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11. 1. 21. 06:35
본인이야 조심스럽게 그리고 한자 한자 정성을 다해 써내려갔겠지만
내가 볼 때는 그냥 유명한 연예인의 집이다.
솔직히 부럽다느니, 나중에 이렇게 살아야겠다느니 하는 생각보다는
현실감없고 괴리감 많은 드라마 속 주인공의 삶같다.
일반적으로 나같은 평범한 월급장이들은
침대 하나를 주문해서 이태리 장인이(시크릿 가든도 아니고...) 만들어서 보내올 때까지
8개월 넘게 기다리지도 못하거니와
현관문을 바꾸기 위해 도 몇 달을 기다릴 여력도 없다.
시간도 시간이겠지만 제일 중요한 건 경제적 능력이 없다는 사실이다.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혼자 당황했던 부분들이 상당했다.
가령 이런 부분들.
"아이  물건을 사기 좋은 곳은 일본, 다양한 음반을 살 수 잇는 곳은 런던과 파리,
 옷이나 구두는 뉴욕, 빈티지 제품은 런던이다."
이런 자세한 설명을 읽으면서 이 곳을 모두 다녀오는 사람이 평범한 사람 중에 얼마나 될까 생각했다.
여자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어야 할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라는 표현에는 민망해지기까지 하다.
그러면서 다행이다 싶었다.
사람이 아니라 여자라고 표현해서...
까닥했다간 사람도 아닐 수 있었는데 암튼 지금은 여자만 아니면 되는 거니까...



남편 김승우, 두 아이과 집에 대한 애정과 사랑은 일반적인 엄마들과 다르지 않다.
라희, 찬희에 대한 좀 과하다 싶을 정도의 관심과 걱정은
아마도 그녀가 연예인이기 때문에 좀 더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도시적이고 스타일리시하기로 유명한 그녀의 개인적인 패션 아이템들은
소위 듣도 보도 못한 것들이 천지였다.
(이건 내가 그쪽으로 완전히 문외한이라 솔직히 내세울 건 아니다)
일반인이 프라다의 카디건을 그것도 여러벌 가지고 있는 확률이 얼마나 될 것이며
베라왕 웨딩드레스를 입어볼 확률이 얼마나 될 것인가!
외국에 나가 상들리에를 10개 사올 사람은 또 얼마나 될까?
"김남주가 즐거 찾는 숍"이라는 마지막 부분은 개인적으론 별천지에 가깝다.
살면서 지금까지 청담동이라는 곳을 한 번도 가본 적조차 없는 나로서는
음... 좀... 낯설어서...
그녀가 저렴하다고 표현할 때는
그 "저렴"이 내가 생각하는 "저렴"과는 천지차이일 것 같아 슬쩍 겁이 나기도 했다.
꼭 물건을 구입하지 않더라도
안목을 키우기 위해서 이런 곳들을 다녀보는 게 좋다고 하는데
안타깝게도 나는 아직까지 그런 여력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어쩌면 게으른 변명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김남주의 집>은
그래서 내겐 <연예인의 집>일 뿐이다.
사람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꿈꿀까?
역전의 여왕이 되길?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0. 2. 18. 06:06
특별한 생각을 가지고 손에 잡은 책은 아니었다.
그냥 도서관에 새 책으로 들어와서 습관처럼 대출했던 책이다.
그녀... 임상아.
내 기억 속에 그녀는
이디오피아 난민을 연상시키는 깡마른 몸피에
흔한 말로 쥐 잡아 먹은 듯한 빨간 입술을 하고
손발이 오그라드는 연기를 하는 텔렌트였다.
그리고 몇 장의 앨범을 낸 가수이기도 하고
(그녀의 "뮤지컬"이란 노래는 그래도 노래방에서 제법 많이 불렀더랬다)



그녀가 어느 날 갑자기 한국에서 사라졌다.
그래도 어느 정도는 인기 연예인에 속했던 그녀가 어느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다고 했다.
솔직히 돈이 좀 쓰고 싶었나보다 생각했다.
손발이 오그라드는 연기로도, 엉성한 립싱크로도 돈이 꽤나 벌렸나 생각했었다.
돈 떨어지면 늘 그랬듯이 화려한 컴백을 하겠거니 했다.
(그때까지 잊혀지지 말고 모질게 기억 속에 살아 있어야 하겠지만...)



