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진우'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5.06.18 신경숙 표절 시비
  2. 2011.02.11 <정거장에서의 충고>
그냥 끄적 끄적...2015. 6. 18. 09:16

문단이 시끌시끌하다.

다른 사람도 아닌 작가 신경숙 때문에...

문단계의 독보적인 존재 신경숙을 깐 이응준 작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혹시나 향후 이 문제로 이응준이 거대 출판사로부터 퇴출되지 않을까 심각하게 걱정된다.

어떤 의미에서,

대한민국이란 곳에서 신경숙은

황석영, 조정래 작가보다 더 크고 거대한 존재다.

이미 하나의 브랜드 네임이 되버렸고 기업체라고 표현해도 무방할 정도다.

참 씁쓸하다.

 

작가 신경숙.

그녀의 마니아는 아니지만 어쨌든 신작이 나오면 항상 읽기는 했었다.

한때 문단계에선 이런 말이 있었다.

"오죽하면 신경숙이겠느냐!"

동의했었다.

그녀의 소설을 읽다보면 왠지 모를 기시감 같은게 느껴졌다.

특히나 이런 기시감은 장편보다 단편을 읽을때 더 크게 느껴졌다.

주변에 그런 이야기를 하면,

다들 내가 책을 너무 많이 읽어서란다.

아닌데... 아닌데...

 

 

 

작가 신경숙이 출판사 창작과 비평을 통해 발표한 입장 표명은 이렇다.

...... 오래전 <금각사> 외엔 읽어본 적 없는 작가로 해당 작품(<우국>)은 알지 못한다. 이런 소란을 겪게 해 내 독자분들께 미안하고 마음이 아프다. 풍파를 함께 해왔듯이 나를 믿어주시길 바랄뿐이고,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이런 일은 작가에겐 상처만 남는 일이라 대응하지 않겠다 ......

다른 작가도 아닌 일본의 대작가 미사마 유키오의 글이다.

골백번을 읽어보고 또 읽어봐도,

우연이라고 하기엔 두 문장은 너무나 똑같다.

심지어 그 뒤에 이어지는 문장의 뉘앙스까지도 완벽하게 일치한다.

 

레이코도 잘 응했다. 첫날밤을 지낸 지 한 달이 넘었을까 말까 할 때 벌써 레이코는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고, 중위도 그런 레이코의 변화를 기뻐하였다. - 미시마 유키오 <우국>

 

첫날밤을 가진 뒤 두 달 남짓, 여자는 벌써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다. 여자의 청일한 아름다움 속으로 관능은 향기롭고 풍요롭게 배어들었다. 그 무르익음은 노래를 부르는 여자의 목소리 속으로도 기름지게 스며들어 이젠 여자가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니라 노래가 여자에게 빨려오는 듯했다. 여자의 변화를 가장 기뻐한 건 물론 남자였다. - 신경숙 <전설>

 

소설을, 아니 책이라는걸 일 년에 한 권도 안 읽는 사람이라도

이 두 글을 읽으면 똑같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겠다.

아래 링크한 기사는, 

이응준 작가가 직접 쓴 글이다.

과거 신경숙 작가의 소설 중 표절논란에 휩싸였던 다른 작품들에 대한 기사들로 링크되어 있다.

사람의 생각과 판단이라는건 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나는 이응준이 신경숙을 죽이기로 이 글을 썼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의 글처럼 한국문학의 "치명적인 상처'를 세상에 알리고 싶었을테다.

 

http://www.huffingtonpost.kr/eungjun-lee/story_b_7583798.html 

 

신경숙이 정말 몰랐을까?

남진우가 곁에 있는데 정말 몰랐을까?

신경숙의 남편은 시인이자 신화 비평으로 유명한 남진우다.

예전에 남진우의 비평 수업을 1년 동안 들었었다.

그가 문학적으로 얼마나 박식한지 어느 정도 알고 있다.

당시에 나는 남진우의 박식함에 깊게 깊게 좌절했었다. 그는 천재라고  생각하기까지 했다.

(벌써 20년도 더 된 이야기지만...)

그런 남진우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을 몰랐다???

글쎄...

 

나는 다만...

신경숙과 창작과 비평 양자 모두 솔직했으면 좋겠다.

아니 정직했으면 좋겠다.

아니라고 하기엔 너무나 아니라서...

