발로 하는 시끄러운 춤(?)

대략 그런 존재감이었다.

그런데 김미혜와 전수미의 탭은 문외한인 내가 봐도 참 경쾌하고 즐거웠다.

김미혜는 시골에서 성공의 꿈을 안고 상경한 순진한 페기처럼 정말 귀여웠고,

전수미가 2막에서 빌리와의 대화하듯 추던 탭은 아주 섹시했었다. 

이 두 명의 여배우 덕분에

탭의 진수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동안 탭에 대해 가지고 있던 선입견이 좀 없어졌었다.

그러다 <빌리 엘리엣>에서 꼬맹이들에게 반해버렸고 ^^

 

 

아마도 9년 전의 기억이 머리속에 각인되버린 모양이다.

다시 관람한 <브로드웨이 42번가>는 뭐랄까 전체적으로 아마추어적이었다.

작품 설정 자체가 코러스걸의 신데렐라 탄생기라 그럴수밖에 없다는 건 알겠는데

그래도 후반부쯤에는 나름대로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여져도 좋지 않을까 기대했었다.

그런데 군무는 살짝씩 어긋나고

경쾌해야 할 탭소리도 돌림노래처럼 조금씩 겹쳐졌다.

개인적으론 예전에 있던 거울 장면이 없어진 것도 아쉬웠다.

(이 장면 꽤 근사했는데...)

기대를 많이 했던 페기 소여와 빌리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다.

전예지는 탭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페기 소여의 느낌보다는

실수하지 말아야지 하는 초심자의 열심이 더 많이 느껴졌다.

페기 소여보다 전예지스러웠다고나 할까!

빌리는 조금 더 느끼하고 능청스럽게 표현했어도 좋았을 것 같은데

이충주의 빌리는 어딘지 살짝 모범생스런 느낌이었다.

김영주의 도로시는 역시나 좋았다.

"I Only Have Eyes for You"는 박해미나 김선경의 도로시보다 개인적으로 더 좋았다.
인물도 입체적으로 잘 표현했던 것 같고.

남경주의 줄리안 마쉬는 무난은 했지만 역시 내 취향은 아님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비음섞인 그의 갈라지는 목소리는

도저히 카리스마 넘치는 연출가로 보여지지 않았다.

살짝 시니컬은 하더라.

이상하게도 나는 그의 목소리에서 다른 모든 걸 제치고 오로지 "가벼움"만을 보고 듣게 된다.

게다가 예전엔 몰랐었는데 요즘 남경주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노래부를 때의 얼굴 표정이 점점 기묘해지는것 같다.

힘겨움이 표정으로 드러나는 걸까?

마지막 넘버 "42nd Street"는 살짝 불안하기까지 했고...

(아무래도 요근래 남경주는 최고의 작품은 <라카지>인 것 같다.)

도로시의 연인 팻 데닝은 존재감이란걸 전혀 못느낄 정도로 어설펐고

스폰서 미스터 딜런는 너무 과장스러웠다.

그래도 제일 아쉬웠던 건 역시 "Shuffle Off to Buffalo"에서의 탭이다.

군무도 그렇고, 빌리와 페기와의 더블탭도 그렇고 강렬한 느낌을 못받았다.

9년 전 이 장면을 보면서 많이 놀랐었는데...

'와! 저 사람들 지금 탭으로 대화를 나누는구나!"

확실히 그런 느낌이었다.

그런데 이날 탭에서는 전혀 대화가 보여지지 않았다.

단지 열심히 추는 댄스만 보였을 뿐.

내가 너무 과거의 향수에만 빠져있어선지는 모르겠지만 이 점은 정말 아쉽다.

김미혜와 전수미의 탭은,

지금 생각해도 확실히 뛰어났던 것 같다.

 

이날 공연은 이상하게 객석 분위기가 연말 송년회 분위기였다.

회사에서 단체관람으로 온 사람들 틈에 앉아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쩐지 전체적으로 가벼움이 느껴졌다.

뒷줄 아저씨들의 해소천식에 가까운 가르릉거림은 탭만큼 자주 반복됐고

인터미션때 단체로 급하게 피우고 온 담배는 거의 폭격에 가까웠다.

가끔은 관객들간의 배려라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걸 절감할 때가 있는데

이날 분위기가 그랬다.

그래서 작품에 집중이 덜됐던건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하나 확실한 건,

서울 공연이 끝나고 성남으로 넘어가면

지금보다는 훨씬 더 좋은 작품이 되어 있을 거란 사실이다.

배우들 모두 열심이라는 건 분명하니까

그때쯤이면 아마 탭의 대사도 보게 되지 않을까?

