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4. 3. 18. 08:41

<공동경비구역 JSA>

일시 : 2014.02.27. ~ 2014.04.27.

장소 :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원작 : 박상연 "DMZ"

극작, 작사 : 이희준

작곡 : 맹성연

연출 : 최성신

음악감독 : 변희석

출연 : 이정열, 임현수 (지그 베르사미) / 최명경, 이석준 (오경필)

        정상윤, 강정우,오종혁 (김수혁) / 임철우, 이기섭 외 

제작 : CenS

 

작년 12월 쇼케이스 공연때는잘 만든 창작뮤지컬 탄생에 깜짝 놀랐고

3월 본공연 프리뷰는 너무 많이 산만하고 지루해져서 깜짝 놀라고...

개인적으로 내게 두 얼굴의 모습을 보여준 작품이 되버렸다.

그래서 미리 예매한 이날 공연도 취소할까를 솔직히 좀 고민했다.

그래도 프리뷰 이후 분명 수정을 했을테고

무엇보다 출연 배우에 대한 신뢰가 있어 재관람을 결정했다.

결론부터 말하자.

재관람을 하길... 잘 했다.

확실히 프리뷰보다 정리가 됐다.

이야기의 긴장감도 살아났고, 묻혀버렸던 복선과 암시도 다시 살아났다.

쇼케이스부터 함께한 임현수와 정상윤, 임철우는 물론이고

새롭게 오경필에 캐스팅된 이석준까지 다 좋았다.

남북 병사들을 연기한 8명의 건장한 청년들과 세 명의 연주자들까지도...

이들 덕분에 지난번 받았던 상처들이 회복됐다.

다행이었고 그래서 참 고마웠다.

 

맨 앞줄에서 본 덕에 배우들의 표정들이 너무 생생했다.

지난번 이정열 베르사미가 너무 토속적(?)이라 개인적으론 감정이입이 참 안 됐는데

임현수 베르사미는 여러 가지로 느낌이 좋았다.

군인의 냉철함이 보였고 대사와 노래도 역할과 잘 맞았다.

(자세히 보니 입을 크게 벌리면서 노래하는 모습과 전체적인 표정들이 류정한과 아주 비슷하더라)

오경필의 이석준은 정말 무대 위에서 진심이구나... 가 느껴져서 감동적이

정상윤은 순간순간 감정을 빠르게 전환시켜야 하는데 그 흐름을 정말 귀신같이 잘 잡아서 끌고 가더라.

마지막 커튼콜에서 촉촉하게 젖은 정상윤의 눈동자를 보면서

이 작품이,정상윤이라는 배우가 갖는 진정성이 느껴져 참 뭉클했다.

내가 앉은 쪽이 운좋게도 김수혁 zone(?)이라 정상윤의 표정과 연기를 자세히 볼 수 있었는데

정말 감탄이 절로 나오더라.

특히 "엄마 생각"을 부를때 감정운 정말 좋았다.

프리뷰때 2막 시작이 너무 산만해서 정신없었는데

그 장면도 정리가 깔끔하게 잘됐고

거제도 포로 수용소 장면에서 동생의 랩(?)이 없애버린 건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다.

"노랑머리 소령님"이 다시 "외국인 소령님"으로 바뀐 것도 정말 좋았다.

(별거 아닌 사소한 단어이긴 한데 나는 왜 이게 그렇게 내내 거슬렸을까?)

음악도 볼륨 조정이 잘 된 것 같고

조명은 정말 좋았다.

 

세상의 끝에서 숨겨진 진실 앞에 비로소 대면하게 된 김수혁.

그때까지 그가 선택한건 기억의 왜곡이었다.

의식적이었든, 무의식적이었든.

"이성을 마비시키는 건 증오가 아니라 공포"라는 대사.

너무나 정확해서 섬득하다.

그들이 얼마나 간절히 살아있고 싶어했는지

이날 공연을 보면서 비로소 알았다.

 

그리고 유무처럼 홀로 남겨진 오경필!

그는 과연 김수혁의 죽음을 몰랐을까?

나는 결코 그렇지 않았을거라 확신한다.

