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11. 3. 19. 05:53
김영하를 말할 때 이 작품은 항상 앞자리를 차지한다.
2001년 2월 출판된 <아랑은 왜>
2010년 다시 출판될때까지 한때 잠깐 이 책을 구입하지 못한 때가 있었다.
공교롭게도 그때 이 책을 찾으려고 잠시 여기저기 뒤적거리기도 했었다.
서평서나 아니면 책 좀 읽는다는 간서치들도 손꼽았던 책 <아랑은 왜>
김영하 작품이라면 왠만하면 다 읽었던 나로서는
너무 늦게 이 책을 읽은 셈이다.
와~~~우!
그런데 이 작품!
물건도 이런 물건이 없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설이 길다~~~~"라고 하는 그 "사설"로
이렇게 기막히고 멋지고 완벽히 새로운 이야기가 탄생될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이건 확실히 "탄생" 그 자체다!


...... 아랑은 나비가 되었다고 한다 ......

소설은 별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처럼
약간은 심드렁한 말투로 시작된다.
아마도 "아랑은 나비가 되었다"라고 시작했다면 나는 첫 문장부터 소스라치게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나비가 되었다고 한다"라는 말 속에 담겼을 숱한 비화들과 논쟁거리들이
첫 문장을 읽는 순간 빠져들게 했다.
확실히 뭔가가 있는 있구나 기대감을 잔뜩 품게 한다.
"아랑(阿娘)" 전설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굳이 "아랑"이라는 이름을 모른다고 해도 그 전설 자체는 어릴 적 "전설의 고향"에서도 한 번쯤 봤던 숱한 이야기다.
억울하게 살해된 아랑이 신관사또가 부임하면 첫날 찾아와서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려고 하지만
지레 겁을 먹은 사또들은그만 그 밤에 줄줄이 죽어나간다.
그러다 용감한 사또가 부임하면서 아랑의 혼백을 만나 억울함을 듣고 비로소 사건을 해결한다는 이야기...
(다 아는 이야기를 굳이 쓰려니 참 민망하다)

그러니까 이 작품은,
작가의 말처럼 아랑전설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여 새롭게 재구성한
아랑 전설의 틈찾기라고 할 수 있다.
작품속에 등장하는 작가는 여기저기 아주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마치 한 편의 시나리오 전체를 총 지휘하는 영화감독이 된다.
연기할 배우를 캐릭터를 설명하고 그 배우와 이야기를 하고...
작품 여기저기에 다른 세상들이 시간과 공간을 오가며, 그것도 믿어지지 않을 만큼 질서정연하게 펼쳐진다.
이건 무작정 빠져들 수밖에 없는 구조고 이야기 전개고
그리고 모든 것이다.
모두가 아는 익숙한 이야기를 다르게 쓴다는 건 만만찮은 일이라고 작가는 책을 빌어 볼맨 소리를 하지만
이런 페이크조차도 무지 재미있고 흥미롭다.


전설 속 아량 이야기.
작품 속의 연출가(?)인 작가가 만든 현실 속의 가상 인물 "박"과 "영주"
그리고 또 그 작가가 만난 선운사 앞에서 큰줄흰나비 박제를 팔고 있던 현재의 아랑!
거기다가 여기저기서 친절하게 출처까지 밝혀준 각종 문헌 자료들은
은근히 이 이야기를 학구적이고 고증학적이게 만드는 묘미까지 있다.
(어쩐지 이 책에 나온 모든 문헌들이 거짓이라도 나는 진실이라고 끝끝내 믿고 싶어진다)
지금까지 알고 있던 아랑 전설의 모든 것을 뒤집는 이야기는
허를 찔리는 기분이기도 하고 농락당하고 있는 기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랑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전설이다.
그러니 아무도 진실이 무엇인지는 결코 알 수 없고
그런 이유로 모든 이야기는 진실일 수밖에 없다.
김영하가 만든 완전히 다른 세계를 덮으면서 책 속의 이 문장이 오랫동안 잊히지 않는다.

