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08.16 <강남몽> - 황석영
  2. 2009.02.25 달동네 책거리 31 : <헝그리 플래닛>
읽고 끄적 끄적...2010. 8. 16. 06:44

예전에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구 문예회관)에서 공연을 기다리다
노천카페에서 황석영씨가 인터뷰하는 모습을 봤었다.
신간이 나오나 보다 생각했는데 그 책이 바로 이 책 <감남몽>이었던 듯.
사진 촬영을 하고 있는 황석영씨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가슴이 두근거렸는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작가라서)
그때 놀랐던 건 황석영씨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는 거였다.
뭔가 촬영을 하는 것 같긴 한데 저 늙은 아저씨는 누구지? 하는 얼굴로 쓱 지나치면서 가더라.
나는 그 옆에서 한참을 두근거리며 부끄럽게 바라보고 있었는데...
황.석.영.
처음 알게 된 건 초등학교 때 오빠가 가지고 있는 책을 통해서였다.
북한을 다녀와서 쓴 책인 것 같은데 제목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 사람 빨갱인가?" 어린 마음에 그렇게 생각하기도 했었는데...
책의 내용은 무지 어려웠지만 건성으로 읽으면서도 왠지 대단한 사람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뭘 좀 알게 된 뒤로는 그의 책은 정말 열심히 찾아서 봤다.
얼마전에는 프랑스 르몽드지가 그의 소설 <심청>을 여름 휴가지에서 읽어야 할 문학도서 1위로 꼽기도 했다.
한국이 아니라 프랑스에서 말이다.



최인훈와 함께 노벨문학상 후보로 자주 거론되는 작가 황석영.
황석영이 그 부분에 대해서 언급한 적이 있는데 참 재미있고 통쾌해서 그대로 옮겨본다.
"내가 관심 없다고 열 번 넘게 얘기했어요. 노벨문학상이 월드컵도 아니고, 100미터 달리기도 아니고…. 내가 무슨 행동을 하면 노벨상 받으려고 그런다고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해서 짜증이 나요. 노벨상은 서구에서도 가치가 움퍽질퍽하잖아요. 동양문화나 동양문학에 대한 오해도 있어요. 이건 농담입니다만, 만약 주면 멋있게 거절 한번 해볼까요? 아니, 이런 말도 오해를 불러일으킬라. 나에게는 독자가 사랑해주는 것이 가장 큰 상이에요."
1943년 만주 창춘(長春)에서 태어난 황석영은 해방 후 평양을 거쳐 월남, 영등포에 정착한다.
경복고를 자퇴하고 1962년 '사상계'에 단편 <입석부근>을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해병대에 입대해 2년간 베트남전에도 참전했고(1967~1969년),
해남·광주에서 현장문화운동을 하다가 광주항쟁을 겪고 그 진상을 세상에 알리는 활동도 했다. 
1989년에는 조선문학예술총동맹 초청으로 방북,
그 사건으로 5년 동안 베를린, 뉴욕 등지에서 망명생활을 했다.
(내가 초등학교때 멋모르고 읽었던 책이 이 사건과 관계된 책이었다)
1998년 귀국해 5년간 복역하기도 했다.
황석영을 떠올리면 파란만장하기도 하고, 대담한 청춘이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얼마전에는 강호동의 "무릎팍도사"에 출연해 입담을 자랑하기도 했었다.
주변에서는 주책이라고 말렸단다.
지금 그는 트위터의 세계에 빠져있기도 하니 확실히 나보다 청춘인 건 분명하다.
(이 책 <강남몽>도 인터넷 연재소설이고...)
그는 당신의 일련의 활동(?)들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작가가 세대장벽을 부수고 사회적 금기를 깨뜨려야 문화의 숨통이 트입니다." 라고...



