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3. 12. 30. 08:46

<풍월주>

일시 : 2013.11.09. ~ 2014.02.16.

장소 :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대본 : 정민아

작사 : 박기현

연출 : 이종석

음악감독 : 구소영

출연 : 정상윤, 조풍럐 (열) / 신성민, 배두훈 (사담)

        김지현, 전혜선 (진성여왕) / 임현수, 최연동 (운장)

        김보현(궁곰), 이민아(여부인), 김지선(진부인)

제작 : 극단 연우무대, CJE&M

 

이번 시즌 마지막 관람.

세번째 관람으로 끝내려고 했는데 배두훈 사담과 김지현 진성을 한 번쯤 다시 보고 싶어서 인터파크 50% 타임세일로 한 번 더 관람했다.

프리뷰때 첫연기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느낌이 좋았던 배두훈 사담.

노래와 감정은 참 좋았다.

(사담이라는 인물을 충분히 이해하고 받아들였더라.)

그런데 연기적인 부분은 프리뷰때가 훨씬 좋았다.

프리뷰때 어딘지 조심스러워 하던 모습이 사담이라는 인물과 잘 어울렸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몸쓰는게 조금 어색해진것 같다.

정성윤 열과 키차이가 있다보니 몸을 쓸 때 균형감이 무너질 수밖에 없긴 하겠지만

그걸 좀 버텨내주면 좋았을텐데...

(키가 조금만 더 컸다면 배우로서 정말 좋은 조건을 갖추는건데 안타깝다.)

딕션과 소리도 괜찮고 특히 듀엣곡 표현은 정말 좋았다.

처음 시작하는 배우라는게 믿어지지 않을만큼

목소리를 드러낼 곳과 숨겨야 할 곳을 잘 찾아내더라.

특히나 진성과의 "너를 위해 짓는 마음"은 네 번의 관람 중 이날의 느낌이 가장 좋았다.

 

진성 김지현은,

전체적으로 목소리에 피곤이 느껴졌지만

그래도 전혜선 진성보다는 확실히 단단하고 강하다.

무너지면 안되는 사람이 무너질 수밖에 없는 모습.

단단하게 보이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버티는 사람.

그러나 그렇게 버티는 사라의 마음은 세상 누구보다 무르고 여리다.

그래서 단 한 순간의 위로로도 모든게 송두리째 무너질 수도 있는 사람.

김지현이 보여주는 진성은 그래서 많이 아프다.

차마 보듬어 안아줄 수도 없을만큼.

그래, 하나면 족할 것을, 둘이면 되었을 것을,

정말 끝이 없다.

 

열 정상윤.

무대를, 작품을, 감정을 하나하나 조절하면서 어떻게 저렇게까지 표현을 섬세하게 할 수 있을까?

여간해선 한 눈 팔 틈을 주지 않는 배우.

그는 어느새 대학로에서 확실하게 믿을 수 있는 배우가 됐다.

김재범과 정상윤,

서로 다른 섬세함으로 무대를 채우는 배우.

만약 그 둘이 일본에서처럼 함께 <풍월주>를 하게 된다면,

이건 어느 대작 못지 않는 피켓팅이 되겠다.

좀처럼 한 무대에서 만나지지 않는 사람들.

그러고보니 서로 은근히 엇갈리는게 정말 열과 사담같다.

두 사람이 부르는 "너에게로 가는 길"...

들을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

 

어쩌다보니 후기가 아닌 개인적인 바람을 적는 포스팅이 되버렸다.

어쨌든 이걸로 이번 시즌 <풍월주>와는 아듀하련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11. 11. 09:15

<풍월주>

일시 : 2013.11.09. ~ 2014.02.16

장소 :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대본 : 정민아

작사 : 박기현

연출 : 이종석

음악감독 : 구소영

출연 : 정상윤, 조풍럐 (열) / 신성민, 배두훈 (사담)

        김지현, 전혜선 (진성여왕) / 임현수, 최연동 (운장)

        김보현(궁곰), 이민아(여부인), 김지선(진부인)

제작 : 극단 연우무대, CJE&M

 

재연 소식을 듣고 기다렸다.