......과연 누가 중독자들만큼 지루할 수 있을까? 강력한 자극이 엄습하기를 기다리고 준비하는 시간은 얼마나 길 것인가. 다가올 환상에 대한 기대가 클수록 더욱 그렇겠지 ....

그렇다!
나는 지금 김영하에게 중독되어 버린 것이다.
이제 나는 어쩔 수 없이 지루한 사람이 될 팔자다.
그리고 이건 순전히, 전적으로
김영하 때문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5. 24. 05:55

기간 : 2010.05.19 ~ 2010.05.23
장소 : 대학로 예술극장 소극장
극본 : 지경화
연출 : 채승훈
극단 : 창파
출연 : 남명렬, 김호정, 민경진, 이명호



제 31회 2010 서울연극제 참가작 8편 중에 
피날레을 장식하는(?) 작품이었던 연극 <옥수수밭에 누워있는 연인>
극본과 연출자는 낯설었지만
든든한 출연진만으로도 "must see" 목록에 포함시켰던 작품이다.
그런데 연극을 보고 난 후의 이 복잡하고 심란하고 불편한 감정들을 어떻게 말해야 할까?
공연장을 나서면서 "이제 살았구나..." 하는 안도감에
저절로 숨이 깊어진다.
참 막막하고 어려운 작품이구나...
그래도 정말 다행스러운 것은,
공연장에서 이해하지 못하고 앉아 있었던 찌질이가
결코 나 혼자만은 아니었다는 사실이 아주 큰 위로가 된다.




안개가 짙게 깔린 듯 운명적이며, 미스터리 하며, 원초적이며,
잔혹하며, 그로테스크하다!!

현실보다 잔혹한 환상, 환상보다 짜릿한 상상...

연극의 메인 헤드라잇은 이렇게 거하고 완강했다.
뒷북이긴 했지만 뒤늦게 시놉시스를 찾아봤다.
(시놉시스... 대략 참 난감하게 줄거리를 전해준다
 이것은 말을 한 것도, 말을 안 한 것도 아니여~~)

<시놉시스>
시와 도시의 경계에 선 어느 허름한 집. 여명이 어슴푸레한 새벽 그 집엔 이선(김호정)과 한보(남명렬)가 있다. 그들은 무언가로부터 도망친 듯 불안하고 초조하다. 지금 그들은 일종의 모의를 하고 있다. 이선의 아버지(한영:남명렬)로부터 거액의 돈을 타내기 위한 모략. 과연 그들은 아침을 맞아 그들의 계산대로 모든 일을 처리할 수 있을까 그들은 걱정된다. 현실의 고통과 존재하지 않는 이상이 억울하다. 마치 거인의 걸음과도 같은 파열음이 들리고 한보는 이선을 집에 남겨둔 채 밖으로 뛰쳐나간다. 그리고 얼마 뒤 낯선 부자(父子)가 집에 들어선다. 이들 부자 역시 평범한 일상의 인물들과는 거리가 멀다. 마치 마음과 육체의 고통들이 당장의 그것들을 넘어 형이상학적인 쾌락이 된 듯하다. 그리고 아버지(민경진)는 죽는다. 이선과 아들(이명호)만 남았다. 그들은 다르지만 또 닮기도 하다. 그들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들을 이야기한다. 그때 한영이 찾아오고 한영은 총을 쏴 아들을 맞힌다. 마치 사냥꾼의 행동과도 같이. 그 사냥꾼은 바로 이선의 아버지다. 이선과 한영은 그러나 너무나 먼 거리에 있어 볼 수 없는 것처럼 서로에게 외롭다. 오늘로 인생의 마지막을 장식하려는 듯 집에 남은 모든 사람들은 자신이 가질 수 있는 가장 비극적 통로로 자신을 몰아넣기 시작한다.