담배를 피우며 조용히 읖조리는 오경필의 마지막 곡을 듣고 있으면

그가 이 모든 진실을 다 알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그 언젠가 좋은 날이 오면..."

그리고 행복했던 과거의 그들이 홀로 남은 오경필에게 손짓한다.

그 장면이.. 그 장면이...

나는 왜 그렇게 통곡처럼 아팠을까>

 

우리는,

정말 너무 아픈 역사를 안고 있었구나.

그리고 너무 자주, 너무 쉽게 그 상처를 잊고 있었구나.

조금만 기억해달라고,

상처가 상처에게 말을 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3. 4. 08:27

<공동경비구역 JSA>

일시 : 2014.02.27. ~ 2014.04.27.

장소 :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원작 : 박상연 "DMZ"

극작, 작사 : 이희준

작곡 : 맹성연

연출 : 최성신

음악감독 : 변희석

출연 : 이정열, 임현수 (지그 베르사미) / 정상윤, 강정우 (김수혁)

        최명경, 이석준 (오경필)/  임철수 (정우진), 이기섭 (남성식) 외 

제작 : CenS

 

작년 12월 8일에 피꼴로에서 쇼케이스 공연을 보고 참 먹먹했었다.

쇼케이스의 퀄리티가 이 정도라면 본공연이 올라가면 엄청나겠구나 싶어 본공연 날짜를 내내 기다렸었다.

워낙에 프리뷰 첫공은 기피하는 편인데 이 직품만큼은 꼭 보고 싶었다.

그런데 내가 너무 기대를 했던걸까?

몸상태가 안좋기도 했고, 약때문에 약간의 몽롱하기도 했다지만

이상하게 쇼케이스때보다 훨씬 더 지루해지고 느슨했다.

게다가 심지어 너무 친절해지까지 했다.

추가된 곡들은 아직 극속에도 배우들에게도 잘 스며들지 못했다.

아예 예전처럼 인터미션없이 긴박하게 진행했다면 더 좋았을텐데...

2막 도입부에서 1막의 내용들을 편집형식으로 보여주는 장면은

너무 산만하고 정신없어 슬램스틱 코미디를 보는 것 같았다.

감정을 유지해야 하는 배우들에게도 참 못할 짓인것 같고...

참 마음이 복잡하고 안타깝다.

 

정상윤, 최명경, 임철수는 쇼케이스때보다 노래, 연기, 감정이 확실히 더 좋아졌지만

연령대가 달라서 그런지 이정열 베르사미는 참 이질적이고 왠지 모르게 동떨어진 느낌이었다.

일단 비쥬얼이 지극히 토속적(?)이라 그런지 노랑머리 소령님이라는 표현이 작품과 상관없이 자꾸 걸리더라.

차라리 머리를 조금 더 노랗게 염색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아가사>의 김수용이 이 역할을 했다면 정말 딱이었을텐데...)

전체적으로 군인이 아닌 "그것이 알고싶다" 진행자 느낌이랄까?

그래도 1막은 나쁘지 않았는데 2막은 너무 얕게 머물거나 너무 깊게 빠지더라.

특히나 거제도 장면은 감정이 너무 과해서 본인도 추스르는데 힘겨워하는 것 같았다.

배우로서 배역의 컨트롤 하는데 살짝 실패한듯!

가사 전달이 안되는 노래도 좀 있었고

정상윤과의 듀엣은 발란스가 안맞고 틀어져서 듣기가 거북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론 "베르사미"라는 역할은 이정열보다 양준모가 더 잘 어울렸던 것 같다.

양준모가 훨씬 더 군인답기도했고, 극 속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도 했고, 냉정하기도 했다.

이정열 베르사미는...

정말 죄송한 말이지만 "선배님" 혹은 "선생님" 느낌이라 보면서 좀 불편하더라.

 

개인적으로 가장 의아했던 건,

쇼케이스때에는 거제도 장면이 상당히 임펙트가 있었는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거였다.

아버지와 아들이 오버랩되는 장면도 이상했고

동생의 노래는 프리스타일 랩처럼 들렸고,

좌우에 대립을 이루던 사람들의 움직임도 예전의 그 느낌은 확실히 아니더라.

도대체 그 이유가 뭐였을까?

