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7. 6. 27. 17:23

<인터뷰>

 

일시 : 2017.06.01. ~ 2017.08.20.

장소 : 대학로 TOM 1관

극작,  연출 : 추정화 

작곡, 음악감독 : 허수현

출연 : 이건명, 민영기, 박건형, 강필석, 임병근 (유진킴) / 이지훈, 김재범, 김경수, 이용규, 고은성 (싱클레어)

        민경아, 김다혜, 김주연, 임소윤 (조안)

피아니스트 : 강수영

제작 : (주)더블케이 필름앤씨어터

 

작년 11월에 이 작품을 처음 봤었다.

캐스팅은 이건명, 김경수, 문진아.

그때 아주 인상 깊게 봤었고 김경수란 배우를 재발견하기도 했다.

그래서 다시 올라온다는 이야기에 반갑기도하고.

박건형의 제안으로 결말을 바꿨대서 궁금하기도 했서 예매를 했다.

강필석과 김재범 페어로.

 

결론부터 말하면,

결말이 확 바뀐건 아니긴 하지만 개인적으론 예전이 훨씬 좋았다.

강필석과 김재범 페어는

강필석은 괜찮았고 김재범은 의외더라.

둘 사람의 나이차이가 별로 안나는게 확실히 몰입에 방해가 됐다.

차라리 김재범이 멧 시니어가 아닌 유진킴을 했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

(정말 나만 했을까???)

김재범의 앤과 우디는... 좀... 많이... 무리수었다.

지미일때도 과격함이 느껴질 정도로 더 강하게, 거칠게 표현했으면 좋았겠는데 생각보다 너무 약했고

노네임은 어딘지 작위적으로 느껴졌다.

강필석 유진킴도 초반부터 싱클레어에게 말을 좋는게 좋지 않을까?

(결국 놓을거면서...)

너무 조심하는것 같아서 주도권 자체가 밀리는 느낌.

민경아 조안은 노래부를때 조금 clam down 했으면 좋겠다.

(특히 첫 곡에서.)

민경아와 김재범의 누나, 동생 장면은...

모르겟다. 더 이상 말 안할란다...

 

워낙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이라 연기만 따로 때어 놓고 보면 나쁘진 않다.

하지만 재관람을 한다면,

유진킴과 멧 시니어의 나이 차이가 필히 나게 선택하는 걸로!

그럼 지금보다 훨씬 더 흥미롭고 관람할 수 있을 것 같다.

 

* 사족같은 생각 하나.

  결말이 달라졌다고해서 살짝 기대했었다.

  멧 시니어의 사건을 추적하다 유진킴까지도 자신 안의 괴물을 만나는 걸로...

  뻘쭘하게 혼자 너무 멀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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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끄적 끄적...2017. 5. 19. 08:17

 

<쓰릴미>

 

일시 : 2017.02.14. ~ 2017.05.28.

장소 : 백암아트홀

대본, 작사, 작곡 : 스티븐 돌기노프 

연출 : 박지혜

출연 최재웅, 정상윤, 이창용, 강필석, 정욱진, 김재범 (나 ; 네이슨)

        김무열, 에녹, 송원근, 이율, 정동화, 정상윤 (그 ; 리처드)

피아노 : 오성민, 이범재

제작 : 달컴퍼니

 

이번 시즌 네번째 <쓰릴미>는

최재웅, 김무열 페어만큼이나 피켓팅이었던 김재범, 정상윤 페어.

두 배우 모두 이 작품에 여러 차례 출연했고

심지어 네이슨과 리처드를 두 역할을 다 연기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같은 역할이라 두 사람을 한 무대에서 볼 기회가 전혀 없었다.

몇 년 전에 on stage라는 콘서트가 생각난다.

두 사람이 <쓰릴미>의 한 장면을 선보였는데 웃음바다가 됐었다.

서로 같은 음으로 불러서 듀엣이 전혀 안되는 바람에....

그때 두 사람이 그랬다.

이래서 두 사람이 "쓰릴미"를 같이 못하는거라고...

게다가 두 사람이 너무 친하다는 것도 함정이라면 함정 ^^

 

와. 근데 이 두 배우,

프로는 프로다.

혹시라도 연기하다 웃음이 터지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엄청난 케미고, 엄청난 집중력이고, 엄청난 흡인력이다.

