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3. 6. 26. 08:28

<Monte Cristo>

일시 : 2013.06.07. ~ 2013.08.04.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대본, 작사 : 잭 머피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연출 : 로버트 요한슨

음악감독 : 원미솔

출연 : 류정한,임태경, 엄기준, 김승대 (에드몬드 단테스/몬테크리스토)

        윤공주, 정재은 (메르세데스) / 최민철, 조휘 (몬데고)

        박철호, 조원희 (파리아 신부) / 백주희, 김상아 (루이자)

        조성지, 장대웅 이정화 외

제작 : EMK뮤지컬컴퍼니

 

류정한의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두 도시 이야기>와 출연이 겹쳐지면서 전반부에 10회 공연을 그야말로 폭풍처럼 달렸던 그의 마지막 공연날이었다.

딱 한 번 보겠다는 결심을 했기 때문에 두 눈을 질끈 감고 막공을 예매했었다.

확실히 현명한 선택이었다.

안 그랬다면 또 다시 몇 번씩 보는 기질이 발동됐을테니까.

(제발 <두 도시 이야기>도 제어가 가능해야할텐데...)

 

류정한의 세번째 몬테크리스토.

표정과 눈빛이 이뤄낸 완벽한 하모니였다.

이 남자, 어쩌자고 이렇게 점점 더 세밀해지고 섬세해지나!

이렇게되면 그의 시드니는 또 한 단계 진화를 하게 될텐데...

익숙함은 새로움을 부른다.

적어도 지금의 류정한이라면!

그는 "몬테크리스토"라는 인물을 완벽하게 장악하고 컨트롤했다.

그러면서도 순간순간 에드몬의 본모습을 잃지 않는다.

아니 잃을 수 없다.

그래서 그가 보여주는 몬테는 강인한 눈빛 속에서도 늘 충돌과 혼돈이 뒤섞인다.

망설임과 단호함.

그 사이에서 스스로 무게중심을 정확히 옮기겨가 류정한을 보면서

나는 또 다시 그의 여우성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이제 근느 배우로서 배역에 편안히게 스며든다.

하지만 연기는 치열해지고 섬세해졌다.

예전의 그와 지금의 그는 확실히 좀 달라졌다.

이쪽도, 저쪽도 다 좋다. 

오랫동안 그의 작품들을 보면서 나는 길들여졌다.

그의 연기 방식과 변화에.

불만은 없다.

미안한 발언이지만 나는 배우 류정한에 관해서라면

언제, 어디서든 공정성을 잃을 준비가 되어있다.

 

1막 마지막곡 "너희에게 선사하는 지옥"은 역시나 류정한 버전이 최고다.

감정몰입의 극대화.

이 넘버는 그렇다.

기교보다는 감정의 폭발에 승부수를 띄워야 하는 곡인데

(그렇다고 삑사리의 향연이라는 그릇된 방식으로 분노를 표시하는 걸 절대 반대!)

역시나 영리하게 잘 표현했다.

4명의 인물들을 완벽하게 마리오네트화시키는 능력이라니...

게다가 2막 "덫/더 많이 더 높이"는

메이스트로 류가 지휘하는 세기말적인 "악의 교항곡" 같았다.

"하루 하루 죽어가"는 처연했고

"과거의 내 모습"은 회환으로 가득찼다.

액션은 좀 힘들어하는 게 보이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그가 보여진 감정연기와 표정, 눈빛은 지금껏 봤던 몬테크리스토 중에서 가장 좋았다.

작품 전체를 끌고 가는 한 배우의 진중한 책임감과 작품에 대한 애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은근히 작품운이 따라주지 않는 윤공주.

그녀의 메르세데스는 1막보다 2막이 훨씬 좋다.

나 혼자만 느낀건지는 모르겠지만 목소리톤과 호흡이 예전과는 어딘지 달라졌다.

살짝 이질감이 느껴졌다.

윤공주는 메르세데스를 아주 강하고 단호는 여인으로 표현했다.

옥주현과 비슷하게 가는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언제나 그대곁에"는 힘이 느껴진다.

사랑에 대한 확신과 믿음이 주는 힘.

무엇으로도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한 여자의 힘.

그래선가?

윤공주 메르세데스는 몬데고에게도 에드몬드에게도 너무 강하다.