"이 소설을 정의한다면 한마디로 우리의 욕망입니다."
소설 <강남몽>의 내용 80%는 거의 사실이라는데 실제 읽고 있으면 다큐나 역사서를 보는 것 같다.
그래서 일부러 문체도 딱딱 끊어서 썼단다.
<강남몽>은 1995년 6월 강남의 상품백화점 붕괴사건을 소재로 쓰여졌다.
(소설에서는 상품백화점이 대성백화점으로 나온다)
1,500여명의 사상자를 냈던 삼품백화점 사건은 당시에 모든 뉴스를 도배했었다.
멀쩡하던 건물이 한 순간에 폭싹 무너져내리던 참상을 목격하면서
분노하기에 앞서 어이없기까지 했었다.
저런 일들이 현실에서 가능하다는 게 도무지 믿기지 않았었다.
(그 일 년 전에는 성수대교가 붕괴되면서 꽃같은 학생들의 희생을 목격했었는데...)
그런데 그 참혹의 현장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있었다.
기적같은 사람들이 그래, 있,었,다.
그 기적같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책은 그 사건이 일어난 이후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 사건이 일어나기 전, 한국의 근대사를 이야기하고 있다.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강남을 중심으로 "몽(夢)"을 쫒아 부나방처럼 달려드는 인간 군상들.
그 안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인간의 욕망과 치부들을 들여다보는 건
추잡하고 아픈 시간이었다.
한국의 근대사를 이렇게 노골적이고 정직하게 쓸 수 있다니 놀라울 뿐이다.
처음에 제목만 들었을 때 황석영의 글쓰기가 좀 달라졌나 싶었는데  
역시 황석영의 소설이다.
그리고 황석영이기에 쓸 수 있는 그런 역사이기도 하다.

1장 백화점이 무너지다
2장 생존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3장 길 가는 데 땅이 있다
4장 개와 늑대의 시간
5장 여기 사람 있어요 


화류계 마담에서 재벌의 후처가 되었다가 무너진 백화점에 깔리는 박선녀(1장),
일본군 밀정과 해방 후 미군 정보요원을 거쳐 얻은 권력과 정보로 강남의 대형 백화점 회장이 되는 김진(2장),
강남 부동산 사업가 심남수(3장),
강남 폭력조직 두목 홍양태와 강은촌(4장),
백화점 지하 매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임정아(5장).
각 장의 주인공의 이야기는 강남 개발과 한국 자본주의 근대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실제 일물들(김구, 박정희, 김재규)을 그대도 쓴 부분에서는 역사 속의 진실을
이름을 한 글자씩 바꾼 인물들의 모습에선 묘한 비꼼과 폭로가 담겨져 속이 다 시원해진다.
깡패 홍양태 - 조양은, 강은촌 - 김태촌,
80년대 사채시장의 큰손 이희철 - 이철희, 장영숙 - 장영자,
특무대장 김창수 - 김창룡...
이들이 개인적인 욕심과 이기심으로 시작된 게 정말 "강남몽"은 아니었을까?



황석영이 서술해낸 "강남형성사"는
허구가 아닌 사실이기에 더 긴장감있고 생생하다.
그의 말대로 마치 "꼭두각시놀음"을 떠올리게 한다.

..... 꼭두각시 인형 같은 캐릭터들이 남한사회의 욕망과 운명이라는 그물망 속에서 서로 얽혀서 돌아가고
그러면서 모르는 사이에 역사가 드러나게 하면 어떨까.
나는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이 차례로 무너지던 1995년 무렵을 일단 정치적으로는 형식적 민주주의 시대의 출발로, 경제적으로는 개발독재가 종언을 고하면서 한국 자본주의가 스스로 재생산구조를 갖추게 되는 시기로, 그리고 문화적으로는 사회변혁에 대한 열정으로 지식인의 머릿속에서만 형성되어온 민중이 걷잡을 수 없는 소비사회의 적나라한 대중으로 휩쓸려들면서 욕망이 얽혀가는 시대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소설은 바로 그즈음에서 시작하여 거꾸로 현재의 삶을 규정하는 최초의 출발점을 향하여 거슬러올라간다  ......