처음엔 아주 꽁냥꽁냥해더니

중반 이후부턴 치밀하고 치열해지더니 밀고 당기는 힘이 아주 엄청나더라.

그전까지만해도 정상윤은 리처드보다 네이슨일 때가 훨씬 좋다고 생각했는데

김재범 리처드와 만나니 네이슨도 포텐이 확 터졌다.

관람하는 중에도

또 보고 싶다, 다시 보고 싶다... 는 생각이 간절했지만

두 배우의 회차도 적고,

남은 좌석은 전무하다.

심지어 이번 시즌을 끝으로 2년간 재정비에 들어간단다.

그러니까 2019년이 되야만 <쓰릴미>를 볼 수 있다는 뜻.

그런데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많이 잔인하다.

(숱한 폐인들 어떻게 버티라고...) 

 

다 반칙이다.

최재웅, 김무열도 반칙이고

김재범 정상윤도 반칙이다.

 

고로 <쓰릴미>는 늘 반칙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7. 4. 4. 08:07

 

<스모크>

일시 : 2017.03.18. ~ 2017.05.28.

장소 :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

작, 연출 : 추정화

작곡, 음악감독 : 허수현 

출연 : 김재범, 김경수, 박은석 (초) /  정원영, 고은성, 윤소호 (해) / 유주혜, 정연, 김여진 (홍)

제작 : (주)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2016년 12월에 현대카드 understage와 완전히 다른 작품이 됐다.

그 당시 난해하다는 평이 많아서 작품을 대폭 수정했다는데

개인적으론 수정된 공연이 훨씬 좋더라.

난해까지는 아니었지만 작년 공연은 정리가 덜 된 건 확실했다.

한 공간에서 만나는 세 명의 이상이라.

현실 속 이상과, 과거의 이상,

그리고 죽음으로서 현실을 초월하려는 혹은 현실에서 탈출하려는 이상과의 대면을

훨씬 더 매끄럽고 긴장감있게 연출했다.

후반부에 초와 해가 대립하듯 (혹은 거울을 보듯) 마주서서

대치하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김재범과 고은성의 목소리 톤이 다른듯 닮아서

인물과 스토리에 아주 적절하게 어울리더라.

시작과 엔딩의 중첩도 아주 탁월했고!

게다가 작년에 지루하게 본 부분이 없어져서 밀도감도 생겼다.

쉬우졌다기 보다는 맥락있는 작품이 됐다고나  할까?

(시인 이상을 대상으로 "맥락"이라는 말을 사용하는게 맞나 싶지만...)

 

개인적으론 "홍"까지 남자였다면 좋았을것 같다. 

유주혜 홍도 정말 좋았는데

셋 다 남자였다면 훨씬 더 팽팽하고 긴장감 넘쳤을것 같다.

그렇게되면 "홍"이라는 이름이 없어져버리긴 하겠지만....

작년에 뭣모르고 볼 때 "홍"이라는 이름만 듣고 이상의 연인인 "금홍"도 나오나 보다 했었다.

그러다 극을 보면서 아니라는걸 알고 혼자 뻘쭘 ㅠ.ㅠ

 

원래는 한 번만 볼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완전 다른 작품으로 변했으니 김경수 "초"도 다시 보게 될 것 같다.

넘버도 좋고, 스토리도 좋고, 배우도 좋고...

무대는 좀 아니었고, 결말도 솔직히 좀 아니었지만

전체적으로 좋은 작품이다.

추정화와 허수현 콤비가 <인터뷰>에 이어 멋지게 한 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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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끄적 끄적...2017. 2. 23. 08:10

 

<어쩌면 해피엔딩>

 

일시 : 2016.12.20 ~ 2017.03.05.

장소 : DCF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

작,작사 : 박천휴

작,작곡 : 윌 애런슨 (Will Aronson)

음악감독 : 주소연

연출 : 김동연

출연 : 김재범, 정문성, 정욱진 (올리버) / 전미도, 이지숙, 최수진 (클레어) / 고훈정, 성종완 (제임스)

제작 : 대명문화공장, 네오프로덕션

 

구석구석 빈틈없이 상처받는 나날들이었다.

바닥 저 아래까지 가라앉은 기분은 그 무엇으로도 나아지지 않을거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사랑스런 로봇을 만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인간을 도와주기 위해 만들어진 헬퍼봇.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이 로봇들이 나를 완전히 사로 잡았다.

