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3. 8. 7. 08:35

<엘리자벳>

일시 : 2013.07.26. ~ 2013.09.07.

장소 :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대본 : 미하엘 쿤체

작곡, 편곡 : 실버스터 르베이 

연출 : 로버트 요한슨

협력연출 : 박인선

음악감독 : 김문정

출연 : 옥주현, 김소현 (엘리자벳) / 민영기, 이광용 (프란츠 요제프)

        김준수, 박효신, 전동석 (토드)

        이지훈, 박은태 (루이지 루케니)

        김이삭, 노지훈 (황태자 루돌프) / 이정화 (대공비 소피) 외

제작 : EMK뮤지컬컴퍼니, (주)마스트엔터테인먼트

 

이 작품은 너무나 유혹적이고 매혹적이다.

내겐 너무 치명적일만큼...

토드의 세계는 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구원처럼 보인다.

그의 품에 안기면

정말 그가 완벽하게 위로해줄것 같다.

그리고 자유로워질 것 같고, 모든 싸움도 끝날 것 같다.

그가 나를 더 나은 현실 속으로 인도해줄것 같다.

tod... tod... tod...

그가 엘리자벳이 아니라 나를 선택하게 할 순 없는걸까?

진심으로.

 

박은태 루케니.

솔직히 나는 박은태의 무대를 보면 늘 아쉬웠다.

특유의 웅웅거리는 딕션도 그렇고

차고 나올 것 같으면서 제자리 걸음만 계속라는 그의 연기력은 항상 2% 채워지지 않는 갈증을 남겼다.

그런데 확실히 <JCS>의 "지저스"가 그에게 약이 된 모양이다.

쉼없이 바로 루케니로 무대에 선 그는 정말 놀라울 정도로 변해 있었다.

워낙 해설자에 적합한 배우이기도 하지만

작품 전체를 완전히 손 안에 쥐고 흔드는 느낌이랄까?

연기도 훨씬 더 여유로워졌고 자유스러워졌다.

그야말로 물만난 고기라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너무 수월하고 깨끗하고 올라가서 오히려 부담스러웠던 고음도 훨씬 듣기 편해졌다.

프롤로그부터 시선을 확 잡더니 극이 끝날 때까지 그 집중도를 흩으러뜨리지 않는다.

본인 스스로도, 그리고 관객까지고 완벽히 손아귀에 쥐고 흔들었던 박은태.

"밀크"는 조금 더 버라이어티해서 혁명적은 느낌이 감소됐지만

다른 넘버들은 완벽한 난장의 판을 벌렸다.

딱 이 시점에서 그가 <NDP>의 그랭그와르를 다시 한다면!

<NDP>의 캐스팅에 그가 빠진 게 점점 더 서운해지려고 한다.

<NDP>가 4년 만에 다시 작품을 올리면서 설마 박은태에게 love call을 안했을까!

절대 안 그랬을텐데...

아마도 그랭그와르의 1순위는 초연부터 함께 했던 박은태였을거다.

박은태 스스로가 마이클리와 다시 같은 작품에서 만나는 걸 피했을지도...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 ^^)

그래도 <엘리자벳>의 루케니를 봐버려서 그런지

그의 그랭그와르 부재는 영 아쉽고 아쉽다.

그렇다면 <NDP>를 고사하게 만든 그의 차기작은 도대체 뭘까?

절정의 기량으로 들어선 그가 설마 휴식기를 선포하면서 흐름을 깨진 않을 것 같고...

(기다리면 답이 나오겠지!) 

 

tod(죽음) 박효신!

사실 나는 오장육부로 노래하는 소몰이파의 가수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필에 너무 충만해서 가사전달도 약한 것 같고...

그런데 박효신이 이렇게 내 뒷통수를 제대로 내려칠 줄은 정말 몰랐다.

R&B의 영향이겠지만 일단 숨소리를 너무나 잘 이용한다.

강약조절도 좋았고 액팅의 디테일도 놀랄 정도로 좋았다.

특히 손의 움직임엔 정말 놀랐다.

과도한 소몰이 창법도 어느 정도 자체했고 눈빛은 압권이었다.

박효신 tod는 대단히 매력적이었고, 섬세하게 섹시했고. 충분히 유혹적이었다.

초연때 류정한 tod를 보면서는 못느꺘었는데

박효신을 보니 확실히 tod는 엘리자벳보다 더 어린 배우가 해주는 게 맞는 것 같다.