그녀의 책을 읽으며 나는 그녀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녀가... 참 치열했음을 그리고 용감했음을 인정하게 된다.
스스로 미국으로 떠나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건,
3집 앨범 작업을 막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였단다.
힘든 시간이었고, 망설여지는 것들이, 발목을 잡는 것들이 너무나 많았었단다.
그래도 그녀는 미련 없이 모든 것을 접기로 결정했단다.
그리고 자본주의의 심장 뉴욕, 그곳에서
성공하겠다는 새로운 다짐을 시작했단다.



10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그녀는 뉴욕에서 그녀 이름을 딴 브랜드 "SANG A"를 성공적으로 런칭한
주목받는 디자이너가 되어 있다.
그녀가 만드는 특피 핸드백(exotic handbag) 고객들 중에는 
헐리웃의 유명인사들이 많다는 소식도 오래 전에 들었었다.
질투심에라도 그녀를 깎아내리고 싶었지만
그녀의 치열함에 내 질투심은 길을 잃고 만다.



욕심 / 그리움 / 행복 / 뉴욕
4개의 카테고리로 꾸며진 책은 진솔하고 그리고 따뜻하다.
때로는 알맞게 불은 구수한 누룽지 숭늉을 마시는 느낌이고
때로는 낯선 이국의 자극적인 맛에 침샘이 온통 자극되는 느낌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이렇게 써 내려갈 수 있는 그녀가 나는 많이 부럽다.

<이기자>

이 아픈 가슴을 이기자
이 용서할 수 없는 마음을 이기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이 나약함을 이기자
나 자신을 불쌍히 여기는 쓸데없이 흘러나오는 눈물을 이기자
아무것도 싫다. 하루만 쉬자.
그런 마음을 이기자
강하게, 더욱 강하게,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 아픈 가슴을 다스린다.
이렇게 다친 마음을 다스린다.
그렇게......
나를 이긴다.



<칭찬>

난 칭찬을 아낀다.
나 자신에겐 더더둑 그렇다.
미국 생활을 하며 더욱더 그렇게 됐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 사람들은 칭찬이 온몸에,
입한 가득 배어 있다.
어딜 가도 항상, 누구를 만나도 늘......
축하한다, 대단하다, 훌륭하다, 걱정 마라, 잘하고 있다......
어느 땐 고맙고, 어느 땐 혼란스럽고, 어느 땐 화가 난다.
아닌 건 아니다, 이렇게 했어애 했다,
앞으로 이렇게 해보는 것은 어떠냐고
비판해주는 것을 기다릴 때도 많기 때문이다.
무엇이 잘못 되었었는지,
다음 번 제도전에 발판이 될 피드백을 받아내는 일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열에 아홉은 늘 잘한다,
잘하고 있다, 지금 하는 대로만 하라고 말한다.
그냥......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그런 충고가 어쩔 땐 아주 고맙지 않다.
진심 없는, 건성으로 던지는 말로
들릴 때도 있기 때문이다.

<감잡기>

감이 '딱' 오는, '똑' 떨어지는 컬렉션을 깔끔하게 뽑아내는 '감'.
컬렉션이 '꼭' 맞아 떨어질 숍들을 꿰뚫고 있는 '감'.
기자들이 무엇을 늘 갈망하고, 갖고 싶어 하는지,
멋들어지는 기삿거리를 제공해주는 기자들을 나의 팬으로 사로잡는 '감'.
내 디자인을 사랑하고 아껴줄 "SANG A WOMEN'이 누군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들의 절친이 될 수 잇는 '감'.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감은
늘 한 치 앞서 크게 보고 크게 생각할 수 있는 지혜로운 '감'이다.


이런 글들을 쓸 수 있는 그녀.
그녀는 정말 "감" 있는 디자이너가 될 수밖에는 도저히 없었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10. 1. 4. 05:45
 <노서아 가비> - 김탁환 

 
노서아 가비: 사랑보다 지독하다


유난히 추운 날씨와 어머어마한 폭설이 계속 이어지고 있네요.

뭐가 됐든 따뜻한 OO거리가 절실해지는 그런 날씨죠.