앞부분과 뒷부분은 조금 더 서정적으로 표현하면 더 좋았을텐데...

박철호 아베 파리아는 무대를 완전히 휘어잡았다.

연기, 표정, 타이밍 모두 아주 기막혔다.

자칫 잘못하면 코믹하게만 보여질 수도 있었는데

극의 포인트를 살리면서도 적절한 선을 잘 유지했다.

파리아 신부가 죽는 장면은 가슴이 찡해져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백주희 루이자는 해적선 장면은 아주 좋았는데

(해적들의 디테일한 연기도 깨알 재미를 선사했다)

2부 카니발 장면은 좀 밋밋했다.

한지연 루이자같은 섹시함과 은밀함이 없어서였을까?

뭐가 됐든 첫인상이라는 건 쉽게 잊어지지 않는 모양이다.

앙상블은 노래는 전체적으로 좀 약했지만 연기적인 면에서는 디테일이 더 강화됐다.

의도적인 연출이었던 것 같은데 성공한 것 같다.

그리고 복수 장면에서 몬테크리스토의 개입이 더 많아진 것도 훨씬 좋았다.

LERROM international이 "morrel"이라는 의미였다는 것 이번에 보고야 알았다.

예전 버전에서도 좀 그렇게 해주시지...

(나, 예전에 이게 도대체 뭔 뜻인가 싶어  lerrom의 사전적인 의미를 찾아봤더랬다.ㅋㅋ)

알버트와 발렌타인의 "아름다운 거짓말"이 없어진 건 좀 아쉽다.

억박(?)이 주는 묘한 매력이 있던 곡이었는데...

그래선지 둘의 비중도 예전보단 많이 줄어든 것 같다.

따지고보면 이 둘은  에드몬드와 메르세대스의 재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작품에서 제일 불쌍한 인물 몬데고.

최민철의 몬데고는 단연 최고다.

"역사는 승리자의 것"에서 반전처럼 변하는 그의 목소리와 얼굴 표정을 보고 있으면 소름이 돋는다.

그리고 나쁜 놈 소리가 절도 나온다.

(당글라스와 빌포트보다 훠~~얼~~~씬 더 나쁜놈!)

몬데고 버전의 "너희에게 선사하는 지옥"은 몬테의 버전과는 또 완전히 다르다.

다 잃은 자의 처연함과 끝을 내겠다는 극단의 복수심이 뒤섞인 최후의 일격!

개인적으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최민철의 캐릭터.

 

지방공연이 남아있긴 하지만 류정한의 몬테는 이걸로 끝이다.

본인은 언제 다시 할 수 있을지 몰라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무리하게 출연을 결정했다는데

아무래도 류정한에게서 몬테를 떠나보내는 건 쉽지 않을 것 같다.

무엇보다도 EMK가, 그리고 관객들이 아직 그럴 준비가 안 됐다.

그러니 아직까지는 그의 다음 "지옥송"을 기다려봐도 좋지 않을까?

 

* 류정한 막공이라 넘버가 끝날때마다 관크가 있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역시 류정한 팬들은 깔끔하다.

   이들의 매너는 정말이지 인정을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다.

   공연 중에는 적정선의 환호를 보내고

   커튼콜에 아낌없는 환호와 박수 갈채를 쏟아 붓는다.

   (사진 찍는 사람도 없고!)

   뮤지컬 시장이 커지면서

   특정 팬들의 과도한 환호성이 작품의 흐름을 깨는 걸 자주 목격하게 되는데

   이럴 때마다 어쩔수없이 눈살을 찌푸려진다.

   그런데 적어도 류정한의 팬들에게선 이런 걱정은 안해도 된다.

   문득, 임태경 몬테 관람이 두려워지는 건 왜일까???