솔직히 말하자면, 작품을 기다렸던 건 아니고 정상윤을 기다렸다.

리딩공연에서 그가 보여준 열이 아주 인상적이였기에..

그런데 정작 올려진 초연에서 정상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서윤미의 신작 <블랙메리포핀스>와 <풍월주> 중에서 정상윤은 전작을 선택했고

나는 그런 정상윤이 현명한 선택을 했다고 평가했다.

배역은 좀 다르지만 정상윤과 김재범이 이번엔 작품을 바꿔서 출연한 것도 개인적으론 참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론 이 두 배우가 한 무대에서 공연하는 걸 보고 싶다.

그러면 섬세함의 끝을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이 작품도 아마 "정상윤" 열이 아니었다면 굳이 프리뷰까지 챙겨보진 않았을거다.

 

초연때도 작품 자체의 줄거리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가슴 밑바닥을 건드리는 은근한 감성은 꽤 오랜동안 여운으로 남았었다.

초연만한 재연은 없다고 하지만 초연이 성공적이어서 크게 바뀌진 않을거라고 예상했는데

완전히 허를 찔렸다.

이재준 연출이 만들어 놓은 감성은 이종석 연출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누군가는 그러더라.

좋은 배우들이 낭비되고 있다고!

솔직히 말하자.

이 발언에 100% 동감한다.

심지어 초연때보다 너무 가벼워서 살짝 천박하기까지 했다.

무대와 의상, 조명도 초연때가 훨씬 단정하고 의미있다.

공고를 떠올리게 하는 풍월들의 옷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

팔을 스치는 소림사같은 인사법도 옷자락을 휘날리며 바닥에 엎드리는 인사법도 슬램스틱 코미디같다.

투우사들도 아닌데 남녀를 불문하고 모든 배우들이 어찌 그리 옷들을 펄럭거리던지...

사담과 열의 밀고 당기는 액션도 너무 과해서 우스꽝스럽다.

초연때도 춤사위는 많이 많이 어색했는데 재연에 비하면 그때 춤사위는 인간문화재급이라 하겠다.

마당놀이를 떠올리게 하는 천막도 흉흉했고

배우들이 움직일때마다 삐걱거리던 소리도 계속 귀에 거슬렸다.

기생집에 울리던 산사의 종소리도

열과 진성여왕의 말도 안되는 춤사위는 암담했다.

도저히 감성과 아련함이 자리 잡을 틈을 안줘서 보면서 너무 많이 당황했다.

(무대에서 작두를 탈 것 같던 장님 의원인지 점장이인지도 황당했고

시기 질투로 가득찼음에도 불구하고 존재감이 전무했던 궁곰도

호위무사가 담을 공격하는 장면도

백만대군을 이끄는 장군같던 임헌수 운장도 보고 있기가 힘들었다.

음악도 경박해졌고 배두들의 동선은 서로 엉키고 꼬이고 말도 아니었다.

 

왜 이렇게 되버린걸까?

도대체<풍월주>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암담했고 답답했고 막막했다.

단지 위안이 됐다면 김지현, 정상윤, 신성민의 연기였다.

신성민은 매작품마다 참 성실히, 열심히 쑥쑥 자라는 게 보였고

정상윤 열의 오열하는 모습은 가슴을 허물어지게 만들었다.

험난하고 뒤죽박죽한 작품 속에서 정상윤은 정말 꿋꿋하게 잘 버텨서 그게 더 신기했다.

(그래도 그 정체불명의 춤사위는 좀... 어떻게 해야 하는 거 아닐까?)

다 아쉽고 씁쓸했지만 제일 아쉬웠던 건 앤딩 장면.

위에서 내려온 하얀 천이 무대 전체를 감싸고

그 위에서 다시 만난 사담과 열.

이 장면을 없앤 건 정말 큰 실수다.

아무래도 초연만한 재연이 없다는 건 확실한 것 같다.

초연때도 프리뷰 이후에 수정을 했던에 이번에도 수정이 됐으면 좋겠다.

그런데... 그러기엔!

너무 큰 대수술이 필요할텐데...

이쩌면 좋을까.

이 아까운 배우들을...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