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3. 12. 19. 08:38

<December>

일시 : 2013.12.16. ~ 2014.01.29.

장소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대본 : 장진

연출 : 장진 

출연 : 김준수, 박건형 (지욱) / 오소연, 김예원 (이연/화이)

        박호산, 이창용, 이충주 (훈) / 김슬기, 조연진 (여일)

        임기홍, 김대종 (성태) / 송영창, 조원희 (아버지) / 홍륜희 외

제작 : (재)세종문화회관, NEW

 

원래 나는 티켓예매처에 후기나 이벤트 같은거 쓰는 타입이 전혀 아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작정하고 인터파크에 폭풍 후기를 남겼다.

이 작품...

정말 어마어마하다.

올해 최대의 문제작이자 대재앙이다.

솔직히 처음부터 기대라는 걸 안 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심하다.

산만과 저급, 조잡과 추례함의 총재적 난국이다.

이쯤되면 이건 쓰나미급 재앙이다.

도대체 이 따위로 만든 작품을 당당히 무대에 올린 몰염치는 어디서부터 비롯된걸까?

장진의 자만심과 허영심?

아니면 김준수 등에 옆혀 가려는 안일함?

물론 아무리 관람평이 형편없어도 끝까지 티켓을 불니나게 팔릴거고 손익분기점도 당연히 넘길거다.

내용과 상관없이 우리 오퐈가 나오니까 무조건 봐줘야 하는 김준수 팬의 수는 또 어마무지하니까.

(이 대목에서 더블인 박건영이 상당히, 심각하게 걱정된다.)

김광석 탄생 50주년 기념작이라는데

진심으로 김광석에서 미안했다.

몰랐다.

김광석의 노래를 이렇게 저급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걸...

 

3시간이 넘는 런닝타임은(1막 90분에 인터미션 20분, 2막 80분) 그야말로 고문이었다.

눈을 감고 귀를 막어버린 장면들이 어찌나 많았는지...

제발 생각 좀 하고 만들지 어쩌자고 이 지경으로 작품을 만들어서 무대에 올렸을까?

개인적으로 김준수 팬도 아니지만 김준수 아니면 어쩌려고 했는지 답이 전혀 안 나온다.
스토리, 무대, 셋트, 조명... 다 심하다.
B급 유머도 아니고 중간중간 개그도 아니고 슬램스틱도 아닌 것들의 난발...
이게 장진식 유머라고?
그거 전혀 안 통한다.

왠만하면 내 돈 내고 본 공연 나쁜 소리 정말 안하는데 이렇게까지 화가 나는 공연을 난생 처음이다.
솔직히 배경도 90년대는 정말 아니지 않나?

(나 90년대에 대학 다녔다. 과가 다르긴 했지만 심지어 장진이랑 같이 다녔다.)

새마을 운동 하던 때도 아니고...
<고스트>에 <아이다>에, <번지점프를 하다>에 여기저기 이미지 짜집기한 거 너무 티나고
그나마 김광석 노래를 한 곡이라도 제대로 들을 수 있었다면 참겠는데 그것도 아니다.

뭘 그렇게 이것 저것 섞어놨는지...
김광석 노래로 콜라보레이션이라도 하려 했던 건가?

결국엔 "디셈버" 외에는 단 한 곡도 기억에 남는 노래가 없다.
그 와중에 배우들은 연기를 제대로 해서 더 황당했고 진심으로 배우들이 불쌍했다.
이런 발연출을 연기로 커버하느라고 무지 애들을 쓰더라.

차리리 김준수 한 사람 세워놓고 김광석 헌정공연을 했더라면 갈채를 보냈을텐데...

전광판에 곡제목과 연도를 보여주는 것도 황당했다.

어차피 우리 오퐈를 보러 온 팬들은 그 곡이 무슨 곡인지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을거고

김광석 팬들은 이미 제목뿐만 아니라 가사까지도 다 알텐데 쓸데없는데 친절했다.

거기에 신경 쓸 시간에 발연출을 해결을 하시지...

중간중간 이 전광판이 꽤 신경쓰이게 하더라.

<그날들>을 보면서도 좀 아쉬웠는데 이 작품(이걸 작품이라고 해도 되나???)을 보고 나니

<그날들>은 정말 엄청난 완성도를 보여준거다.

3시간 넘게 앉아 있다 나오니 심신이 완전이 녹초가 되버렸라.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고 해도 정말 답이 없다.

재앙도 이런 재앙이 없다.

 

김준수!

난 당신 팬은 아니지만 정말 애썼다

(진심으로 박수를 보낸다).

아마 다른 배우가 했다면  관객들 원성으로 불미스런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겠다.

더불에 이 작품을 고사한 남자 뮤배들(류정한, 임태경, 홍광호)은 아주 현명한 선택을 한거다.

20대의 김준수가 40대를 연기하는 모습을 되다니....

(<천국의 계단>에서는 분장이라도 했지!)

게다가 40대의 뮤지컬 연출가와 20대 여배우가 사랑이라니...

이건 뭐 장진의 개인적인 로망인가????

안티를 부르는 소리긴 하겠지만

김준수는 장진 감독때문에 그야말로 제대로 똥밟았다.

장진은 정말 김준수에게 두고두고 미안해 해야겠다!

(나 개인적으로 장진 영화 매니아다...)

