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10. 11. 17. 05:47
전작에서 jastice를 이야기한 마이클 샌델이
이번에는 moralty에 대해 이야기한다.
동전의 앞면과 뒷면.
나란히 서있는 일란성 쌍둥이를 들여다보는 느낌이다.
아까 분명히 인사했는데 조금 있다가 또 다시 그 아이가 내게 인사를 한다.
"너 조금 전에 인사했쟎아?"
물었더니,
"우리 형이었어요!" 혹은 "동생이었어요"
라는 대답을 듣는 것 같은 약간의 황당함!
일단 정의와 도덕이라는 단어로 이런 지적인 글을 쓸 수 있다는 사실에는 경의에 가까운 존경을 보낸다.
그러나 확실히 전작보다는 읽기가 힘들다.
번역이 매끄럽지 않아 자꾸 다시 되돌아가면서 읽어야했다.
고박 4일간 이 책과 씨름했다.
그리고 좌절했다.
철학, 정치, 인문학에 대한 부족한 소양을 학대에 가깝게 자책하면서...



<정의란 무엇인가>에서는 공리주의 자유지상주의, 평등주의적 자유주의,
세 가지 관점에 대한 장단점과 한계 등을 자세한 사례를 들면서 설명했었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하는 것은 <왜 도덕인가>도 마찬가지만
이미 전작을 읽은 사람에게는 도돌임표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복권과 도박, 온실가스 배출권에 대한 새로운 사례들도 물론 나오지만 
낙태, 소수집단 우대정책, 동성애 문제 등 중복되는 사례들이 많다.
임마누엘 칸트와 존 롤스에 대한 해석과 비판이 상당히 많이 나오는데
좀 자세히 알아보고 싶다는 지적 호기심을 자극시킨다.
그러나 역시 정치철학은 적어도 내겐 아직 어렵고 모호한 분야다.
1971년 롤스의 <정의론>이 나오기 전까지
영어권의 대표적인 정의관은 "공리주의 정의관"이었단다.
공리주의에 따르면 법과 공공정책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한다.
롤스를 통해 비로소 개인의 권리, 사회계약, 평등이라는 세 가지 개념의 "정의론"에 대두될 수 있었단다.
마이클 샌델이 존 롤스에게 특별한 존경을 담고 있다는 걸 책 속에서 여러 번 확인할 수 있다.

1부 도덕이란 무엇인가
2부 도덕적 가치의 원류를 찾아서
3부 자유와 공동체를 말하다


책은 총 3부 14장으로 나눠져있다.
1부는 <정의란 무엇인가>와 중복이 되는 부분이 많아 쉽게 읽을 수 있지만
2부를 좀 학술적이고 전문적이라 곤욕을 치루면서 읽었다.
그러나 정치, 철학, 경영, 경제를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3부가 가장 편하게 읽었던 부분이다.
1부에서 "도덕"을 5가지 주제(경제, 사회, 교육, 종교, 정치)로 나눠져 있어
각각의 부분을 따로 순서없이 읽어내도 부방하다.



민주사회에서의 도덕성의 의미와 본질에 대한 논쟁!
마이클 샌델은 공정한 사회를 위해서는 도덕의 가치를 되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도덕성이 살아야 정의가 살아날 뿐 아니라,
보수와 진보를 떠나 무너진 원칙을 공정하게 다시 세울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덕적 딜레마를 피하지 말고 맞닥뜨려 부딪칠 것을 당부하면서 
그것이 바로 '정의'리고 말한다.
현대 민주주의 사회는 경제가 정치를 밀어냄으로서
사람들은 정치가 다루지 못하고 있는 도덕이나 윤리와 같은 가치들에 갈증을 느끼고 있단다.
윤리적, 도덕적 가치가 경쟁할 수 있는 사회,
의견 불일치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게
바로 "정의로운 사회"로 나아가는 첫 단계라고 말한다.
그의 "도덕"이라는 화두는 이렇게 시작됐고
그리고 여전히 끊임없는 논쟁을 아직까지 거듭하고 있는 중이다.
그가 말하는 "자치"의 부분은 많은 공감과 생각을 하게 만들어 몇 부분을 옮겨본다.

