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3. 6. 5. 08:33

<그날들>

일시 : 2013.04.04. ~ 2013.06.30.

장소 : 대학로뮤지컬센터대극장

대본. 연출 : 장유정

음악감독 : 장소용

안무 : 정도영

출연 : 유준상, 오만석, 강태을 (차정학)

        최재웅, 지창욱, 오종혁 (박무영)

        방진의, 김정화 (그녀) / 서현철, 이정열 (운영관)

        김산호, 김대현 (대식) / 박정표, 정순원(상구)

        송상은, 이다연 외

제작 : (주)인사이트 엔터테인먼트, (주)이다엔터테인먼트

 

나는 강태을의 차정학을 볼 마음이 전혀 없었다.

참 미안한 말이지만 강태을은 무슨 작품이 됐든 캐스팅이 올라올 때마다 내겐 피해 가야 하는 배우 중 한 명이었다.

<돈주앙>, <어쌔신>, <렌트>에서 연타로 실망을 해서 그런지

좀처럼 믿고 볼 수 없는 그런 배우 중 한 명이었다.

그래서 인터파크 씨크릿 티켓 담첨 날짜의 차정학이 강태을이라는 걸 알았을땐 맨붕모드였다.

솔직히 그냥 날려버릴까도 생각했다.

그러다 우연히 강태을과 최재웅의 인터뷰 기사를 보게 됐다.

"1년 내내 <그날들>만 했으면 좋겠다"

강태을의 말이 마음을 당겼다.

그래서 관람쪽으로 마음을 정했다.

(이 인터뷰 기사를 안 봤다면? 아마도 관람을 안 했을거다!)

만약 이 작품에서까지 강태을에게 실망하게 된다면?

앞으로 그가 출연하는 작품은 결단코 보지 않겠노라 비장한 작정까지 했다.

 

그렇게 만난 강태을의 차정학은!

지금껏 내가 본 강태을 작품 중 단연코 최고였다.

1년 내내 이 작품만 하고 싶다는 강태을의 말은 정말 사실이었다.

개인적으로 엄청난 충격이었고 뜻밖의 반전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제부터 강태을을 배우로 보기로 작정했다.

그날 무대 위에는 강태을이 아닌 경호부장 차정학이 서있었다.

결코 쉽지 않은 배역이었을텐데

과거의 정학도, 현재의 정학도 너무나 정확히, 그리고 명료히 잘 표현했다.

천진하면서도 순수한 과거의 정학,

20년 전 "그날"의 일들로 냉철한 원칙주의자로 변한 현재의 정학.

강태을은 목소리와 얼굴 표정, 액팅까지 완전히 다르게 표현했다.

마치 둘이면서 동시에 한 명인 사람을 보는 것 같다.

다르면서도 일관된 모습.

강태을은 차정학이라는 인물이 갖는 이 모든 혼란과 미묘한 차이를 아주 멋지게 자기 것으로 표현했다.

심지어 보여지는 비쥬얼도 완벽한 경호원의 그것이었다.

배우 강태을은,

이 작품과 깊은 사랑에 빠졌나보다!

무대 위 강태을의 표정 속에 이 모든 진실이 전부 담겨있다.

그리고 나는 그걸 목격했다.

배우로서 그는 진심으로 멋졌다.

덕분에 나는 이 작품을 더 깊이 있게 볼 수 있었다.

그가 부르는 "그날들"과 "이등병의 편지", "꽃"은 정말이지 너무나 좋았다.

첫번째 관람에서는 "이등병의 편지"가 좀 생뚱맞는 선곡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번 관람에서는 이 곡이 왜 들어갔는지 이해됐다.

1막 도입부도 느낌이 너무 좋았고!

 

4월 6일 첫날 저녁 공연을 보면서는 어딘지 정돈되지 못하고 어수선하다는 느낌이 많았는데

중반 이후를 넘어서니 확실히 작품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국수발같은 무대는 여전히 가벼워보이긴 하지만 무대 영상은 보완이 된 것 같다.

최재웅의 박무영은 역시나 좋았고

방진이는 목소리에 피로감이 묻어난다.

다행히 이런 피로감이 어떤 장면에서는 프러스 효과를 발휘했다.

운영관은 예상한대로 서현철이 이정열보다 훨씬 좋았지만

이정열이 부르는 "서른 즈음에는" 꽤 뭉클했다.

과거와 현재를 둘 다 깊게 생각케 만드는 노래였고 음색이었다.

그리고 2막 마지막 곡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도

이정열이 더 웅장하게 감동적으로 느끼게 만들었다.

처음에 봤을 때는 경호원들의 군무에서 힘이 안 느껴졌는데

다시 보니 꽤 잘 만들어진 절도있는 군무였다.

확실히 2층은 1층보다 무대와 조명, 배우들의 움직임을 이해하기가 훨씬 더 좋다.