제대 후 앨범 작업까지 미루면서 결정한 박효신의 선택은 탁월했다.

새로 추가된 엘리자벳과 토드의 듀엣은 가사 전달이 별로였지만

다른 넘버는 비교적 가사도 잘 들리고 표현력도 좋았다.

개인적으로 아무리 노래를 잘불러도 호흡이 딸리는 거친 숨소리를 듣게 되면 예민해지는데

박효신은 숨소리를 일부러 조절하면서 교묘하게 잘 이용하더라.

호흡도 아주 충분하다.

"마지막 춤"과 "내가 춤추고 싶을 때"는 옥주현 엘리자벳과의 발란스도 너무 좋다.

서로의 목소리가 마치 은밀히 끌어안는 느낌이랄까!

정말 엘리자벳과 토드처럼.

김이삭 루돌프와의 "그림자는 길어지고"도 나쁘지 않았고...

(그래도 이 넘버는 류정한과 전동석이 정말 최고의 박빙이었지!) 

전체적으로 목소리톤도 배역 자체와 너무 잘어울렸고 특히나 노래 부를 때 소리가 아주 좋았다.

몰랐는데 박효신,

가수로도 배우로도 멋진 가능성과 실력을 갖춘 사람같다.

앞으로도 계속 뮤지컬 무대에서 볼 수 있게 되길 기대해 본다.

 

옥주현 엘리자벳.

박은태 루케지처럼 절정의 기량을 보였다.

연령대가 너무 넓어 자칫하면 어색할 수 있는데 초연때보다 훨씬 느낌이 좋았다.

특유의 이뻐보이려고 하는 것도 많이 줄어들고...

(아무래도 <레베카>의 힘이 크지 않았을까?)

솔로곡 "나는 나만의 것"도 좋았고 토드와의 듀엣도 좋았다.

민영기 요제프와의 듀엣은 환상적이더라. 

특히 2막 후반부 "행복은 너무 멀리에"는 두 사람 다 감성이 절절해서

이번 관람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곡이다.

루돌프의 관 앞에서 오열하는 장면도 정말 좋았다.

(옥주현에게 어머니의 감성을 보게 되다니!)

이젠 뮤지컬 배우로서 옥주현은 도저히 인정을 안할래야 안 할 수 없을 것 같다.

어느새 옥주현은 여우가 다됐다.

그것도 아주 현명하고 똑똑한 여우.

 

대공비 소피는 초연때는 이정화보다 이태원이 훨씬 좋았었는데

(권위와 완고의 차이라고 할까?)

이번에 좀 연기에 변화를 줘서 그런지 딱 맘에 들었다. 

민영기 요제프는 그야말로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에 역시나 한치의 오차도 없었다.

게다가 더 그윽해지고 깊어졌다.

부상으로 어쩔 수 없이 하차하게 된 윤영석의 아쉬운 마음은

아마도 리틀 윤영석 예담이가 충분히 위로해주지 않았을까?

아빠 닮아 목소리도 좋고, 연기도 잔망스럽게 잘한다. 

(그게 아이의 욕심인지, 부모의 욕심이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전체적으로 배우들의 연기는 초연때보다 더 좋았지만

사신들은 너무 화려해져 부담스럽다.

그래선지 "그림자는 길어지고"에서는

비밀스런 음모와 결단의 모습이 아닌 화려한 퍼포먼스가 먼저 보인다. 

(제일 기대했던 장면인데 아쉽다.)

 

원래 <엘리자벳>은 한 번으로 끝내려고 했는데 지금 살짝 재관람을 고민중이다.

뜬금없이 이지훈 루케니가 궁금해져버렸다.

그가 해설자로서 극 전체를 어떻게 이끌어나갈지도,

밀크와 키치 같은 파격적인 넘버를 어느 정도까지 감당해내는지도 궁금하다.

아마도 이 작품이 이지훈의 터닝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쉽지 않은 작품에 더 쉽지 않은 인물을 선택한 이지훈의 이유!

그걸 한 번 목격해보고 싶어졌다.

 

역시나,

질문들은 던져졌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3. 7. 05:48

드디어 <Elisabath>이 우리나라에 공연됐다.
그동안 매니아들 사이에서 기대작으로 손꼽히며 라이센스 공연을 기댜려온 작품이다.
우리나라 공연이 결정되고 캐스팅이 발표나기 전까지 나 역시도 기대반 걱정반으로 기다렸었다.
1992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초연된 후 정확히 20년만에 우리나라에 공연되는 뮤지컬 <Elisabath>
1994년 버전을 유투브를 통해서 봤는데 몇몇 장면의 순서만 바뀌었지 변한 게 전혀 없다.
그만큼 탄탄하다는 증거일까?

