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란'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3.01.07 주말의 단상(短想)
  2. 2010.12.14 <밤은 노래한다> - 김연수
  3. 2010.12.01 <달려라 아비> - 김애란
그냥 끄적 끄적...2013. 1. 7. 08:39

안국동에서 교보문고까지

해금가방 하나와,  책 두권, 그 밖에 잡다한 물건들이 들어있는 가방을 어깨어 메고

꽁꽁 언 길을 한 걸음 한 걸음 조심해가며 좀 걸었다.

햇볕이 비치는 곳은 그래도 어느 정도 녹아 발걸음을 질척이게 한다.

그늘진 곳에 더께처럼 내려앉은 눈은 오가는 사람들의 발길에 오히려 견고해지고 단단해졌다.

망치로 가게앞의 눈을 내리치는 아주머니를 지나치며 나는 조금 멈칫했다.

거침없이 망치를 내리치는 손길이 너무나 강인하고 단호해서 순간 번쩍 정신이 들었다.

뭔가를 깨부술 수 있다면,

그럴 힘과 그럴 의지가 있다면

삶이 조금은 순순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치고 지나간다.

어쩌면 조성민도 생(生)을 집요하게 깨는 작지만 필사적인 저 소리를 들었다면.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완강히 버티던 것, 그것을 스스로 놓아버린 사람의 얼굴을 마주하며 또 다시 먹먹하고 아득해진다.

그는 알고 있었을까?

어떤 선택은,

때론 원하든 원하지 않든 영향, 그것도 아주 강력하고 집요한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걸. 

죽음에 대한 유혹과 두려움을 꼭 그 방법으로 극복했어야 했느냐고...

그래서 이제 이겼다고 생각하느냐고...

묻고 싶었다.

어쩌면 이 질문은 고(故)최진실에게 해야 옳은건지도 모르겠다.

검은 물 속으로 스스로 가라앉기를 선택한 사람들!

그 지칠 줄 모르고 이어지는 자기파괴 욕구!

자살도 일종의 욕망이다.

욕망은 때때로 사람을 비참하고 처참하게 만든다.

그걸 바라봐야 하고,

그걸 끝내 감내해야 하는 사람의 삶은 또 어떤까?

아이들에 대해선...

제발이지 아무말도 하지말자!

염려도, 위로도, 걱정도 하지말자!

이 모든 언급 속에서 두 아이들을 지켜낼 방법은 침묵 밖에는 도저히 없는 것 없다.

잊어줌이 때로는 절실하게 필요하고 유일한 방법일 때가 있다는 걸 기억하자!

모두의 기억 속에서 비행운(飛行雲)으로 남았다고 그렇게 생각하자.

모든 비행(非幸)의 꼬리는 이제 끊겼노라 그렇게 믿으면서...

 

교보문서에서 3시간을 꼬박 서서 읽은 김애란의 <비행운>

(다리는 많이 아팠지만 오랫만에 행복하고 또 행복했다)

참 이상하다!

때때로 독(讀)이라는 내 일상은 마치 하나의 기원에서 서로 얽혀있는 맥락같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어쩌면 나는 이 가족의 비행운을 모질게 끊어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바람을 활자 하나하나에 새겨고 또 새기고 싶었는지도...

살아있지만 죽어있는 사람들,

죽음으로써 살고 싶었던 사람들.

어쩌면 우리는 영원히 흔적만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는 건 아닐까?

The other side...

평생 만나지 못할 평행선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자리를 비우지도 못하고 나란히 따라만 가는 그런 삶.

그러다 어찌어찌 만나게되면 타인보다 더 서먹해서 어쩔 줄 몰라할거면서...

알면서도 어쩌지 못하는 삶.

그런 것도 있는 거라고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나를 수없이 다독였다.

김애란!

이 젊은 작가의 상상력이 너무 현실적이라 서늘했다.

 

심난하고 먹먹한 마음은

가방 속에 들어있던 정경란의 <복어>를 읽으면서 구체화된다.

이 책을 손에 잡을 걸 조금은 후회했다.

