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14. 4. 9. 08:16

책을 읽는 중간 중간 후회가 밀려드는 책이 있다.

두 가지 이유로.

내가 왜 이 책을 읽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면서 그야말로 기계적으로 책장을 넘길 때,

그리고 지금처럼 왜 좀 더 빨리찾아 읽지 않았을까 하는 자책 비슷한 감정에 빠질 때.

"타이밍"이라는 거,

참 절묘하구나 비켜가는구나...

이 책을 그리스 여행 가기 전에 읽었었다면,

아마도 내 여행의 걸음과 느낌과 veiw는 정말 많이 달랐으리라.

Fira의 빛나는 태양 아래 그렇게 아낌없이 넋을 잃기만 하진 않았으리라.

여행자의 관광에 밀려 삶의 터전을 옮겨야 했던 원주민의 가난한 삶.

그걸 나는 여행 내내 외면했다.

아니 단 한 번도 밀려난 사람들에 대한 생각을 품지도 못했다.

빠듯하게 계획한 여행도 아니었는데 그때는 왜 그랬을까?

이 책 한 권만 먼저 만났었다면...

왜 나는 저스트 고나 프렌즈 시리즈를 찾아봤을까?

얼마나 실용적인 여행을 하겠다고!

 

솔직히 말하면,

이 책을 읽기까지 좀 망설였다.

미학 기행이라니...

어딘지 젠체하는 기분도 들었고

게다가 저자의 모습은 미학을 논하기에는 소위 말해 새파랗게 젊어 보이기까지 했다.

'자기가 무슨 이윤기라도 된다고 생각하나!"

살짝 빈정이 상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랬는데...

책장을 넘기면서 수없이 되뇌었다..

정말 멋지다. 이 책!

그리스의 바람과 햇빛이 시간을 품고 고스란히 글 속에 담겨 있다.

 

길의 감촉,

그 서걱거리는 황홀한 소리를 저자는 다 듣었고 느꼈고 만졌다.

...... 걷는다는 것은 머리가 아닌 몸으로 생각하는 방법이다. 몸으로 생각하는 경험은 훨씬 직관적이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머리로 생각하는 것은 메모장과 연필 그리고 논리력이 필요하다. 질문 대부분이 구체적 형상이 없이 물음과 답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몸으로 생각하는 경험은 걸으며 닿는 길의 감촉, 목덜미를 감싸게 하는 바람, 등을 데우는 태양까지도 기억한다. 물론 이런 경험은 대화를 통하기보다 제 몸에 귀 기울일 때 가능하므로 혼자하는 여행에서 더 큰 법이다. 무엇보다 '걷는 생각'은 억지로 하는 생각과는 전혀 다른 수월한 방법이다. 억지스런 생각이 반드시 그 자리에서, 무언가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라면 '걷는 생각'은 자리를 벗어나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것이 바로 벗어나는 행위, 걸으며 생각하는 해방감이다. 그리고 영감은 바로 이 자유로운 순간순간에 온다 ......

"걸으며 생가하는 해방감"

머릿속으로 바람이 치는 그리스의 종소리가 울린다.

...... 내게 여행은 느긋함보다는 치열함이었다. 여행을 떠나는 순간부터 한순간도 멈추지 않았다. 꺼져가던 열정을 다시 사리기 위해서 걷고 또 걸었다. 지독하게 걸어 오르고 그곳에서 묻고 대답한다. 왜 여기 있는지, 왜 나였는지, 이제 어디로 가는지 그야말로 끊임없이 '물음'을 적어간다 ......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을 보면서 나는 시간을 생각했다.

신전 위를 가득 덮고 있던 구름도

사납게 옷길을 날리던 바람도 다 고대로부터 오는 시간이었다.

오래 침묵하게 만드는 시간.

그렇게 그리스의 시간은 과거로 향해 있었다.

나는 짬짬이 그 시간의 간격을 더듬어가며 시간의 거리를 좁혔다.

 

그리스...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생각한 곳이다.

다시 가게 될 일이 있을가 싶어 잠깐 머무르는 시간 동안 발걸음이 바빴다.

플라카 지구를 밤늦게 산책할 때도

인심좋은 주인장이 잔돈이 없다며 엽서 10장을 그냥 가져가라고 줄 때도

다시 올 일 없는 이곳에서 참 고마운 기억을 담는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는 다시 그곳을 꿈꾸게 됐다.

꼭 뭘 보겠다는 소망이 생긴건 아니다.