우리나라 뮤지컬 시장이 엄청나긴 한 것 같다.
<Wicked>의 오리지널 무대와 <레미제라블> 라이센스 공연도 지금 대기중이지 않는가 말이다.
그러고보니 미국과 프랑스의 왠만한 작품들은 거의 소개가 된 것 같다.
이제는 유럽 작품으로 서서히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걸 보니.

<Elisabath>
뮤지컬 역사상 엄청난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이란다.
캐스팅 발표후 솔직히 많이 놀랐다.

다른 작품들은 도대체 어쩌나 싶을 만큼 뮤지컬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배우들 거의 전부가 포함되어 있다.
이들 출연료만으로도 제작비의 상당부분이 할애되지 않았을까 싶다.
게다가 과하다 싶을 만큼 화려한 무대 장치와 의상, 조명까지.
원작 공연에서도 무대 장치에만 무려 100억원의 제작비가 들어다는데 과연 헛말이 아니었구나 싶다.
주,조연을 망라하고 거의 고음으로 이루어진 넘버들은 듣고 있으면 감탄의 연속이다.
엄청난 화려함과 계속되는 고음의 페레이드가 이 작품의 장점이긴 하지만
반대로 단점이 될 수도 있겠다.
가령,계속해서 움직이는 이중 회전무대는 산만한 느낌을 줄 수 있고
연기하는 배우들의 호흡과 체력을 극도로 소모시킬 수도 있다.
(특히나 엘리자벳이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무대효과중 하나가 어긋나기라도 하면 공연의 집중력이 전체적으로 흐트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공연 초반에 조명, 음향 등 무대효과의 타이밍이 어긋나고
토드가 서있는 크레인도 완전히 내려오지 않아 원성을 사기도 했단다.
루케니가 마리오네트 인형극을 할 때는 줄이 끊어지는 대참사(?)도 발생했다나?
화려한 무대와 조명, 의상 등이 눈의 피로를 가져올 수 있다면
주,조연을 망라하고 계속되는 고음의 향연은 감탄을 넘어 귀의 피로를 증가시킬 수도 있겠다.
솔직히 현재는 첫번째 관람이라 피로보다는 경의로움이 크다.
드디어 류정한과 민영기가 한 무대에서 노래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내게는 <Elisabth>라는 작품이 충분히 의미있고 기대되는 작품이었다.
박은태 루케니 - 류정한 토드
류정한 토드 - 김선영 엘리자벳
류정한 토드 - 전동석 루돌프
류정한 토드 - 민영기 요제프
민영기 요제프 - 김선영 엘리자벳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는 매력적인 조합이다.
그렇다면 나의 첫 관람은?



엘리자벳 김선영.
40이 넘은 김선영이 16살부터 61살까지의 나이를 연기해야한다는 건 아무래도 부담이었으리라.
그런데 우려와는 달리 의외로 극 속에서는 그렇게 어색하진 않았다.
아쉬움이 있다면 배역 자체가 워낙 고음의 곡들이 많아서 노래 잘하는 김선영에게도 힘겨워 보였다.
가성과 진성을 오가가면서 감정을 전달하는 그녀의 모습은 충분히 아름답다.
그러나 곡 자채가 워낙 높아 소위 말하는 삑사리도 심심찮게 들린다.
(그래도 김선영은 누가 뭐래도 김선영이다)
개인적으로 다른 배역보다 엘리자벳이 트리플 개스팅이어야 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아직 공연 초반임에도 불구하고 좀 힘겨워 보인다.
회전하는 무대에서, 그것도 움직이면서 노래한다는 게 보기에도 안스럽다.
회전무대의 속도도 관객이 보는 것 보다 상당히 빠르다는데...
무대에 등장하지 않을 때는 머리와 의상을 바꿔야 하기 때문에 엘리자벳은 전혀 쉴 짬이 없단다.
체력적으로 엄청난 에너지가 소비되는 배역이다.
그래서 신영숙을 사람들이 많이 원했던건지도 모르겠다.
이날 김선영의 컨디션이 좋아보이지 않아 넘버들을 충분히 감상하지 못한 게 개인적으로 아쉽다.
특히 "나는 나만의 것"이 내내 아쉽다.
그래도 확실히 류정한과 많은 공연을 해서 그런지 둘의 호흡과 하모니는 끔찍하다.
솔직히 저릿저릿 하더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2% 부족한 듯한 이 느낌은 도대체 뭘까?