처음에 나는 맨발로 등장하는 이선(김호정)과 아들(이명호)은
이미 죽은 사람들, 즉 "귀신들"이라고 생각했다.
한보(남명렬)가 느끼는 추위와 두려움을 이선은 전혀 느끼지 않았고
오히려  어느 면에서는 편안해 보이고 심지어는 그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것은 모든 상황를 스스로 만들어낸 창조자가 
자신의 뜻데로 모든 게 이루어지는 걸 지켜보며 즐거워하는 묘한 관음의 시선같아 보였다.
(핀셋에 꽃혀있는 아직 살아있는 나비 표본을 바라보는 수집가의 섬뜩함이랄까?)
창백한 얼굴에 베낭을 메고 등장하는 아들은,
늙은 아버지를 졸졸 따라다니며
끊임없이 투정과 떼를 쓰는 비정상적으로 유아적인 인물이다.
불안한 시선과 페티즘을 떠올리게 하는 베낭에 가득한 여자 신발들.
그러니까  여자의 아버지 한영(남명렬)과 남자의 아버지(민경진)은
이 두 귀신들에 의해 상징적으로 죽은 존재들이며
이미 죽은  두 사람의 환상 속에만 살아있는 인물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결국은 그 환상 속 인물들과의 관계마저도
끝장을 내고 끊어버리게 되는 그런...



지금 가만히 되집어 생각해도 극의 내용은 집요하게 어렵고 표현은 찬란하게 수사적이다.
인간의 자유 의지와 숙명과의 갈등을
나비와 사막이라는 단어 속에 마구마구 구겨넣고
참을성있게 앉아있는 관객에게 일방통행적인 이해와 공감을 끊임없이 
그것도 지나치게 강요하는 것 같다.
그 강요는 심지어 거의 무차별적으로 쏟아붓는 폭력처럼 어이없이 일방적이다.
이쯤되면,
작품의 이해 여부를 떠나서
그대로 수건을 던지고 링위에 뻗어버리는 편이 어쩌면 훨씬 나은 선택이 될 것 같다.
무차별 폭력의 뒤끝은 아직까지도 불편하고 내내 찜찜하다.

"도대체 나는 왜,
 일방적으로 그렇게 얻어터지고 있어야만 했는가?"
(혹시 나 지금 K-1 본거니???)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0. 5. 8. 06:19
드디어 나비들과의 만남이다.
나비가 너무 없는 거 아니야 생각도 들긴 했지만
이상기온이 문제가 됐겠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다.
생각보다는 나비의 종류도 적고 양도 적었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이렇게 팔랑거리며 날아다니는 나비를 본 기억도 가물하긴 하다.



내가 어렸을 때(?)는 나비들이 참 많았던 것 같은데...
이번 축제의 대표나비는 "산호랑나비"란다.
빽빽한 나비의 폭풍 속을 지나는 걸 상상했었는데 (^^)
조금은 나비축제의 메인이 초라하고 작아진 느낌이다.
"나비축제"라는 개념보다는 "생태축제"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더 옳을 것 같다.



특이한 병풍을 봤는데
우리나라 민화들이 그려진 병풍이었다.
그런데 그 그림들이 하나같이 조용조용 움직인다.
화폭 위를 넘나들며 날아다니는 나비의 날개가 하도 신기하고 또 예뻐서
한참을 넋을 잃고 바라봤다.



이런 병풍이 집에 하나 있으면 외롭지 않을 것 같다는 엉뚱한 생각도 했다.
혼자 있었다면 어쩌면 조목조목 그림들에게 말을 걸었을지도 모르겠다.
꼬리를 살랑이는 고양이며 흐드러지던 꽃잎들, 흩날리는 눈꽃들...
이걸 보고 있으면 적어도 외롭지는 않겠다는 생각 (^^)



호박터널은 너무 신기해서 혼자 다시 찬찬히 지나왔다.
호박의 이름도 너무 예뼜지만
그 생김과 색깔도 예쁘고 신기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착각도 잠깐.
"호박같이 생겼다!"라는 말을 들으면 이제부터는 감사하다고 해야 할 것 같다.
베레모, 도깨비 알, 환타지믹스, 불록 방망이, 화이트룸...
이름을 읽고 있으면 목안이 간질간질하다.
잘생긴 놈 하나를 뚝 따서 얼른 목 안에 밀어넣고 싶다는 욕심도 생긴다.
이 호박들은 왠지 한 입 깨물면 단물이 줄줄 흐를 것만 같다.



