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2. 7. 16. 08:25

<Man of La Mancha>

 

일시 : 2012.06.19. ~ 2012.10.07.

장소 : 샤롯데씨어터

대본 : 데일 와서맨

작사 : 조 대리언

작곡 : 미치 리

연출 : 데이비드 스완

음악감독 : 김문정

출연 : 황정민, 서범석, 홍광호 (세르반테스/돈키호테)

        조정은, 이혜경 (알돈자)

        이훈진, 이창용 (산초)

        서영주 (여관주인), 닥터 까라스코 (박인배), 이영기 (신부) 외

 

뮤지컬 <Man of La Mancha> 

개인적으로 세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정말 좋아하는 작품이다.

<라만차>라는 제목으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초연됐을 때 소위 제대로 꽃히고 말았었다.

그때 김성기와 류정한이 세르반테스를 했었고 나중엔 인터미션이 생기긴 했지만

초반에 3시간이 넘는 시간을 인터미션 없이 그냥 진행했었다.

긴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지루하거나 힘들지 않았었다.

뮤지컬 넘버가 주는 감동은 엄청난 충격에 가까웠었다.

원래는 작년 OD 공연작이었는데 <지킬 앤 하이드>에 밀려(?) 올 해로 드디어 공연에 올랐다.

impossible한 노인네가 돌아오니

절로 dream을 꿈꾸지 않을 수 없다!

 

황정민, 서범석, 홍광호.

캐스팅이 공개되고 난 후 쾌재를 불렀던 건 드디어 서범석의 돈키호테를 볼 수 있다는 기쁨 때문이었다.

서범석 스스로도 꿈의 배역으로 생각했던 돈키호테가 아니던가!

제작발표회때 그는 "impossible dream"을 부르며 살짝 감격했단다.

이해가 됐다.

그 작품은, 이 배역은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작품이자 배역이니까.

알돈자는 둘째 출산 후 육아에 전념하다 오랫만에 무대로 복귀하는 이혜경이,

개인적으로 의외의 캐스팅이라고 생각한 조정은이 더블 캐스팅됐다.

산초는 이훈진과 이창용.

(오~~호! 이창용도 의외의 캐스팅이 아닐 수 없다)

사랑스럽고 가녀린 역을 주로 했던 조정은이 산전수전 다 겪은 알돈자를 한다?

일단 그림은 잘 그려지지 않았다.

서범석, 조정은, 이훈진.

일찌감치 중앙열 제일 앞자리를 잡아놓고 조마조마하면서 기다렸던 작품이다.

(샤롯데를 찾아가는데 심지어는 살짝 흥분되기도 했다.)

 

서범석 세르반테스와 돈키호테.

이 역이 배우 서범석이 진심으로 원하고 바랐던 그 배역임에 분명한가보다.

매 장면을 어떻게든 최선을 다하려는 진심이 감동적이었다.

그런 감동과 감격이 살짝 넘치는 경우도 있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어쩡쩡한 다리와 황망한 눈동자 설정은 코믹하면서도 인물에 적절하게 어울렸다.

개인적으론 연기보다 노래가 더 좋았고.

배우 자신이 갖는 감동과 감격이 연기에 자주 투영되는 것 같았고

<미스터 마우스>의 인후도 순간순간 보인다.

그래도 9월겨에는 지금보다 더 여유롭고 안정된 돈키호테가 되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나를 제일 많이 놀랍게 만든 장본인이었던 알돈자의 조정은.

공연 시작 전부터 무대에 배우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데

왼쪽 구석에 조정은이 부스스한 머리를 하고 앉아 있었다.

언제나 목소리에서부터 몸짓까지 전체적인 태(態)가 곱고 사랑스러운 조정은이었는데...

그녀의 알돈자는 거침없었다.

그때까지 알돈자 역은 역시 김선영이 최고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틀을 조정은이 완벽하게 무너뜨렸다.

개인적으로 요근래 본 조정은 작품 중에서 베스트 오브 베스트였다.

그 가냘픈 몸에서 어떻게 그런 힘이 나오는지 보면서도 쉽게 믿어지지 않았다.

조정은이 아니라 알돈자 그 자체였다.

확실히 조정은은 배우다!

(이제 점점 경지에 오르려는 모양이다. 그녀, 정말 멋지다!)

노새끌이들과의 험난한(?) 폭행장면도 너무 실감났고

폭행을 당한 후 돈키호테에게 쏟아붓는 장면도 너무 절절했다.

마지막 장면에서의 그 멍한 느낌도 너무 멋지게 표현했다.

아마도 여우같은 조정은 때문에 이 작품을 다시 보게 될 것 같다.

 

산초 이훈진은 역시 말이 필요 없는 산초였고,

(그래도 가끔은 해오름극장 초연때의 맛깔스런 김재만 산초가 그립다.)

닥터 카라스코는 내내 이세창에 익숙했었는데 

이번에 새롭게 캐스팅된 박인배의 표현도 너무 좋았다.