단지 그날 내 몸상태가 좋지 않아서?

그것 때문은 분명 아닌 것 같은데...

혹시 서로의 욕심이 너무 과했던걸까?

솔직히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냥 좀 섭섭하고 안타깝다.

 

* 개인적인 사족이긴한데,

   양준모와 이정열이 서로 작품을 바꿔서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정열이 <서편제>의 "유봉"을.

   양준모가 <JSA>의 "베르사미"를...

   그랬다면 훨씬 좋지 않았을까!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12. 25. 12:10

<풍월주>

일시 : 2013.11.09. ~ 2014.02.16.

장소 :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대본 : 정민아

작사 : 박기현

연출 : 이종석

음악감독 : 구소영

출연 : 정상윤, 조풍럐 (열) / 신성민, 배두훈 (사담)

        김지현, 전혜선 (진성여왕) / 임현수, 최연동 (운장)

        김보현(궁곰), 이민아(여부인), 김지선(진부인)

제작 : 극단 연우무대, CJE&M

 

프리뷰 이후 본공연 첫관람.

원래 프리뷰와 본공연 관람에 이렇게까지 긴 텀을 둔 적이 없는데

프리뷰때 초연 특유의 감성이 많이 사라진 걸 보고 망설이게 됐다.

고민하다 피드백을 했다는 말과 정상윤 배우에 대한 믿음으로 본공연을 예매했다.

다행이다.

초연의 느낌까지는 아니지만 그대로 많이 좋아졌다.

그래도 제일 좋았던 건 역시 이재준 연출의 리딩 공연!

이 리딩 공연의 퀄리티는 아무래도 그냥 전설로 남게 될 모양이다.

신기했다.

가끔 궁금하다.

정상윤, 김지현에 김태훈까지 가세했다면 리딩 공연의 감성이 되돌아왔을까?

아마도 연출이 달라지지 않는 한은 어려웠을 것 같다.

이상하다.

요즘은 연출의 능력보다 배우의 능력에 의지하는 작품들을 자꾸 보게 된다.

배우의 연기적인 역량이 점점 높아져서 그런건지,

연출가들이 좀 안일함에 젖어 있어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뭔가 문제가 있기는 한 것 같다.

아주 의외였다.

프리뷰를 보면서 내가 알고 있는 이종석 연출이 맞는지 심지어 찾아보기까지 했다.

맞더라.

그래서 또 놀랐다.

물론 초연때보다 스토리에 대한 개연성을 더 보여준 건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그걸 보여주는 방법이 아주 산만하고 소란스러웠다.

친절해지려고 했던 연출의 의도가 오히려 독이 된 것 같다.

 

역시 정상윤 열은 믿었던 만큼 참 좋더라.

관람하는 내내 노래도 연기도 표정도 너무 좋아 또 혀를 내둘렸다.

확실히 캐릭터를 완전히 받아들인 모습이다.

특히나 자살한 사담이 남긴 옷을 끌어앉고 오열하는 모습은 매번 가슴을 흔들다.

정말이지 금방이라도 무너져내릴 사람같다.

어떻게 이 감정을 추스리고 다음 장면을 이어갈 수 있는지가 늘 신비다.

마지막 진성과의 대면 장면 역시도 압권이다.

고요하지만 모든 것을 다 태우는 불같은 처절한 열의 감정이 무대와 객석을 휘어잡는다.

일종의 전소(全燒)였다면 이해할까?

아마도 이종석 연출 역시도 정상윤이라는 배우때문에 한시름 놨을 것 같다.

정상윤이 아니었다면!

이 작품은 아마도 지금만큼의 평가조차도 어려웠을 것 같다.

그리고 신성민 사담.

벌써 이 녀석이 이만큼 성장했구나.

예전엔 신인 특유의 조심하는 모습이 무대 위에서 간간히 보였는데 지금은 당당해졌다.

<여신님이 보고계셔> 때보다 노래도 연기도 훨씬 더 안정적이다.

이제 메인 주연을 해도 충분하겠구나 생각될만큼.

진성과의 듀엣곡 "너를 짓는 마음"은 진성을 잊게 만들었고

"내가 아니면, 내가 죽으면"은 깊고 처연했다.