신내림같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일가(一家)의 자살.

폭력보다 더 폭력적인 그리움을 남기고 가버린 사람들.

그건 날카롭게 날이 선 칼날이 깊고 오래 파고드는 통증 같으리라.

(어쩐지 이 책을 읽기가 조금 머뭇거려진다)

사람은 두 가지 종류의 대상을 향해 말을 한단다.

그 사람을 향해서,

그게 아니면 그 사람의 부재를 향해서...

 

부재로 존재를 알리고 싶었던 사람들.

그 존재의 공백이 혼통 휑하다.

바람이 드나든다.

하얗고 긴 꼬리가 그려진다.

 

파란 하늘 위로

주소지불명의 비행운이

지.나.간.다.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 서정주

 

섭섭하게,

그러나

아주 섭섭하지는 말고

좀 섭섭한 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엇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이 아니라

한두 철 전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0. 12. 14. 05:48
김애란과 더불어 요즘 그야말로 완전히 꽃힌 작가다.
1970년경북 김천 출생,
문학계의 젊은 기대주.
그건 그의 나이뿐만 아니라 글이라는 특별한 재능을 통해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이 사람,
천상 글쟁이구나... 세 권의 책을 읽으면서 내가 절실하게 생각했던 건 바로 이거다.
그의 몸 속 어딘가에는 수 많은 이야기가 비밀스럽게 기지개를 켜고 있다.
혹시 이 사람,
과거에 여러 번 살았던 모든 전생을 송두리째 다 기억하고 있는 건 아닐까? 
확실히 작가 김연수는 수.상.하.다.



...... 사형선고를 받은 사람은 절대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습니다. 죽지 않을 사람처럼 행동하지요. 이 소설은 말하자면 사형선고를 받은 사람들이 품는 삶의 열망의 의미란 무엇인가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과 같은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

여섯번째 장편소설 <밤은 노래한다>를 출판하면서 그가 말했다.
사람들은 알까?
노래하는 것과 밤 노래하는 것과
노래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세계라는 걸...
풍금이 있던 자리가 풍금이 있는 자리와 완전히 다른 것처럼...
문득 궁금해진다.
그는 이 이야기를 어떻게 썼을까?
민족독립과 계급해방을 꿈꾸던 조선의 혁명가들은
중국 땅에서 일제의 첩자로 매도되어 5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희생됐다.
"민생단 사건"
죽음도 결코 두렵지 않은 그들이었지만 그들이 원한 죽음은 이런 모습은 아니었을테다.
그 시간 속에 실제로 있었던 사람들은
어떻게 이 모든 걸 견뎠을까!
그리고 김연수는 이 글을 쓰면서 또 어떻게 견뎠을까?
1930년대 초 북간도의 조선인 사회를 뒤흔들었던 '민생단' 사건.
그 시대를 겪지 않은 사람이 이렇 글을 쓴다는 게 가능할까?
이 책은 그대로 역사며, 고통이다.
그 시간의 사람에게도 그리고 읽고 있는 지금 시간의 사람에게도...



새시대를 꿈꾸는 신여성 이정희,
남만주철도회사 측량기사 김해연.
어느 날 이정희의 처음이자 마지막 편지가 김해연에 손에 쥐어진다.
그리고 모든 게 달라진다. 정말 모든 게...
"그 여자는 강철처럼 강한 여자야. 자살 따위를 할 여자가 아니란 말이다."
간도임시파견대의 중대장인 나카지마 타츠키 중위는 말한다.
총사령관에서 나온 사람은 조사할 것이 있다며 김해연을 연행한다.
사랑하는 여인의 죽음.
원하든 원치 않든 김해연은 이제 점점 다른 세계 속으로 걸어간다.
허망하게, 치열하게, 그리고 필연적으로....

