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연재 소설'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11.30 <그녀에 대하여> - 요시모토 바나나
  2. 2009.11.04 달동네 책거리 68 : <공무도하>
읽고 끄적 끄적...2010. 11. 30. 05:58
요시모토 바나나,
그녀에게서 태양을 품은 열대 과일 냄새가 났던가?
열대 지방에서만 피는 붉은 바나나 꽃을 너무나 좋아해서
"바나나"라는 필명을 생각해냈다는 그녀.
그녀가 다른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펴냈다.
<그녀에 대하여>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연재됐던 이 소설은
회당 평균 조회수가 12만 회, 총 조회수가 480만 회나 이를 정도였단다.
"요시모토 바나나"라는 브랜드 네임이 갖는 힘도 물론 있었겠지만
오컬트적인 분위기가 사람을 은근히 집요하게 끌어당긴다.
healing story!
사람들 마음 속에는 위로받고 싶어하는 작은 아이가 살고 있다는데
그녀는 그 아이를 끄집어내 평온을 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엄마와 쌍둥이였던 이모,
어느 날 유미코에게 이모의 아들 쇼이치가 찾아와 이모의 유언을 전한다.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친부모가 건 저주를 푸는 건 쉽지 않다며
아들 쇼이치에게 유미코의 힘이 되어 주라고 했단다.
쇼이치를 만나 저주를 푼다면 다시는 유미코가 저주에 걸리지 않게 막아보겠다는 이모의 말.
함께 마녀학교를 나온 엄마와 이모는 서로 절연한 관계였다.
(그런데 정말 마녀학교라는 게 있을까? 어쩐지 요즘엔 있을 거란 생각이 우세하다. 자꾸 그런 책들만 봐서...)
유미코가 어린 아이였을 때
그녀의 엄마는 강령회에서 악령이 씌었다며 남편을 칼로 찌르고 자신도 목을 그어 사망했다.
오랫동안 혼자 남겨졌던 유미코에게 찾아온 사촌 쇼이치.
두 사람은 함께 옛집을 찾아가고
두 사람의 부모가 있었다는 클리닉과
강령회 밤에 유미코의 어머니에 의해 목을 찔리고 살아남은 여자의 집도 방문한다.
Healing road.
이상하다. 요즘은 이런 오컬트적인 소설들을 자꾸 읽게 된다.
연관이 있는 건가?



이모의 산소를 찾아가기로 하고 함께 잠자리에 든 두 사람.
유미코는 함께 한 시간들을 되집다가 드디어 자신의 존재를 깨닫게 된다.
그녀는 말한다.
"쇼이치 미안해. 나 살아 있지 않아, 벌써 예전에 죽었어. 나는 유령이고 이게 전부 네 꿈 속이야"
순간 등골이 오싹했던가!
그러니까 이 모든 이야기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구천을 떠도는 영혼을 달래기 위한 살풀이었다는 말이다.
유미코 역시도 부모처럼 오래 전 그 밤의 강령회 때 엄마의 손에 의해 죽은 사람이었던 거다. 
이모는 죽는 순간까지 내내 조카를 구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가슴에 담겨 있었다.
그래서 아들의 꿈을 통해 이곳도 저곳도 아닌 곳을 떠도는 조카를 불러내 평온을 안겨주고 싶었던 거다.
어쩌면 세상에는 위로받아야 하는 게 꼭 사람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위로받아야 하는 영혼도 분명 있을 거라고...
살아만 있어도 누군가의 꿈 자체인 사람.
모든 부모가 자식에게 갖는 감정이 이런 걸테다.
"나도 누군가의 꿈이고 싶었는데..."
유미코는 누군가의 자리에 차마 부모의 존재를 올려놓지 못해
이렇게 자신도 모르게 헤매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행복만이 모든 일들에 대한 복수라는 말.
행복하다면 과거를 바라보는 것쯤은 전혀 두렵지 않게 되는건가?
차를 놓쳤다면, 그래서 때를 놓친 것 같다면,
가만히 앉아 다음에 올 차를 기다려 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일 수 있겠다.
섬득하면서도 평온했다.
<그녀에 대해서>
나는 그녀에 대해 뭐라고 이야기할까?
그녀가 부러웠다고,
나도 내내 평온을 꿈꿨다고,
살아는 있지만 그녀보다 더 유령같은 때가 훨씬 많았노라고,...