정상윤 열과의 "너에게로 가는 길"은 왠만한 남녀 듀엣곡보다 더 감성적이고 절절하더라.

이 두 배우들,

무대 위에서 참 멋지더라.

그 누구 보다도...

(덕분에 진성과 운장까지도 다 잊었다.)

 

무대...

이 소란스런 무대 연출을 도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아무리 조심스럽게 움직인다고 해도 그대로 다 들리던 배우들의 발소리.

만약 아파트라면 뛰어올라가 층간소음 항의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비유가 좀 그렇긴 하지만...)

가설무대 천막같은 배경은 너무 없어보이고

경사진 중앙 무대는 위태로워 보였고

두 명의 여성 투우사(?)의 옷자락 펄럭거림은 급기야 코믹하게 느껴질 정도다.

풍월의 인사법도, 진성과 열의 첫장면도 여전히 맘에 안들다.

그리고 뜬금없는 산사의 종소리 역시도...

그래도 엔딩에서 사담과 열의 대사를 다시 살려낸 것과

커튼콜이 달라진건 현명한 선택이다.

프리뷰때 이 부분이 가장 소란스러웠었는데...

 

무대와 조명, 음향은 희망이 없겠지만 

2월까지 공연 기간 중 조금이라도 더 피드백이 되면 참 좋겠다.

(솔직히 이러다 배우 잡을까봐 걱정된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3. 15. 08:11

<광해, 왕이 된 남자>

일시 : 2013.02.23 ~ 2013.04.21.

장소 :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출연 : 배수빈, 김도현 (광해/하선) / 박호산, 김대종 (허균)

        손종학, 김왕근 (조내관), 황만익, 임화영, 김진아 외

제작 : (주)비에이치엔터테인먼트

 

영화 <광해>가 이백만 관객이 들었다던가!

그래선지 엄창닌 흥행기록을 세운 이 영화 가 연극으로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 기대보다는 걱정이 더 많이 됐다.

영화의 성공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서 연극의 성공으로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는 일이고,

영화에서 1인 2역을 했던 배우 이병헌의 임펙트가 워낙에 강해서 어떤 배우가 됐든 생각보다 쉽게 도전하기 힘든 배역이 되겠구나 싶었다. 

어찌됐든 영화와의 비교는 피할 수도 없는 일일테고...

영화적 기법을 연극 속에서 활용하는 것도 당연히 한계가 있을텐데

하선과 광해의 대면을 어떻게 표현하겠다는 건지 막막하기도 했다.

(실루엣 처리? 마술같은 분장의 효과? ... 모두 정답은 아니올시다!)

암튼 여러가지로 좀 궁금했었다.

솔직히 나는 배우 이병헌이 연기를 잘 하는 배우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어쩌면 내 취향이 아닐지도... 돌 날아오는 소리 들린다...)

이 영화에서도 오히려 눈을 띄었던 건 킹메이커 조승룡과

장비같은 오버스런 털분장의 우수꽝스러웠던 도부장 김인권의 연기였다.

그래도 이병헌 때문에 넋을 놓았던 장면이 있긴 했다.

영화 초반에 빨간 옷(?)을 입고 아주 시니컬하고 날선 표정으로 앉아있던 바로 그 모습!

포스... 엄청 대단났다!

사실 이 장면의 전체적인 분위기엔 나도 기가 완전히 죽었었다.

 

이 어마무지한 포스의 주인공을 과연 누가 감당하게 될까 궁금했는데 배수빈, 김도현이란다.

킹메이커 허균은 박호산과 김대종.

어! 얼핏 그려봤는데 그리 나쁘지 않다.

한번쯤 봐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선택한 캐스팅이 배수빈과 박호산!

사실 김도현과 배수빈을 두고 살짝 고민하긴 했지만 좀 섬세한 표현을 보는 쪽으로 결정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대했던 것만큼 좋았던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좋았다.

(영화가 아닌 연극으로 처음 만났다면 아마도 훨씬 더 좋았으리라.)

상황의 전개와 표현에 대한 고민들이 역력히 보인다.

일부러 그랬는지 무대 자체도 오로지 인물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영화와는 다른 인물의 설정과 사건의 전개도 좋았다.