   (경험상 여기 관크가 제일 쓰나미급이다... 벌써부터 무섭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6. 7. 05:42




솔직히 이건 좀 된장할 일이긴 했지만
성스러운(?) 지방선거일에 오전 근무를 해야했다.
그 와중에 "못살겠다! 갈아보자"며 6시에 집에서 나와
새벽잠 없으신 동네 어르신들과 나란히 2열 종대로 서서 
부지런한 젊은이 소리를 들으며 성스러운(?) 투표권을 행사했다.
아마도 하늘이 감동하셨나보다.
내 선거 인생 최초로 심히 은혜롭고도 성스러운 결과가 나왔다.
(이런 게 정말 기적이지! ^^)
선거날 오전 근무라는 씁쓸함을 달래기 위해 예매한 <몬테크리스토>
그것도 30%라는 몹시도 은혜로운 할인율까지...
사실 5월 4일 엄기준 몬테크리스토로 인해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만큼 엄청난 상처를 받았기에
나름의 정화(淨化)가 간절히 필요하기도 했었다.
류정한 몬테크리스토, 차지연 메르세데스, 조휘 몬데고 라는 캐스팅이 
망설임을 현실화 시키기에 충분하기도 했고...



류.정.한.
이 사람에 대해 이제 도대체 뭐라고 말해야 하나?
이 사람의 무대 위 삶이 시작되면,
나는 그대로 반푼이가 되어 절대적인 충성을 맹세하게 된다.
(솔직히 이 순간만큼은 누가 뭐래도 그가 빛이요, 길이요, 생명이다...)
첫공연을 봤을 때 공연장 때문에 나는 울화가 치밀었지만 그의 몬테크리스토 때문에 꾹꾹 참아낼 수 있었다.
(결코 그의 작품이 아니었다면 나는 유니버설아트센터를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찾지 않았을 것이다)
한 달 보름이 지난 지금,
류정한의 몬테크리스토는 끔찍하고 잔인스럽게 사람을 이리저리 쥐고 흔들어댔다.
결국 나는 또 다시 이 사람에게 완벽하게 놀아나고 말았다.
"이런 악마같은 배우, 세상에 또 있을까?"
특히나 1막 마지막 노래 "너희에게 선사하는 지옥"을 부를 때 느꼈던 전율은
지금 다시 생각해도 너무 생생하고 끔찍스러울 뿐이다
류몬테가 그러라고 말한다면
몬데고도, 당글라스도, 빌포트도 단칼에 내가 다 처리해 줄 수도 있을 것 같은 야쿠자스런 마음까지 생길 판이다.
(너희 셋, 다 주~~~거~~~~써~~~!) 



"류정한 미친 거 아냐?"
함께 관람한 사람이 혀를 내두르며 쏟아낸 감탄사.
그 순간 나 또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제게 인간 맞아?"
(원초적 표현에 민망하긴 하지만 솔직히 내 심정이 딱 그랬다. 암! 인간일리가 없지! 절대로!
 또 모르지, 등딱지를 열면 에너자이저한 밧데리가 우수수 쏟아질지도...)
선거의 뒷끝이라 그랬겠지만
이 사람이 대통령에 출마하면 무슨 일이 있어도 찍어야지... 이런 생각까지도 했으니 제대로 홀리긴 한 모양이다.
"문화 대통령 류정한"
그래도 일단 눈은 짝짝이 아니니까 뽀대는 제법 난다. 
(뭐 그 정도면 비쥬얼도 상당히 건전하고...) 
명확한 딕션과 감정의 변화를 그대로 표현하는 그의 목소리는 역시나 황홀경을 선사하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비록 먼 곳에서 본다고 해도 목소리만으로도 표정까지 읽어내는 게 가능하다.
들음으로써 볼 수도 있게 만드는 배우 류정한의 놀라운 능력!
그래서 사람들이 그의 작품을 중독처럼 찾는지도 모르겠다.
어떤 때는 그가 도저히 끊을 수 없는 강력하고 끔찍한 마약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이런 극심한 금단현상을 겪고 있는 몹쓸 약쟁이들은 상당히, 꽤, 무지, 엄청나게 많다.
어쨌든 그는 무대 위에서 그 날 역시도 충분히 아름다웠고
충분히 찬란했고
그리고 충분히 빛이 났다.
(그래, 그는 확실히 난 놈이다...)