따뜻한 방에서 따뜻한 먹거리를 놓고 따뜻한 이야기를 듣거나 아니라면 차선책으로 따뜻한 책을 읽으면 딱 좋겠다는 생각, 그다지 신빙성은 없으나 왠지 그럴싸하게 들리는 그런 이야기들 말이죠.

몇 년 전 베스트셀러가 됐던 파리의 조선 궁녀 이야기 <리심>을 기억하시나요?

오늘은 신비로운 조선의 궁녀 리심을 이야기 속에서 재창조했던 팩션소설가 김탁환의 따뜻하고 재미난 책 <노서아 가비>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진하거나 혹은 달콤한 한 잔의 커피를 준비한다면 금상첨화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야기 디자이너 김탁환, 그가 커피 디자이너인 조선 최초의 여자 바리스타를 <노서아 가비>에서 창조해냈습니다.

잠깐 소설가 김탁환에 대해 소개하자면 직장인처럼, 심지어는 고시공부하듯 글을 쓰고 책을 읽는 사람으로 유명하죠.

매일 무슨 일이 있어도 원고지 50매 분량의 글을 그것도 꼭 아침에 쓰기 시작하는 사람입니다. 그는 소설은 머리가 아니라 손으로 쓰는 것이라고 종종 말하기도 하죠. 스스로 소설 노동자라고 자신을 소개하기도 합니다.

10년 동안 40여권의 책을 쓴 작가 김탁환!

그는 글씨기도 습관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일생일대의 대작을 꿈꾸며 열심히 숫돌에 칼날을 가는 게 아니라면 다작을 하는 게 소설가로서의 본분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다작의 소설 노동자 김탁환의 글들은 거기다 재미까지 상당합니다. 박진감도 넘치고 재기발랄하고 무엇보다도 상상력이 풍부하죠.

그야말로 “이야기꾼”입니다.

그런 그가 <노서아 가비>에서는 경쾌한 여자 사기꾼을 등장시켜 유괘 상쾌 통괘한 사기극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노서아 가비>의 시작은 그러니까 황현의 <매천야록>에 있는 기록에서부터입니다.

고종황제의 아관파천 시절 엄청난 부와 권력을 움켜쥐고 있다가(그렇다면 그가 어느 쪽 사람인지 감은 잡히시겠죠?) 몰락한, 그 몰락을 견디지 못해 실제로 왕이 마시는 노서아 가비에 치사량의 아편을 넣은 김홍륙이란 사내에 대한 기록.

이 실제 사건이 소설 <노서아 가비>가 태어나게 된 배경이라고 할 수 있죠.

실제로 고종황제는 아관파천 당시 러시아 커피(노서아 가비)를 처음 접하게 됐고 그 이후로 엄청난 커피 마니아가 됐다고 합니다. 그 덕에 불면의 시간들을 견뎌내야 했지만 사실 그 당시에 고종에게 숙면의 희망은 아무래도 요원한 일이긴 했을 겁니다.

명성황후를 시해한 일본 낭인의 야만의 칼날을 피해 제 나라에서 이국의 공사관에 몸을 의탁하는 신세가 되어버린 고종, 그 처지를 생각하면 커피로 인해 불면이 됐노라 말해야 그나마 덜 비참하지 않았을까 혼자 처량한 상상마저도 하게 됩니다.

고종의 러시아 공사관 피접 시절 그가 마실 러시아 커피를 내리던 여성 바리스타 따냐!

역관의 집안에서 태어나 러시아어와 전각(篆刻) 기술에 능했던 따냐(최월향=안나).

그녀 나이 19세, 그녀의 가족은 청나라 연행길 수행 역관이었던 아비가 천자의 하사품을 가로채 달아나다 불의의 죽음을 당했다는 전갈을 듣습니다.

외동딸이 노비가 되는 걸 막기 위해 그 어미는 청나라로 딸을 피신시키죠.

이제부터 최역관의 딸 최월향이 따냐로서의 삶이 시작됩니다.

혹한의 땅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녀가 선택한 생존 방법은 “사기”였습니다.