오늘날 사람들이 원하는 자치의 형태는 통치권을 넘겨받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분산하는 것이다.
주권국가에 대한 가장 바람직한 대안은 통치권을 확산시키는 다양한 공동체와 정치기구이다. 통치권을 조직의 위아래 양쪽 모두로 분산시키는 정치만이 경쟁이 치열한 글로벌 시장에서 국민들의 충성심, 애국심을 고취시킬 수 있다.
통치권 분산은 하부국가적 공동체에서는 강력한 문화적, 정치적 자치권을 부여하는 한편 유럽연합 등의 초국가적 조직을 강화하고 민주화시킨다. 그러한 조정은 국가의 통치권이 '전부 아니면 전무'일 경우 발생하는 갈등과 다툼을 피하게 해준다.
국가이 통치권은 국경을 넘나드는 상품과 재화, 정보, 세계 금융시장의 통합과 재품생산의 초국가적 성격에 힘입어 위에서부터 침식되고 잇다. 동시에 자치와 자율권을 요구하는 하부 집단들로부터 아래로부터의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통치권의 효과가 희미해짐에 따라 정부는 점점 국민들의 충성심을 잃어가고 있으며, 글로벌 경제와 집단정체성이 와해하는 습격을 받으며 자치의 정체성을 연관시키는 일에 점점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심지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들조차 글로벌 경제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가장 작은 국가들조차 도덕, 민족, 종교 집단을 어느 정도 탄압하지 않고서는 국가의 정체성을 완전히 유지할 수 없는 지경이다.
오늘날의 민주정치는 이웃에서 국가, 전 세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환경에서 실천할 수 있는 정치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그러한 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애매모호한 통치권에 저항하고 다중적인 연고적 자아로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시민들이 필요하다. 우리 시대에 특히 두드러지는 시민 덕성은 때로는 주어진 의무를 수용하고 때로는 저항하면서 자신의 길을 협상하고, 충성심을 불러일으키는 긴장감을 견딜 수 있는 능력이다.

책을 읽은 후 내게 남겨진 질문 하나!
옳음은 과연 좋음을 우선하는가?
고민을 남기는 책은...
참 영리하고 기특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0. 8. 30. 06:42
요즘 베스트셀러로 한창 인기있는 책이다.
2010년 5월 24일 1판 1쇄를 발행하고 두 달 반 만에
41판을 찍어낸 히트작이다.
더구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몹시도 정의로운 제목을 내세우고 말이다.
저자 마이클 샌델은
27세에 최연소 하버드대학교 교수가 된 사람이란다.
1980년부터 30년간 하버드대에서 정치철학을 가르치고 있고
그의 정의(justice) 수업은 현재까지도 20여 년 동안
하버드대 학생들 사이에서 최고의 명강의로 손꼽히고 있다고 한다.
책의 겉표지에 나와있는 강의 모습은 이 말을 실감하게 한다.
제목이 주는 정의로움때문에(?) 읽는 동안 고전을 면치 못할까봐 걱정했는데
정말 놀랍다.
아주 재미있고 그리고 무지 지적인 책이다.



