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6. 4. 8. 08:27

 

<보도지침>

 

일시 : 2016.03.26. ~ 2016.06.19.

장소 : 수현재씨어터

대본 : 오세혁 

무대 : 남경식

연출 : 변정주

출연 : 송용진, 김준원(사회부기자 김주혁) / 김대현, 안재영(잡지 편집장 김정배) / 이명행, 김주완(변호사 황승옥)

        에녹, 최대훈(검사 최돈결) / 장용철, 이승기(판사 송원달) / 김대곤, 강기둥(남자) / 이봉련, 박민정(여자)

제작 : LSM Company

 

어쩌다 이 작품이 이런 폭풍의 눈이 되버렸을까?

작품 자체에 대한 논란이라면 차라리 다행일텐데

(그럴 경우 어디까지나 성향의 문제이고 개인의 선택의 문제일테니까.)

제작자의 말실수(?)로 인해 첫날부터 엄청난 몸살을 알고 있다.

보이콧이나 불매운동까지는 아니지만 표를 취소한 사람들의 수가 상당하다.

개인적으로 좀 납득이 안되는 건,

문제가 됐던 멘트는 꽤 일찍부터 태켓판매 상세정보에 올라와 있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공연개막 막바지에 이렇게 크게 이슈가 됐는지 모르겠다.

물론 제작자가 잘했다는건 아니다.

작품에 대한 지나친 애정과 자부심을 표현하는 방식에 확실히 문제는 있었다.

그런데 그걸 문제 삼고 싶었다면 그 멘트가 공개된 초반부터 시작됐어야 했는데

내 기억에 그때는 아주 조용했다.

왜?

그때는 상세정보는 읽지 않고 예매를 했었나???

(작가를 믿고? 연출을 믿고? 출연배우를 믿고? .... )

현재는 문제가 된 발언은 삭제가 된 상태고, 제작자도 사과를 하긴 했지만 

논란의 여지는 아직까지도 현재진행형이다..

솔직히 이쯤 되니 걱정이 되더라..

이러다 신작 연극 한 편이 꽃도 못피워보고 깔끔하게 사라져버리는건 아닌가 싶어서...

그러기엔 변정주 연출도, 배우들도 너무 아깝고 또 아깝다.

 

이 모든 논란을 뒤로 하고 어쨌든 나는 계획대로 이 작품을 보러 갔다.

그리고 작품 속에서 답을 찾기로 했다.

결론만 말하면,

작품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좋지도 않았다.

뭐랄까, 아주 불편하고, 불쾌하고, 찜찜하고, 두루두루 개운하지 못한 느낌.

이유를 찾아봤다.

일단 대본.

요근래 내가 본 연극 중 손에 꼽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배우들의 연기는?

첫연극 데뷔인 에녹의 불안한 딕션을 제외하면 7명의 배우 모두 훌륭했고 충실했다.

(특히 김대곤의 활약은 눈부시다 못해 눈물 겨웠다. 진심으로 뭉클했다.)

연출의 문제인가"

과거와 현재가 오버랩되는 작품은 자칫하면 산만해지기 쉬운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아니 변정주 연출은 오히려 그 장면정환ㅇ르 기막히게 메끄럽고 자연스러워 표현했다.

그렇다면 문제는 뭐였을까....

너무 과하게 fight 했다는거!

후반부로 달려갈수록 인물들 모두가 소리 지르고, 흥분하고, 격양된다.

의도적인 연출이라는건 알겠는데 보는 나조차도 진이 빠진다.

숱하고 치고 받는 "말(言)" 속에 균형을 잃었다.

게다가 뭔가 끊임없이 가르치는 훈장질은 과하게 일방적이다.

교창선생님께 불려가 두 손 모은채 2시간 넘는 일장 연설을 듣는 느낌.

난감했고 피로했다.

그래서 그 좋은 대사들이 점점 힘을 잃었다.

육탄전을 방불케하는 난타였다.

 

나란 인간은,

워낙 "말"이라는것 자체도 싫어하지만,

고성이 오가는건 특히나 견뎌내질 못한다.

그래서 내가 너무 좋아하는 연출과

내가 무지 사랑하는 배우들이 총출동 한대도

이 작품은 보고 있기가, 아니 듣고 있기가 힘들었다.

이게 토론이래도, 재판이래도, 연극이래도.

 

거리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11. 18. 08:15

<가족이란 이름의 부족 - Tribes)

일시 : 2014.11.08. ~ 2014.12.14.

장소 :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극작 : 니나 레인 (Nina Raine)

번역 : 이인수

연출 : 박정희

출연 : 남명렬(크리스토퍼), 남기애(베스), 김준원(다니엘)

        방진의(루스), 이재균(빌리), 정운선(실비아)

제작 : 노네임씨어터컴퍼니

 

나는 정말이지 노네임씨어터 작품을 너무나 사랑한다.

작품을 선택하는 안목도 너무나 탁월하고 연출가과 배우 캐스팅 역시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싶을만큼 환상적이다.

매 작품마다 깊이와 재미를 동시에 쥐고 있는 현실이라 감정적으로도 쉽게 동화된다. (적어도 내 경우에는...)