 

고김광석의 노래로 대형창작뮤지컬이 만들어진다고 했을때

늙깍이로 한창 "김광석앓이"를 하고 있던 나는 정말 많이 궁금해하고 기대했더랬다.

그런데 첫날 공연을 보고는 사실 조금 실망했었다.

그런데 참 다행이다!

재관람하길 정말 잘했다.

예정에 전혀 없던 강태을 차정학을 만난 건 더 다행이다.

커튼콜에서 본 강태을의 표정은 정말이지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깊고 깊은 사랑에 한창 빠져있는 사람의 표정.

그의 모습이 그랬다.

너무나 흠뻑 빠져 있어서 솔직히 질투가 날 정도였다.

배우 강태을은 참 좋겠다!

이렇게 마음을 아낌없이 온통 다 준 작품을 만날 수 있어서...

그리고 나도 참 다행이다.

이제부터 그의 다음 작품을 기꺼이 기다릴 수 있게 돼서!

아무래도 뮤지컬 <그날들>이

나와 그에게 잊지못할 "그날"이 된 모양이다.

참 다행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4. 10. 08:17

<그날들>

일시 : 2013.04.04. ~ 2013.06.30.

장소 : 대학로뮤지컬센터대극장

대본. 연출 : 장유정

음악감독 : 장소용

안무 : 정도영

출연 : 유준상, 오만석, 강태을 (차정학)

        최재웅, 지창욱, 오종혁 (박무영)

        방진의, 김정화 (그녀) / 서현철, 이정열 (운영관)

        김산호, 김대현 (대식) / 박정표, 정순원(상구)

        송상은, 이다연 외

제작 : (주)인사이트 엔터테인먼트, (주)이다엔터테인먼트

 

故김광석의 노래로 주크박스 뮤지컬을 만든다는 소식은 꽤 오래전부터 들렸다.

그닥 진전이 없어서 엎어진건가 생각했는데 그야말로 화려한 캐스팅이 공개돼 깜짝 놀랐다.

게다가 제작발표회와 연습실 영상까지 인상적이어서 기대치가 점점 상승됐다.

편곡된 몇 곡의 노래들은 드라마틱할 정도로 웅장했다.

통키타와 하모니카 반주가 거의 전부였던 김광석의 노래가 웅장할 수 있다니...

혼자 신기해하기까기 했다.

그런데 이건 또 무슨 일일까?

공연 날짜는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건물주와 건설시공사와의 다툼으로 개막이 불투명하다는 기사를 봤다.

공연제작사는 4월 4일 개막일을 사흘 앞둔 1일 건설사를 상대로 공연방해금지가처분 신청을 냈다.

배우들은 공연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외부 연습실에 있는 상황이고

장유정 연출과 공연장에 남아 있던 스텝만이 배우없는 테그니컬 리허설을 진행 중이라는 소식도 들었다.

어쨌든 관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기만을 바랐는데

다행히 예정대로 공연이 올려졌다.

 

아직 정돈되지 않은 대학로뮤지컬센터 대극장은 입구와 로비 모두 흉흉했다.

티켓박스는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고 캐스팅 보드도 간신이 설치된 정도다.

어째 점점 불안해진다.

공연장 앉아서 제일 먼저 본 건 국수발 같은 무대.

사실 좀 난감했다.

내가 혼자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다른 분위기다.

어쩌면 내가 김광석의 노래에 너무 집중하고 있던 건 아닐까?

(요 몇 년 사이에 뒤늦게 김광석앓이를 심하게 하는 중이라서...)

그래도 내가 선택한 캐스팅은 역시나 믿음이 갔다.

오만석, 최재웅, 방진의, 서현철.

이들이라면 기본 이상은 분명히 해줄테니까!

 

故김광석이 부른 이 모든 곡들은 역시나 엄청나다.

속직히 고백하면,

이런 류의 신파를 기대했던 건 아닌데

원곡의 힘이 워낙 짱짱해서인지 스토리의 취약함이 어느 정도 감춰진다.

특히 1막 "변해가네'에서 "나무"로 이어지는 도입 부분은 정말 좋다.

편곡도 좋았고, 시간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오가는 연출도 돋보였다.

차정학의 안경은 그런 의미에서 작지만 꽤 괜찮은 설정이다.

일부러 코믹한 요소를 많이 넣은 것 같은데

그래선지  전체적으로 가볍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래도 다행스러운건,

워낙에 진지하게 연기하는 오만석, 최재웅인지라 그 가벼움이 살짝 상쇄된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다른 배우 조합은 좀 위험스럽지 않나 싶다.

차정학과 박무영으로 캐스팅된 배우들의 연령대 간극이 일단 너무 크다.

(정학을 맡은 배우들이 워낙에 하늘 같은 선배들이라 아무래도 동료의 느낌을 갖기가 좀...)