이런 헬퍼봇이

내 옆에서 평생 같이 있어주면 좋겠다.

그러면 지금 이 세상이 훨씬 더 수월하고 편했을텐데....

 

처음엔 분명 한없이 따뜻하고 유쾌하게 보고 있었는데...

뒤로 갈수록 감정이 무더기로 허물어진다.

올리버처럼 감춰진 슬픔 한자락이 내 가슴 속에도 그대로 남겨졌다.

전미도 클레어는 왜 이렇게 끝까지 사랑스러워서 가슴을 무너지게 하는지...

화분과 방(room)조차도 친구로 만드는 올리버의 순수함은

어리숙함이 아니라 선함이다.

 

그렇다면 클레어는 정말 저장된 기억을 지웠을까?

나는 아닐거라고 믿는다.

그래서 그들의 관계는 아마도 도돌임표처럼 끝나지 않을 것이다.

클레어는 올리버의 기억이 지워졌을거라 믿고

올리버는 클레어의 기억이 지워졌을거라고 믿고...

그리고 서로 그렇게 믿고 있다는 걸 알고 최대한 모른척 하면서 그렇게...

진실을 알지만 진실을 꺼낼 수 없는 순간들이 있다.

올리버와 클레어가 함께 하는 순간이 정확히 그렇다.

처음이지만 처음이 될 수 없고,

끝이지만 결코 끝이 날 수 없는 올리버와 클레어.

누군가 작동 종료가 될때까지 이 둘의 관계는 그렇게 계속 이어질거라 믿는다.

그게 그들의 "휴먼"이다.

 

* 박천휴와 윌 애런슨 콤비는

  <번지점프를 하다>에 이어 또 다시 아름답고 사랑스런 작품을 만들어냈다.

  두 사람도 <번점>이 그리웠던 모양이다.

  덕분에 <번점>의 흔적을 느낄 수 있어서 애뜻했다.

  비, 우산, 그리고 전미도 ^^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6. 5. 11. 08:21

 

<Mama, Don't Cry>

 

일시 : 2016.05.01. ~ 2016.08.28.

장소 :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

극작, 작사 : 이희준

작곡 : 박정아  

무대 : 오필영 

음악감독 : 김성수

연출 : 오루피나

출연 : 송용진, 허규, 최재웅, 박영수, 김호영, 김영석 (프로페서 V)

        고영빈, 김재범, 임병근, 이충주, 이창엽 (뱀파이어)

제작 : PAGE 1, R&D works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작품은 아니지만

처음으로 한 무대에서 나란히 서는 최재웅, 김재범 두 절친의 케미가 미치게 궁금해서 한 자리 예매를 했다.

묘하게도 두 사람은 같은 작품에서 같은 역할로 캐스팅은 됐었는데 다른 역할로 캐스팅된 적은 없었다. 

게다가 이인극이라니!

만나기만 하면 농담의 생활화(?)로 웃음이 터진다는 두 절친이 도대체 어찌하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드립이 빵빵 떠질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아 이유배반적인 마음까지...

솔직히 우려가 반, 기대가 반 이었다.

여담이긴 한데,

예매처의 캐스팅 사진 보고 김재범을 못찾았었다.

도대체 누가 김재범을 저따위로 만들어 놨는지...

정말 누군지 찾아내서 제대로 혼내주고 싶더라.

순간 김태한이 이 작품을 하나??? 싶었다.

(도무지 김재범 같지 않은 당신은 대체 누구세요???)

 

 

보고 난 느낌은...

역시 절친의 케미는 기대 이상이었다.

혹시라도 웃음보가 터지진 않을까 조마조마했는데 역시나 김재범이고, 역시나 최재웅이더라.

애드립을 받아치는 것도 정말이지 능수능란했고

관객은 빵 터트려놓고 자신들은 아무렇지 않게 계속 연기를 끌고 가는 모습도 신기했다.

최재웅은 초반엔 좀 과한 조증의 프로페서 V였고

액팅도 과장되게 딱딱 끊어서 표현했다.

목상태가 별로 안좋았는지 넘버를 올렸다 내렸다 부르기도 하더라.

그래서 혼자 생각에 최재웅과 김재범이 역할을 바꿨으면 더 좋았겠다 싶었다.

