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누나'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4.01.13 그냥 일상
  2. 2013.12.14 Turkey - 트램 (Tramvay)
  3. 2013.12.05 Turkey - 톱카프 궁전
그냥 끄적 끄적...2014. 1. 13. 05:59

정말 오랫만에 주말 내내 집에 있었다.

공연도, 노래도 한 편 안 보고!

하루종일 음악 듣고, 책 읽고, 엄마가 챙겨주는 밥을 먹고...

그런데...

그게 참 어색하더라.

그야말로 백만년만에 집에 있었던 듯.

내 방은 그래도 좀 괜찮지만

내 집을 내가 낯설어 하고 있으니 좀 난감도 했다.

 

일요일마다 해금수업이있어서

일주일 내내 어쨌든 잡 밖으로 나왔었는데

여행을 가는 즈음에 그만 둔 게 벌써 5개월이 지나버렸다.

다시 시작은 할건데 중단한 기간이 이렇게 길어지니 슬슬 겁이 나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안줄, 겉줄 두 줄 켜는 기초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듯.

5개월째 방치되어 있는 해금디 소리나 제대로 날까 싶기도 하다. 

송진가루라도 자주 먹여놨어야 했는데...

너무 무심한 주인을 만나는 바람에 활이 아주 뻣뻣해지고 말았다.

다시 길을 들이려면 한참은 걸리겠다

 

토요일에 2014년 업무보고때 알게된 "안식월"

장기근무자에게 "안식월"을 고려해보겠다는 말에 눈이 번쩍 띄였다.

꼭 안식월이 아니더라도 무급장기휴가라도 허락되면

딱 1달만 여행을 다녀오고 싶다.

터키를 비롯한 동유럽으로...

요즘은 "꽃보다 누나" 때문에 크로아티아에 완전히 꽃혀 있다.

아스탄불에서 비행기로 2시간도 안 걸리는 곳.

중세와 현대가 한 공간안에 나란히 공존하는 곳.

크로아티아를 포함한 동유럽은

 내가 꿈꾸는 warking and walking에 가장 이상적인 곳이기도 하다.

한동안 혼자 뻐근한 동유럽앓이를 하게 될 듯.

 

이번 주말엔 매년 가는 우리과 워크샵도 가야 하고

그걸 준비하느라 지금 내내 분주하다.

이제 이런거 준비할 나이는 훌쩍 지난것 같은데...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끌어가고 있는데 그 바람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소소한 개인사로는 터키어 공부를 시작하려고 지금 열심히 책을 고르는 중이라는거.

물론 유창한 대화까지는 기대할 순 없지만

다음번 터키에 갈때는 간단한 대화라도 터키로 할 수 있기를 희망하는 마음이다.

비록 더듬거리는 반벙어리 실력에 불과하다 할지라도.

(독학으로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도 미지수...)

분주하고 바쁜 월요일이다.

너무 일찍 지치지 않기를...

아주 사소한 것일지라도 의미와 감사함 찾기.

 

내 삶은,

그저 하루하루다.

사람은 친숙해지면 복잡해진단다.

동감이다.

 

우연히 읽는 박태원의 "천변풍경" 글 한줄이

그대로 못이 되이 박혔다.

"당신은 아직도 당신의 시간을 돌아보지도 않고 스스로 여전히 젊다고 생각하는가. 생이... 환하던가?"

세상엔 도저히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란 것도 있다.

이런 질문들은 공통점을 갖는다.

그 질문의 물음표 하나하나가 갈고리가 되어

단호하고 정확하게 나를 꿰뚫는다는 것!

감히 아파하지도 못하고

질문 끝에 그냥 데롱데롱 매달려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3. 12. 14. 07:59

2년 전에 이스탄불에 갔을때는 술탄아흐멧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렀는데

이번에는 궐하네 공원쪽에 숙소를 잡았다.

살짝 고민을 하긴 했지만 트램역으로 1정거장 차이고

궐히네 공원에서 술탄아흐멧까지 트램길을 따라 가는 길도 꽤 운치있어서 그냥 궐하네 공원쪽으로 정했다.