이 책에는 "정의"를 이해하는 세 가지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첫번째는 공리주의 시각으로
정의란 행복의 극대화, 즉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제러미 벤담과 존 스튜어트 밀의 이론을 들어 설명한다.
두번째는 자유와 연관시키는 시각으로
정의란 선택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이라고 말하다.
두번째 해석은 다시 자유지상주의의 견해와 자유주의적 평등주의 견해 둘로 구분된다.
전자는 인간의 존엄성을 강조한 이마누엘 칸트를
후자는 평등을 옹호한 존 롤스의 이론을 내세운다.
마지막 세번째는
저자가 좋아하는 방식이라고 밝힌 미덕과 연관시키는 시각이다.
정의란 미덕을 키우고 공동선을 고민하는 것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적인 견해다.
저자는 책의 초입부에
사회가 정의로운지 묻는 것은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 이를테면
소득과 부, 의무와 권리, 권력과 기회, 공직과 영광 등을 어떻게 분배하는지 묻는 것이라고 말한다.
즉, 정의로운 사회란 이것들을 올바르게 분배하는 사회라는 뜻이다.
그리고 책에서 언급한 "행복한 도시를 위해 지하실에서 영양실조로 쇠약해져가는 아이"의 비유는
섬뜩하고 정직하다.
어쩌면 정의를 우리가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소위 말하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으로...
그런데 아이의 입장이라면 그 실상이 얼마나 잔인하고 참혹한 일이겠는가!
절대 다수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이 일은 과연 정의로운가?



상당히 어려운 문제를
다양한 주제와 다양한 예시를 들어가며 아주 흥미롭게 설명하고 있다.
소수집단 우대정책, 대리 출산, 낙태, 동성혼, 징집, 자원군 등
사회에 찬반이 갈리는 직접적이면서 상당히 조심스러운 문제에서부터
자동차 수리, 유리창 닦기 등과 같은 비유를 통한 해석까지 그 범위 또한 방대하다.
말 그대로 거침없이 지적이다.
(화려한 문학적 구사 없이도 이렇게 충격적이게 아름다울 수 있다니...)
끊임없이 질문을 해서 읽는 이들로 하여금 적지 않은 딜레마에 빠지게 하는데
그 지적 갈등 과정 역시나 상당히 재미있고 즐겁다.
계속되는 딜레마 속에서도 어느 틈에 읽고 있는 이의 생각까지도 하나씩 정리하게 만든다.
상당히 괜찮은 명강의를 직접 듣고 있는 떨림과 흥분이랄까?
명성뿐인 책이 있고, 명성 그 이상인 책이 있는데
이 책은 확실히 후자에 속한다.
한 번 읽는 것으로 끝날 책이 아니라 두고두고 몇 번씩 읽어도 좋을 책이다.
읽을 때마다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올 책이고
읽을 때마다 새롭게 알게되는 것들이 끊임없이 나타날 그런 책이다.
충분히 그리고 확실히...

 <하버드대 강의 모습>

정말 멋지고 환상적인 책을 만났다.
이런 게 책이다!!!
이 책 한 권 속에 완벽히 넋을 잃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8. 25. 05:46


제 목 : 경남 창녕군 길곡면
일 시 : 2010.0730. ~ 2010.09.19
출 연 : 이주원(종철 역), 김선영(선미 역)
장 소 :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극 본 : 프란츠 크시버 크뢰츠
번안, 연출 : 류주연

<연극열전3rd>의 여덟 번째 작품이다.
몇 달 전에 유주연 연출의 <기묘여행>을 인상깊게 보기도 해서 연극열전에서 <경남 창녕군 길곡면>이 공연된다고 했을 때 놓치지 말고 찾아봐야지 생각했었다.
게다가 서울 문화의 밤 행사에 이 연극이 포함되어 있어서
8월 21일 총 2회 공연은 만원이라는 정말 파격적인(?) 가격으로 관람할 수 있었다.
솔직히 이게 왠 횡재냐 싶었다.