그런데... 김재범이 등장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캐스팅 사진 만큼 식겁한 분장이라 놀라긴 했지만

(저 헤어 스타일 어쩔거야....)

전체적인 느낌은 아주 좋았다.

고영빈이 섹시한 느낌이 강했다면 김재범은 그루미한 느낌이 강하더라.

그래선지 연민이 더 느껴졌고 영원히 살아야 하는 자의 비애와 절망이 더 많이 다가왔다..

그래도 하이힐을 신고 춤추는 "세라" 장면은 고영빈이 갑이다.

김재범은 심각하게, 많이, 걱정스럽게, 격정적으로 위태위태해서 보는 내가 다 불안하더라.

(어쩌자고 다리는 그렇게 앙상해서 ... ) 

 

어디까지나 가벼운 마음이었다.

작품이 보고 싶어서가 아니라

소문난 두 절친의 이벤트 작품을 본다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에

재미있고, 유쾌하고, 흥겁게, 관람했다.

그럼 됐지 뭐!

 

* 참고로 유니플렉스 2층 맨 앞 줄은 시야는 아주 훌륭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6. 1. 12. 08:29

 

 

<전설의 콘서트>

 

부제 : with 집들이 - 퍼펙트맨

일시 : 2016.01.07. ~ 2016.01.10.

장소 : 대학로 TOM 1관

출연 : 김재범, 정상윤, 신성민 / MC 김용철(호박 고구마)

주최 : 주식회사 티오엠

 

1박 2일 워크샾을 다녀온 뒤라 갈까 말까를 두고 정말 고민했었다.

잠자리가 바뀌면 잠을 못자서 몸이 그야말로 물에 젖은 솜뭉치같았다.

어찌어찌 너덜대는 몸을 끌고(?) 공연장에 가면서도

콘서트 내내 민폐녀처럼 꾸벅꾸벅 졸겠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웬 일!

안 갔으면 어쩔뻔했나 싶었다.

개인적으론 작년과 재작년 이맘때 했던 "On stage"보다 훨씬 좋았다.

세 배우가 심사숙고해서 선택한 "퍼펙트"한 선곡도 감동스러웠고

뮤지컬 넘버를 부를 때 180도 확 달라지는 "퍼펙트"한 감성에 감탄했다.

확실히 무대 배우는 아무나 하는게 아니더라.

 

1. 이젠 정말 만나야 할 때 (김재범, 정상윤, 신성민) - 뮤지컬 "김종욱찾기"

2. 그대인가요 (신성민) -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3. 내 안의 독 (김재범) - 뮤지컬 "아가사"

4. I Can't Recall (정상윤) -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

5. Nothing Like a Fire (정상윤, 신성민) - 뮤지컬 "쓰릴미"

6. Superior (김재범, 신성민) - 뮤지컬 "쓰릴미"

7. 술자리 (김재범, 정상윤) - 뮤지컬 "고래고래"

8. Band Music (김재범, 정상윤) - 뮤지컬 "고래고래'

* Life Plus 99 years (김재범, 정상윤)

9. 술에 취한 꿈 + 너에게 가는 길 (김재범, 정상윤) - 뮤지컬 "풍월주"

10. 너의 이유 (김재범) - 뮤지컬 "풍월주"

11. 오래전 그날 (신성민) - 윤종신

12. 말하는대로 (정상윤, 신성민) - 이적, 유재석

13. 앞날 (김재범, 정상윤, 신성민) - 뮤지컬 "풍월주"

* 앵콜송 Band Music (김재범, 정상윤, 신성민) - 뮤지컬 "고래고래" 

 

정상윤과 김재범이 부른 <풍월주> 넘버들은 지금 떠올려도 가슴이 아리다.

도대체 어떻게 그런 순간적인 몰입과 감정이입이 가능한지 신비롭더라.

마지막 곡 "앞날"은 편곡이 너무 좋았고

김재범 배우의 나에게 쓰는 편지는 뭉클했다.

내게 꼭 필요한 말이기도 해서 뭉클했다.

"네가 좋아서 하는 일이고, 하면서 좋은 일이니까 조급해하지 말고 편하게 생각해!"

덕분에 조급해지려는 마음에 살짝 브레이크를 걸 수 있었다.

정말 아무 생각없이 간 소극장 콘서트였는데 따뜻함과 여유을 선물 받고 돌아왔다.