조선인 사내 이반(=김역관=김종식=정도령)과 함께 유럽의 귀족들에게 러시아 숲을 팔아치우는 사기로 돈을 벌던 따냐는 어느 날 모스크바에서 열린 러시아 황제 니꼴라이 2세의 대관식에 통역관으로 위장해 참석하게 됩니다.

그곳에서 조선 사신들(민영환)이 러시아 귀족들에게 치욕을 당하는 걸 모면하게 해 주죠.

어쨌든 그게 인연이 되어 조선으로 되돌아온 그들은 한 명은 역관으로, 한 명은 바리스타로 러시아 공사관, 고종의 곁에 들어가게 됩니다.


혹시 “사기꾼의 철칙”을 아시나요?

“...... 사기꾼은 진실해서는 아니 되고 정직해서는 아니 되며 일이 끝난 후 같은 곳에 머물러서도 아니 된다. 쓸모가 없으면 사람이든 물건이든 버려야 한다. 이것이 항상 바람처럼 가볍게 움직여야 하는 사기꾼들의 철칙이다 ......”

이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던 따냐는 이반에게서 “국상”이라는 두 글자를 들었을 때, 이미 이반과 자신의 게임이 시작된 것을 알게 됩니다. 따냐는 뱃속에 이반의 아이가 자라고 있다 하더라도 쓸모가 없으면 사람이든 물건이든 버려야 하는 것이 사기꾼의 삶이기에 고종 황제의 독살함으로써 조선 전체를 러시아에 팔아넘기려고 했던 이반의 마지막 대박 계획을 수포로 만들어 버리죠.

따냐의 이런 행동은 아비를 죽게 한 이반에 대한 복수심에서 비롯된 것도, 고종과 조선이라는 조국을 위한 충성심에서 비롯된 것도 아닙니다. 그 이유는 자신 역시도 어쩔 수 없는 사기꾼이기 때문이라고 말하죠.

여러 가지 경우의 수 중에서 그 어느 인정에도 기울지 않고 정확히 사기꾼의 논리에 따르는 것, 그것이 거대한 협잡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사기꾼의 자세라며 그녀는 마지막 말을 남깁니다.

"아이는 아이고 사기는 사기죠."


고종은 천신만고 끝에 드디어 꿈에 그리던 경웅궁으로 환궁을 하게 되고 따냐에게 계속 자신의 커피를 준비해 줄 것을 부탁합니다. 그러나 그녀는 또 유쾌하게 고종의 제안을 거절하죠.(참 쿨하기도 하시지!!)

따냐를 향한 사랑만은 진심이었노라 말하는 이반은 결국 수레에 사지가 묶여 찢기는 거열형을 당하게 되고 그렇게 조선인 최초 여자 바리스타 따냐는 다시 조선을 떠납니다.

러시아를 거쳐 뉴욕에 정착한 따냐는 “따냐의 문학까페”를 열고 새로운 삶을 시작합니다.

어쩐지 전 이 부분에서 혼자 유쾌하게 웃고 말았습니다.

해가 지지 않는 백야의 땅, 그 광활한 러시아를 무대로 유럽 귀족들에게 30여개의 숲을 팔아치웠던 은여우 따냐가 이제야 최고경지인 무림고수들만의 사기의 세계로 발을 들어놓은 것 같아서 말이죠.

모든 문학은 일종의 “사기 행각”과 다름이 없기에...

새로운 세상에서 펼쳐질 조선 바리스타 따냐의 뉴욕 사기극이 이제 막 시작될 것 같아 왠지  어설픈 상상력을 동원하게 됩니다.

“책”이란 깊고 깊은 타짜의 세계, 그 세계가 매번 제게 중독과 금단현상을 반복하게 만드니 아무래도 참 고약하긴 합니다.

그래도 <노사아 가비>를 읽는 동안은 전적으로 유쾌하고 즐거웠노라 고백할 수밖에는 없네요.

어떠세요?

희대의 개화기 사기극 한 편!

유쾌 상쾌 통쾌하게 시작하는 한 해도 그리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따뜻하고 달콤한 커피 한 모금을 입 안에 담고, 한 손에는 진하고 독한 러시아 커피(노서아 커피) 한 잔을 펼쳐보는 풍미.

이제 두 향기를 혼합시키는 바리스타의 마지막 브랜딩 작업은 오롯이 당신의 몫으로 남아 있습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