그러면서 여기서 벌어지고 있는 사람살이가 어쩌면 꿈과 같이 덧없는 가상의 현실이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강남몽(夢)"이라고 제목을 정했다고 한다,
이 사건이, 아니 이 모든 근대사가
우리에겐 정말 몽환이고 꿈이었을까?
쓰는 사람의 어깨도 묵직했겠지만 읽는 사람의 어깨 역시나 묵직해지는 글이다.
그래, 삼풍백화점 사건은
탐욕과 욕망이 만들어낸 근대사로 비롯된
뼈아픈 상처이자 역사임에 분명하다.
무너진 건 단지 건물 뿐이 아니었다...
어쩌면 아직도 균열이 멈추지 않아 또 다시 무너지게 될지도...
붕괴 속에 우리는 이제 무엇을 묻게 될까?
그리고 누가 또 다시 살아 남아 돌아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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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황석영은 이 책을 사회의 중추인 넥타이 부대들이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는 더 많은 사람들이 필독서로 읽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인다.
우리의 근대사를 되집으며 현대사를, 미래사를 조금이라도 생각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근대사를 마친 황석영은 지금 다른 이야기를 또 구상중이란다.
그의 말에 의하면 예술성 짙은 경장편을 쓰려고 한단다.
<강남몽>과 함께 오래 구상해온 영등포 이야기인 <철도원삼대>라는 제목의 소설도 쓸 예정이고..
개인적인 욕심이긴 하지만
두 작품 모두 빨리 만나볼 수 있다면 좋겠다.
그의 소설은 내겐 또 하나의 개안(開眼)이기에...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2. 25. 06:42
 <헝그리 플래닛> - 피터 멘젤 & 페이스 달뤼시오


 헝그리 플래닛



오늘은 좀 특이하고 대단한 책을 한권 소개해 보려구요.

처음 도서관에서 이 책을 손에 잡았을 땐 먹거리를 소재로 한 여행집의 일종인가 하고 생각했더랬습니다. 책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사진들도 그렇고...

궁금할 때가 있쟎아요.

도대체 다른 사람들은 뭘 먹고 살까? 아니면 다른 나라 사람들도 이런 걸 먹을까?

분명 이 책도 처음 출발은 그러했으리라 생각됩니다.

사진작가인 남편과 TV 뉴스 프로듀서 출신인 작가 아내(그래서인지 이 책은 다분히 다큐멘터리적인 요소가 짙습니다)는 전 세계 24개국을 돌면서 총 30가족을 만나 가족 구성원들이 일주일 동안 소비하는 식품과 그들의 일상을 글과 사진으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일주일치의 먹거리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세계 각국의 가정을 보면서 어쩌면 첫 페이이지에선 저처럼 군침을 흘리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한 페이지씩을 넘기다 보면 엄청난 먹거리 가치의 차이, 그리고 음식의 대량 유통의 폭력과 그에 수반되는 위험과 장애 요소를, 그리고 광범위한 인류와 환경의 파괴 등 먹는다는 의미 하나에서 파생되는 수많은 문제들을 만나게 될 겁니다.

어쩌면 “먹는다”는 행위 자체가 공포나 재앙처럼 다가올지도 모르겠네요.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 욕구에서 시작된 “음식”은 <부족>의 단계를 이미 오래 전에 지나쳐 이제는 <과잉>을 너머 <폭발>의 단계에까지 와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부족>이라는 용어 자체도 사치로 여겨질 만큼 <결핍>과 <기아>로 허덕이며 생명의 위협을 받는 사람들 또한 분명 있습니다.

누군가는 당뇨, 비만 등 과잉 섭취로 인해 목숨의 위협을 받고, 누군가는 물 한방울의 허기조차도 채우지 못하고 죽어가기도 하는 엄청난 재앙의 양분화가 지금 세계에선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죠.

불을 사용하면서 인간이 진화가 됐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일 때지만, 생식 문화에서 화식문화로 넘어오면서 인간의 식생활은 발전함과 동시에 또한 엄청난 속도로 파괴되기 시작했습니다. 거기에 냉장고라는 꿈의 기계 발명으로 음식 보관에 대한 형태가 바뀌면서 저장에 대한 욕구가 인류의 또 다른 소유욕을 부추기게 됐겠죠.

지금은 정크 푸드라고 해서 기피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긴 하지만 페스트 푸드가 기여한 식생활 개선(?)의 효과도 여기에 지대한 몫을 담당합니다. 여기에 대형 마켓 체인점에 의해 공급되는 가공 식품들의 활약을 무시하면 아마도 그들이 많이 서운해 하겠죠?

(써 놓고 보니 정말 전쟁터 아닙니까?)


호주, 영국, 미국의 일주일치 먹거리 사진과 부탄, 차드, 과테말라의 일주일치 먹거리의 사진은 과히 충격적이기까지 합니다.

누군가의 일주일치 먹거리는 다른 누군가의 1년분 먹거리에 해당한다는 사실.

