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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2.26 영화 <귀향(鬼鄕)>
  2. 2009.05.12 달동네 책거리 44 : <잘가요 언덕>
보고 끄적 끄적...2016. 2. 26. 08:17

영화 <귀향(鬼鄕)>을 봤다.

조정래 감독은 이 영화의 제목 "귀향"의 "귀"자를 일부러 돌아갈 귀(歸)가 아닌 귀신 귀(鬼)자로 썼다.

20만명의 소녀들이 영문도 모르고 끌려갔고

종전 후 돌아온 소녀들은 말도 그보다 훨씬 적었다.

그리고 현재 남아있는 분들은 44분,

대부분의 분들이 귀(鬼)가 되셨다.

원(怨)을 풀지 못한채...

 

조정래 감독이 이 영화를 찍은 건

나눔의 집에서 본 한 장의 그림 때문이었단다.

강일출 할머님이 그리신 "불태워지는 소녀들"

그리고 영화 <귀향> 속에는

이 그림과 똑같은 장면이 담겨있다.

영화는...

참혹하고 끔찍하다는 표현조차 참혹하게 만들만큼 아프다.

전쟁은...

어린 소녀들에게 너무나 가혹하고 잔인하다.

 

 

그런 생각을 했다.

"위안부" 문제가 꼭 일본만의 문제라 당당하게 말 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도 과거에 베트남에 애비없는 자식을 숱하게 남긴채 가차없이 떠나왔고,

지금도 동남아시아는 한국인을 상대로한 섹스관광이 성행하고,

장기간 외국으로 근무를 나가면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현지처로 딸보다 더 어린 여자들을 집에 들인다.

그들의 나라가 우리나라의 식민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알량한 돈에 폭력처럼 휘두른다.

그렇게 그곳에서 몇 번씩이고 버려지는 또 버려지는 여자들과 그녀들의 아이들...

일본의 "위안부"와 도대체 뭐가, 얼마나 다른가!

나는 그게 일본의 만행만큼 무섭고 부끄럽다.

 

돌아와야 할 소녀들이 너무 많다.

돌아는 왔지만 결코 돌아오지 못한 소녀들까지 합치면

위령도 진혼도 다 부질없고 허망하다.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슬펐던건,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상단에 나온 할머니들의 그림이었다.

김복덕, 강덕경, 김순던, 강일출 할머님이 그리신 그 그림들.

영화보다 그 한 장 한 장의 그림이 주는 울림이 너무 커서

나는 그 자리에서 소리내 울어버렸다.

 

귀(歸)의 원(願)은

그렇게 귀(鬼)의 원(怨)이 되버렸다.

귀향 (鬼鄕) ...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5. 12. 06:51
 <잘가요 언덕> - 차인표



잘가요 언덕 



연기자 차인표가 책을 출판했다고 해서 생각했습니다.

적당한 사진 넣은 스타일리시한 책이거나, 종교서적, 혹은 세계의 가난한 어린이 후원을 목적으로 만든 책일거라고...

와~우!

그런데 이건 아니었습니다.

잘 쓴 책이라고 하기엔 투박하고 약간은 어눌하기도 하고 심지어 유치한 부분까지 있긴 하지만, 꽤 괜찮은 책이라는 걸 분명한 말씀드리고 싶네요.

이 사람,

“시대”에 대한 빚이 있는 걸까요?

예전에 <크로싱>이라는 탈북자 관련 영화를 찍었을 때도 그랬지만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우리가 아는 연기자 차인표는, 안티도 없고 가정도 예쁘게 꾸려나가고, 착하고 좋은 일 많이 하는 모범적인 연예인의 대표적 인물! 더 나아가 차인표처럼 열심히 살고 싶다는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사람.

그런데 이 사람이 책을, 그것도 장편 소설을 썼습니다.

본인이 말하더군요.

“저는 이 소설을 엉덩이로 썼습니다.” 라고.

(이 말을 들었을 때 전 그가 책을 쓰면서 느꼈을 부족함과 절실함에 대한 고백 그리고 그걸 채워낸 집념과 열정에 박수를 보냈습니다)

그러면서 또 말합니다.

“우리나라에 실력 있고 뜨거운 가슴을 가진 많은 작가 지망생들이나 신인 작가분들이 한 권의 작품을 출간하기 위해 오랜 세월 노력하는데 저는 연예인 프리미엄으로 너무 쉽게 책을 출판하게 된 것에 대해 미안함도 함께 있습니다.”

저는 이 사람의 배려심 담긴 말들이 참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그래서일까요? 이 책도 참 따뜻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은 자녀가 있는 분들은 꼭 읽어보길 권하고 아니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더불어 다 읽은 후엔 아들, 딸의 손에 꼭 직접 들려줘서 자녀들도 읽게 만들라고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책을 쓴 차인표도 제일 먼저 자신의 아들에게 읽어보라고 했다네요)

내가 잊고 살았던 것, 그리고 점점 잊혀져 어쩌면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게 될 것들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내 세계의 축복받음에 대해 느낄 수 있도록 말이죠.

