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1.01.13 <종이 여자> - 기욤 뮈소
  2. 2009.09.06 <신 6> - 베르나르 베르베르
  3. 2009.07.29 <고산자> - 밤범신
읽고 끄적 끄적...2011. 1. 13. 05:31
기욤 뮈소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우리나라에 정말 고마워해야 한다. ^^
매번 책이 출판되면 광속으로 베스트셀러에 진입시키는 두 사람.
한 번도 내 돈 내고 구입한 적은 없지만
어찌됐건 출판이 되면 읽게 되는 책이다.
희한하다.
굳이 찾아 읽는 것도 아닌데...



좀 미안한 발언이긴 하지만
생긴 것과 다르게 "하이틴 로맨스"스러운 글을 쓰는 기욤 뮈소.
이 사람 책이 개인적으로 기대되는 북리스트에 올라간 적은 한번도 없다.
그러나 나름대로 재미는 확실히 있다.
이 사람의 모든 책들은 영화화에 대한 소망이 담뿍 담겨있다.
(아마도 조만간 판권으로 한 밑천 잡지 않을까 싶다)
<종이 여자>는 지금까지 읽은 기욤 뮈소의 소설들과 별반 다르지 않지만
그래도 가장 읽을만한 소설이었다.
(기욤 뮈소의 책은 그래도 다 읽었다.)
개인적으로 뒷부분을 반전으로 마무리한 게 맘에 든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기윰 뮈소만큼 Killing Time에 적당한 소설을 쓰는 사람도 없는 것 같다.
서너시간을 뚝딱 지나가게 만드니까...
기욤 뮈소는 이 책을 자신의 소설들 중에서 가장 애착이 많이 가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럴만하다 싶다.
많이는 아니지만 기존의 소설들과는 약간은 다르니까.



집필에 몰두하다 보면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하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많았다. 글쓰기에 빠져 살다 보면 현실의 자리를 허구에 내주는 적도 많았다. 내 소설속 영웅들이 너무나 현실적이다 못해 내가 가는 곳마다 나타나곤 했다. 그들의 고통, 회의, 행복이 온전히 내 것이 되어 집필을 끝내고 나서도 쉽게 현실세계로 돌아오지 못했다.

소설 속 주인공인 베스트셀러 작가 톰의 말이다.
사랑하는 여자와 헤어진 톰은 예고된 3부작 마지막 책을 쓰지 못하고 방황한다.
그러다 만나게 된 "빌리" (내가 요즘 "빌리"라는 이름만 들어도 무한 애정 상승이다. ^^)
그런데 이 여자가 다름아닌 톰의 소설속 등장인물이다.
인쇄 불량 파본책에서 떨어진 여자.
"빌리"는 말하다.

우리 거래를 하는 게 어때요? 나는 당신이 오로르를 되찾아 오는 걸 돕고, 당신은 날 위해 3부작 소설의 마지막 편을 쓰는 거예요. 내가 다시 책 속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은 그것밖에 없으니까...

현실에서 이런 일을 겪게 된다면?
솔직히 환장하게 좋을 것 같다.
나 역시도 한번쯤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은 인물들이 꽤 많으니까...
작가도 그렇겠지만 책을 읽는 독자도 가끔 그렇다.
현실의 자리를 허구에게 내주기도 한다.
책을 완성시키는 건 작가가 아니라 독자란다.
그 말엔 전적으로 공감한다

근본적으로 책이란 게 뭘까? 종이 위에 일정한 순서에 따라 글자를 배열해 놓은 것에 불과해. 글을 쓰고 나서 마침표를 찍는다고 해서 그 이야기가 존재할 수 잇는 건 아니야. 내 책상 서랍에는 아직 출간되지 않은 미완성 원고들이 몇 개나 들어 있어. 난 그 원고들이 살아 있는 거라 생각 안 해. 아직 아무도 읽은 사람이 없으니까. 책은 읽는 사람이 있을 때 비로소 생명을 얻는 거야. 머리속에 이미지들을 그리면서 주인공들이 살아갈 상상의 세계를 만드는 것, 그렇게 책에 생명을 불어넣는 존재가 바로 독자들이야.
책이 서점에 깔리는 순간부터 책은 내 소유가 아니다. 그때부터 책은 독자들의 소유가 되는 거야. 나한테서 배턴을 넘겨받은 독자들이 주인공들을 자기화하지. 그러고는 자신의 머릿속에서 새롭게 주인공들의 세계를 만들지. 독자가 자기 방식으로 책을 해석해 내가 애초에 의도했던 것과 전혀 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 하지만 그건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어.


프랑수아즈 사강이 그랬단다.
책 읽는 시간은 언제나 도둑맞는 시간이라고...
그래서 지하철 안이 세상에서 제일 큰 도서관이 되기도 한다고...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09. 9. 6. 19:26
결말이 궁금했었다.
미카엘 팽송은 제우스가 말한 "제 9의 존재"를 조우하게 되는가?
평생 글쟁이를 자처한 베르베르스럽다.
5권까지을 읽었을때 18호 지구로 내려온 미카엘에게
뭔가 한번의 반전이 이루어지겠구나 싶었는데
두 번의 반전을 만나다.