단지 그곳에서 햇빛 속에 오래 앉아 불오나전한 나를 느껴보고 싶어졌다.

과거로부터 이어지는 상징들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면서

"Carpe Diem"와 "Memento Mori"를 좌우에 거느리고 고대의 제전에 혼자 빠져 보고 싶다.

그러나 예언같은 신탁을 받게될지도.

 

이 책은,

너무 짧았던 그리스에서의 시간을

니코스 카잔차키스를, 니체와 베르그송을,

심지어 아폴론과 디오니소스까지도 내내 그리워하게 만들었다.

욕망과 멀어지기 위해 메테오라 그 깊은 수도원을 스스로 오른 수도자의 절실함.

그 절실함이 나를 부른다.

니체와 베르그송, 니코스 카잔차키스에게 길을 물어

그곳을 찾아가야겠다.

스스로 봉쇄를 선택한 간절함에 답하기 위하여!

신탁이 제우스의 번개처럼 내 몸을 후려친다고 해도

 

 

* 여행을 귀중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두려움이다  - 니체

  나는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다. 아무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 니코스 카잔차키스 묘비명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1. 4. 15. 06:50
그렇게 선풍적인 인기직이었던 <마시멜로 이야기>를 읽지 않아서
호아킴 데 포사다가 누군지 처음엔 몰랐다.
(그렇다고 지금이라도 굳이 찾아 읽어야지 하는 생각도 솔직히 없다)
베스트셀러에 휘둘리지는 않는 편이지만
서가에 베스트셀러라고 올라오면 아무래도 한번은 더 눈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트랜드를 안다는 의미도 있겠고
그래도 베스트셀러인데 뭔가 하나는 있겠지 하는 순진한 기대감도 한 몫 했고...


<바보 빅터>
솔직히 좀 기대를 했던 책이다.
그런데 이럲게 짜집기의 책을 읽고 나니 좀 허탈하고 허무하단 생가이 든다.
엄청 큰 공갈빵을 손에 쥐고 있는 난감함이랄까?
소설속 빅터는 실제 국제멘사협회 회장이 그 주인공이란다.
무려 17년 동안 "바보"로 주위의 놀림과 왕따를 당했던 실제 인물.
책의 나오는 "로라"라는 여자 역시도
가족들에게 "못난이"라고 불리면서 실제로 못난이 컴플렉스에 시달리면서
스스로의 인생을 나락으로 떨어뜨린다.
"나처럼 못생긴 여자가 잘 되겠어?" 라는...
이 여자 역시도 실제로 오프라 윈프리 쇼에 나왔던 "트레이시"라는 여성을 모델로 썼단다.
그외에 오프라 윈프리,  에플의 스티브 잡스까지.
세상을 움직이는 대표적인 인물들을 그대로 옮겨왔다.
뭐 청소년이 읽는다면 나쁘지는 않겠지만....
글의 요점은 "자기를 믿으라!"는 거다.
아우슈비츠라는 극한의 환경에서도 가치있는 목표를 가지고
자기 자신을 믿었던 사람은 살아남았다고...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있어도 스스로를 과소평가하면 재능을 펼치지 못한다고...
아주 교과서적이고 무지 교훈적이인 책이다.
그런 이유로 이 나이에 읽기에는 다소 민망한 책이기도 하고...



나는 우리 젊은이들이 삼국지를 읽기 전에
먼저 고구려를 읽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이 소설을 집필하게 되었다.


작가 김진명은 책 표지에 아주 대놓고 자신의 바람을 적었다.
개인적으로 창검이 난무하고 피가 강을 이루는 <삼국지>류의 세계를 좋아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세계를 탐독하긴 했다.)
어찌됐든 김진명의 신념이 아무리 거대하다 할지라도
<고구려>의 세계는 미안하지만  <삼국지> 세계의 me too 제품일 뿐이다.
억울하면 <삼국지>보다 먼저 쓰여졌던가...
아직 1,2권 밖에 읽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이 대하소설이 몇 편까지 이어질지 궁금하긴 하다.
지금까지 읽은 상황은 "을불"이 우여곡절끝에 고구려로 돌아가 왕의 자리에 오른 상황.
선정을 베풀고 있기는 한데..
뒷일은 김진명이 알아서 할 일.
금방 읽히기는 한다.
일단 읽기 시작했으니 앞으로 나오는 책들도 계속 읽기는 하지 않을까?
(너무 길지만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살짝 ^^)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