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0.01.08 <길을 잃어야 진짜 여행이다> - 최영미
  2. 2009.05.26 그래도 꽃 피다
  3. 2009.04.12 꽃눈 쌓인 남산...
읽고 끄적 끄적...2010. 1. 8. 06:14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
내게 작가 최영미를 알게 한 최초의 책이자 그녀의 첫 책.
20대에 이 시집을 소유했을 땐
서른이 요원했기에 이해하지 못할까봐 건성건성 들춰봤었다.
(사실 그때는 내게 서른이란 시간은 결고 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턱없이 어이없는 자신만만함이었음을 그때 조금이라도 알았었더라면...)
"서른"이 지나 내 잔치가 끝났을 때 다시 조목조목 읽어보리라 혼자 다짐했던 책.
그리고 오랫동안 나는 그 책을 외면했다.
지금은...
이미 "서른"을 훌쩍 넘겨버린 나는
이 시집의 제목만으로 덜컥 겁이 나 감히 책 장을 펼쳐보지도 못한다.
마치 뭉턱 시간을 통째로 도려낸 것 같은 느낌.
그 느낌은 실제로 살점이 떨어져 나간 것처럼 아리고 처절하다.



<길을 잃어야 진짜 여행이다>
제목만 들었을 땐 여행집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책 표지에 산문집이라는 자신의 소속이 정확히 밝혀져 있다.
최영미의 단어 선택은 정직했다.
1부 "아름다움에의 망명"은 그녀가 그동안 국내의 신문과 잡지 들에 기고한 여행과 관련된 글들을 모은 부분이다.
2부 "예술가의 초상"은  문학, 미술, 영화 등 문화 전반에 대한 그녀의 짧은 사색과
개인적인 경험들이 오롯이 담겨있다.
1부의 글조차도 여행지를 소개한다는 느낌보다
어떤 특정한 그림이나 조작에 일일이 말을 걸고 있다는 느낌...
그것도 조근조근한 독백으로....
여행지를 담은 그 흔한 사진조차도 이 책에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시를 쓰고 소설을 쓰는 최영미가 아나라
서울대 미대와 홍익대 미술대학원을 거친 미술학자로서의 최영미를 만날 수 있다.



마흔을 훌쩍 넘긴 한 여자가 말한다.
"여행과 스포츠는 내 삶이 다하도록 나와 함께 할 정열이다"
지독히 그리고 강력히 그녀가 부러워 야생의 짐승처럼 물어뜯고 싶어진다.
진심으로 나는 그러고 싶었다.
여행지에서 편하고 손발톱을 깎으며 오래 밀린 일기를 쓰고 싶었다.
호들갑스럽지 않게 유명 여행지를 눈도장찍듯 훓고 지나가는 게 아니라
며칠이라도 감정이 바닥날 때까지 한 곳에 정착하듯 머물며 일상을 보낼 수 있기를...
아직도 계속 건축중인 가우디 성당 앞에서, 
미켈란젤로의 가죽을 들고 있는 섬뜩한 장면이 숨어있는 "최후의 심판" 앞에서
나는 졸음처럼 밀려오는 시간들을 오래동안 보내고 싶었다.
그 꿈은 요원하고 늘 가파라 상상만으로도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몇 가지 표현과 글들이 눈에 들어와 담아본다.
특별히 공감했던 부분들과 지극히 부러웠던 부분들.
문득 숨쉬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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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여자들은 프랑스 여자들보다 화장이 진하다. 유럽의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여인네들으 얼굴이 울긋불긋해진다. 내 경험을 일반화하지면, 젊은 여성에게 두터운 화장을 강요하는 사회일수록 여성의 지위가 낮다.

The ugly can be beautiful, but the pretty never - 고갱
예술을 알면, 문학을 좋아하면 인생이 복잡해진다. 좋게 말해 인생이 풍요로워진다. 보통 사람들은 밖에 보이는 것만 보고 이렇다 저렇다 미추를 논하는데, 예술가들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다른 각도에서 보는 사람들이거든, 자신이 남다른 생을 살아야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들이 눈에 들어오는 법이다. 그래서 위대한 인생이 위대한 예술을 낳는다는, 예술가는 모두 불행하다는 신호가 성립하지.