저는 이런 내용을 이렇게까지 예쁘고 착한 소설로 만들어준 작가가 한없이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호랑이 마을, 붉은 소나무 마을, 잘가요 언덕, 엄마별, 순이, 용이. 훌쩍이....

느끼셨겠지만 지극히 동화적인 배경이고 그리고 지극히 동화적인 인물들이 사는 세상입니다. 그러나 이 동화의 세계라는 건 다름 아닌 일제의 흔적이 지나가기 전 우리나라의 모습이기도 하죠.

아름답고 평화로운 호랑이 마을에 어느 날 황포수와 그의 아들 용이가 찾아옵니다.

촌장을 만나서 마을의 걱정거리인 호랑이(6발이)를 잡아줄테니 움막을 짓도록 허락해달라고 하죠.

사실 그 두 사람이 잡으려고 한 호랑이는 육발이가 아니라 백호였습니다.

어머니와 갓난쟁이 여동생을 집어 삼킨 호랑이 백호.

순박하고 착한 사람들이 품은 아픔은 참 깊고 집요합니다.

평화로운 순간을 만나면 우리는 그 시간과 공간이 그 상태로 영원히 멈추길 희망합니다.

그 안에 안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그 따뜻함이 너무나 간절해서 말이죠.

이보다 더 좋을 필요도 없으니 뭐든 다 비켜가길 바라는 마음...

그러나 이 산골 마을에도 일제의 날카로운 손끝에 의해 여지없이 할큄을 당합니다.

“조선인 여자인력 동원 명령서”

촌장의 손녀 순이가 그 희생자로 지목됩니다.

지금까지 아름다웠던 동화의 세계는 이제 잔인한 “역사”의 세계로 넘어갑니다.

(그 세계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은 직접 아프게 읽어내시길.....)


<나눔의 집>을 알고 계시나요?

일본에 종군위안부로 끌려갔다 살아남은 할머님들이 모여서 서로 의지하며 살고 있는 곳.

그 곳의 할머님들은 말씀합니다.

“가장 두려운 것은 우리가 죽은 뒤에 우리들에게 저질러졌던 범죄가 하나 둘 잊혀지는 거” 라고요...

이제 이곳에 남아 있는 분은 모두 7분이라고 하고, 이 분들도 현재 건강상태가 좋지 못하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대사관 앞에서의 수요집회를 멈추지 않고 있으시죠.

어쩌면 우리는 그 분들이 두려워했던 것처럼 머지않아 이 모든 걸 잊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심지어는 뭘 잊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살아가게 될지도요.

이 책에서 순이는 말합니다.

“나는 엄마라는 이름으로 죽고 싶어!”

이 땅에서 “엄마”라는 이름으로 죽고 싶었던 많은 분들을 오래오래 따뜻하게 기억하는 게 이 땅 위에 지금 살고 있는 우리가 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라는 걸 저 또한 너무나 자주 잊고 살았습니다.

전쟁은 남의 일이라고, 나와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라고 솔직히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 제게 이 책은 말합니다.

“그렇게 살고 싶으면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하라고....”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말입니다.

다시는 “엄마”라는 이름으로 죽는 걸 소망하는 시대가 되게 하지 말라고...


이 땅을 떠난 모든 엄마는,

엄마별에 모여 살면서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합니다.

당분간은 직접 안아줄 수 없어서 따뜻한 별빛으로 대신 안아주는 거라고요, 언젠가 아이들이 엄마별로 오게 되면 다시 만난 엄마와 아이는 영원히 헤어지지 않고 함께 살게 될 거라고요...

감히 믿고 싶습니다.

이 땅에서 “엄마‘라는 이름으로 죽고 싶었던 모든 분을 또한 그곳에 계실 거라는 걸요.

“엄마별”을 찾는 방법,

까만 하늘 위에서 엄마별을 찾지 못하는 용이에게 순이는 말합니다.

“엄마별은 가장 따뜻한 색”이라고...

그리고 용서를 하면 그 별을 볼 수 있을 거라고요.

어쩌면 지금의 우리는 용이보다 더 엄마별을 못 찾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엄마별을 보기 위해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용서를 해야만 할까요? 혹은 얼마나 많은 용서를 빌어야 할까요?


책을 읽으면서 소망하게 됩니다.

저 역시도 언젠간 이런 말을 할 수 있기를요...

“따뜻하다... 엄마별...” ·


* 개인적으로 이 책이 베스트셀러를 넘어 오랫동안 사랑받는 스테디셀러가 되어주길 간절히 바랍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