좀 더 이지적이고 시니컬하다고나 할까?

특히 목소리와 톤이 정말 매력적이다.

박인배는 배우말고 아나운서를 했어도 정말 괜찮았을 것 같다.

연기가 약하다는 뜻이 아니라 그정도로 딕션이 정확했다.

"난 태어날 때부터 영주였으니까..."

서영주의 깨방정도 나름대로 재미있긴 했지만

도지사와 여관주인이 너무 극명하게 대비돼서 오히려 좀 당황스러웠다.

도지사는 전작 <닥터 지바고>의 코마로브스키 느낌 그대로였고

여관주인은 대사에 코믹요소를 많이 넣은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좀 과하다는 느낌이다.

(김성기 정도의 표현이 딱 좋았던 것 같다)

아, 참!

4분 가량의 프롤로그 인트로가 끝난후 바로 이어지는 구음은 참 좋았다.

(난 정말이지 맨 오브 라만차의 인트로만 들어도 심장이 두근거린다)

나중에 불친절한 여관 안주인으로 나오는 배우 오은미인데

소름끼치는 울림이었다.

 

맨 앞 줄에서 관람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무대가 전체적으로 높아서 깊이감은 예전에 비해 많이 줄어든 것 같다.

그래선지 좀 협소하고 답답하다는 느낌도 든다.

그래도 무대를 한 눈에 보기에는 확실히 편해졌다.

여관 입구도 중앙이 아닌 살짝 왼편을 바라보고 있어

관객 입장에서는 객석 왼편에 앉는 게 아무래도 덜 답답할 것 같다.

이상한 건,

처음에 세르반테스가 감옥으로 들어오는 장면과

재판을 받기 위해 감옥으로 나가는 장면이 좀 밍밍해졌다.

연기적인 문제가 아니라 무대 셋트 자체가 좀 다른 느낌인 것 같아 아쉽다.

(나 혼자만 터무니없이 그렇게 느꼈을수도 충분히 있다) 

어쨌든 참 오랫동안 이 작품을 기다렸다.

살짝 낯선 느낌도 있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는 건 거 참 괜찮은 작품이란 사실이다.

이 작품은 여전히 내 심장을 뛰게 한다.

아, 참. 좋구나...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2. 17. 06:34


2005년 여름
뮤지컬 <Man of La Mancha> 초연된다고 했을 때
나는 몹시도... 몹시도... 떨렸었다.
무대 위에서 보게 될 극중극이라니...
(그때 기억이 지금도 참 선명하다)
그리고 그해 여름 무더위를 뚫고 남산에 있는 해오름극장을 참 무던히도 오르내렸다.
(무려 7번이었던가? 8번이었던가?)
그때 세르반테스/돈키호테를 김성기와 류정한이 더블 캐스팅으로 연기했었다.
한창 <Jekyll & Hyde>로 주가를 올리고 있던 류정한의 또 다른 모습을 보겠구나
내심 궁금하기도 하고 조바심이 나기도 했었다.



2005년 공연을 보고 난 후,
아! 류정한이라는 배우가 배역에 무리하게 욕심을 냈구나,
그리고 나 역시 배우 류정한에게 무리하게 욕심을 냈구나
깨달았다.
그 이후 몇 번의 재공연이 있었지만
다시 <Man of La Mancha>를 찾아 보진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겁이나서...
덜 젊어진 주인공들을 보면서 그들의 욕심을, 나의 욕심을 다시 보게 될까봐 나는 지레 겁을 먹고 있었다.
몹시도... 몹시도...
사랑스러운 이 작품에 어이 없는 욕심만 가득 생길까봐서...



그리고 6년이 지나 보게 된 <Man of La Mancha>는,
몹시도... 몹시도...
사랑스러운 작품으로 내 앞에 서 있었다.
류정한이 만들어낸 늙고 허약하고 꾸부정한 몽상가 돈키호테 모습과
이성적이고 재기발랄하기까지한 세르반테스의 모습은
6년 전 모습과는 정말 많이 판이하게 달라져 있었다.
그때 류정한은 배우 류정한을 화려하게 돋보이게 했었다. 
(그래서 나는 그 모습이 낮설어 당황했었다)
6년 후의 그는 배우 류정한이 아닌 세르반테스를 그리고 돈키호테를 모두 돋보이게 만들고 있었다.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나는 그의 발걸음과 그의 눈동자의 움직임,
그의 손동작과 말투를 따라가느라 즐거웠고
그의 구부정한 허리와 벌어진 다리를 쫒느라 내내 분주했다.
내 변변치 못한 어깨까지도 점점 강도를 더해가며 뻐근해져왔다.
언젠가 본 그의 인터뷰 기사.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원작을 읽고서
비로서 케릭터를 완전히 이해하게 되었노라고...
초연 때는 원작을 볼 생각조차 못했는데
우연한 기회에 원작을 보고 초연 때 자신의 해석이 문제가 있었다는 걸 알았다고...
어쩌면 나는 이 기사 때문에
그의 돈키호테를 그의 세르반테스를 다시 꿈꾸게 된건지도 모르겠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원작은,
가히 대학교제 원서가 떠오를 만큼 상당한 분량을 자랑한다.
뭐 항간에는 수면용으로 딱이라는 말도 있고... ^^
(머리에 베고 자기에 딱 알맞는 두께긴 하다.)
배우의 케릭터 이해의 유무는
무대 위의 판을 단박에 바꿔 놓는다.
류정한... 이 남자...
점점 더 여우성이 짙어진다. 
(나는 이 남자의 여우성이 무지 참 좋다.)
이 사람이 다음 작품으로 선택한 게 <몬테크리스토 백작>이란다.
의외의 캐스팅이 보여 맘이 상하기도 하지만 (도대체 내가 뭐라고...)
국내에 초연되는 이번 작품에서 그가 보여줄 여우성이 나는 또 궁금하다.
(그런데 어쩌자고 유니버설아트센터냔 말이다!!! 거기다가 EMK 제작까지...)