<개미>이 과학자 에즈몽 웰즈와
<타나토노트>, <신들의 제국>의 미카엘 팽송을 끝까지 등장시키고
그 외의 자신의 다른 소설 <인간>, <파피용>에 이르기까지....
지금까지 그가 써 온 모든 이야기의 표절이자 페러디였던 세계.
이제 베르베르식 글쓰기의 한 세대가 막을 내리는 셈인가!
그의 기발함에 유머러스함에 찬사를 보낸다.



8의 세계의 신인 제우스가 말한 두 번째 산 너머의 "9 세계"
Y 게임의 우승자만이 유일하게 들어갈 수 있다고 말한 곳,
별이 된 미카엘,
그가 본 9의 세계는  다름 아닌 "어머니 은하"였다.
그리고 "어머니 은하"가 말하는 또 다른 세계 "10"
"아버지 우주"의 세계.
켜켜히 쌓인 세계들의 연속
그리고 "10의 세계"에 이어지는 최종적인 마지막 세계
"111의 세계"



결국 그 곳은 책의 한 페이지였다.
"111의 세계"란 사실은 켜켜히 쌓인 책장들을 도형으로 나타내 세워놓은 모습이었다.
편평한 세계, 극도로 납작한 평행 육면체의 우주.
어떤 책....의 한 페이지!
즉, 우리가 말하는 우주라고 하는 것은 책의 한 페이지, 바로 그것이었다.
누군가의 시선과 상상력으로써 활성화시켜 주기만 한다면
그 우주는 불멸의 존재로 살아가게 된다는 명제.
"독자"가 한 사람이라도 남아 있는 한,
우리의 우주는 어디서든 새롭게 다시 태어날 수 있게 된단다.



기발하다.
그래서 오히려 결말이 허무하게 느껴질만큼...
어쨌든 이제 미카엘 팽송과 에즈몽 웰즈는 모두 끝이 난건가?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서전도 마찬가지로....
그런데 묘한 건,
어딘가 끝나지 않은 이야기가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다.
혹시 모르지, 
나란 사람도 사실은 어느 책의 한 페이지에 봉사하는 허구적 존재에 불과한지도.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09. 7. 29. 06:41
몇 달 전에 박범신의 <촐라체>라는 소설을
너무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새롭다.
그가,
요즘 집필의 재미에 푹 빠져있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와 인터넷 소설의 궁합은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그는 네이버에 <촐라체>를 연재하면서
바로바로 올라오는 독자들의 반응이 사뭇 신기하고 재미있었나보다.
그리고 연재를 끝낸 후 출판된 <촐라체>는
참 차갑게 뜨겁고 눈물나게 아름다운 책이었다.



그가 또 다시 <고산자>라는 책을 냈다.
우리나라 지도 역사에 선구자 역할을 했던 고산 김정호의 이야기.
이 속에 담긴 이야기가
픽션일지라도
왠지 나는 그대로 모든 걸 믿어버리고 싶다.
작가 박범신,
그가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



순조, 헌종, 철종, 고종 4대 임금을 거친 고산 김정호.
그의 바램은 국가의 소유물이었던 지도를
바르고 효용적으로 만들어
온 백성에게 돌려주는 데 있었다.
잘못된 지도로 인해 실족하거나 억울한 죽음을 당한 사람이 너무나 많았기에....



김정호의 대동여지도 속엔 우산국, 즉 독도가 표시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일본과의 독도 다툼의 빌미가 되기도 했다는데....
이 책의 내용처럼
정말 김정호는 올바른 축척의 지도를 만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우산국을 제외시켰던 건지도 모른다.



평생 꿈꾸어온 것이 무엇이던가!
조정과 양반이 틀어쥐 강토를 골고루 백성에게 나눠자는 것이고,
조선이라는 이름의 본뜻이 그러하듯 강토를 세세히 밝혀 그곳에서 명줄을 잇고 있는 사람살이를
새롭게 하고자 한 것 뿐이다.
땅의 흐름과 물의 길을 잘 몰라 떠도는 사람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그뿐이다.




고산 김정호가 만든 대동여지도는
22첩으로 분철된 지도였다.
그리고 각각의 분철들은 필요시 따로 떼어내 휴대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나라의 지시에 의한 것도 아니고
누군가의 덕을 위해 재능을 팔아 생계를 꾸리지도 않았던 사람.
태어남과 죽음의 기록조차
정확히 남겨져 있지 않은
그 사람 고산 김정호에 의해
우리는 비로소 올바른 길의 흐름을 알게 됬음을
이제 조금 이 책을 통해 느낀다.

선구자의 삶은,
늘 고난하고 핍박의 연속이었으리라.
박범신의 글처럼 김정호는
평생 시대로부터 따돌림당했으니 고산자(孤山子)요,
나라가 독점한 지도를 백성에게 돌려주고자 했으니 그 뜻이 높아 고산자(高山子)요,
고요하고 자애로운 옛 산을 닮고 싶어했으니 고산자(古山子)임이 분명하다.

비록, 지도에 문외한인 나일지라도
그의 행동하는 참 지식이 진심으로 존경스럽다.
아울러 그를 깨우쳐준 작가 박범신에게도....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