버락 오바마, 그는 인종이 아니라 인간에 호소했다. 그는 선동하지 않고 설득했다. 자신감이 그의 성공의 열쇠였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처럼 대단한 자신감의 이유를 묻는 기자에게 그는 이렇게 답했다. 어려서부터 여러 대륙, 여러 문화에서 자라며 사람들과 소통하는 법을 배웠노라고.

나는 이 모든 처음, 최초들을 의심한다.

어쩐지 이건 너무 만들어진 장치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진짜 상처는 드러나지 않는 법이다. 그리고 너무 고통스러우면 눈물도 마른다. 그 눈물을 억지로 짜내려는 모든 시도는 그래서 결국 어설픈 신파로 전락할 따름이다.
그날의 광주에 대한 지식인의 해묵은 "부채의식"에서 태어난 영화 <꽃잎>. 장선우 감독이 과거를 들여다보는 창에는 시종일관 감상이라는 필터가 부옇게 끼어 있다. 신파의 본질은 자기 연민이다. 일종의 정신적 딸딸이에 다름 아니다. 감상과 자기 연민의 안개를 거도 광주는 언제 신파에서 구출될 것인가? "우리"는 언제 눈물을 그치고 현실을 직시할 것이가? 이는 장선우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화두이다. 서둘러 고아주를 형상화하려는 허튼 기도보다는 지금은 차라리 광주를 손대지 않고 그냥 놔두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시사회장을 떠나며 나는 다짐했다. 싸구려로 위로받느니 차라리 냉정한 무관심을 택하겠노라고.   - 장선우 감독의 영화 <꽃잎>을 시사회를 본 후 느낌을 적은 글

시는 그것을 쓴 사람이 아니라 시를 필요로 하는 사람의 것이다.

세계는 인간 없이 시작되엇꼬, 또 인간 없이 끝날 것이다. - 레비스트로스(프랑스 인류학자이며 사상가)

사랑받지못했으므로 청춘을 잃은 사람들, 그래서 젊은 적이 없기에 늙을 수도 없는 사람들에게 이 책이 위로가 되면 좋겠다. - 잉게브르크 바흐만의 산문집 <삼십세>

예술에 재능이 없는 사람이 예술에 집착하는 것만큼 무서운 일은 없다네 - 에밀 졸라의 이 말에 깊은 상처를 받아 그후로 죽을 때까지 세상과 인간을 등지며 산 화가 세잔
Posted by Book끄-Book끄
찍고 끄적 끄적...2009. 5. 26. 23:32
누군가의 꽃은 지고...
또 누군가의 꽃은 피다.
붉어라.
꽃잎. 꽃잎. 꽃잎



붉게 피어나는
눈물들아.
네 생의 치열함이
여기 내게도 전해진다.




알고 있을까?
나 역시
꽃잎처럼 뚝...뚝...
붉은 눈물 흘리고 싶었다는 걸



야윈 손 뻗어 붙잡은 게
단지 허공뿐 일지이라도
의지하고 싶었다고....
위로받고 싶었다고...



붉은 꽃잎 뚝...뚝... 흘리며
붉은 고백 소원하던
어느 날 !
Posted by Book끄-Book끄
찍고 끄적 끄적...2009. 4. 12. 13:41

2009년 4월 11일.
꽃으로 피어난 남산 오르다.
하늘 향하는 게이블카
그리고 그 뒤를 쫒는 개나리...


눈이 시리게 피어난
꽃들... 잎들...


파란 하늘.
어디서부터 시작된 색일까?


땅 위에도
물 위에도
그리고 전부를 채우며 날리는 그대들...


남산에서 만난 도산 안창호
선명한 단지의 마음.


진달래 꽃무더기 앞세운
김소월의 <산유화> 시비
"산에는 꽃피네, 꽃이 피네..."

하늘 위로
키 세운 곧은 나무


그리고
사람들...사람들...사람들...


정상 위
하늘을 나는
또 다른 그대들도..


새롭게 시작된
개와 늑대의 시간...


해에게서 시작된
또 다른 낮선 풍경들.


남산은 지금,
꽃말곤 아무 것도 아닌 곳...

꽃이 되어
휘청  만개한 곳...

지독한 탐욕으로
몸서리치게 아름다운 곳...


신내림같은 꽃눈으로
신병 앓는 남산...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