 

정말 퍼펙트했다.

진심으로.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11. 3. 07:57

<Old Wicked Songs>

 

일시 : 2015.09.08. ~ 2015.11.21.

장소 : DCF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

극작 : 존 마란스(Jon Marans)

연출 : 김지호

출연 : 송영창, 김세동 (마슈칸)

        김재범, 박정복, 이창용, 조강현 (스티븐)

제작 : (주)쇼앤뉴, (주)스페셜원 

 

지난 9월 12일 처음 이 작품을 봤었다.

솔직히 고백하면 큰 기대없이 공연장을 찾았는데

이창용 스티븐과 송영창 마슈칸이 내게 큰 여운을 안겨줬다.

살짝 기웃뚱거리는 중이었는데 이 작품이 위로가 됐다.

잔잔하게 따뜻하고 섬세하게 다정했다.

그 포근함을 다시 느끼고 싶어 찾은 공연장.

캐스팅은 일부러 그때와 다른 김재범 스티븐, 김세동 마슈칸으로 선택했다.

세 명의 스티븐 중 개인적으로 가장 궁금하고 기대됐던 김재범 스티븐.

김세동 마슈칸은 일종이 미지수였기에 늘 그렇듯 김재범을 믿기로 했다.

 

보고 난 느낌은.

달라도 아주 많이 다르구나... 였다.

개그맨 윤택을 떠올리게 하는 김세동 마슈칸은 대사를 너무 심하게 버벅댔다.

분명 탁성은 아닌데 가래끓는 소리처럼 가르릉 거렸고

전체적인 목소리톤은 이수일과 심순애의 변사톤이라 적잖게 당황스러웠다.

연기도 전체적으로 과돠게 코믹했고, 과도하게 흥분했고, 과도하게 과장했다.

게다가 전혀 안그러던 김재범까지 묘하게 페이스가 흔들리더라.

김재범의 연기는 슬럼프에 빠진 날카롭고 예민한 천재피아니스트가 아닌

<고래고래>의 백호빈에 더 가까웠다.

위험한 발언이긴한데 김재범의 연기가 요즘 살짝 이상하다.

작품에 변별성이 없고 뭔지 모르지만 정체된 느낌.

(이날 유독 컨디션이 안좋았다거나, 나 혼자만의 생각이라면 정말 정말 다행이겠지만...)

만약 다음 작품 <오케피>까지도 이런 기시감이 느껴진다면

잠시 브레이크를 거는게 필요할 것 같다.

왜냐하면 난 배우 김재범을 정말 좋아하니까,

그래서 그가 소모되는게 너무 싫으니까.

 

잠시 쉬어가면 좋겠다.

김재범이라면 그 후에 충분히, 그리고 당연히

더 멀리 갈 배우니까.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9. 22. 07:56

<고래고래>

 

일시 : 2015.09.11. ~2015.11.25.

장소 : 광림아트센터 BBCH홀

극작 : 정민아

작곡 : 김신의

음악감독 : 박지윤

연출 : 강민재

출연 : 김신의, 허규(영민) / 김재범, 임병근, 김보강(호빈)

        손호영, 정상윤, 한지상(민우) / 박한근, 정모, 이창민(병태)

        문진아, 이정화(혜경) / 양서윤, 서혜원(민숙)

        윤경호, 정승준(매니저), 강민석(카메라맨)

제작 : 아시아브릿지컨텐츠(주)

 

<JCS> 막공 취소수수료를 물면서 선택한 창작뮤지컬 <고래고래>

프리뷰로 딱 한 번 볼 생각이었는데

하필이면 그 한 번의 캐스팅이 JCS 박은태 막공과 딱 겹쳐버렸다.

그래서 과감하게 JCS를 포기하고 <고래고래>를 선택했다.

결론적으론 잘 한 것 같다.

어쨌든 새로운걸 보고 싶기도 했으니까.

락뮤지컬은 중간중간 배우들의 유도에 호응도 해야 하고 커튼콜에는 필히 일어서야 해서

1층보다는 2층을 선호하는 편이다.

이 날도 2층에서 관람했는데 적당한 거리감이 관조적 태도를 유지하게 해주더라 ^^

 

일단 이 작품,

스토리는 전혀 매력적이지 않았다.

너무 뻔한 스토리라 긴장감도 별로 없었고

등장 인물들은 한결같이 어른아이들뿐이라 사실 좀 난처했다.