ILKAY라는 호텔이었는데

"꽃보다 누나"에 나온 숙소를 보니

내가 있었던 곳과 아주 가까운 곳인것 같아 무지 반갑더라.

그 골목들과 가게들, 그리고 쇼맨쉽 엄청났던 돈두르마 아스크림 아저씨와

화면에 자주 보이던 트램바이(Tramvay)까지.

재미있는 건,

이스탄불에 머무르는동안 늘 트램과 버스만 이용했다.

2년 전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메트로는 한 번도 못탔다.

사실 처음 계획은 공항에서 숙소까지 메트로로 이동하는 거였는데

동생이 짐이랑 조카들때문에 힘들 것 같다고 해서 그냥 개인 픽업을 요청했다.

메트로에서 트램으로 갈아타고 숙소를 찾아가는걸 꼭 해보고 싶었는데...

(여행지 도착에 대한 개인적인 로망이라고 해두자!)

  

사실 이스탄불의 트램은

신시가지와 구시가지의 주요 관고아지까지 워낙 연결이 잘돼있어 지하철이 있다는 걸 까맣게 잊게 만든다.

그래선지 도로 위 지상철인 트램이

이스탄불에서 우리의 완벽한 이동수단 역할을 톡톡히 해줬다.

배차간격도 금방이라 오래 기다리지 않아서 좋고

출퇴근 러쉬아워를 피하면 트램 안도 여유가 있어 창밖에 보이는 풍경을 구경하는 재미도 꽤 솔솔하다.

거리를 걷다가도 트램이 지나가면 가던 길을 멈추고 꼭 쳐다보기도 하고...

생각해보니 그랬다.

이스탄불에 와서 트램을 타고 나서야 내가 이곳에 다시 왔구나도 실감됐다.

트램역도 정류장 이름들도 점점 더 익숙해지고...

교통카드 잔액이 모자라 당황하고 있을 때면

자신의 카드를 꺼내 기꺼이 찍어주던 고마운 사람들 생각도 나고.

 

술탄아흐멧과 궐하네 공원,에미노뉴랑 카바타쉬 트램역은

지금도 선명하게 떠올릴 수 있을 정도다.

심지어 탁심의 빨간 미니 트램 튀넬까지도

우리나라에도 이런 지상철이 일부라도 남아있었다면 참 좋을텐데

모든 게 너무 빨리, 너무 많이 변하고 바꾸고 사라진다.

그냥 마냥 아쉽고 아쉬워서...

 

이번에도 이스탄불 교통카드는 환불하지 않고 그냥 가지고 왔다.

지금도 가끔씩 이 카드를 꺼내놓고 바라볼 때가 있다.

일종의 흔적이자 암시가 된 이스탄불 교통카드.

그것에 실제로 다녀왔다는 흔적과

이게 아직 내 손에 있으니 또 다시 그곳에 가게 될거라는 암시.

다시 가면 꼭 트램의 시작역에서 종점역까지 투어(?)를 해야겠다.

트램길을 따라 하루 종일 그냥 걸어 다녀도 좋고!

 

이스탄불에서 해야 할 일이

또 하나 생겼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3. 12. 5. 08:32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여행은 walking and walking이다.

그리고 그걸 실현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곳이 바로 터키다.

요즘 "꽃보다 누나" 덕분에 9월에 다녀온 turkey를 생생하게 떠올리는 중이다.

내가 머물렀던 곳, 내가 지나왔던 곳이 화면에 보일때마다

깊어지고 깊어지는 향수.

두번이나 다녀왔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화면 속 그들에게 불같은 질투를 할까?

여행이란 마을을 떠나 마을에 이르는 과정이라는데

나는 그곳에 마음까지 다 두고 와버린 모양이다.

마을과 마음이 겁도 없이 만나버려 지금 이렇게 끝없이 그리워하는 중이다.

미적거리다 아직 끝내지 못한 여행 리뷰가 이렇게 다행스러울수가...

 

톱카프 궁전은 15세기부터 19세기까지 400년 동안 오스만 제국의 정궁으로 사용돼서인지 규모가 엄청나다.