 

장진 감독님!

다시는 창작뮤지컬에 직접 연출하겠다는 생각 버리시고
제발 부탁이니 영화나 연극 연출에 전념하세요.
아니면 뮤지컬에 대해 기본부터 충실히 공부를 하시던가요.
본인의 연출력에 너무 자만하셨네요.
아무 많이, 대책없이 무례하셨습니다.
본인도 눈과 귀가 있다면 무슨 말인지 충분히 아시겠죠.
제가 다 부끄러워 몸둘 곳이 없네요!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7. 12. 08:29

<Tomorrow Morning>

장소 : KT&G 상상아트홀

기간 : 2013.06.01. ~ 2013.09.01.

대본, 음악, 가사 : 로렌스 마크 와이트

연출 : 이성원

음악감독 : 구소영

출연 : 박상면, 박선우, 이석준 (잭) / 최나래, 이혜경 (캐서린)

        송용진, 정상윤, 이창용 (존) / 임강희, 김슬기 (캣)

 

솔직히 말하면 별 기대 없이 선택했다.

주말에 아무것도 안 보고 넘어가는게 어딘지 좀 나답지 않아서(?) 인팍에 40% 할인이 있길래 급하게 예매해서 했었다.

로코는 내 취향도 아니라 워낙에 관람예정작에 포함되지 않았던 작품이다.

게다가 공연장도 강남이란다.

망설였지만 그래도 이석준과 정상윤 두 배우를 믿기로 했다.

(두 사람이 나오면, 솔직히 여자 배우는 누가 나오든 상관이 없었다.)

그런 작품들이 있다.

아무 기대없이 공연장에 갔는데 의외로 재미와 감동을 받게 되는 경우.

오래전 <총각네 야채가게>가 그랬고,

<식구를 찾아서>가 그랬고 <콩칠팔새삼륙>이 그랬다.

(연극은 훨씬 더 많지만...)

아무래도 이들 작품군(郡)에 <Tomorrow morning>도 포함되지 않을까 싶다.

솔직히 스토리나 내용은 충분히 예상가능했다.

무대 위에 두 커플이 나오지 사실 이들은 한 커플이라는 것도.

그런데 이 뻔한 이야기가 나는 왜 그렇게 재미있고 유쾌했을까?

아무래도 배우의 힘이 컸지 싶다.

일등공신은 역시나 이석준, 그 다음은 정상윤.

이 두 사람은 왠만해선 믿음을 저버리는 않는다. 

(이들이 나를 배신할 일은 아마도 없지 않을까!)

특히 잭 이석준은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혹시 이게 정말 이석준의 모습은 아닐가 생각될 정도다.

작품과 배역에 너무나 편안하게 녹아들어있다.

배역과 배우 사이에 충돌과 거리감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작품에 대한 깊이와 배역에 대한 이해를 부른다.

이석준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무대에서 나이를 먹는다는 건, 참 멋진 일이구나!"

아주 솔직히 말하자. 

작품 속에서 패션잡지 편집장 캐서린 역의 최나래는 어느 면에서 생각해도 커리어우먼의 이미지는 아니다.

(그동안 그녀가 상당히 아줌마스런 역을 많이 해와서 선입견에 생겻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그런데 이석준이 정말 너무나 잘 서포트를 해주더라.

이석준은 자신의 연기를 통해 상대역 최나래까지도 실감나게 끌어냈다.

멋지다, 이석준! 

 

<쓰릴미>와 이 작품을 함께 병행하고 있는 정상윤 역시도 발군의 실력이다.

혹여 <쓰릴미>의 "나"가 보이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전혀 다른 인물을 보여줬다.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럽고 매력적이다.

아직 30대 초반인 정상윤이 40대가 되면 어떤 존재감을 주는 배우가 될까?

참 많이 기다려지고 기다려볼만 하다.

김슬기 배우.

TV를 잘 안봐서 tvN "SNL 코리아"라는 프로가 뭔지도

거기에 출연하는 김슬기가 누군지도 전혀 모르지만

어쨌든 뮤지컬 첫데뷔라는 걸 생각하면 나쁘지 않다.

딕션도 괜찮고, 목소리 톤, 연기도 좋다.

솔로곡들은 잘 소화하는 것 같았는데 역시나 다른 배우들과 섞이면 발란스 조정이 약하다.

그래선지 "The secret tango"는 초반부는 아주 신선하면서 재미있었는데

네 명이 함께 부르는 부분에서 안타깝게도 중구난방으로 변해서 그야말로 깜놀했다.

그래도 뭐, 가능성은 확실해보인다.

오랫만에 당찬 여배우의 데뷔 무대를 목격한 것 같아 맘이 훈훈하다.

 

나도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폭발적인 가창력이나 미친 성대를 지닌 배우보다는

무대와 배역에 편안한 배들에게 끌리게 된다.

이석준처럼!

그 편안함 속에서 잭이라는 인물은 또 얼마나 성실하고 세밀하게 표현하던지...

잭 = 이석준

마치 불변의 법칙처럼 각인됐다.

<Tomarrow Morning>

큰 기대없이 봤던 이 작품이 내게 특별할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이석준 때문이다.

작품자체보다 배우 이석준이 남긴 감동이 훨씬 더 크다.

아무래도 오랫동안 잔상이 남을 것 같다.

이석준의 잭이...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