차지연의 메르세데스.
"순수하고 아름다운" 여자였노라 말하지는 못하겠다.
하지만 솔로 곡은 참 아름답게 부르더라.
(단지 온 몸을 흐느적 거리며 부르는 게 영 어색해서...)
단테스와의 듀엣 곡들은 차지연의 목소리가 좀 강해서인지
옥주현 메르세데스처럼 간절하고 아름답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대사 톤이 이상하게 약간 신파조로 느껴지기도...
개인적으로는 옥주현 메르세데스가 이 뮤지컬에는 더 어울리는 것 같다는 결론을...
대신 차지연이 "지킬 & 하이드"의 루시를 하면 정말 딱이겠다는 생각을 잠시 해봤다.
차지연 메르세데스가 너무 자신만만한 여장부처럼 보여서였을까?
그녀는 몬테크리스토도 몬데고도 결국은 선택하지 않고
혼자 꿋꿋하게 잘 살아낼 여자처럼 보였다. (원작처럼...)
<영웅> 이후로 오랫만에 무대에서 본 조휘의 모습 역시도 반가웠다.
조휘의 몬데고는 참 처량하고 절절하더라.
그는 메르세데스에게 끊임없이 사랑을 구하는 여린 남자였고
그 절망을 감추기 위해 일부러 거칠고 강한 사람으로 보여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최민철 몬데고에게서 느끼지 못한 "연민"을
나는 조휘의 몬데고에서 느꼈다.



2층 발코니석에서의 관람은 나에게 잊지 못할 극심한 육체적 고통을 선사했지만
공연 자체는 전체적으로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게다가 무대 스크린과 조명에 감탄케하는 의외의 성과까지 있었다.
확실히 1층 앞좌석에서 보는 스크린과 조명은
전체적인 조망이 가능한 2층에서의 그것과는 다른 평가를 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니버설아트센터 발코니석 관람은 
절대로 절대로 다시 감행하고 싶지는 않다.
(허리 제대로 작살난다...)
 


프랑크 와일드혼의 작품도 그렇지만 배우 류정한의 무대는 내겐 그렇다.
꼭 뒷심을 발휘하게 만든다.
프랑크 와일드 혼이 만드는 작품들은 일단 드라마틱하면서도 격정적인 아름다움이 있다.
OST도 "must listen" 필수 아이템으로 등극하고...
거기에 괴물스럽게 완벽히 배역을 진화시키는 "류정한"이라는 배우가 가세한다면?
이겐 정말 끝장인거다.
솔직히 노래를 너무, 제대로, 끔찍히 아릅답게 부른다.
작품 속 인물에 대한 해석도 너무 탁월하고,
회가 거듭될수록 인물과 배우가 갖는 일체감이라는 게 진화 혹은 성숙의 단계 그 이상이다.

포인트를 똑똑 찍어서 말하는 대사 톤과 호흡 조절은 가히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나는 한 번도 그가 무대 위에서 헉헉대며 숨차 하는 모습을 본 적도, 들은 적도,  느껴본 적도 없습니다.
과감한 액션 히어로가 되어 과거엔 하지 않았던 엄청난 몸쓰기를 보여주는 현재까지도 말이다.
(진심으로 묻고 싶다. 숨을 쉬긴 쉬느냐고...)
부러우면 지는 건데...
차라리 부러운 걸로 끝나면 오히려 다행이다 싶다.
부러움이 파산으로 직결되는 게 이 몹쓸 약쟁이들의 현실인지라...
내가 당글라스도 아닌데
류몬테는 자꾸 나를 파산을 선물한다.
그리고 이건 정말이지 너무나
"공정치 못한 일" 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5. 12. 06:27
원래 예정대로라면
5월 2일 류정한의 몬테크리스토를 다시 보는 거였는데
1박 2일로 함평 나비축제를 다녀오느라
엄기준의 몬테크리스토로 계획이 수정됐다.
몬테크리스토(엄기준)와 아베 파리아(이용근)을 제외하면
다른 캐스팅은 4월 21일과 동일하다.
(차지연 메르세데스는 아무래도 나랑 인연이 없는 모양이다)



배우 엄기준을 무대 위에서 보는 건 정말 오랫만이다.
생각해보니 그의 무대를 본 건 거의가 다 소극장, 중극장이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엄기준"을 이야기할 때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를 빼놓을 수는 없겠다.
엄기준과 조정은의 페어는 아름답고 그리고 아팠다.
그에겐 딱 "베르테르"의 감성이 어울리는 배우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래서 사실은 조금 기대를 했었다.
그가 그토록 좋아하는 <지킬 앤 하이드>의 프랭크 와일드혼 작품 <몬테크리스토>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고 TV 연기자로 변한 그가 어떤 모습으로 변화가 됐을지도 궁금했다.
지금까지 내가 봤던 엄기준의 작품들은...
괜찮았다. 그에게 썩 잘 어울렸었다.
카르멘, 젊베슬, 어쌔신, 그리스. 사랑은 비를 타고...
(쓰고 보니 그의 최근 작품은 거의 못 본 상태다. 그래서 더 궁금했는지도 모르겠다)