돌아오는 길에 여름이면 갯벌축제가 열린다는
"돌머리 해수욕장"도 잠시 들렀다.
도착하고 보니 몇 년 전에 내가 갔던 곳이다.
(어쩐지 이름이 들어봤다 했다... 그때 들머리 아니냐고 바득바득 우겼던 기억도...)
그때는 한 여름이여서 사람들이 많아 북적거렸는데...
한산하고 조용한 갯벌은 또 다른 느낌을 준다.
손을 마주잡고 다정하게 걸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물빛을 받아 눈부시게 빛난다.



짧은 여행의 끝은 나비처럼 팔랑거리며 날다가
이렇게 반짝이는 물빛이 되어 가슴 속에 담긴다.
오래오래 그곳에서 물결되어 흐르라고
가만가만 가슴을 다독이며
물빛과 마지막 눈인사를 나누고 서울로 향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0. 5. 7. 00:10
생각했던 것 처럼 나비가 많은 건 아니지만
나비 이외의 불거리들이 풍성했다.
개인적으로 누에전시실이 신기하고 놀라웠다.
모형으로 만들어 놨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꼬물거리면서 움직여서 깜짝 놀랐다.
정말 몰랐다.
하얀 누에 말고 이렇게 다른 색의 누에가 있었다는 걸...
(누군가는 사료에 따라 색이 달라진다고 했는데 그 말도 신기할 뿐이다)
징그럽긴 했지만 가만히 보고 있으니 웃음이 스미기도 한다.
처음 본 장수하늘소의 모습도 신기했고...
(실제로 장수하늘소를 분양도 하더라)



한 편에선 어르신이 실제로 누에 고치로 물레를 돌려
실을 만들고 계셨다.
그리고 그 옆에선 베틀로 직접 천을 짜는 어르신도 계셨다.
실제로 옷감이 만들어지는 모습을 보니 어쩐지 마술처럼 느껴졌다.
허리쯤에 돌돌 말려 들어가는 실은 
한줄 한줄이 모두 고된 노동의 흔적이리라.
바라보는 것만으로 온 몸으로 천을 짜는 노동의 무게가 느껴진다.
(어르신들는 예전에 어떻게 그 모든 것들을 다 견디며서 참아냈을까?)



함평 나비 축제의 대표작이 된 "황금박쥐" 조형물
지금은 그 가격이 무려 73억 4천만원에 해당한단다.
넓은 행사장 가장 꼭대기에 위치한 <황금박쥐생태관>은
입구부터 동굴 안으로 들어가는 착각을 일으킨다.
어두컴컴한 동굴 속을 걸어서 아래로 내려가면 
6마리의 황금박쥐 조형물을 만날 수 있다.
한 마리 갖고 싶다는 욕심을  품는 건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겠지? ^^
<황금박쥐생태관>을 찾아 올라가는 길에 만나게 되는
곤충 조형물은 동화적이고 유머러스하다.
가로등이나 스피커 하나도 세심하게 신경 쓴 모습에 살짝 감동하기도...



<한국토종민물고기전시실>은 무엇보다 깨끗하고
비릿한 특유의 냄새가 없어서 좋았다.
COEX나 63 빌딩 수족관을 두 번 찾아가지 않는 건
그 비릿한 냄새 때문이었는데...
우리나라의 민물고기들은 착하고 그리고 귀염성있다.
베스나 블루길은 아마 죽었다 깨어나도 이 귀염성을 따라오진 못할거다.