이 책을 내가 완전히 이해는 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경외심 비슷한 두려움을 느꼈다.
전부 세 가지 면에서...
그 시대에게서, 김연수라는 작가에게서
그리고 마지막으로 읽고 있는 나에게서...
이상하게도,
나는 상당히 은밀해지고 말았다.
한동안은 숨고 싶어질지도...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0. 12. 1. 05:55
몇 달 전에 읽은 기사가 있다.
"지난 10년, 문학은 이들 때문에 행복했노라"
이런 제목이었던 것 같다.
그때 평론가들이 뽑은 2000년대 최고의 작품과 작가의 리스트도 있었다.
거기서 중, 단편 부분과 작가 부분에서 상위에 있던 사람이 김훈, 김연수, 김애란, 박민규 였다.
그 기사를 보면서 김애란의 책을 읽어봐야겠다 생각했었다.
순서가 좀 뒤바뀌긴 했지만 그 당시까지 내가 읽은 책은 그녀의 두 번째 소설집 <침이 고인다>가 전부였다.
그때 놀랐었다.
작가의 눈이라는 것에,
그리고 그걸 다르게 표현한다는 것에.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를 운운하기에는 더군다가 그녀의 나이가 너무 젊다.
신경숙, 은희경, 정경린에 익숙한 사람에게 분명 김애란은 상당히 특별하고 독특한 "다름"으로 다가오리라.
그녀의 단편들을 읽고 있으면,
정말이지 침이 꼴깍 꼴깍 넘어갈 수밖에 없다.
이 평범하고 조금은 불쾌하기까지 한 "침"이 주는 "특별함"이라니...
침도 약이라고 엄마는 가끔 말씀하셨는데
적어도 내겐 김애란의 "침"은 확실히 약발 잘 받는 약이다.



<달려라 아비>는 개구진 표정의 그녀 사진이 실린 첫번째 소설집이다.
사진으로 만난 김애란은 말괄량이 삐삐를 연상시킨다.
두 눈에 가득한 똘망똘망한 장난기,
 그 천진함이 너무 맑아 나조차도 킥킥 웃게 만들만큼...
그녀의 표정 속엔 어쩐지 개그적인 속성이 있다.
(오해마시라, 지금 나는 그녀의 얼굴을 말하는 게 아니라 표정을 말하는 거다,)
가끔은 책을 읽으면서 허풍이나 객기처럼
"이 정도쯤은 나도 쓰겠다!" 라는 생각을 할 때도 있다.
그러나 김애란의 소설집 두 권을 읽으면서는 그런 생각을 못했다.
"나라면 이렇게 못 썼을거야..."
자괴감이 들긴 했지만 그게 비굴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그녀는 내게 충격적인 작가다.
1980년 인천 출생.
2003년 단편 "노크하지 않는 집"으로 제 1회 대산대학문학상을 수상했고
(<달려야 아비> 제일 마지막에 실린 이 단편은 읽으면서 섬득하고 처연했다)
2005년 25살의 나이로 최연소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했던 김애란.
확실히 그녀는 현대 한국 문학의 젊은 화두다.



달려라, 아비
나는 편의점에 간다
스카이 콩콩
그녀가 잠 못 드는 이유가 있다
영원한 화자
사랑의 인사
누가 해변에서 함부로 불꽃놀이를 하는가
종이 물고기
노크하지 않는 집


실려있는 9편의 이야기 모두가 다 황홀할만큼 특별해서
이 중에 한 편만 선택하라고 누가 강요한다면
나는 기꺼이 선택을 포기하고 그렇게 말한 사람을 지독히 원망하리라.
김애란을 사랑하지 않는 것은 도대체 가능한가?"
어떤 평론가는 그녀를 두고 이런 표현을 썼다.
나 역시나 그녀의 소설때문에
불면증이, 편의점이, 포스트잇이, 스카이 콩콩이 특별해져 버렸다.
심지어 분홍색 야광 팬티를 입고 선글라스를 쓰고 쉼없이 달리고 있는 아비도
하반신을 이불에 묻고 내내 TV만 들여다보는 아비마저도
기꺼이 입양하고 싶어질 지경이다.
(이게 도대체 말이 되느냐 말이다!!)
일 났다!
나는 그만 또 사랑에 뼈져버렸다.
내게 일방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그녀의 글들이
너무 너무 미워 죽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