프란츠 요제프 민영기.
신념 강한 왕(정조)이나 영웅(이순신, 삼총사)을 주로 연기해서 그랬을까?
어머니와 아내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그의 모습은 어쩐지 낯설다.
개인적으로 그의 목소리를 정말 좋아하는데
이 작품에서는 민영기의 역량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아 속상하다.
배역 자체가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는 없을테지만...
그래도 2부 후반부에 류정한 토드와 함께 '엘리자벳~~~"을 외치는 장면은 환상이었다.
두 배우 모두 균형을 맞추면서 각자 목소리로 강약을 조절하는 모습을 보면서
연륜과 경력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절감했다.
김선영과의 듀엣곡 "행복은 너무도 멀리에"는 생각보다 애절하지 않아 아쉽다.



무정부주의자 루케니 박은태.
이 작품을 통해 현재 엄청난 칭찬과 찬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
잘한다는 말엔 나역시 이견이 없다.
루케니의 넘버 대부분이 박은태의 장점을 극대화해줄 수 있는 곡인 것 같다.
다행스럽다.
지금껏 내가 본 박은태 모습 중에서 제일 괜찮았다.
그런데 너무 열심히 해설자의 입장에만 머물러있다는 게 문제다.
좀처럼 극 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주변에서 충실하게 해설자 역할만 담당한다.
그래서 극의 초반과 마지막에 루케니가 적극적으로 개입되는게 오히려 생경스럽게 느껴진다.
중간중간 본인이 너무 흥에 겨워하는 것도 약간은 이물스럽다.
흥없는 방관자보다는 흥있는 방관자가 100배쯤 낫지만 
이 작품 속에서 루케니는 방관자이기만 해서는 안 될텐데...
어찌보면 루케니가 토드의 대리인이기도 한데 그런 느낌이 별로 들지 않는다.
정말 충실한 해설자, 그 자체였다.
그래선지 milk보다 Kitsch를 부를 때가 더 실감(?)나고 극적이다.
NDP에서 그랭그와르를 할 때는 그래도 꽤 극 속에 개입했었는데...
어쩐지 작정하고 개인기에 목숨을 걸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내가 본 박은태 작품 중에서는 단연 최고다!
입 속에서 오래 머물려 웅웅대던 대사도 많이 개선된 것 같고..



루돌프 전동석.
요즘 한찬 뜨는 뮤지컬 배우다.
(하반기에 공연될 뮤지컬 <루돌프>에 강력한 후보라는 설이...)
분량이 너무 적어 뭐라고 평가하기가 솔직히 어렵지만 노래는 꽤 괜찮다.
류정한 토드와 부른 "그림자는 길어지고(The Shadows Grow Longer)"는 용호상박이다.
좀 대견스럽다 ^^ 
개인적으로 어버지 요제프와 대면하는 장면은 좀 더 완강했으면,
어머니 엘리자벳에게 도와달라는 장면은 더 간절했으면 하는 바람이...

대공비 소피 이정화.
<해어화> 이후로 정말 오랫만에 그녀를 무대에서 봤다.
엄격하고 냉정한 대공비를 기대했었는데 내가 본 건 고집장이 심술꾼 시어머니 모습이었다.
(죄송한 말이지만 대공비 같지는 않더다)
나이 든 역할을 표현하기 위해 목소리를 일부러 그렇게 낸 것 같은데
안타깝게도 딕션이 조금 무너져버렸다.
(나만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르겠지만)
특히 초반에 루케니가 그 시대의 사람들을 불러낼 때 이정화의 소리는 들리지만 목소리는 거의 묻힌다.
좀비스런 느낌이지만 정말 멋진 장면인데...
(예전 DVD를 보니까 이 장면이 공동묘지처럼 연출됐던데 느낌이 훨씬 강해서 개인적으론 좋다.)