어쩌면 나는 되집어 볼 용기조차 없는지도 모르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11. 4. 09:31
 <공무도하> - 김 훈


공무도하 


제가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김훈의 글들은 단 한 번도 서정적이지 않았죠. 오히려 너무 사실적이었으며, 심하다 싶게 물고 늘어져 집요하다는 생각까지 갖게 만듭니다. 그러면서 아이러니하게도 끔찍스럽게 아름답기까지 합니다.

30년 넘게 기자생활을 했던 사람, 그리고 여행과 자전거를 너무나 좋아하는 사람. 자신의 직업을 작가가 아니라 자전거레이서라고 소개하는 61살의 김 훈.

<밥벌이의 지겨움>, <풍경과 상처> 제가 만난 김훈의 첫 책들입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기행 산문들 <자전거 여행 1, 2>와 <바다의 기별>.

오히려 그의 소설은 뒤늦게 찾아 읽은 셈이네요.

<빗살무늬토기의 추억>, <칼의 노래>, <현의 노래>, <강산무진>, <남한산성>, 그리고 <공무도하>까지...

여전히 연필과 원고지로 글쓰기를 고집하는 너무나 아날로그적인 그가 지난 5월 네이버를 통해 자신의 여섯 번째 소설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이 소식을 접했을 때 저는 적잖은 충격을 받기도 했죠.

그런데 역시나 김훈답네요.

소설을 연재하면서 단 한 번도 댓글을 들여다보지 않았다는 말하는 그.

독자와 작가는 서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름다운 관계라고 그는 말합니다.

연재를 시작하면서 그는 말했습니다.

"약육강식은 모든 먹이의 기본 질서이고 거대한 비극이고 운명이다. 약육강식의 운명이 있고 거기에 저항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운명이 있다. '공무도하가'는 강 건너 피안의 세계로 가자는 것이 아니라 약육강식의 더러운 세상에서 함께 살자는 노래다. 나는 인간 삶의 먹이와 슬픔, 더러움, 비열함, 희망을 쓸 것이다."

이 책, <공무도하>

서정적인 제목과는 다르게 책의 내용은 결코 서정적이지 않습니다.

비굴과 굴욕, 치사와 번잡스런 인간의 이면에 대한 이야기죠.

“사랑아, 강을 건너지 마라”

표지에 쓰여 있는 문장에 속지 말라는 충고 또한 함께 드립니다.

 

公無渡河 (공무도하) : 님아, 저 물을 건너지 마오

公竟渡河 (공경도하) : 임은 그예 물을 건너셨네

墮河而死 (타하이사) : 물에 쓸려 돌아가시니

當奈公河 (당내공하) : 가신님을 어이 할꼬


기억하십니까?

술에 취해 강을 건너다 물에 휩쓸려버린 남편(백수광부)를 바라보며 애절한 노래를 불렸던 백수광부의 처.

학창시절에 이 고대가요를 배웠을 때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왜 백수광부의 처는 남편이 물에 들어가지 못하게 직접 말리지 않고 보고만 있었는지를...

그러나 지금은 알 것 같습니다.

세상엔 말릴 수 있는 것과 말릴 수 없는 게 있다는 걸 말이죠.

이 책 <공무도하>는 이 땅의 숱한 백수광부와 그를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숱한 백수광부의 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인간은 비루하고, 인간은 치사하고, 인간은 던적스럽다. 이것이 인간의 당면문제이다. 시급한 현안문제다.”

장철수라는 소설 속 인물의 입을 통해 발설되는 인간의 모습입니다.

다수의 비루하고 치사하고 던적스러운 인간들이 건넌 물보다 더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

부끄러움도, 죄스러움도, 비밀스러움도 그들과 함께 기꺼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건너갑니다.