산초 이훈진,
참 귀엽고 그리고 멋진 보좌관!
애드립으로 의심될만큼 그의 연기는 능청스러웠다.
(정말 애드립이었나???)
다양한 표정과 재미있는 행동들,
극의 감초 역할을 너무 잘 해줬고 이 사람 때문에 참 많이 웃었다.
알돈자 김선영,
왜 그러지 했었는데, 역시 김선영이야라고 말 할 수 있었다.
쉽지 않은 캐릭터였는데
그녀 때문에 많이 아프고 슬펐다.
"날 짓밝고 가는 건 참을 수 있지만 꿈꾸게 하지 좀 마!"
돈키호테를 항해 외치는 알돈자의 대사는
꼭 지금의 내 심정이었는데...



세르반테스가 감옥의 죄수들을 향해 외친 소리가 귀에 선하다.
지금 우리의 모습을 대놓고 말하는 것 같아
문득 민망하기도... 
"세상이 미쳐 돌아갈 때 누굴 미치광이라고 부를 수 있겠소?
 꿈을 포기하고 이성적으로 사는 것이 미친짓이 아닐까요?
 쓰레기더미에서 보물을 찾는 것이 미쳐보이나요?
 아니요. 아니요.
 너무 똑바른 정신을 가지고 사는 것이야말로 미친짓이겠죠!
 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미친짓은,
 현실에 안주하고 꿈을 포기하는 것이오!"




세르반테스는 말한다.
"이상 없이 살 수 있는 용기는 없다"고...
돈키호테는 말한다.
"이기고 지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뭐라고 나도 한마디쯤 해야할 것 같은데
막막하다...



개인적으로 오랫만에 무대에서 본 이계창.
그의 시니컬한 표정과 말투는 여전히 일품이었다.
그리고 너무나 멋진 무대 배경과
(지하 감옥의 신비감과 무어인이 등장하는 해바라기 씬의 노란 해바라기의 선명함...)
그리고 하나 하나 꼽을 수 조차 없는 아름다운 뮤지컬 넘버들.
"Man of La Mancha", "Dulcinea", " We're Only Thinking of Him"
"Little Bird, Little Bird" , "The Impossible Dream"....
(정말 너무 많다...)



배우 류정한은 말했었다.
뮤지컬 <Man of La Mancha>는
음악적인 완성도와 탄탄한 스토리를 함께 가지고 있는 작품이라고...
지극히 공감한다.
그는 이 작품을 두고
스스로 너무나 사랑하는 작품이라고,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마음에 품을 수 있는 단 하나의 작품이라고까지 고백했다.
나 역시 그가 Jekyll & Hyde일 때보다
세르반테스로, 돈키호테로 무대에 서 있을 때가 더 아름답다.
그에게 Jekyll & Hyde가 화려한 기교의 작품이라면
Man of La Mancha는 오랜 깊이의 작품인 것 같아서...
언제 다시 보게 될까?
끝나버린 공연을 생각하면서
나는 벌써부터 Impossible Dream을 꿈꾸고 있다.
너무 아득하다...



<The Impossible Dream>

그 꿈 이룰 수 없어도 싸움 이길 수 없어도
슬픔 견딜 수 없다 해도 길은 험하고 험해도
정의를 위해 싸우리라 사랑을 믿고 따르리라
잡을 수 없는 별일지라도 힘껏 팔을 뻗으리라
이게 나의 가는 길이요
희망조차 없고 또 멀지라도
멈추지 않고 돌아보지 않고
오직 나에게 주어진 이 길을 따르리라
내가 이 길을 진실로 따라가면
죽음이 나를 덮쳐와도 평화롭게 되리
세상은 밝게 빛나리라
이 한 몸 찢기고 상해도
마지막 힘이 다할때까지
가네, 저 별을 향하여...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