 
이 연극은 독일작품이다.
프란츠 크시버 크뢰츠라는 사람의 극본으로 도시 하층민의 삶을 있는 그대로 그려낸 작품이다.
독일 원제는 "오버외스터라이히" 라는데 독일에 실제 있는 작은 도시 이름이란다.
우리나라에선 연출 류주연이 직접 번안을 하면서 제목을 <경남 창녕군 길곡면>이라고 정했다.
(실제로 경남에 창녕군 길곡면이라는 곳이 있긴 하다)
2007년 초연됐고 거의 매년 재공연된 작품이다.
꼭 제목처럼 경남 창녕군 길곡면이 아니라도 대한민국 어디든 다 상관이 없다.
아웅다웅 지지고 볶으며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괜찮다.
어차피 인간이 사는 곳은 어디든 다 마찬가지니까.


                          김선영(선미)                                         이주원(종철)       

초연때부터 함께 부부로 출연한 김선영, 이주원은
실제 부부가 아느냐는 소리를 들을 만큼 완벽한 호흡을 자랑한다.
(그런데 부부라고 해도 정말 믿겠다)
원작자는 각 나라에서 이 연극을 공연할 때는 꼭 사투리로 공연해달라는 조건을 붙였단다.
도시 하층민의 삶을 그린 이야기에 표준말을 또박또박 쓰는 것도 좀 우습긴 하겠지만
사투리가 아니라면 연극의 재미가 아무래도 줄어들었을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약간은 수다스럽고 구시렁구시렁 거리는 경상도 사투리를 선택했는데
김선영, 이주원 두 배우 모두 고향이 경상도라 사투리의 묘미가 한층 자연스럽고 재미있다.
실제로 이 연극에서 구시렁거리는 부분이 많이 나오는데
100% 전부 두 배우의 애드립이란다.
두 사람도 서로 무슨 이야기를 할지 전혀 모른다고...
그리고 선미 역의 김선영은 실제로 임신중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아기에 대한 사랑과 보호본능이 극 속에 그대로 드러난다.
역시 엄마는 늘 언제나 강하다.
(그런데 왜 아빠들은 겁쟁이가 많은건지...) 

 


결혼 3년차!
여유돈이라고는 통장에 들어있는 120 만원이 전부이고
두 사람의 한 달 수입은 대략 300만원 정도. (아내는 그나마  비정규직이다)
그래도 알콩달콩 나름대로 만족스럽게 살아가던 두 부부에게 변화가 닥친다.
계획하지 않았던 임신.
아내는 생명을 지키고 싶어하지만
남편은 아내에게 낙태를 하자며 설득 아닌 설득을 한다.
소위 돈 없으면 애 낳기도 힘든 세상에 남편은 덜컥 겁이 나버린거다.
남편은 말한다.
"아빠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아빠냐가 중요하다" 고...
왜 끊임없이 나쁜 것만 찾으려고 하느냐는 아내의 질문에
남편은 "그게 현실이다!" 며 무시할 수 없는 한 마디를 내뱉는다.
남편의 말에 화가 나기도 하지만 보는 입장에서도 솔직히 할 말은 없다.
이 말이 사실이긴 하니까...
김용택 시인의 말이 떠오른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곳이 바로 자녀에 관한 문제라고...
맞는 말이다.
연극 속에서 남편 역시나 그 현실이 덜컥덜컥 겁이 날 수밖에 없었을거다.



급기야 아내와 남편은 한 달 지출을 조목조목 종이에 적어가며 계산기를 두드린다.
집세, 자동차, 대출금, 보험금에 심지어 부모님 용돈, 화장품, 미장원비, 술, 담배, 우유 값까지 끄집어내 계산한다.
(이 부분이 이 연극에서 가장 롱테크로 진행된다. 유치하지만 그야말로 사생결단으로 점점 치열해지는 장면 ^^)
월 300만원 수입에 지출은 2,955,000 원.
아내가 직장을 그만 두는 전제하에 한 달 수입을 200만원으로 잡고
(그러기 위해선 남편은 야간 운전까지 해야한다)
이제는 줄일 수 있는 목록들을 하나하나 삭제하기 시작한다.
차를 팔고, 술 담배를 끊고, 물만 마시고,
화장품은 립스틱만 바르고 머리를 기르고 기타 등등 기타 등등...
거의 모든 것을 안 하기로 작정했는데도 나온 금액은 1,934,000 원.
눈 앞에 남은 건 잔액 66,000 원의 현실이다.
(보는 나까지도 어쩔 수 없이 씁쓸해진다)