깜짝 놀랐다.
엄기준이라는 배우가 이랬었나???
1막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부터 나는 당황스러웠다.
류정한의 첫공때 나는 무대때문에 화가 났었지만
적어도 그 무대에 서 있는 배우때문에 화가 나지는 않았었다.
엄기준의 몬테크리스토는 유니버설아트센터의 소음과 번잡함 만큼이나
어색하고 그리고 확실히 부족했다.
(나는 아마 그도 느끼고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그의 딕션은 때때로 명확하지 않게 뭉겨졌으며 표정은 그로테스크하게 과장됐다.
(무대와 너무 가까이 앉았다고 나는 나 자신을 책망했다. 좀 멀리 앉지 그랬느냐고...)
뮤지컬 넘버들을 너무 힘겹고 부르던 모습과
심지어 고음을 과감하게(?) 뭉턱 짤라내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다 민망했다.
엄기준은 메르세데스(옥주현)에겐 단지 연하남처럼 유약했으며
빌포트(조순창)에게는 당당하지 못한 그야말로 겁먹은 죄인의 모습이었고
스승 파리아(이용근)에게는 제 스스로 아무것도 못하는 찌질이에 불과했다.
엄기준의 단테스라는 인물은 결코 몬테크리스토로 변해 복수를 할 수 있는 위인이 아니다.
이런 느낌이었으니 극이 진행될수록 어리둥절할 수밖에...
(쓰고 보니 내가 다 참담하다...)
원래 엄기준이란 배우가 그랬던가?
나는 자꾸 이 질문을 계속 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에 옥주현은 첫공때보다 확실히 훨씬 더 좋았다.
첫공때는 나는 메르세데스의 감정에 단 한번도 공감할 수 없었는데
두번째에는 그녀의 눈물이 아팠다.
(그렇다고 100% 공감은 아니다)
이날 무대에서 그 누구보다 최고의 모습을 보여줬던 배우는
바로 몬데고 "최민철"이었다.
첫공때 나는 그가 자리를 잡고 있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안타까웠고 그의 방황(?)의 이유가 궁금했었다.
그런데 이번 공연에서는 그가 이 뮤지컬의 주인공처럼 느껴졌다.
1막에서 단테스가 불렀던 복수를 다짐하는 노래(너희에게 선사하는 지옥)의 일부를
2막에서는 몬데고가 부르게 되는데
솔직히 말해서 두 사람의 모습을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관객들의 박수소리도 많이 차이가 났음을 밝히지 않을 수 없겠다.
최민철의 몬데고는 표정과 톤, 그리고 액션도 아주 적절했다.
그가 무대에서 자기 자리를 찾은게 나는 몹시 반가웠다.
(역시 최민철 ^^)



첫공때 조원희의 아베 파리아가 과장이 너무 심하고 코믹해서 못마땅했는데
이용근의 파리아는 더 코믹하더라.
그래도 죽는 장면에서는 눈물이 나긴 했다.
(조원희때는 너무 힘차게 사망하셔서 ^^;;  많이 당황스러웠는데...)
무대 소음은 여전했지만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은 공연이었다.
스크린도 첫공 때처럼 실수도 없었고 어색하지도 않았다.
(첫공때는 단테스가 자루에서 빠져나올 때 화면 전환이 늦었었고
 다른 부분에서도 타이밍이 정확하지 않았었는데...)
결국 문제는,
단테스이자 몬테크리스토였던 "엄기준"이었다는 건데...
오랜 뮤지컬 배우로서의 그의 내공이 아쉬울 따름이다.
그에게 이제부터는 TV 연기자로서의 재능만을 기대해야 하는 건가???
간절히 그의 come back을 외치고 싶다.
"Come back! Mr. Um. Please!"


                                                   2010. 05.04. 몬테크리스토 커튼콜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