이 작품 <가족이란 이름의 부족> 역시도 그랬다.

가족...

그 가깝고도 먼 관계.

정말 그렇더라.

세상에서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하고 사랑한다고 말하는 가족이

사실은 세상 그 누구보다 일방적인 소통을 강요하더라.

그걸 사랑이라고, 관심이라고, 애정이라고 말하면서...

사람이 가장 외로워지는건

가족 안에서 혼자됨을 느끼는 그 순간이지 않을까 싶다.

각자의 발언은 마치 선사시대 원시인들이 질러대는 괴성과 정확히 일치한다.

모든 사람들이 다 말을 하고 있지만,

사실 아무도 말하지 않고, 아무도 듣지 않는다.

"이해" 보다는 내 입에서 나오는 "말" 자체가 행동의 전부다.

극 속에서 가족들이 실제로 하는 말과 자막에 비쳐치는 말이 갖는 괴리감이 절실했다.

이해될 수 없는 기호들의 끝없는 나열...

그게 가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이기에 우리는 또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다.

각자의 소리를 내고,

비소통으로 소통하지만 돌아온다.

왜냐하면 자기가 그 속에 속해 있으니까.

 

다니엘의 대사가 가슴에 꽃혔다.

"너 자신을 지키고 싶다면 거리를 둬!

 누군가에게 네 마음을 주면 그 사람을 그걸 버스에 두고 내려.그 다음엔 이리저리 밟히고 채이지"

그래서 광신도 집단처럼 폐쇄성에 기대 울타리를, 소속을, 공동체를 만들게되나?

옆에 빈의자 하나씩 남겨놓고!

소수의 세계도, 다수의 세계도 정답이 될 수는 없다.

빈의자는 여전히 남아있으니까. 

 

빌리의 빈자리에,

다니엘의 빈자리에,

루스의 빈자리에,

크리스토퍼의 빈자리에,

베스의 빈자리에.

누군가 성큼성큼 다가와 앉아준다면 좋겠다.

그리고 나에게도...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9. 4. 08:12

<도둑맞은 책>

일시 : 2014.08.29. ~ 2014.09.21.

장소 :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

원작 : 유선동

연출 : 변정주

일러스트 : 정순원

출연 : 김준원, 전병욱 (서동윤) / 강기둥, 정순원 (조영락) 

제작 : 문화이이콘

 

내가 좋아하는 변정주 연출과 그의 뮤즈(?) 김준원의 출연만으로 must see 목록에 속했던 연극 <도둑맞은 책>

김수로 프로젝트의 <데드트랩>과 비슷한 모티브라 살짝 걱정이 되긴 했지만 연출가와 배우의 힘을 믿었고 유선동 원작의 힘도 믿었다.

개인적으로 2인극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장르인데

두 인물의 팽팽한 심리전을 보는 것도, 피할길 없이 그대로 드러나는 배우의 연기를 보는 것도 정말 너무너무 좋다.

원래 이 작품의 원작 시나리오에는 주요인물이 여섯명이나 되고

보조작가로 나오는 조영락도 그리 큰 비중이 아니었단다.

그런데 실제 연극에서는 이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 서있는 인물이 조영락이다.

(심지어 멀티맨 역할까지 한다.)

프리뷰를 보고 난 느낌은...

변정주의 연출도, 김준원의 연기도 역시나 좋았다.

단지 조영락을 연기하는 강기둥 배우가 김준원을 상대하기엔 많이 약했다는거 좀 문제였다.

목소리 자체도 집중이 어려운 톤이었고

잠깐이지만 여러 역할을 소화하는 것도 부족하고 밍밍했다.

특히나 초반에는 표정에 자신감도 없고 뭔가 약간씩 망설이는 느낌이었다.

극을 보는 내내 조영락이라는 인물이 이렇게 밋밋하면 안될텐데... 걱정스러울만큼!

커피에 약을 타는 것도 초반부터 너무 눈에 들어왔고

그래서 결말 역시도 충분히 예상이 됐다.

팽팽해야할 긴장감의 한 축이 무너져내리는 느낌!

 

그래도 서동윤 작가 역을 맡은 김준원의 연기는 역시나 좋더라.

목소리톤과 제스처도 좋았고, 

현실과 과거를 넘나드는 장면도 시간이 흐름이 느껴질 정도로 연기도, 호흡도 달랐다.

특히 독백 장면들은 아주 환상적이었다.

이런 생각까지 들더라.

아예 이 작품을 서동윤 한 사람만 등장하는 작품으로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작가를 강금한 보조작가는 단 한 번도 무대에 등장하지 않고 단지 목소리만 들리는거다.

실체없이 목소리로만 존재하는 상대와의 심리전.

흥미진진하고 더 긴장감 있지 않았을까?

(어디까지도 혼자만의 생각!)

 

이야기 중간중간 나오는 일러스트가 아주 인상적이었는데

이 작품에 조영락으로 더블캐스팅된 정순원 배우가 직접 그린 일러스트란다.

연극에, 뮤지컬에, 일러스트에...