결론은,
어쨌든 아기를 낳기로 하니까 등장조차 하지 않는 아기 입장에서는 더없는 헤피엔딩이다.
하지만 엔딩에서 남편이 연주하는 루이 암스트롱의 어설픈 섹소폰 연주처럼 과연 부부의 현실도 누부신 "What a wonderful world" 가 될 수 있을지는 솔직히 의심스럽다.

유쾌하고 즐겁게 보고 나오긴 했지만
정말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현실에 등골이 오싹할 지경이다.
아이 없이 두 사람만 행복하고 즐겁게 살겠다는 딩크족이 아니라면 결혼한 부부는 자녀를 낳아 함께 키우면서 살아가게 된다.
그걸 우리는 일반적으로 "평범"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점점 우리가 알고 있는 이 평범이라는 기준이 점점 평범 이하로 자리이동이 되고 있으니 부모 입장이라면 퍽퍽한 세상살이가 될 수밖에 없다.
아이의 세상을 wonderful world로 만들어주기 위해 부모는 소위 삑사리 가득한 인생을 살게 될지도 모른다면?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냐?"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문제는 장 담그는 게 무서워서가 아니라
내 항아리에서 자생으로 생기는 구더기는 그런데로  봐줄 수 있어서 기껏 장을 담궜는데
멀쩡한 내 장에다가 누가 자꾸 구더기를 넣으려고 하는 사회에 있다.
그래서 연극의 말미에 나온 "절망에서 살인! 이라는 신문기사가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재미있었고, 배우들의 연기도 너무 좋았고.
연출과 무대도 너무 좋아서 전체적으로도 상당히 좋았던 작품임에는 분명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고 나와서는 너무 많이 참담해지는 연극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이 연극을 보면서 단지 코메디라고만 여길수도 있겠다 생각하니
그 참담함이 배가 된다.
에이! 그만 생각하자!
열심히 연습하면 삑사리 없는 "What a wonderful world"를 연주하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그러니 살자... 살자... 살자...
치열하게 살든, 연습하듯 살든, wonderful 하게 살든. 삑사리가 작렬하게 살든,
어쨌든 살기나 하자!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0. 5. 14. 06:20
영국 최초 흑인 여성 판사 콘스턴스 브리스코
그녀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이야기한다.
부모에게 사랑받으면서 행복하고 즐겁게 지낸 어린시절이 아닌,
친어머니에게 학대와 지독한 멸시를 받았던 과거의 사실을...
"어머니의 지독한 폭력과 따돌림...... 그러나 희망은 남는다"
의붓어머니가 아닌 친어머니가
자신이 낳은 딸을 이렇게까지 학대할 수 있는지 읽으면서도 믿어지지 않는다.
어머니는 항상 자신의 딸을 때린다.
어머니의 학대로 인한 불안때문에 생긴 야뇨증,
엄마는 침대에 오줌을 쌌다며 밥을 굶기고, 젖은 옷을 며칠씩 입게 한다.
심지어 젖은 옷들을 비닐 봉지에 담아 밀봉시킨 후 밤마다 그 옷을 꺼내 딸에게 다시 입으라고 한다.
어차피 오즘을 쌀텐데 마른 옷이 무슨 필요가 있느냐며...
못생겼다고 조롱하고, 칼로 팔을 그어버린다.
아이만 혼자 남겨놓고 이사를 가버린다.
그리고는 가끔씩 들러 열세살 아이한테 집세와 전기세를 내라고 한다.
아이가 혼자 있는 집에 찾아와 두꺼비집을 열고 퓨즈를 빼 전기를 끊어버린다.
극도로 괴롭힘을 당한 소녀는 머리카락이 하나둘 빠져 대머리가 된다.
어머니에게 꼬집히고 맞은 탓에 가슴에 외상성 종양이 생겨 수술까지 받는다.
학교를 다니면서 생할비를 벌기 위해 사무실 청소, 병원 밤 근무, 여성복 판매원으로 일하느라
어린 소년는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다.
하루하루 생존을 위해서 살아내면서 어린 소녀는 결심한다.
법정변호사가 되겠노라고...