홍보때문이긴 하지만  TV에서 코믹 요소를 앞세우는 유준상 배우도 갑정이입이 살짝 걱정스럽다.

(배우 입장에서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관객입장에서!)

 

과거의 남자 최재웅과 현재의 남자 오만석의 듀엣은 첫 곡부터 발란스가 참 좋다.

마지막 장면에서 정학이 무혁에게 "내가 너무 늦게 왔지?"라고 말하는 장면은

<번지점프를 하다>가 떠오르는 작은 참사가 발생했다.

단지 이 대사 한 마디 때문에 둘의 관계에 동성애적인 뉘앙스가 강력하게 풍기고 말았다.

(도대체 왜 그런 무모한 연출을???) 

2막 첫곡 "부치지않은 편지"에서 서현철의 목소리톤은 환상적이었다.

그런 배우가 있다.

노래실력이 좋은건 아니지만 장면이나 넘버의 분위기에 아주 딱 맞게 노래하는 그런 배우.

배우 서현철은 확실히 그런 쪽이다.

코믹할 때는 코믹하게, 진중할 때는 또 진중하게 설정과 표현을 잘한다.

아마도 운영관 역은 이정열보다 서현철이 훨씬 잘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그녀 역의 방진의는 표정이 인공적인 걸 빼면 전체적으로 배역에 잘 어울린다.

(그런데 왜 이 배우의 표정은 점점 더 인공적으로 변할까?)

 

제일 큰 아쉬움은,

배우들이나 넘버에 비하면 스토리와 무대가 너무 엉성하다.

음향이나 마이크 사고는 공연장에 적응할 시간이 부족해서라고 넘길 수는 있겠는데

스토리는 수정이 필요할 것 같다.

특히나 1막은 너무 산만하고 가볍다.

1막과 2막의 무게중심이 지나치게 기우뚱하고

노래에 억지로 끼워맞춘듯한 장면들도 눈에 보인다.

대형 국수공장을 연상케하는 전체 무대와

"천국의 계단"에서 들락날락하며 내게 트라우마를 안긴 "문짝"을 떠올리게 하는 무대 셋팅도 좀 정리할 필요가 있겠다.

무대에 띄우는 영상은 그야말로 폭격의 수준이다.

뭐랄까, 성의없이 툭툭 내뱉는 말투같다고나 할까?

게다가 늘어진 국수발때문에 그 영상들조차도 뚝뚝 끊겨보여 마치 초보 칼잡이의 성긴 칼질을 보는 느낌이다.

그래선지 일부러 눈을 감고 노래만 듣기도 했었다.

몇몇 장면에서는 확실히 이 감상법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안무도 전체적으로 아쉽다.

사건과 인물의 중심이 청와대 경호원이라는 걸 생각하면

훨씬 더 남성적이고 강렬했으면 좋았겠다.

(가령 얼마전에 공연된 <프라미스>의 전쟁장면 군무처럼)

 

이렇게 주절주절 쓰는 걸 보니

내가 확실히 이 작품에 애정과 기대가 많은 것 같다.

물론 아쉬움만 있는 건 절대 아니다.

전체적으로 대사도 너무 좋았고 편곡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노래 한 곡으로 현재와 과거의 시간을 넘나드는 연출도,

같은 곡을 같은 배우가 불러도 장면의 느낌에 따라 표현이 확연히 달라지는 것도 특별했다.

"꽃'과 "내 사랑이여"를 연결시킨 건 정말 기가 막혔고

"먼지가 되어"는 앞부분은 과거의 무혁이, 뒷부분은 현재의 정학이 부르는데

시간과 공간, 거리와 깊이가 순간적으로 완전히 옮겨져 들으면서도 많이 놀랐었다.

출연하는 배우들은 우여곡절을 겪어서 그런지

주조연, 앙상블을 막론하고 호흡도 좋고 집중력도 엄청나다.

(이 작품은 정말 배우 잘 만났다!)

 

아직 시작이라 후한 점수를 주긴 솔직히 힘들지만

희망적인 작품이라는 것만은 확실하다!

6월말까지 공연기간동안 배우와 스텝들이 잘 다듬어 가리라 믿는다.

원곡과 배우가 갖는 근원적인 힘!

그걸 믿게 하는 작품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10. 15. 07:36

<꽃이다>

부제 : 2012 국립극단 삼국유사 프로젝트

일시 : 2012.09.22. ~ 2012.10.07.

장소 : 백성희장민호극장

극작 : 홍원기

연출 : 박정희

출연 : 정재진, 이용이, 서영화, 이승훈, 김정호, 유병훈, 호산,

        이서림 외 9인

 

2012년 국립극단에서 기획한 삼국유사 프로젝트.

두번째까지 올려진 지금까지의 작품을 보고 난 느낌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전율" 그 자체다.