전시실 내부의 벽이나 등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게 한다.
조명도 어둡지 않으면서 안정감이 있고
천장의 문양도 눈에 띄는 곳들은 전부 손길이 닿은 흔적이 있다.
각 전시실 임구에는 커다란 번호가 붙어 있어
관람객이 수월하게 찾아다닐 수 있게 한 배려도 돋보인다.
(그런 기억 한번쯤 다 있지 않은가? 한 곳만 계속 뱅뱅 돌았던 기억)
넓은 행사장을 하루에 본다는 건 아무래도 무리겠지만
서울 촌놈들에겐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지친 몸일지라도 눈 속에 많은 것을 담기 위해 초인적인 부지런을 떨 수밖에...
(이것도 일종의 보상심리일까???)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0. 5. 6. 06:29
사실 나비축제를 찾아가면서 조금 걱정스러운 게 있었다.
엄청난 규모의 부지라고 들었는데 그 곳을 전부 나비로 다 채울 수 있을까 싶었다.
하루 종일 나비만 보게 된다면?
처음엔 신기하고 예쁘겠지만 곧 지치진 않을까 하는 노파심 ^^
성공한 지역문화 축제에 나비로 신물이 나진 않을까 하는 생각을
솔직히 품고서 축제장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서는 입구부터 제법 귀엽성있고 아기자기하게 꾸며져있다.
곳곳에서 만나는 거대한 곤충 구조물들은
섬뜩하기도 하고 어쩐지 우스꽝스럽기도 하다.
두루마기에 갓을 쓰고 있는 실버봉사대의 모습도 정감있다.
나이를 불문한 지역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많은 자원봉사자가 곳곳에서 안내와 시연을 보이는 모습도 특별했다.


맨 처음 들어간 곳은 <나비그림전시실>이었다.
작가 한 분이 직접 자신의 작품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이 다정하다.
그녀의 설명 속엔 지역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나비"라는 테마가 주는 소중함까지 느낄 수 있었다.
작은 벗꽃 송이 하나하나로 큰 나비 그림을 형상화한 게 특히 인상적이었다.
"꽃과 나비"라.
궁합으로 따지자면 이것보다 완벽한 궁합도 없으리라.



<다육식물관>에서 만난 선인장들.
마치 소인국 테마파크에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거대한 선인장 전시실은 그래도 몇 번 봤는데
작은 선인장들이 주가 된 전시관은 또 나름의 멋이 있다.
다정하고 소박하고 그리고 소꼽놀이 하는 듯한 경겨움까지도 느껴진다.



<자연생태관>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작은 들꽃들이 풍성해서 또 바빠졌다.
꽃뿐만 아니라 테마를 정해서 옆에 함께 설치한 인형들이 만든 한 세계도
어린 시절을 내 모습을 떠오르게 해 흐뭇한 순간이 여러번이었다.



작은 부분까지도 하나하나 세심하게 신경썼다는 느낌!
어쩌면 이런 세심함이 성공한 지역축제를 만드는 원동력이 됐는지도 모르겠다.
지역민이 이 축제에 사할을 걸고 있다는 느낌까지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짜증내고 피곤해하는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어쨌든 지역주민이 한 방향을 보고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그 마음을 그대로 가지고 다른 곳을 찾아
go~~go~~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0. 5. 5. 12:27
지난 주말에 1박 2일(5월 1일 ~ 5월 2일)로 함평을 다녀왔다.
함께 책을 읽고 공부하는 팀에서
<나비의 꿈>이란 책을 읽고 계획한 여행이었다.
출발할 때는 워낙 먼 거리라 조금 걱정스럽긴 했지만 역시 다녀오길 잘한 것 같다.
책으로만 읽은 것과
실제로 내가 눈으로 보고 온 것과의 차이는 확실히 다르다.
체감(體感)이라는 거 어떤 의미인지 다시 생각하게 한다.
온 동네가 전부 나비로 뒤덮여 있는 게 인상적이었다.



대략 6시 시간 정도 걸려 드디어 도착한 팬션.
"황토와 들꽃세상"
폐교를 중심으로 한옥식으로 지은 작은 황토방이 주변경관과 아주 잘 어우러져 있다.
자연학습장처럼 꾸며놓은 팬션은
옛스런 정취와 함께 많은 볼거리를 제공했다.
(특히나 내가 좋아하는 꽃들이 천지다. 더불어 초보자의 카메라도 무지 바빠진다)
가족 단위로 여행 온 사람들이 많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왠지 따뜻하고 흐뭇했다.