"내 인생을 통틀어 가장 후회하는 게 너를 낳았다는 거다. 하지만 시계를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은 너와 나 둘 다 알고 있지. 나는 남은 평생 동안 계속 후회할 거다. 그런 걸 너도 알고 있지? 안 그래? 못생긴 것. 오줌 싸는 건 또 어떻고. 정상적인 애들은 벌써 옛날에 안 하는 짓을 너만 하고 있지. 못생긴데다 오줌을 싸는 걸로도 모자라서, 머리까지 훌렁 벗겨졌지. 한 사람의 엄마가 감당하기엔 지나친  것 아니냐?"
"엄마, 언제쯤 전기를 다시 쓸 수 있을까요?"
"네 문제가 뭐냐 하면 말이다, 클레어. 넌 언제 입을 닥쳐야 하는지 몰라. 그게 네 문제야. 전기를 쓰고 싶으면 돈을 내면 간단한 일이다."
"너를 가졌을 때는 낙태가 불법이었지. 그렇지만 않았다면 떼버렸을텐데...."

부모에게 이런 말을 듣는 아이가 과연 정상적인 성인이 될 수 있을까?
어머니는 딸을 병균 취급을 하면 다른 자식들과 섞이는 것조차 싫어한다.
청동버클이 달린 가죽 벨트로 딸을 때리면서
더럽고 더러운 창녀같은 년이라고 소리지른다.

아이는 대학 입학 허가를 받고 떠나기전,
엄마를 찾아가 묻는다.
"내가 뭘 잘못했나요? 말해줄 수 있나요? 엄마는 내가 엄마를 미워하게 만들었어요"

  - 콘스턴스 브리스코

책이 출판되고 난 후 어머니측 변호사가 그녀를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단다.
책의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면서...
결국 재판으로 이어졌고 그녀는 승소를 했다.
재판장을 나서며 그녀는 말했단다.
"절대로 어머니를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
세상에는 도저히 용서가 안 되는 일, 용서해서도 안 될 일이 있다는데,
두아이의 엄마가 된 콘스턴스 브리스코의 어린 기억은
그렇게 그녀의 몸 속에, 맘 속에 치료될 수 없는 상처로 남아있다.

절망과 고통 속에서 어린 그녀가 버틸 수 있었던 건,
엄마의 학대를 피해 잠시 함께 생활한 K 선생님 덕분이었다.
법정 변호사가 되겠다고 했을 때
그녀의 엄마는 머리 좋은 사람, 공부 잘하는 사람만이 대학을 갈 수 있다면 비웃었다.
그녀의 엄마는 그녀가 머리가 좋다는 것도, 공부를 잘 한다는 것도 알지 못했다.
엄마의 비웃음에 상처받은 그녀에게 K 선생님은 말한다.
"목표를 높이 세워야 하는 거야. 이 세상에는 너를 가로막을 수 있는 사람이 딱 한 명 있어.
 이 말을 잊지 마라. 너를 가로막을 수 있는 건 너밖에 없어.
 너는 멀리까지 나아갈 능력을 갖고 있단다. 그냥 가기만 하면 돼."

K 선생님 친어머니에게 학대받는 한 소녀의 삶을
완벽하게 바꿔놓았다.
이 책은 영국 최초 흑인 여성 판사 콘스턴스 브리스코의 이야기이며 더불어
두 다리를 잃은 K 선생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