극본에서부터 연출, 출연하는 배우와 그 배우들의 무대 의상, 

심지어 무대셋트와 음향, 조명 하나하나까지 전부 심혈을 기울인 티가 역력하다.

과연 이렇게 정성이 담 작품을 한 편당 달랑 3만원을 내고 봐도 되나 싶어 미안한 마음까지 든다.

(게다가 나는 조기예매 30% 할인까지 받아 2만원 조금 넘는 금액으로 관람했으니 미안한 심정은 더 크다)

이런 호사를 이런 가격으로 누려도 정말 되는 걸까!

관객을 자꾸 미안하게 만드는 작품이라니...

국립극단이 이 가을에 나를 색다른 경험으로 이끄는 중이다.

고전을 새로운 시각과 관점으로 해석하고 푼다!

실제로 작품들이 올려지기 전까지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이 이야기들이 표현될까 궁금했었는데 

최종 결과물들은 경의에 가까운 신비와 신선함이다.

객원 배우들이 많이 출연하긴 하지만 한 무대에서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온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일종의 오랜 믿음과 모종의 끈끈함이 작품 속에 묻어 있다. 

(이런 은밀함, 정말 매력적이다!) 

 

삼국유사 "헌화가"의 주인공 수로부인.

절세미인으로 유명한 수로부인은 그 빼어난 미모때문에 여러번 신물(神物)에 납치되기도 했단다.

이 작품 속에서도 용신(龍神)의 제물로 자진하는 장면이 나온다.

참 재미있는 건,

음모와 계략으로 이용할 신물의 암약이 한 여인의 정체성을 찾는 의외의 결과를 낳는다는 거다.

용신의 뜻 선포와 함께 여자에서 한 인간으로 거듭나는 수로부인.

깨달은 여인에게 꽃을 받치는 행위(헌화)는 어찌보면 지극한 당연한 일이다.

"꽃"은 그러니까 "깨달음"의 다른 의미이리라.

꽃은 어디서나 한순간에 피고 진단다.

그러나 피어 있음에 취하지 말고 그 향기와 열매를 다음 세상에 나눠줘야 한단다.

꺽지 말고 꺽이지 읺으면 이 세상은 한 송이 꽃!

부끄러워하지 말고 자만과 기만의 꽃을 버리고 스스로 꽃이 되란다.

네가 꽃이라고! 우리 모두가 꽃이라고!

이렇게 교훈적(?)인 내용을 이렇게 시(詩)적이고 몽환적으로 풀어낸 신비가 놀랍다.

한판 걸판진 굿판같은 작품이고, 구구절절 한많은 살풀이 춤 같은 작품이다. 

 

지겹다, 못난 것들의 안달.

역겹다, 가진 것들의 뼛댐.

더이상 게워낼 것도 없는 구역질 세상!

 

극에서 무당 검네가 내뺕는 대사가 가슴을 친다.

(이 글을 쓰는 와중에 내곡동 사저 관련 기사를 봤다.

 MB의 형님 이상은이 출국금지 조치가 나기 1루 전에 알아서 이미 출국하셨단다.

 그야말로 진정한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다.

 뭘 좀 아는 놈이란 MB 형제를 두고 하는 말이 분명하다

 정말 지겹고 역겹다. 구역질 나는 세상!

 껌껌바다 용신님께서 꽉 좀 물어가셨으면 좋겠다.)

 

힘과 권력의 상징인 순정공과 수로부인,

그리고 민초의 상징인 마을 아낙네와 무당 검네.

이 두 상징은 묘한 대립과 힘겨루기를 반복하년 극을 긴장감으로 이끈다.

거기에 문예부흥으로 대국 신라를 꿈꾸는 득오와

무력으로 평양까지 치고 올라갈 야망에 젖은 호일랑 두 화랑의 대립,

권력의 두 주체(?)인 순정공과 수로부인의 대립.

수로부인과 용각시 아리와의 대립, 마을 아낙네와 검네와의 대립 등등등...

이 숱한 대립들은 마치 펄펄 살아있는 활어처럼 무대 위 여기저기를 펄덕댄다.

(무대 주변을 혜자처럼 물이 감싸고 있어서 더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도 모르겠지만)

<헤다 가블러>에서 인상깊은 연기를 보여준 김정호와 호산의 연기도 너무 좋았고

검네 이용이, 수로부인 서영화, 득오 이승훈의 연기도 압권이었다.

경력과 내공이라는 건 정말 무시 할 수 없는 힘이구나.

나는 이 작품을 보면서 또 다른 "권력"에 도취되고 매혹됐다.

 

연극 <꽃이다>는 "권력"과 "앎"에 대한 이야기다.

권력이란 놈은,

비천함의 정도에 정확히 비례하는 힘을 갖는다.

비천하면 비천할수록 그 힘은 크고 강하다.