정말 샘나는 재능이다.

나도 한때 그림 좀 그린다는 소리 꽤나 들던 사람인데...

그런데 지금은 그 재능이 거짓말처럼 말끔히 증발했다.

그야말로 "도둑맞은 재능"이 되버린거다.

"도둑맞은" 것들의 최후는 늘 그런 모양이다.

 

어이없는 한풀이이긴한데

연극 <도둑맞은 책>을 보다가 "도둑맞은 재능"이 서러워

혼자 구시렁구시렁대는 중이다.

이걸 비극이라고 말해야 할까?

희극이라 말해야 할까?

......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7. 24. 07:25

<수탉들의 싸움-COCK>

일시 : 2014.07.11. ~ 2014.08.03.

장소 : 두산아트센터 space111

극본 : 마이크 바틀렛(Mike Bartlett)

번역 : 이인수

연출 : 송정안

출연 : 박은석(존), 김준원(M), 손지윤(W), 선종남(F-M의 아버지)

제작 : 노네임씨어터컴퍼니

 

헐! 이 엄청난 파이터들 좀 보소!

그 어떤 싸움보다 더 치열하고 사생결단의 끝으로 치닫는 단 한 판의 경기.

하필이면 무대 조차도 사각의 링을 떠올리게 한다.

4면을 빙 둘러싼 객석 한 가운데 어떠한 무대셋트 없이 덩그라니 놓어있는 고집스럽고 일방적인 무대.

객석을 찾아 앉으면서 생각했다.

엄청난 싸움의 현장을 눈 앞에서 목격하는 증인이 되겠구나... 하고.

누군가는 그러더라.

<수탉들의 수다>라고...

그런데 난 이 표현도 충분히 이해가 됐다.

말...말...말... 그리고 선택.

등장인물의 계속되는 동어반복들이 나는 그 어떤 폭력보다 더 무차별적이고 잔인하게 느껴졌다.

서로는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존도, M도, W도, 아버지도 참 많이 무례하더라.

그런데 그게 당연하다.

이건 침목회가 아니라 싸움이니까.

싸움에 정의나 예의가 끼어서는 안된다.

전략과 전술을 총동원하고 때로는 느닷없는 기습이 필요한게 싸움이다.

그게 싸움의 기술이고 싸움에 대한 예의다.

그런 의미에서 이들의 싸움은 아주 정직하다.

비록 쳇바퀴를 굴리고 굴리고 또 굴리는 제자리 걸음에 불과한 행위일지라도...

연극을 보면서 나는 누구보다도 존에게 화가 났다.

결정장애자.

존은 지금 정체성 혼란의 문제를 겪고 있는게 아니라 어른이 될 생각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애다.

누군가 결정을 내려줘고 퍼미션을 받아야만 그 다음을 할 수 있는 아이.

미안한 말이지만 그런 사람은 절대 "사랑"해서는 안된다.

그 사람의 성적 취향은 아무 문제가 아니다.

"선택"하지 못한다면 "사랑"할 수 없다.

그게 맞다.

양 손에 동시에 쥘 수 없는 떡도 분명히 있다.

존은 그걸 알고 있으면서 그걸 피하고 외면했다.

댓가는 참혹하다.

당연하게도 존은 잎으로 계속 쿠션을 챙기고 전등을 끄고 M의 침대로 들어가게 될거다.

선택하지 못한 자의 선택.

존의 결론은 마땅히 그래야만 한다.

 

사실 이 작품 박은석 배우때문에 선택을 했는데

김준원 배우에게 매혹돼서 왔다.

박은석 배우는 <히스토리 보이즈>에서는 전혀 못느꼈었는데 

이 작품에서는 발음이 특히 ㄷ과 ㅈ 발음이 부정확하더라.

그래도 표정이나 우유부단한 말투, 전체적인 인물표현은 아주 좋았다.

김준원 배우는 이번에 처음 봤는데 작품 속에서 참 압도적인 존재감더라.

작품 속 인물도 그렇고, 그 인물을 표현하는 배우도 그렇고.

M은 표면적으로는 남성적이고 권위적인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작품에서 가장 여성성이 강한 인물이 M이다.

존이 스스로의 존재를 끝없이 확인받고 결정받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면 

 M은 존의 부재에 대해 엄청난 겁을 먹고 있는 사람이다.

두 사람이 헤어졌을때 무너질 사람은 존이 아니라 M이다.

그래서 나는 M이 치즈 케이크를 마지막 무기로 존을 붙잡았을때 참 먹먹했다.

존이 갈팡질팡하고 우왕좌왕 하는 동안에도

M의 선택을 언제나 한가지였다.

승자는...

기쁨을 누려도 된다.

쿠션과 전등을 챙겨도 된다.

 

M을... 이렇게 만든 사람... 확실히 존이다.

아마도 존은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앞으로의 삶을

두 사람의 관계를 책임져야만 한다.

어떤 방식으로든!

그게 싸움의 룰이다.

그게 패배를 자초한 사람의 운명이다.

 

파이터의 세계는,

언제나 정직하고 명확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