거기에 가족 구성원의 비율까지 계산한다면 그 차이는 정말 어마어마했습니다.

누군가 하루 6캔의 코카콜라를 비울 때, 누군가는 아침마다 몇 km를 걸어 겨우 한 동이의 물을 그야말로 구해옵니다. 10살 남짓한 여자아이가 뜨거운 모랫길을 물동이의 그늘에 의지해 돌아오겠죠.

아마도 제 생각이지만 그 아이는 돌아오는 내내 물 한번 마시지 못하고 그대로 머리에 이고 오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 물은 낟알의 형태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곡물을 죽으로 끓여 온 가족이 둘러 앉아 한 국자씩 먹어야 하는 그 물이니까요.


이 책에선 현대인의 식생활에 대한 문제점도 제시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인도네시아의 오지에서 최소한의 영양조차 섭취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상인들이 들여온 라면을 생으로 씹어 먹는 데서 충격을 받고 이 책을 집필하게 됐다고 책머리에 밝히고 있습니다.(그것도 외부세계와 거의 단절됐다고 생각된 곳에서요....)

왜 이 같은 가공식품들이 세계를 지배하게 됐는지, 이를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우려, 그리고 그것들에 의한 폐해의 정도까지 이 책은 읽어갈수록 많은 다른 것들을 생각할 수밖에 없게 만듭니다.

소위 선진국이라고 말하는 나라일수록 가공식품과 탄산음료, 육류의 소비가 엄청나게 많고 그런 곳은 여지없이 비만과 당뇨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로 인한 다이어트 비용 또한 엄청난 경제 지출을 차지하고 있고요.

실제로 이 책에 참가한 선진국 가족은 본인들의 일주일치 먹거리 사진들을 직접 보고 식생활을 돌아보며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사진들이 현재의 자신들의 식생활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버려지는 음식에 대한 심각성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습니다.

남긴 음식을 포장해 가는 방법이요?

물론 다행이고 좋은 방법이죠. 그러나 그걸로 정말 끝이 날까요?

그 음식을 담았던 일회용 포장 용기들은 어떻게 할까요?

이렇게 하나하나를 따져 가다보면  정말 이 이야기는 끝이 없습니다.

인류가 끝이 나야 끝나는 이야기겠죠.


저자는 한국 독자를 위해 작성한 서문에서 우리나라의 식생활에 대해서도 언급합니다.

“한국은 다른 선진국들이 빠진 나쁜 식생활의 늪으로 빠지지 않았고, 전통 한식을 고수해 올 수 있어서 여러분은 행운”이라고요.

어쩌면 아직까지는 그야말로 행운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행운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누구도 모르는 일 아닌 가요!!!

우리나라도 과잉 섭취로 인한 비만, 당뇨 인구가 해마다 엄청난 숫자로 증가하고 있고, 세계 온갖 페스트 푸드들이 그들의 정크 푸드들을 앞다퉈 한국에 들어오기 위해 그야말로 총공격을 다 있습니다.

음식물에 의해 야기된 3차 대전이죠.

이런 음식의 폭격 앞에 초토화 되지 않을 자신,

정말 우리는 있는 걸까요?


* 참고로 이 책에는 모두 6편의 에세이가 중간중간 들어 있습니다.

저자들 외의 사람들이 쓴 글이죠.

이 글들을 주의 깊게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먹거리에 대한 많은 생각거리들을 주는 글들이니까요.

“광우병 소”에 대한 파문으로 저 또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과 걱정이 어쩔 수 없이 높아졌습니다. 그리고 식습관에 대한 반성도 많이 하게 됐구요.

고백하자면, 저는 먹는 즐거움보다는 담는 즐거움에 번번이 패배하거든요.

그래서 늘 잔반을 너무 많이 남겼습니다.

지금은 많이 고치고 있고 그리고 일단 담은 음식은 다 먹으려고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혹 식당에서 누군가 담는 즐거움에 이성을 잃고 있다면 여러분들께서 부디 강력한 브레이크를 걸어주시길....(가령 집게를 제 손에서 살짝 제거해 주시던지, 아니면 그 사람의 귀에다 “그만!” 이라고 단호한 일침을 가해주시던지....)

좀 창피한 고백이지만 정말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였습니다... ^^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