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16. 2. 4. 08:01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다보니 자연스럽게 읽는 속도도 점점 빨리진다.

그래서 다독을 하는 사람들은 속독가가 된다.

심지어는 두서너 권의 책을 같이 읽어도 인물이나 내용이 뒤섞이는 법도 없다.

그런 내가...

요 몇 달 동안 고전을 면치 못하는 책이 있다.

바로 도스토예프스키의 <까라마조프의 형제>

1986년 범우사 판으로 무려 30년 전에 번역된 책이다.

김탁수라는 분의 번역본인데 엄청나게 투박하고 고답스런 부분도 상당하다.

심지어 책을 펼치면 이건 뭐 전공서적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숨 쉴 틈 없이 빼곡하다.

그래선지 이 책을 읽으면서는 유난히 다른 책들을 많이 기웃거렸는데

아무래도 안 될 것 같다.

일단 읽고 있던 다른 책들을 전부 정리하고 이 책만 집중적으로 파보기로 했다.

그랬더니... 역시나 길이 조금 보인다.

(그래도 고전은 역시 고전이다 ^^)

 

 

상권은 다 읽었고 지금은 하권의 후반부를 읽고 있다.

미쨔가 아버지의 살해범으로 재판을 받는 부분.

그런데 재미있는건,

이 책만 집중해서 읽으니 그동안 왜 그렇게 고전을 면치 못했나 싶게 너무 재미있는거다.

150년도 훨씬 전에 태어난 사람이 쓴 이야기가

지금 읽어도 이상하거나 뒤떨어진 느낌이 전혀 없다.

농노제의 폐해,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 그리고 선과 악의 문제까지

이 모든 것을 소설에 다 담았다는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책을 읽을 수록 다방면으로 박식했던 도스토예프스키의 지성에 감탄하게 된다.

얇은 지식이 아니라 깊고 넓은 지식이다.

마치 제크와 콩나무 저 밑에서 위를 올려다 보는 느낌이다.

또 다시 고전(苦戰) 중...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한동안은 어안이 벙벙할 것 같다.

어쩌면 다른 책들을 찾아 읽을 엄두조차 안 날지도...

 

그래도 이번 만큼은 피하지 말고 정면승부를 해야겠다.

그렇다고 고전만 읽겠다는건 아니고 세 권 중 한 권 꼴로 챙겨 읽을 생각이다.

제대로만 길을 찾는다면 제대로 빠지게 될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살짝 위기감이 들기도 했다.

지금보다 더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총기더 떨어질테고

그러면 고전은 더 읽기 어려워질테니까.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지도 ^^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09. 12. 15. 06:28
나는 정치가 유시민도, 방송인 유시민도 잘 모른다.
단지 글쓰는 유시민.
지식 소매상을 자체하는 유시민을 글들이 사랑한다.
그는 자신도 언젠가는 깊은 사색과 논리적인 글을 쓸 수 있게 된다면 좋겠다고 희망한다.
그러나 나는 그의 글들에서
깊이와 논리를 느낀다.
도저히 내 상식으로는 우리나에서 정치를 하기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 유시민
대한민국의 정치인이 되겠다면 소위 어느 정도의 조폭기질(?)이 있어야 하고
그 숱한 몸싸움과 주먹다짐에서 이겨낼려면
그에 맞는 체격과 악다구니(?)를 칠 수 있는 거대한 성대가 기본이어야 할 텐데.
그의 외피는 전적으로 그와는 정 반대의 모습이다.
서애 유성룡의 후예라고 했던가?
그에겐 스스로 몰락을 선택한 선비의 꼿꼿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언젠가 그 꼿꼿함이 고고함으로 보여질 수 있기를 나는 희망한다.
그의 정치적인 행보로써가가 아니라, 그의 글로써 말이다.



01. 위대한 한 사람이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 도스토예프스키, <죄와 벌>
02. 권력의 유혹에 무엇으로 맞서야 하는가 : 리영희, <전환시대의 논리>
03. 청춘을 뒤흔드는 혁명의 매력 : 마르크스·엥겔스, <공산당 선언>
04. 불평등은 원래 자연의 법칙인가 : 맬서스, <인구론>
05.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푸시킨, <대위의 딸>
06. 진정한 보수주의자를 만나다 : 맹자, <맹자>
07. 어떤 곳에도 속할 수 없는 개인의 욕망 : 최인훈, <광장>
08. 정치는 인간에게 왜 필요한가 : 사마천, <사기>
09. 고통도 힘이 될 수 있을까 : 솔제니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10.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인가 : 다윈, <종의 기원>
11. 우리는 왜 부자가 되려 하는가 : 베블런 <유한계급론>
12. 왜 가난한 사람들은 사라지지 않을까 : 조지, <진보와 빈곤>
13. 다른 사람들이 보는 나는 ‘진짜 나’인가 : 뵐,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14. 사회는 진보하는가 : 카, <역사란 무엇인가>



그의 논리는 쉽고 그리고 단정하다.
어째면 세상에 숱하게 알려진 유시민 중
지식 소매상으로서 글을 쓰는 유시민이 가장 유시민다운 모습이지 않을까?
<청춘의 독서>
젊은 시절 그의 가슴을 뛰게 했던 고전들을
지금의 나이에 다시 읽어가면서 써 내려갔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제 대학으로 나간 첫 딸을 위해 이 글을 썼다는 수줍은 자상함까지 담겨 있다.
모든 사람이 알지만 읽지 않는 책이 고전이라고 했던가?
나 또한 내가 읽지 않은 숱한 사회과학 고전들을 이 책에서 만나고 당황했다.
나는 지금까지 무엇을 그렇게 읽었던가???
내 독서는 그러니까 현실감이 결여됐다는 게 가장 큰 문제임을 깨닫는다.
"고전" 앞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내 모습이 문득 비참하다.



너는 지식인이냐. 너는 무엇으로 사느냐. 너는 권력과 자본의 유혹 앞에서 얼마나 떳떳한 사람이었느냐.
비판정 지성을 상실했던 적은 없었느냐. 성찰을 게을리하면서 주어진 환경을 핑계 삼아 진실을 감추거나 외면하지 않았느나. 너는 언제나 너의 인식을 바르게 하고 그 인식을 실천과 결부시키려고 최선을 다했느냐.

흔히들 보수가 물적적 이익과 세속적 춠를 탐낸다고 하지만 진짜 보수주의자는 이익이 아니라 가치를 탐한다. 진짜 보수주의자는 다른 누군가와 싸우는 건선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내면에 정체성의 닻을 내린다. 진짜 보수주의자는 타인을 비난하기에 앞서 자신을 성찰한다. 진정한 보수주의자는 누가 자기를 알아주지 않아도 실의에 빠지지 않으며 깊은 어둠 속에서도 스스로 빛난다.

정치는 위대한 서업읻. 짐승의 비천함을 감수하면서 야수적 탐욕과 싸워 성인의 고귀함을 이루는 것이기 때문이다. 때론 짐승의 비천함을 감수하고 때로 스스로 야수가 되어 싸운 끝에, 야수의 탐욕이 지배하는 혼란의 시대를 역사의 뒤안길로 밀어낸다. 그리하여 수없이 많은 민중의 아들이 고향으로 돌아가 창과 칼을 녹여 쟁기를 만들게 해야 한다.

나의 행복은 내가 소비하는 재화와 서비스 또는 내가 소유한 부의 절대량이 아니라 그것이 다른 사람의 것보다 많으냐 적으냐에 좌두된다. 부를 축적하는 경에서는 남을 이기는 것이 행복의 열쇠다. 부의 절대적인 크기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 책의 내용 중에서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