그냥 10대 학원물에 나오는 인물들이라고 생각하면 정확하겠다.

이걸 순수나 열정으로 이해하고 좋아하기엔

내가 너무 노쇠하기도 하지만..

극 중 PD의 대사가 딱 내 심정이었다.

"여기에 뭐가 있어요? 우정이 있어요? 사랑이 있어요? 감동이 있어요?"

실어증에 걸린 친구와 함께 자라섬 밴드 페스티벌에 참가하기 위한 길을 떠난 어른아이들.

버스킹을 하면서 1달간의 도보여행이 끝나지만

결국 여차여차한 이유로 페스티벌은 참가하지 못한다.

비록 목표를 이루진 못했지만 어쨌든 크고 작은 갈등은 다 해결되고

실어증에 걸린 영민은 심봉사가 눈을 뜨듯 말을 시작한다.

줄거리를 쓴다고 썼는데 어째 쓰고 나니 더 민망하다.

(하반기 영화도 개봉할 예정이라는데 이런 시놉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에 쏙쏙 꽂히는 넘버들이 꽤 많았다.

멜로디도 좋았는데 특히 가사는 정말 좋더라.

등장인물들이 찌질하긴 했지만 역시나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모여있다보니 어느 정도는 잘 살아 있더라.

스토리만 보강되면 좋은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 와중에 정상윤은 노래를 너무 잘하더라.

정상윤이 락뮤지컬을 한다고 해서 사실 걱정했는데 

이 날 공연에서 정상윤 민우가 가장 인상적이고 안정적이었다..

재관람까지는 아니자만 한 번쯤 보기에는 나쁘지 않은 작품이고.

개인적으론 넘버만 따로 듣고 싶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스토리가 너무 약해서...)

이런 생각 하는 사람 꽤 많던데

아시아브릿지는 OST 제작을 고려해봐도 좋을것 같다.

남아줘, 술자리, 소년이 어른이 되어, 남자 사람, 노인...

노래 정말 다 좋던데...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3. 27. 08:49


<아가사>


일시 : 2015.02.11.~ 2015.05.10.

장소 :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작가 : 한지안

작곡 : 허수현

안무, 예술감독 : 우현영

연출 : 김지호

출연 : 최정원, 이혜경 (아가사) / 강필석, 김재범, 윤형렬 (로이)

         박한근, 정원영, 주종혁, 려욱 (레이몬드) 

         김형균, 황성현 (아치발드) / 박준후, 안두호 (폴)

         이선근, 박종원 (뉴먼) / 추정화, 한세라 (베스)

         소정화, 박서하 (낸시) / 윤경호, 정승준 (에릭 헤리츠)

제작 : 아시아브릿지컨텐츠(주), (주)캔들미디어

 

재연으로 올라온 <아가사>를 보는게 망설여졌던건,

아가사역을 맡은 최정원, 이혜경 두 배우를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였다.

그런데 강필석이 로이라니 한 번 보자 생각했고

강필석, 최정원 케미가 기대보다 훠~~얼~~씬 좋아서 이렇게 두번째 관람까지 이어졌다. 

이번 개스팅은 이혜경, 김재범.

그리고 무대효과를 보려고 일부러 2층 맨 앞을 예매했다.


보고 난 느낌은,

아가사도, 로이도 최정원과 강필석이 내 성향과는 잘 맞았다.

내가 워낙 성악 발성을 싫어해서겠지만 이혜경의 고음이 많이 부담스러웠다.

나이든 아가사는 최정원보다 이혜경이 괜찮았는데

성악 발성 때문에 전체를 놓고 보면 최정원 아가사가 훨씬 좋았다.

이혜경 아가사는 조증도 느껴지고...

강필석 로이는 아주 섹시하고 아가사에 대한 사랑과 연민이 가득했는데 

김재범 로이는 또 완전 다른 로이였다.

강필석은 젠틀하면서도 아주 섹시했는데

김재범 로이는 나쁜 남자의 느낌이었다.

강필석은 기본적으로 아가사에게 사랑과 연민이 가득했는데

김재범 로이에게는 아가사를 향한 원망이 느껴졌다.

같은 배역이 배우에 따라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니 참 흥미롭다.


그리고 로이의 말에는 나 역시 절대적으로 공감한다.