그러나 비천한 권력은 또한 올곧은 "앎" 앞에서는 반드시 몰락한다.

그 몰락의 끝에 진한 향과 열매를 맺는 "꽃"이 핀다.

아니, 반드시 그렇다고 믿고 싶다.

삼국유사 프로젝트 두번째 작품을 보면서 나는 지금의 현실이 그대로 비춰저 암담했다.

 

우리는...

언제 꽃을 볼 수 있을까!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1. 3. 23. 05:45
2010년 8월 27일 소설가이자 번역가, 평론가, 신화연구가였던 이윤기의 갑작스런 사망 소식은
내겐 엄청난 충격이었다.
심장마비라고 했다.
얼마 후엔 이런 소식도 있었다.
양평에 있는 집필실 책상 서랍에 그대로 책으로 출판할 수 있는 원고가 남아있노라고...
그리고 2011년 그의 소설집과 산문집이 유고집이란 부제를 달고 동시에 출판됐다.
소설집 <유리 그림자>와 산문집 <위대한 침묵>.


"죽음은 죽는 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잊히는 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게 나의 생각이다. 이렇듯 잊히지 않고 있으니, 그 떠난 자리가 참 아름답다."

산문집 속에 담긴 이 글귀는 그의 영면으로 드디어 완성되버렸는지도 모르겠다.
그의 책을 안 읽어본 사람이 우리나라에 있을까?
그가 쓴 그리스 로마 신화는 재미있었고 그리고 그 재미보다 더 유익했었다.
그래서 인기있는 연재소설을 기다리듯 1권을 읽고 2권을,
2권을 읽고는 3권을 기다렸었다.
재미와 유익함 뒤에는 박학함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독특한 이력들과 다방면에 걸친 글쓰기...
그래, 어쩌면 그때부터 이윤기는 신화의 세계 속에 사는 사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이상하게도 그는 이국의 나라 신화를 이야기 할때조차도 뭔지 모르게 구수하고 다정했다.
그 숱한 어렵고 긴 인물의 이름이 이상하게도 그의 글 속에선
바둑이와 재미나게 노는 철수나 영희 같았다.
거대한 몸짓의 그리스 로마 신화가 동구밖 과수원길 이야기처럼 느껴졌었다.
신화를 상대한다는 박학함의 타성을
그는 다정하고 명쾌한 글을 통해 호기있게 깨부쉈다.
그리고 이 모든게 1999년 2월 흑해가 내려다보이는 터기의 "흐린 주점"에서 시작된 것임을
이 책을 읽고 알았다.

...... 그렇다, 나도 나의 흑해를 건너자!
나의 목적지는 그리스였다. 로마였다.
그다음 해인 2000년에는 한국으로 돌아와 그리스와 로마 신화 책을 썼다. 반응이 좋았다. 내가 퍽 자랑스럽게 쓰거니와, 이런 우여곡절 끝에 나의 신화 책은 200만 명에 가까운 독자들 손에 들어갔다.
터키의 흐린 주점에서, 나의 흑해를 건너야 한다고 결심하지 않았으면 나는 어찌 되었을꼬! 나의 신화 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좌절해 잇는 젊은이들을 위해서 쓴다. 흑해는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

 


그가 남긴 37편의 글은은 소소하고 다정하고 평범한 일상들의 기록이다.
작가 이윤기의 글이 아니라 생활인 이윤기의 글!
(그래서 더 눈밑이 붉어진다)
그는 경기도 양평의 집필실 주면에 1000 여 그루의 나무를 심고 가꾸면서
개인적으로 참 멋진 신화 속에 지냈던 것 같다.
글 여기저기에 자연에 대한 신뢰와 애정이 깊다.
...... 한 번도 "꽃"으로 피어보지 못한 채 나는 "잎'으로만 살았다. 그래도 잘 살고 있느니 젊은이들이여, 힘들 내사라 ......
중학교 졸업후 거의 모든 것을 독학으로 배우고
신춘문예는 당선이 아닌 가작으로 입선하고
대학도 중퇴를 해버린 이윤기의 "잎"같은 푸른 말에 나는 덩달아 위로받았다.