동료를 배반하고 풀려남으로써 고향 창야를 등지게 된 운동권 출신 장철수, 소방서 인명구조 특공조장 박옥출은 백화점 화재현장에서 4억 5천 만원 상당의 귀금속을 들고 나와 장물로 팔아넘깁니다, 치매기 있는 외할머니와 함께 비닐하우스에 버려지듯 살던 아들, 그 아들이 친구처럼 키우던 개에 물려 사망한 사건을 뉴스로 보고 세상으로부터 숨어버린 어미 오금자, 본처가 있는 줄 모르고 속아 결혼한 남편으로부터 도망친 베트남 여성 후에. 물막이 공사 크레인에 깔려 사망한 딸의 보상금을 몰래 수령하고 사라진 아비 방천석...

숱한 백수광부들은 지금 “해망(海”望)이라는 도시에 모여 있습니다.

바다(물)를 바라본다는 뜻의 해망!

그래서 이 책의 곳곳에는 “바라봄”이라는 그 아득함과 노곤함, 그리고 무력감이 오랜 상처처럼 담겨있습니다.

그리고 그들 백수광부를 바라보는 백수광부의 처 문정수, 노목희.

일간지 사회부 기자 문정수가 노목희를 찾아오는 밤이면 그는 추적할 수도 없고 전할 수도 없는 숱한 백수광부들의 세상을 노목희에게 말합니다.

노목희는 그를 다독이며 진심으로 답합니다.

“냅둬... 제발 좀 그냥 냅둬!”

그래요, 어쩌면 진실을 폭로할 자신이 없다면 우리 모두 백수광부의 처가 되어 그저 손끝으로만, 애타는 심정으로만 물을 건너는 남편을 말릴 수밖에 없을 테죠.

그리고 우리가 건너야 하는 게 어디 물 뿐이겠습니까!

물보다 더 한 것들을 건너고, 물보다 더 한 것들을 건너는 사람을 이편에서 그저 보고 있기만 해야 하는...

그래서 인간이란 존재가 이렇게 비루하고 던적스럽고 소란스러운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을 읽고 있으면 어쩔 수 없이 적나라하게 겹쳐지는 우리네 현실과 만나야 합니다.

새만금 간척사업, 매향리 미군폭격훈련장, 의정부 미순∙효선 사건, 동남아시아 여성 상대의 국제결혼, 가족의 해체와 남겨진 아이의 버려짐. 그리고 업무상 배임, 불법 장기매매와 투기, 정부주도의 독점사업에 이르기까지...

벌거벗겨진 우리의 현실을 그대로 들여다 봐야하는 부끄러움과 민망함도 있습니다.

“증발과 해체는 숨막혔고 스산했다.”

이 문장에 저는 그만 턱하고 숨이 막혔습니다.

어쩌면 누군가에겐 이 모든 게 하찮은 소리로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알까요?

그 하찮은 소리가 너무나 유혹적이라는 사실을요.

그런 이유로 비록 하찮을지라도 쓸데없는 일이 되버리는 건 결코 아니라는 걸 말이죠.

작가 김훈은 고백은 그래서 차라리 속이 시원해지기까지 합니다.

“나는 나와 이 세계 사이에 얽힌 모든 관계를 혐오한다.

 나는 그 관계의 윤리성과 필연성을 불신한다.

 나는 맑게 소외된 자리로 가서, 거기로 새로 태어나든지 망하든지 해야 한다......

 나는 왜 이러한가. 이번 일을 하면서 심한 자기혐오에 시달렸다.

 쓰기를 마치고 뒤돌아보니, 처음의 그 자리다...“


이 책 <공무도하>

강을 건너가지도 못하고 물가에 선 사람에게 재차 묻습니다.

이제 어찌 할지를 말이죠...

김 훈,

그의 글은 때로는 너무 정직해서 오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무딘 칼끝을 가지고도 그는 예리한 상처를 남길 줄 아네요.

벌려진 상처를 바라보는 또 다른 백수광부의 처가 지금 여기 오도카니 남아있습니다.


* 11월부터 그가 다시 새로운 글을 쓸거라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아예 대놓고 공표했습니다.

  “독자들이 바라는 희망이나 위안은 아주 인색하게 주고,

   독자를 고문하고 들들볶아 극한까지 고통을 주는 글을 쓰고 싶다”고...

  고문관이 되어 돌아올 그가 문득 궁금해집니다.

  극한의 고통...

  그 길을 기꺼이 동참하겠노라 저 또한 대놓고 말하렵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