3개의 문(황제의 문, 경의의 문, 행복의 문)과 4개의 정원 모두 볼거리들로 가득하지만

개인적으로 이곳은 4개의 정원을 천천히 그리고 또박또박 걷는 활홀함에 빠지게 하는 곳이다.

키 큰 사이프러스 사이로 길게 뻗어있는 길을 걷는 것도

움직이는 햇빛의 명암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는 것도.

보스포러스 해협 위를 지나는 배에게 시선을 던지는 것도

사실은 내 발걸음이 어디를 향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오로지 발의 움직임에 따라 그대로 걸기만 해도 행복했던 곳.

 

2년 전 방문 때는 제1문인 "황제의 문" 위에 문구가 쓰여여있다는 걸 몰랐었다.

돌아와서도 한 참이 지난 후에 알게 됐는데  

적여 있는 글은 "메흐메트 2세가 147년 이 궁전을 완공했다"는 뜻의 이슬람어란다.

이번엔 일부러 찾아봤는데

아무리 들여다봐도 이방인의 눈에는 글자인지 그림인지조차도 구분이 안된다.

(러시아어와 이슬람어는 그야말로 난공불락의 요새다!)

 

 

제 1문을 지나면 이레네 성당이 조금은 고적한 모습으로 햇빛 속에 서있다.

소피아 성당이 지어지기 전까지 이곳이 정교외 역할을 담당했다는데

지금은 잊혀진 역사의 한 페이지처럼 고요히 서있다.

그런데 무심한듯 웅크린 모습이 그렇게 거룩하고 웅장하게 느껴질 수가 없다.

귈히네 공원에서 박물관을 지나서 톰카프 궁전으로 가게 되면 

제2문으로 연결되버려 제1문과 아레네 성당은 그냥 지나치게 된다.

나오면서 봐도 되긴 한데 생각없이 다시 궐히네로 나가버리면 그냥 못보게 되니 

아예 처음부터 조금 내려와서 제1문을 시작으로 들어가길 권한다.

그리고 다시 제1문으로 나오면서 대면하게 되는 아야소피아도 절대 놓치지 않았으면...

술탄아흐멧 광장과 반대방향이라 완전히 다른 느낌을 주더라.

솔직히 고백하면 다른 건물인줄 착각했었다.

단지 바라보는 방향만 바뀐 것 뿐인데도

어떻게 이렇게까지 다른 느낌을 줄 수 있을까?

신비한 터키의 일면을 또 하나 목격했다.

 

하렘엔 일부러 조카와 동생만 들여보내고 혼자 남아 정원을 걸어다녔다.

2년 전 하렘의 기억을 떠올리면...

막혀있는 공간에서 평생을 살아야만 했던 여인들의 갑갑함과 막막함이 내 눈까지도 시리게 했었다.

walking and walking.

눈 대신 발에 길을 물어선지 2년 전에 못봤던 곳들을 더 많이 볼 수 있었다.

황금지붕의 아프탈리에와 보스포러스 해협에 눈이 멀어

제 4 정원에 sofa camii가 있다는 것도 몰랐었고

(게다가 남자들이 아잔시간에 맞춰 이곳에서 절을 하더라.)

외진 구석에 elephant park란 곳도 이제서야 봤다.

물론 지금 그곳에 꼬끼리가 있는 건 아니지만 오스만 제국때는 황실에서 꼬끼리를 길렀던 모양이다.

관상용이든, 이동수단이었든.

혼자 이곳을 발견하고 얼마나 좋아했던지!

톱카프 궁전에서 하렘이나 도자기방, 보석방은 줄을 서서라도 들어가지만

자미와 코끼리 정원을 본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제 4 정원은 술탄과 그의 가족만이 출입할 수 있었다는데

역시나 구석구석 보물같은 장소들이 많이 숨어있었다.

그 흔적을 야금야금 쫒아가는 재미에 흠뻑 빠져서

이곳에서 나는 잠시 앨리스가 된 것 같았다.

톱카프 궁전에 떨어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톱카프의 앨리스는 그곳이 너무나 좋아서 

   결코 떠나지 않으리라 결심하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결말이 이랬다면 더 좋았을텐데...

시름시름..

그리움이 점점 커진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