나는 어쩐지 그가 신화 저 너머의 세계에서
제우스나 바쿠스, 헤라클라스나 큐피트와 함께 옹기종기모여 술잔을 치고 있을 것만 같다.
이윤기가 한국에서 이들의 유명세에 한 몫 단단히 했으니
아마 그들도 고마워하며 술잔을 넙죽넙죽 받아넘기고 있지 않을까?
어쩌면 그들 옆에서 이윤기는 개구진 웃음을 웃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제우스의 지팡이와 번개, 바쿠스의 포도주가 담긴 술병, 큐피트 활을 보면서
또 다른 이야기꺼리를 생각하고 있을지도...
그 뒷얘기를 다 들을 수 없음이
이젠 왠지 분하고 억울하다.
신화와 침묵의 세계!
이윤기는 자신이 왔던 곳으로 그렇게 돌아갔다.
그가 없는 신화의 세계란...
어쩐지 밍밍한 맹탕같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찍고 끄적 끄적...2010. 7. 20. 06:22
여름꽃은 화려하다.
때로는 과감하게 사람의 시선을 잡아 끌고
때로는 모른 척 냉담하게 고개를 돌린다.
어느 날은 와글와글 모여 수다떠는 수다쟁이 같고
어느 날은 주렁주렁 아이들 길러낸
어미의 오래고 긴 수고처럼 애뜻하다.
세상향해 자신의 속을 온통 드러내는 커다란 접시꽃.
문득 생각한다.
한 장 한 장 넘겨 읽혀지는 게 어디 책뿐일까!



무심하게 익어가는 청포도.
그 영글어가는 알알의 귀염성에 반해
한참을 머뭇머뭇 기웃거린 담장 밑.
보는 것 만으로도 혀 끝에 고이던
시고도 달디 단 향기.
나도 모르게 뼏치는 손끝을 향해
무심하게 경고하는 시선 한 송이.
와락 쏟는 웃음 앞에 덜컥 손목 잡히고 말았네
시간을 혼동하고 피어난 개구진 코스모스
요 놈, 요 놈, 요 이쁜 놈 때문에...



어때? 소풍은 괜찮니?
마주보고 나누는 다정한 첫인사.
낯선 계절 앞에
꼿꼿한 코스모스 한 송이
최고의 여름되어
활짝 피어나다.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10. 7. 3. 06:22

아름답고 젊은 꽃 한 송이 또 다시 지다.
무엇이었을까?
그에게 일순간 극단의 선택을 하게 만든 것은...
베르테르 효과 운운하는 게 두려운 게 아니다.
그 밤에 한 생명이 내린 최후의 생각과 판단이 또 다시 두렵고 슬프다.
서른 세 살,
이제 더 이상 나이 먹지 않을 그의 사진 앞에 누군들 망연하지 않을까!



위암 말기의 아비와 처음 아들의 서늘함을 발견한 노모는
영결식에조차 참석하지 못했다고 했던가?
너무도 환하게 웃는 아들의 영정 사진을,
한 줌 재가 되어 먼저 먼길 떠나는 아들의 마지막을
차마 부모의 두 눈에 담을 수 없었으리라.
내가 아파야하는데 미안하다며 아들은 그 밤에 아비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렸단다.
결국 그 말은 지상에서 그가 남긴 마지막 언어가 되고 말았다.
선하고 착한 효자였다고 했다.
이제 그 아들은 어디로 가버렸는가!
자식은 죽어 부모의 가슴에 묻힌다고 했던가!
부모는 이제 또 다시 기다리리라.
처음 생명을 탄생을 기다렸듯 다시 만날 재회의 순간을
갈래갈래 찢어지는 가슴으로 기다리리라.
천 만 번의 윤회를 거듭하더라도
잊지않고 내내 기다리고 또 기다리리라.




친구를, 선배를, 후배를 어느날 느닷없이 보내야만 하는
동료들의 얼굴 속엔
슬픔으로도 표현될 수 없는 속수무책의 절망감이 가득하다.
그들은 또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무서우리만큼 넋을 잃은 사람의 표정 속을
한 사람의 생명이 한 명 한 명 스치고 지나간다.
슬퍼하지 말라고...
그래도 당신들 곁에 가끔은 있겠노라고...
어쩌면 정말 그래주기를 그들 역시 바랬는지도.
서른 세 살,
무엇이 그를 잠깐이라도 절망하게 했을까?
무엇이 그에게 삶이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게 했을까?
그가 남겨둔 서른 셋이
이제 너무 아프다.






2박 3일 동안 친구의 곁에 지킨 소지섭의 눈은
보는 사람을 또 다시 무너뜨린다.
가장 친한 친구를 잃은 그의 눈을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함께 나이를 먹으며 오랜 우정을 나누게 되리라 생각했던 친구의 유골을 품에 안고
그는 생명을 흘리듯 눈물을 흘렸다.
그의 오열이 차라리 큰 통곡이었다면 보기가 덜 힘들었을텐데...
2박 3일의 시간동안 그는 또 무슨 말을 내내 하고 있었을까?
묻고 싶은 말이
너무도 많았을텐데...
친구를 보내고 힘들어 할 그가
나는 이제 아프게 아프게 걱정된다.




아름다운 별 잠시 세상에 살다
다시 하늘로 돌아가
지지않는 별 되어  돌아오려나???

고단한 짐 모두 내려놓게 이제는 편히 피어나기를...