(그래도 성남은... 정말이지 너무 멀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1. 8. 08:36
솔직히 내가 이 걸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잭 더 리퍼>와 함께 이상하게 끌리지 않았던 공연 <삼총사>
그런데 이걸 내가 봤다.
그것도 2010년 마지막 공연으로...
그리고 그 이유는 순전히 캐스팅 때문이었다.
달타냥 김무열, 아토스 서범석, 아라미스 민영기, 황제와 추기경 이정렬에 밀라디 서지영까지...
그러고보니 김법래씨에게 또 미안해진다.
한동안 이 양반 작품을 하도 안 봐서...
포르토스가 김법래였다면 금상첨화였겠지만 뭐 김진수도 나쁘진 않았다.
(개그맨보다는 공연 배우로 자리를 잡아가는 김진수는 아무래도 방향전환을 잘 한 것 같다)



공연을 보다 보면
관객이 즐기게 되는 작품이 있고
배우가 즐기게 되는 작품이 있다.
이 작품은 확실히 출연하는 배우들이 즐기면서 하는 작품인 것 같다.
그리고 다행스럽게 그 즐김은 관객들에게 자연스럽게 옮겨간다.
한 번 관람이라 단정적으로 말할 순 없겠지만
중간중간에 그날의 상황이나 출연 배우에 따라 애트립이 달라지는 것 같다.
그게 자주 여기 저기에서 빵빵 터진다.
거기에 소위 아이돌 스타가 공연하는 날이면
관객의 호응도는 아마도 콘서트장을 방불하지 않을까?
(아이돌 스타와 엄기준까지 제거하니 다행스럽게도 개인적으로는 선택의 폭이 많이 좁아졌다)
줄거리와 내용은?
뭐 그게 중요한가?
달타냥의 대사가 <삼총사> 내용을 통째로 담고 있다.
"정의는 반드시 살아있다!'



정말 오랫만에 무대에서 본 민영기.
이 사람 언제쯤 내 타는 갈증을 시원하게 풀어줄까?
극중 극인 오페라 장면의 짧은 부분만으로는 내 오랜 갈증이 도저히 해소될 수 없다.
이러다 조만간 민영기 금단현상에 시달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제발 민영기스러운 작품으로 한번쯤 컴백해주길...
기복없이 늘 최선을 다하는 서범석의 아토스는 탁월했다.
유준상과 아토스와 싱크로율이 서범석 아토스 때문에 상당히 모호해졌다.
뭐 그렇다고 그걸 굳이 확인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역시나 오랫만에 무대에서 본 서지영은 노래와 대사 전달력 모두 뛰어났다.
확실히 연륜과 무대 경험은 무시할 수는 없는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서지영은 실력보다 과소평가되고 있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앞으로 더 자주 무대에서 본인의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길 기원한다.
김아선의 무대도 오랫만이라 반가웠고...
김아선, 김우형 두 오누이 요즘 참 분발하신다.
김아선이 <지킬 앤 하이드> 초연때 김소현과 엠마 역 더블 캐스팅이었는데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어쨌든 재미있다.
두 오누이가 <지킬 앤 하이드>로 바통 터치하더니 이젠 완전 결별이다.(ㅋㅋ)
공연 속에 여러 차례 나오는 검투장면은 솔직히 좀 멋있더라.
합을 제대로 맞추지 않으면 부상도 만만찮을 같은데 연습을 얼마나 한 건지 대단들하다.
맨 앞 줄에서 보면서 많이 움찔움찔했다.
(참 실감나데~~~ 실수도...ㅋㅋ) 
어쨌든 2010년 마지막 날을 <삼총사>가 재미있고 유쾌하게 마무리해줬다.
그래도 두 번 보게 될 작품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앰뮤지컬컴퍼니 작품은 이상하게 잘 안 보게 된다.
기관총으로 난사하듯 하나의 캐릭터에 무수한 배우를 캐스팅하고
거기다 꼭 아이돌 스타 한둘씩 넣는 스타 마케팅으로 공연장을 콘서트장으로 환골탈태시킨다.
덕분에 작품의 집중력과 완성도가 떨어지고
앙상블은 그 많은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느라 적쟎이 고생중일테다.
더군다나 달타냥은 아예 4명이나 되고 아이돌스타 규현과 제이까지 있다.
(그런데 솔직히 난 이들이 누군지 모른다... 격세지감이랄까???)
그것도 6개월을 넘기는 장기공연도 아닌데..
그런 의미에서 확실히 <아이다>의 원캐스팅은 이변이랄 수도 있겠다.
마무리가 좀 이상해지긴 했지만
조만간에 <아이다>도 꼭 챙겨봐야겠다.
그러나... 성남은... 정말이지 참 멀다... 쩝!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