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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1.06.01 <7년의 밤> - 정유정
보고 끄적 끄적...2014. 8. 14. 08:18

너무 궁금해서 어제 퇴근길에 CGV에 들러 영화 <해무>를 봤다.

그것도 무료로 ^^

(지금 CGV에서 한국 영화를 보면 스템프를 찍어주는 이벤트를 하는데

 <군도>, <명량>, <해적> 세 편을 다 보게 되면 평일 1인 무료관람권이 생긴다.)

연극 <해무>를 워낙 인상깊게 관람해서

도대체 이 고집스럽고 괴기스러운 광기의 이야기를 어떻게 영화로 풀어낼지 궁금했다.

게다가 JYJ의 박유천이 뱃놈으로 나온다니...

솔직히 그림이 전혀 그려지지 않았다.

연극에서는 이 어리숙하고 숙박한 청년을 송새벽이 했었는데 나쁘지 않았다.

(연극에서는 광식이라는 이름이었고 살짝 돌쇠스런 느낌이었는데

 영화에서는 이름도 덜 촌스런 동식이고 연극보다는 덜 어리숙하더라.)

 

                        연극 <해무> 포스터                                       영화 <해무> 포스터

이 영화...

정말 잘 만들었다.

개인적으로 4편의 한국영화 중 최고다.

출연배우들 모두 미친거 아닌가 싶을 정도의 무시무시한 연기와 몰입을 보여준다.

김윤석도, 문성근도, 김상호도, 유승목도, 이희준도, 박유천도, 한예리도 없다.

단지 강선장과, 완호, 호영, 경구, 창욱, 동식, 홍매만 있을 뿐.

인간이란 생존과 맞닺드릴때 이렇게까지 미칠 수 있구나...

광기(狂氣)의 속도는 빠르고 거대했다.

등장인물 한 사람 한 사람의 눈빛이 변하는 순간들.

(그 시점이 전부 다르다)

그 찰나의 시간이 날 선 칼끝처럼 내 눈 속으로 가차없이 파고든다.

'격렬하다'는 봉준호의 표현은 전혀 틀리지 않았다.

아니 아주 정확했다.

 

...... 인간이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을까 또는 역시 인간이라면 저렇게 할 수 밖에 없겠구나
이 두 가지 생각이 교차하면서 우리의 폐부를 파고드는 상황들이 곳곳에서 벌어진다.
그리고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애틋한 사랑은 피어난다.
놀라운 배우들과 아름다운 스토리가 합쳐진 이 한편의 격렬한 인간 드라마를
영화로 탄생시키고 싶었다 ......

 

솔직히 처음 이 영화에 박유천이 캐스팅됐을 때 경악했었다.

아이돌 연기자 중에 연기를 잘하는 축에 속하는건 인정하지만

다른 것도 아니고 <해무>에 다른 역할도 아니고 "동식"을 한다니!

'모 아니면 도'일거란 기대도 없이 이건 '그냥 도'가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그랬더랬는데...그랬더랬는데...

나 지금 무지하니 반성하는 중이다.

이 녀석은 정말 연기자다.

특히 홍매 한예리와의 베드씬에서 보여준 그 눈빛은 절대 못잊을 것 같다.

무섭고, 두렵고 마음,

그리면서도 홍매를 지키겠다는 한 줄기 빛같은 간절함.

그걸 눈물 가득한 눈빛으로 다 표현해내더라.

그 장면을 보는 순간 연기자 박유천에게 항복했다.

이 녀석은...누가 뭐래도 배우다.

그것도 앞으로 무궁무진하게 발전하고 성장할 배우.

(결국 나는 이 녀석의 다음 영화를 주목하기로 했다!)

 


인트로에서 영상과 음악이 정말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서정적이라 깜짝 놀랐는데

일부러 그렇게 연출했다는걸 영화를 보면서 이해했다.

그리고 시작부터 내내 계속 귀에 꽃혔던 익숙한 느낌의 음악.

앤딩크레딧을 보니 역시나 "정재일"이 맞더라.

(이 영화에서 정재일이 만든 음악은 출연배우 못지 않은 강력한 존재감을 발휘한다.)

 

전도연과 김고은은 뒤섞은듯한 묘한 아우라를 풍기는 홍매 한예리.

그러면서도 두 배우와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다.

순수하면서도 뭔가 비밀스러운 모습.

아무도 밟지 않은 처녀지의 새햐얀 눈도 떠오르고

길들여지지 않는 야생의 불안함도 있다.

전작들이 있긴 하지만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연기도 아주 안정적이고 탄탄하다.

작고 가녀린 체구는 정적이면서도 묘한 신비로움까지 느껴진다.

개인적으론 은교의 김고은보다 한예리쪽에 더 큰 가능성을 두고 싶다.

아주 오랫만에 만난 집중력있는 신인 여배우의 탄생 ^^

개인적인 욕심이지만,

당분간은 그녀가 TV 드라마가 아닌 영화에만 출연했으면 좋겠다.

연기적으로 흩어지는 모습을 너무 일찍 보고 싶지 않은 마음에...

그녀라면 이런 내 마음,

이해해주지 않을까?