Posted by Book끄-Book끄
찍고 끄적 끄적...2010. 4. 13. 05:54
사진을 찍기 시작했을 때
제일 좋았던 건,
꽃을 가까이서
그리고 아주 찬찬히 들여다 볼 이유가 생겼다는 거였다.
아주 작은 꽃일수록 그 속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마냥 신기하고 신비롭기만 해서...
작은 것들 안에 들어 있는 세계가
내겐 향기롭고 너무나 완벽해 보였다.
사진을 잘 찍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기 시작하는 것도
어쩌면 이 이유 하나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꽃을 더 잘 들여다보기 위해서...



백매화 홍매화.
같으면서도 또 완전히 다른 한 세계.
봉오리에서 꽃이 피어나는 모습은
모든 창조와 진화와 소멸의 과정을 그대로 드러낸다.
한 나무 안에서도 각기 다르게 피어나는 한 송이 한 송이의 세계는
오랜 생명의 시간조차도 무색하게 만든다.
그 빛깔 마져도 미묘하게 다른 세계.
작은 몸 안에 이 모든 걸 담고 있으려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러니 이렇게 활짝 피어날 수밖에...
일제히 밖으로 쏟아져 나오는 그 다음 생.



꽃들의 꿈은 어쩌면...
하늘 저 위에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껓가지를 높여 하늘을 향해 향기 터트린 모습을 보노라면
마치 신과의 대면을 보는 듯
묘한 경외감까지도 느껴진다.
빛을 만나 더 선명해지고 더 밝아지는 꽃.
그 속을 읽어내라는 묵시록 같기도...



꽃이 훔친 빛.
꽃이 훔친 해,
꽃이 훔친 바람
꽃이 훔친 풍경.
꽃이 훔친 세상.
그리고 꽃이 완벽히 훔친 나... 
Posted by Book끄-Book끄
찍고 끄적 끄적...2010. 3. 27. 06:19
기세등등하게 계속되는  꽃샘추위.
그 추위 속에 어린 생명이 피어나다.
연약한 대롱 속에 얼음 박이진 않을까?
쪼그려 바라보는 맘이 짠해진다.
이른 아침 만난 작은 생명들은
제 몸을 웅크려 추위를 버텨낸다.
조금만 늦게 나오지 그랬니...
혼자 안스러워 또닥또닥 맘을 담는다.



어리고 순한 이른 꽃들이 피우는 색은
완벽한 거짓말 같다.
시간과 나이를 지나오면서
점점 무감해지고 모른척하게 되는 원색의 풍요.
작은 꽃들이 피우는 색은
가끔씩 섬뜩하리만치 강렬하고 예리하다.
결국은 고백한다.
"그래, 내가 졌다! 늬들 참 이쁘구나..."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8. 11. 13:14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위치한
북촌.
조선 왕조 600년 양반 주거 지역의 흔적을 만날 수 있는 곳
지금은 개량의 흔적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지만
그래도 아직 이국의 눈엔 신비롭게 다가오는 곳.



정겨운 한옥의 처마 밑으로
안방, 사랑방 그리고 건넛방
소곤소곤 작은 이야기가 들리는 소담한 정원들
댓돌 위에 찍힌 그 이야기의 발자국들



걸었던 골목골목 하나하나
그 마디결을 쓰다듬고 싶었던
결 고운 나무 문들
오래 묵은 세월같은 사람의 흔적들.



그 흔적은
세월과 친구하며 다정해지는구나...
그 숨결에 가만가만 눈이 감기기도 하는
햇살 좋은 날의 북촌
꾸벅꾸벽 졸음처럼 밀려오는
이겨지지 않던 그리움들.



꽃과 함께
화사하게 만개했던 하늘.
그 어질한 기억들...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6. 15. 06:30
 <탱고> - 구혜선


탱고
 

먼저 “의외다, 놀랐다”는 말부터 하고 싶은 책입니다.

내가 아는 “구혜선”은 인터넷 얼짱으로 한동안 메스컴을 타기도 했던, 무슨 복을 타고 났는지 무명의 설움도 없이 하룻밤 자고 났더니 갑자기 스타가 되어 버린, 노래도 그림도 조금 하는 신세대 연예인 정도였는데....

그리고 한창 <꽃보다 남자>라는 드라마로 상종가를 치고 있는 캔디 걸!

그런 그녀가 책을 출판했다고 했을 때,

솔직히 전 그랬습니다.

“연예인 그거 참 좋은거구나!. 치열하게 살아보지도 않고 책씩이나 낼 수 있어서... 이름값 한다고 그래도 팬들이 기본적은 판매부수는 채워주겠네!”

어쩌면 “새파랗게 어린 나이에......”라는 괴씸죄까지 덤으로 얹었는지도 모르죠.

인터넷을 찾아봤습니다.

1984년생, 이제 25살....