함평은 나비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는 모든 곳들이
보랏빛 패랭이꽃 천지이다.
바닥에 납짝 엎드러있는 겸손한(?) 패랭이꽃 무더기를 보는 건 신선한 경험이었다.
팬션 안에도 역시 패랭이꽃과 여러 종류의 작은 들꽃들로 가득하다.
제비꽃, 할미꽃, 초롱꽃...
허리 굽은 할미꽃이 지면 민들레와 비슷한 모습이 된다는 걸 이곳에서 처음 봤다.
녹조로 가득한 연못이며 키 큰 대나무 숲과 산책로.
고요한 마음으로 찬찬히 할 걸음씩 걸을 수 있는 평화를 선물받은 느낌.



팬션 주변을 다니면서 참 많은 사진을 찍었다.
시간이 늦어 나비축제에 입장할 순 없었지만
팬션의 풍경을 보는 것 만으로도 여행의 피로가 가시는 느낌이다.
이런 풍경들...
얼마나 오랫만에 두 눈에 담아 보는지...
혼자서 많이 애뜻하고 다정해했다.



여행의 첫 날,
작은 꽃들과 평온한 풍경과 인사하느라 내 눈은 바빴다.
피로와 낯섬과 고단함이 슬며시 자리를 물러난다.
어쩌면 이곳 사람들은
성공한 축제를 잘 유지하기 위해 이렇게 열심히 가꾸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나비 = 희망"
그들이 만든 키워드는 그렇게 시간을 두고 가꿔지고 숙성되고 있는건지도...
풍경에 빠져 나는 그만 마음이 후해지고 말았다.



내게 에피타이저의 유혹은
이렇게 강렬하고
그리고 아주 은밀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9. 28. 00:24
뮤지컬계와 영화계의 영원한 블루칩 조승우!
그가 군입대 전 마지막으로 찍은 영화가 개봉됐다.
<불꽃처럼 나비처럼>
명성황후 민자영과 그의 호위무사였던 무명과의 비밀스러운 사랑 이야기.
어린 시절 천주교박해로 눈 앞에서 어미를 잃은 아이는
스스로 이름을 버리고 무명(無名)으로 살아간다.
그에게 나타난 붉은 꽃 자영(紫英)



조승우!
천가지 표정을 가진 배우.
이 영화에서도 그의 천진한 표정과 개구진 장난꾸러기 표정
한 여자를 위한 아픈 그리움과 사랑, 안타까움을 담은 표정까지
모든 절실함을 다 보여준다.
이런 표정과 눈,
어떤 마음으로 표현한거지?



아무래도 그는 배우로써 한 시대를
이 작품으로 마무리하려는 모양이다.
궁금하다.
제대를 하고 난 후
배우로써의 그의 한 시대는 또 어떻게 시작될지...
(그래도 그 칼은 좀 그랬어.
푸주간을 떠올리게 했거든.
긴 칼과 창들을 감당하기에 그 칼은 심하게 짧았는데 비현실적으로 잘도 싸우던 무명 ^^
그리고 왜 무명의 머리카락만 두발자율화가 허용된거지?
궁궐에서도 휘날리던 웨이브진 그의 머리...
너무 특권이다 싶다 ^^)

 

두 가지에 심하게 감탄하다.
너무나 아름다웠던 배경
무명의 집이 있던 창녕의 우포늪과 두 사람이 함께 찾아간 바다 신두리 해안 사구
(엔딩 크래딧 마지막에 나온 촬영 장소들...
 부안 내소사, 해남 고산 윤선도 유적지, 파주 소령원, 강골마을, 추원당...
 언젠가 꼭 가보고 싶다) 
그리고 이선희가 부른 메인 테마 "불꽃처럼 나비처럼"
너무나 오랬만에 들어본 이선희의 목소리
한때 그녀는 나의 우상이었는데...... 