 

......신경숙과 같은 극소수의 문인들을 제외한 거의 모든 한국문인들의 삶은 예나 지금이나 버겁고 초라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작가임을 스스로 자랑스러워하려는 까닭은 비록 비루한 현실을 헤맬지라도 우리의 문학만큼은 기어코 늠름하고 진실하게 지켜내겠다는 자존심과 신념이 우리에게 있기 때문이다 ..... 이응준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1. 2. 11. 06:22
한때 기형도의 시를 몽땅 외우리라 작정한 때가 있었다.
그때는 나도 검은 페이지가 대부분인 시절이었고
(그렇다고 지금이 뭐 다채로운 색채를 띄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래서 아무도 나를 들춰보지 않았던 때였을지도 모르겠다.
문학과 지성사에서 나온 그의 시집이 너덜거릴 때까지 읽으면서
마지막 시작노트까지 깡그리 외우자 작정했었다.
그리고 실제로 시작노트는 달달 외우기도 했었다.
그는 한번이라도 생각했던 적이 있었을까?
그가 29의 나이에 신화가 되리라는 것을...
기형도의 시는 참혹할만큼 아름답다.
그래서 그의 시를 읽으면 누구라도 신병(神病)을 앓게 된다.
그는 우리에게 신내림의 형벌을 남긴채 차가운 삼류극장 그 싸늘한 자리에서 세상과 이별했다.
그가 세간의 말처럼 동성애자였는지 아니면 평소처럼 밤거리를 헤매다 발을 쉬기 위해 잠시 들른 곳이
하필 그곳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의 죽음 자체도 이미 하나의 원형(原形)이 되버린지 오래다.
한창 기형도에 빠져있을 때 성지순례하듯 종로의 낙원상가 뒤 그 극장을 배회했던 적도 많았다.
생각했었다.
그렇게 축축하고 가엾고 힘들고 아름다운 시를 썼으니 몸이 남아나지 않았을거라고...



"기형도의 삶과 문학"이라는 부재가 달린 이 책은
2009년 3월 기형도의 사망 20주기에 맞춰 발간된 책이다.
성석제, 이광호, 박해현 등 그와 특별한 인연이었던 친구 혹은 후배 문인에 의해 만들어진
일종의 헌정집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너무 쓸쓸하게 아파서 도대체 이 책을 다 읽을수나 있는건지 의심스러웠다.
겨우겨우 다 읽고 났을때도 또 다시 오랫동안 나를 무력하게 만들었다.
원래 계획은 바로 이어서 그의 <입 속의 검은 잎>을 다시 읽자는 마음이었는데...
아무래도 그 시집은 3월 그의 22주기쯤에나 시도해야 할 것 같다.
내리 앓을 자신이 너무 없어서...
솔직히 그 시집의 책장을 아무렇지 않게 넘길 자신이 도저히 없다.



제 1 부, 질투는 나의 힘 - 기형도를 읽는 시간
제 2 부, 기억할 만한 지나침 - 기형도와의 만남
제 3 부, 먼지투성이의 푸른 종이  기형도 다시 읽기 


제일 읽기가 수월한 부분은 2부였다.
그를 알고 있던 지인들이 추억처럼 들춰낸 이야기.
편안하지만 아프게 읽은 부분.
기형도가 좋은 음성을 가진 사람이었다는 것도
그래서 노래를 잘 불렀었다는 것도
(실제로 동료 문인의 결혼식 축가도 불렀단다)
결벽증에 가까운 글쓰기 습관을 가졌었다는 것도
술을 거의 못마셨었다는 것도...
(이제 그는 모두 과거시제가 됐다)
김훈, 이문재, 임우기, 성석제가 쓴 글 속에는 기형도에 대한 벗으로써의 그리움과 안타까움이 가득했다.
그를 실제로 알지 못하는 나조차도 기형도를 생각하면 아득한데
이들은 얼마나 아득했을까?
이 글을 쓰면서 그들은 또 얼마나 힘들었을까를 생각하니 안스럽다.
기형도에 대한 학문적인 평론을 모은 3부는,
상당히 전문적이고 심도있는 글이라 어렵고 지루할 수도 있지만
기형도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봤을 글들이다.
그래서 한 곳에 모여있는 이 글들이 나는 다행스럽고 기쁘다.
특히 신화비평에 탁월한 남진우의 글은 다시 읽어도 새롭고 흥미롭다.

공교롭게도 이 책을 다 읽고 한참 방황(?)하고 있던 때에
시나리오 작가였던 최고은(32)의 타계소식을 들었다.
요즘 세상에 설마 사람이 아사(餓死) 할 수도 있을까 생각했는데
어쨌든 그녀는 믿기지 않게도 굶주림으로 사망했다.
그녀가 문틈에 남겼다는 쪽지...
“창피하지만 며칠 째 아무 것도 못 먹어서 남는 밥과 김치가 있다면 저희 집 문 좀 두들겨 달라......”
만약 이 쪽지가 일찍 발견됐다면 그녀는 지금 이 세상에 있었을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어쩌면 그랬을 수도,
아니면 그렇치 않았을 수도...

작가의 궁핍은...
여전히 맹수처럼 잔인하고
오랜 지병처럼 서럽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