휴~~, 피고 싶지 않아도 향기까지 절로 나는 나이. 왠지 명확한 이유 없이도 사람 주눅들게 만들어 버리는 이제는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하는 나이.

그런 25살의 한 여자가 글을 썼습니다.

그리고 그 나이를 한참 전에 지나온 한 여자가 그 글을 읽습니다.

제게 <탱고>는 그렇게 시작되는 리듬이었습니다.


일방적인 이별을 통보한 사랑하는 남자 종운, 그리고 물질적인 풍요를 가진, 젊음을 살 수 있다면 목숨도 버릴 수 있을 것 같이 다가오는 남자 민영, 그리고 어느새 소울메이트로 스며들어 버린 또 한 남자 시후.

그리고 한 여자 “연”

삼각, 사각관계를 넘어 급기야 원만한 관계가 형성되는 연예소설이 그려지나요?

연예소설이 맞긴 한데, 이게 참 묘한 느낌입니다.

소설을 읽는 두 가지 방식!

줄거리 혹은 등장인물을 따라가는 방식과 감성을 따라가는 방식.

이 책은 그러니까 후자에 속하는 소설입니다.

분명 줄거리를 가지고 있긴 한데 별로 중요하진 않습니다. 유치한 부분에 극도의 환상과 신파가 버젓이 등장하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그 안에 유치함을 관통하는 감성으로 무장한 묘한 성장통이 있습니다.

어른아이의 성장일기.

어릴 때 그랬습니다.

담배와 커피가 자유로워지는 때가 어른이 되는 시기라고...

게다가 둘 다 중독의 위험을 가지고 있기까지 하죠.

사람이 나이를 먹는다는 건, 하나씩 하나씩 중독되는 것들의 가짓수를 늘리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탱고”

자유분방하면서도 절도마저 느껴지는 춤. 상대방을 무심하게 바라보면서도 때론 집요하게 들러붙어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 시선, 그리고 완벽하게 일치되는 발동작과 호흡.

보는 사람의 심장까지도 설레게 만드는 치명적인 유혹!

그러나 알고 있나요?

설렘은 단지 환상일 뿐이라는 사실을요.

설렘을 선택한 사람은 그런 이유로 대부분 다시 외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요.

탱고가 시작되기 전, 빨간색 장미가 강렬함으로 당신에게 말을 걸어올지도 모릅니다.

“이 모든 게 언젠가는 다 지나가는 것”이라고...

탱고를 멋지게 추기 위해선,

자신을 놓을 줄 알아야 한다네요, 함께하는 상대를 믿어야 하기에 더더욱 자신을 놓아야 한다고요.


설탕이 듬뿍 들어 있는 커피에 익숙해지면,

에스프레소의 순수한 정수의 맛은 결코 느낄 수 없다는 사실.

사람이 가장 먼저 느끼게 된다는 쓴맛.

이 첫맛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당신의 일상은 더 이상 달달하지 않을 것이고,

그리고 예기지 않은 일들이 기본적인 간격조차 주지 않은 채 무차별적으로 일어날 때 무작정 도망을 꿈꾸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청춘”이라는 달달함 속에 숨겨진 방황과 헤맴의 쓴맛.

그 사실과 현실을 깨닫는 순간.

그토록 믿었던 사실조차도 판타지의 일부였음을 인정하게 될지도 모르죠.

누군가는 말합니다.

잠시 흔들리고 방황하는 것일 뿐, 우리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라고.

돌아가서도 당신은 또 다시 길을 잃을 수 있고 그리고 또 다시 자신을 의심하게 될 수도 있을 거라고.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건,

순수하기 때문에 헤매는 거라고 “연”이라는 인물의 입을 빌어 25살의 당돌한 아가씨가 말을 하네요.

그러면서 덧붙입니다.

헤매는 자신을 질책하지 말고 흔들리는 자신을 아껴주라고...

어떠한 일 앞에서도 자신을 신뢰하라고 25살 그대로 꽃인 청춘이 당부합니다.

그러면 당신은 반드시 행복해질 거라고...
25살 이 당돌한 아가씨의 당부가 단지 환상 혹은 건방으로 다가올지라도,

저는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

적어도 이 당돌한 아가씨는 하나의 감성을 잃지 않고 한 권의 책에 그대로 담아냈으니까요.
어느날,
류이치 시카모토의 "탱고"를 들었는데 번쩍 눈이 뜨였다. 한마디로 꽂힌 거다. 
구혜선,
그녀에게 소설의 모티베이션이 됐던 류이치 사카모토의 탱고!


묻고 싶습니다.

지금 당신은 눈을 번쩍 뜨게 만드는 무언가에 꽂혀 있나요?

그렇다면 이제 저도 궁금해집니다.

당신의 리듬이 어떻게 시작될지.

또 다른 “탱고‘ 혹은 다른 무언가를 들을 수 있길 기다리면서......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