바다에서 만나는 짙은 안개를 해무(海霧)라 한다.
바다에서 바람보다 무서운 것은 바로 안개다.
파도에도 길이 있고
바람에도 길이 있으나
안개에는 길이 없기 때문이다.
짙은 해무(海霧)는 어부들의 조각난 마음은 물론
바다와 하늘의 경계조차 허문다.
남는 것은 한없는 무기력과 끝을 알 수 없는 정체(停滯)와 고립(孤立).
어디서 다가올지 모르는 위험에 대한 공포뿐이다.
어둠이 아닌 빛 속에서 길을 잃는 것,
그것이 해무(海霧)가 주는 공포다.
어둠 속에선 불을 밝히면 되지만
빛 속에선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1. 6. 1. 06:38

사실 이 소설을 읽은지는 꽤 됐다.
2009년도 세계문학상 수상작이었던 정유정의 <내 심장을 쏴라>를 읽으면서도,
수리마을 수리정신병원 사람들에 완전히 넋을 잃고 빠졌었는데...
덕분에 작년에 남산 드라마센터에서 연극으로 올려졌을 때도 놓치지 않고 챙겨 보기까지 했었다.
<7년의 밤>
정유정은 전작 <내 심장을 쏴라> 이후 일체의 작품 발표 없이 이 소설 집필에만 몰두했단다.
이 소설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괴물"이다.
섬득하고 무섭고 치밀하고 그리고 수시로 등골이 오싹해졌다.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
분량이 꽤 되는데도 손에 잡은 순간 끝까지 읽어버리지 않고는 도저히 책을 놓을 수 없다.
"괴물"을 응시하는 내 눈길 속의 엄청난 몰입과 긴장감이란...
이런 세계를 만들어낸 작가의 머릿속은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었냔 말이다.
근래 읽은 책 중에서 단연 최고다.
정말 오랫만에 책을 읽으면서,
내내 끝없이 숨막혀봤다.

지난 3월말 출판된 이 엄청난 괴물은 벌써 7만부를 돌파했다.
읽으면서도 계속 영화판에서 눈독을 들이겠구나 생각했는데
판권구매 제안서를 보낸 영화사만도 15곳에 넘었다는 후문이다.
결국 5월 12일 위더스 필름이 그 행운을 잡았다.
계약금 1억원에 5%의 런닝 개런티!
지금까지 한국소설 가운데 판권료가 가장 높았던 작품은
1억 5천만원에 판권이 팔린 공지영의 장편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이었는데 
(그것도 한창 한국영화가 잘 나갔을 2001년도에)
정유정의 <7년의 밤>은 러닝 개런티까지 포함하면 기존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셈이란다.
2편의 장편을 쓴 신진 작가에게는 확실히 이례적인 대우가 아닐 수 없다.
그만큼 원작에 대한 확신이 엄청나다는 반증인 셈이다. (그리고 이부분은 완전 동감이다.)
얼마전에 가상 개스팅 이벤트도 있었던 모양이다.
독자들이 원하는 주인공은 최현수 역에 송강호, 김윤석,
사이코패스 오영재 역에 이성재가 1위를 했단다.
이대로만 캐스팅이 된다면 꽤 괜찮은 물건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영화가 개봉되면 당장 달려가서 볼 1인 ^^)


개인병원 물리치료사였던 작은아버지는 직장을 그만둬야 했다.
작은어머니는 집주인으로부터 집을 비우라는 요구를 받았다.
일가족은 도망치듯, 산본의 한 아파트로 이사했다.
작은어머니는 나를 데리고 산다는 게 알려질까 봐 전전긍긍했다.
내 사촌들은 나와 화장실조차 함께 쓰고 싶어 하지 않았다.
어쩌다 집 안에서 마주치면 비명부터 질렀다.
그럴 때마다 나는 얼어붙었다.

끝나지 않았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내 인생은 세령목장을 나서던 밤에 이미 끝났는데.
내 이마에는 원죄라는 쇠뿔이 박혔고 아저씨는 나로 인해 떠돌이가 되었다.
세령호사건은 나를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해도 상황은 바뀌지 않는다.
내 삶도 변하지 않는다.

동네 여자 아이의 목을 비틀어 살해하고
여자아이의 아버지를 뭉치로 때려죽이고
자기 아내마저 죽여 강에 내던지 사람.
급기야 세령호 수문을 열어 경찰 넷과 한 마을주민 절반을 수장시켜버린 미치광이 살인마 최현수.
7년 전의 사건으로 세상의 도망자가 되어 철저히 숨어사는 아들 최서원.
문득문득 영화 <황해>가 떠오른다.
평범한 소시민의 어떻게 범죄에 내몰리는가를 보여준 그 영화가...
살인자로 세간의 지탄을 받는 최현수보다
아내와 딸에게 교정이라는 명목하에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한 아버지 오영제의 모습이 
나는 더 섬뜩하고 공포스럽다.
7년 전 그 밤!
오영제의 폭력이 없었다면 아마도 최현수의 교통사고도 없었으리라.
그리고 목격자도 없었을거고 
차곡차곡 파괴되는 삶도 없었으리라...

사건 속에 사건이 끝없이 맞물리면서
진실 속에서 또 다른 진실들이 밝혀지고 또 밝혀진다.
사이코패스의 그릇된 부성(?)은 복수라는 이름하에 한 아이의 삶을 7년간 수장시켜버린다.
(이런 삶이라면 도저히 삶이라고 명명하지 못하겠다.)
내가 알고 있는 게 정말 진실일까?
우리가 끝났다고 생각하는 일들은 과연 정말 끝난 게 맞는걸까?
책을 읽은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서늘하다.
내 과거도 어딘가에서 지금 계속되고 있는 건 아닐까?
문득 내 삶이 전부 끝없이 이어지는 몽유같다.
이 이야기는 확실히 나를 죄여온다.
천천히... 그리고 끊임없이...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