몇 가지에 많이 실망하다.
뇌전과 무명의 결투장면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던 화려하다 못해 황당한 CG의 압박
(김용균 감독은 말했다. 헐리우드에 내놔도 뒤지지 않을 CG라고... 그런데 난 왜 웃겼지???
 무명과 뇌전의 환상의 페어 스케이팅까지... 제발 헐리우드에 내놓지 말았으면....)
경망스러움까지 안겨줬던 나비의 꿈(결국 이것도 CG)은
급기야 칼 끝에 절단되는 비장한 최후를 맞이한다...

그리고 중간중간 스토리가 붕 뜬다.
무명과 자영의 멜로에만 너무 집중한 듯.
앞과 뒤만 촘촘한 그물망을 보고 있는 느낌.
그 성긴 그물망 사이로 너무 많은 것들이 빠져 나간다.
그래서 그 틈으로 지루함까지도 마구마구 넘나든다. 
순간순간 코믹물과 에니메이션으로 넘나드는 장르 전환까지...
이건 결코 누구도 원하는 바가 아니었을텐데...
배우도, 감독도, 관객도......



눈에 담긴 한 사람.
무사 "뇌전" 역의 배우 "최재웅"
조승우와 고등학교때부터 절친이었다는 그의 첫 영화.
대원군의 절대적인 신복 뇌전은 그에게 참 잘 어울리는 옷이었다.
그리고 그의 딕션은 끔찍하게 명확하다.
감정과 표정연기까지 그는 무사로써의 역할을 너무 잘 해냈다.
총을 온 몸으로 막아낸 그가 자신을 일으켜준 무명에게 칼을 건네며 했던 말
"친구! 너의 칼은 즐거웠다."
그 표정,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의 마지막 모습만큼이나 꼿꼿했다.
연극과 뮤지컬을 이어 그의 모습을 화면을 통해서도 계속 보게 되지 않을까?

고종 역의 "김영민"
그는 참 묘한 얼굴의 배우다.
소년같기도 하고, 능청스럽기도 하고, 비밀스럽기도 하고
때론는 야비한 꾼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의 특유의 눈매와 입매가 영화 속에 잘 스며들어있다.
그의 고종을 상상하지 못했는데...
이런 모습이었구나...



"두려움이 여기까지 전해집니다"
도망치지 않을 것이라는 명성황후에게 무명이 토해낸 말.
"두려워마시오, 아무 일도 없을 것이니... 나만 믿으시오"
정말 그랬었으면 좋겠다.
국모로 일본인에게 비참하게 죽여질 운명인 그녀 앞에 누군가 나타났었다면......
그들에게 말했었다면......
"내가 여기있는 한 더이상 한발자국도 못움직인다"
차마 쓰러질 수 조차 없었던 그의 죽음 앞에
그녀 또한 말했었다면..... 
"나는 너희들이 두렵지 않다.두렵지 않다.
나를 잊지 말라. 나는 조선의 국모 민자영이다"



"아무도 찾지 못할 사람으로 만들어드리겠습니다"
두 사람이 서로에게 했던 같은 말.
"후께서 찾지 못하시면 살아 무엇하겠습니까?'"
아무도 찾지 못할 사람...
사실은 지금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이다.



일생을 누군가의 그림자로 살아간다는 게 정말 가능할까?
실제로 명성황후의 호위무사였던 홍계훈 장군
그에게 정말 이런 은밀한 사랑이 있었을까?
어쩌면 그랬을지도...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09. 5. 31. 16:23
국민장을 위해
봉하마을을 떠나는 노무현 대통령의
영결차 주위를 맴돌았다는 흰 비둘기.
떠난 분의 마음이었을가?
평화를 기원하는....



영정사진 위를
유유히 날아다니던 하얀 나비.
하고 싶은 말들
그대로 날개짓으로 남기고...



하늘에 떠 있던 오색 채운
마른 하늘 위에 남긴
못다한 마지막 유언



믿어지지 않는
거짓말 같은 현상들.
함께 울었구나... 함께..
온 몸이 투명해져
마침내 다시 빛으로 남겨지다...



붉은 쪽달
모두 함께
붉은 눈물 흘렸던 날.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