토드(tod) 류정한.
할 말 많은 이 사람을 어찌할까?
영화 <기적>이 촬영 자체가 무산된건지,
아니면 스스로 배역을 하차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난해에 이 영화 때문에 류정한은 <몬테크리스토>를 제외하고는 어떤 작품도 하지 못했다.
1년여 만에 다시 무대로 돌아온 뮤지컬 배우 류정한!
사실 루케니에게 소개된 토드의 첫 노래를 듣고는 깜짝 놀랐었다.
무대에서 언제나 영리한 여우였던 류정한이 너무 오랫동안 무대를 비웠나 싶어서...
지금까지 그가 낸 소리와 확실히 다른 소리여서 당황스러웠다.
왠지 늬들끼리 어디 한 번 잘 해봐라 하는 다른 곳에 있는 듯한 느낌!
실망감 비슷한 당혹감은 그러나 극이 진행될수록 류정한은 역시 여우일수밖에 없구나 절감케 한다.
이야기 전체를 토드가 가지고 논다는 느낌이랄까!
늬들이 아무리 배후와 동기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어도
어차피 이 모든 건 내 손바닥 위에서 이루어졌음을 드러내는 거만하고 완벽한 handling.
류정한의 토드은 치밀하고 계획적인 control 이라기보다는
질투와 본능에 의해 감각적으로 표출되는 handling에 가깝다.
그리고 다분히 디오니소스적이다.
넘버 중간중간 웃는 웃음소리라든가
(그 웃음의 의미를 하나하나 쫒는 것도 특별한 재미였다)
성마르면서도 관능적인 그의 노래는 순간순간 전율을 일게 했다.
출연 분량이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잠깐이라도 무대 위에 서면 여지없이 뮤지컬 <엘리자벳>은 뮤지컬 <토드>로 변한다.
아마도 오랫만에 무대에 서는 거라 본인의 흥분과 감격 지수도 상승됐겠지만
3월 중반 이후에는 좀 다른 표현의 토드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혼자 예상해본다.
(반갑다! 류정한! 당신만큼 당신 무대를 기다린 사람들 정말 많다!)
솔직히 나는 배우 류정한에 대해 객관적인 시각을 갖기를 포기해버린지 이미 오래다.
그러기에 배우로서 그는 너무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지금은 단지...
이 아름다운 배우를 드디어 다시 무대 위에서 볼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이 마냥 황홀하다.
(그래서 더 객관적이지 못할수도 있겠다)
그가 특유의 발음으로 "엘리~~~자~~~벳"을 부를때마다
당치않게도 내가 엘리자벳인냥 대답하고 싶어진다.
더 나은 현실 속으로 인도해주겠다는데...
영원한 안식처를 주겠다는데...
도대체 이 유혹적인 부름에 누군들 감히 마다할까?
무한 애정의 정도가 깊다고 손가락질 한대도 어쩔 수 없다.
어쩌겠는가...
죽음이 죽음으로 죽음을 말하는데
어찌 죽음을 따르지 않으리요...



캐스팅 보드를 자세히 살피지 않아서 이날 루돌프 아역이 누구였는지 모르지만
아역까지도 잘하더라.
침대위에서 "엄마 어디 있어요"를 부르는데 깜찍하면서도 너무 안스러웠다.
아직 어린 꼬마인데 감정을 담아서 부르는 것 같아 놀랐다.
<해품달>에 이어 아역이 아역이 아닌 시대가 뮤지컬계도 오려나보다.
긴장해야겠다. 성인연기자들 ^^

공연장에서 프로그램북을 사본지 백만년이나 돼서 찾아보지 못했는데 
번역을 누가 했는지 궁금하다.
음악감독 김문정도 참여한 걸로 알고 있는데 상당히 깔끔하다.
EMK 작품들을 볼 때마다 매번 느끼는건데 번역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다.
억지로 가사를 구겨넣은 느낌도 없고
적절한 단어를 잘 찾아 귀신같이 잘 사용한다.
덕분에 넘버의 리듬도 살고 가사의 내용도 산다.

도대체 이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괜찮은 대극장 뮤지컬을 보게 된 게.
덕분에 갈증이 조금 해갈됐다.
가능하면 자제하려고 하겠지만 앞으로 서너번은 더 보게 될 것 같다.
전 캐스팅 크린까지는 아니더라도 송창의, 김준수 토드는 보고 싶다.
이들이 표현하는 "죽음"은 어떤 모습일까?
옥주현 엘리자벳도 궁금하고,
3명의 루케니도 궁금하다.
(자제하겠다더니 점점 점입가경이다)
이렇게 궁금해하면 안 되는 건데...
궁금해하면 지는거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