"모든 사람의 마음 속에 타오르는 살의(殺意)가 있다"

괴물을 죽이기 위해 아리아드네의 붉은 실을 들고 라비린토스로 들어가는 테세우스.

하지만 라비린토스를 빠져나오는 존재가 언제나 테세우스일까? 

평범한 사람이 살인자가 되는 이유.

붉은 실을 잡고 나오는 존재가 누구인가에 달려있다.

사람도, 사랑도, 기억도, 

모두 다 라비린토스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1. 6. 07:48

<Thrill Me>

 

일시 : 2014.12.10. ~ 2015.03.01.

장소 : DCF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

대본, 작사, 작곡 : 스티븐 돌기노프 

연출 : 박지혜

출연 : 강필석, 정동화, 백형훈 (나 ; 네이슨)

        김재범, 에녹, 문성일, 김도빈 (그 ; 리처드)

피아노 : 신재영, 오성민

제작 : 뮤지컬 해븐

 

드디어 강필석 네이슨과 김재범 리처드의 <Thrill Me>를 봤다.

(신종플루때문에 좀 묵혀놨다가 쓰게 됐지만...)

기대를 하면서도 혹시라도 두 명의 네이슨을 보게 되는건 아닌가 우려했는데 말그대로 딱 기우더라.

두 배우의 노련함과 섬세함의 결정판이더라.

지금까지 내가 알던 <Thrill Me>와 확실히 다른 느낌!

뭐랄까, 더 은밀하고 노골적이었고, 그리고 감정적, 심리적으로도 기존의 캐스팅보다 훨씬 강했다.

서로 밀고 당기는 페이스와 타이밍 역시도 기존의 방식과 많이 달랐고

소품의 이용과 전체적인 동선 디테일에도 변화를 줬다.

이미 이 작품을 했던 두 배우가 다시 합류하면서 서로 얼마나 고민을 많이 했을지 눈에 선하다.

같지만, 다르게...

완전히 다른 작품이 아니라 <Thrill Me>를 다시 새롭게 다가가게 만들었다.

강필석과 김재범이...

강필석 네이슨은 강함을 숨기지 않았고

김재범 리처드는 냐약함을 그냥 그대로 드러냈다.

그 노골적인 반전된 드러냄이 더 큰 긴장감으로 다가왔다.

<Thrill Me>의 리처드와 네이슨을 이렇게 표현하는 게 충분히 가능하구나...

말그대로 묘한 thrill함이 있더라.

 

김재범 리처드는 "Roadster"에서 모자를 아예 벗어 손에 들어 있더라.

원래 범죄를 저지를 땐 어떻게든 얼굴을 안보이게 하는게 일반적인데 완전히 드러냈다.

그게 완전범죄에 대한 자신감 때문인지,

아니면 상황파악을 못할정도로 미숙한 소년임을 드러낸건지 명확히는 모르겠지만

지금껏 봤던 리처드와 완전히 설정이라 놀랐다.

손에 들고 있는 모자를 언제 쓸까 궁금했는데

끝날때까지 쓰지 않아서 솔직히 꽤 쇼킹했다.

(지금도 계속 모자를 손에 들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김재범, 강필석 두 사람의 쓰릴미는 확실히 젊은 느낌은 없다.

오히려 범행 후 33년이 지나 그 시점의 느낌이 훨씬 강하다.

현재감보다는 리와인드하고 있다는 느낌.

그래서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확실히 두 사람의 밀땅은 묘한 에로티시즘이 있더라.

"Nothing like a fire"도 "Thrill me"도 자극적인 뉘앙스가 강했고

육체적인 접촉이나 전체적인 텐션도 훨씬 노골적이고 집요했다.

더 흥미로웠던건 때때로 무대에서 두 명의 네이슨과, 두 명의 리처드를 볼 수도 있었다는거다.

이게 참 묘하더라.

서로에게 동화되면서 구분이 모호해지는 관계.

김재범, 강필석 두 배우의 <Thrill Me>를 보면서 나는 네이슨의 고백이 사실은 진실이 아니었음을 더 확신했다.

그리고 그게 이 작품의 최후 반전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누가 누구를 조정했는가?"

이 질문에 당신은 뭐라고 답하겠는가!

나는 이렇게 답하겠다.

네이슨과 리처드 두 사람이 나를 조정했다고...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