가령 도부장도 가짜 왕을 만드는 공모자에 포함된다는 것과

도부장, 어의, 허균이 결국 폭군 광해군의 칼날에 도륙이 되고 만다는 설정은 의외다.

아마도 환상이었겠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중전의 품에서 하선이 죽는 설정도 꽤 드라마틱하다.

영화에선 하선은 안 죽는다.

(왜? 이병헌이니까! ㅋㅋ)

영화의 미개봉 결말에서도 중전이 등장한다.

하선이 시골마을에서 입담을 자랑하는 장면에서 환한 웃음과 함께 꿈결처럼.

그 장면에서 이병헌의 눈빛!

첫 장면 광해의 그 눈빛만큼이나 좋았다.

그런데 도대체 이 장면을 왜 삭제했을까?

시작부분 광해의 날선 눈빛과 끝부분 하선의 꿈결같은 눈빛을 그대로 대비시키면

훨씬 더 임펙트가 강했을텐데... 

 

 

배수빈은 무대 위에서 성량 조절에는 그다지 안정적이지 못했다.

그렇게 생소리를 지르다간 조만간 목이 감당해내지 못할 것 같은데 걱정이다.

광해와 하선의 구분도 좀 모호헸다.

"경의 뜻대로 하시오!" 라는 대사와 함께 극의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어야 하는데

의도만큼 이 장면을 효과적으로 살려내지 못했다.

더 위엄있고 근엄한 톤이었다면 좋았을텐데...

개인적으로 당황스러웠던 건,

광대들이 나와서 18번째 후궁 운운 하면서 퇴장할때까지 배수빈을 못 알아챘다는 거다.

물론 탈을 쓰고 나오니 얼굴을 확인할 수야 없었지만 목소리가 너무 달랐었는데...

광해와 하선 때문에 놀랐던 게 아니라

탈을 쓴 하선과 탈을 쓰지 않은 하선 때문에 놀란 셈이다.

때때로 배수빈의 열정과 열심이라는 in put은 과한 표현이라는 out put 을 남겼지만

배우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무대와 배역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그리고 이날 공연에서 왕의 의상에 문제가 있었던 모양이다.

연기하면서 계속 의상에 신경쓰는 배수빈의 모습은 좀 그랬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배수빈의 연기는 나쁘지 않았다.

(특히 표정 연기는 정말 좋았다!)

 

허균 박호산.

이 날 나는 배우 박호산의 다른 면을 목격했다.

뭐랄까?

좀 다른 공간의 인물같았다고나 할까?

이쪽에 있으면서 저쪽을 살고 있는 사람이었다고 표현한다면 이해가 될까!

결말을 몰랐을때는 이런 해석이 좀 혼란스러웠는데

작품을 보고 나니 배우 박호산의 계산된 인물 설정이었는지도 모른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소리톤도 꽤 인상적이었다.

결코 큰소리 치지 않으면서 좌중을 주목하게 만드는 그런 톤이랄까!

박호산이라는 배우가 과연 사극 작품에도 어울릴까 싶었는데 꽤 괜찮았다.

뻔히 보이는 빅그적인 결말을 아주 담담하고 단백하게 표현했다.

이게 또 의외의 여운을 남았다.

대사 타이밍은 또 얼마나 기막히던지!

아무래도 허균이라는 작품 속 인물이

박호산이라는 배우에게 남다른 의미로 남는 배역이 될 모양이다.

(그에게도, 그리고 또 나에게도)

 

조내관 김왕근, 박충서 황만익의 연기와 목소리톤은 참 좋았고

대사할 때 타이밍도 정확했다.

출연한 배우들 모두 대체적으로 안정적이고 좋았지만

다만 중전은 대사와 연기, 발음도 많이 어설펐고

사월이는 영화에 나오는 인물 그대로 복사하듯 표현돼 많이 아쉬웠다.

몇몇 장면들은 연출의 묘미가 돋보였다.

가령 대신들의 윤대 예행 연습(?) 장면과

"경의 뜻대로 하시오!"와 함께 연결되는 장면의 전환,

하선이 꿈속에서 진짜 광혜와 대면하는 장면은 특히나 인상적이다.

배수빈의 열연도 아주 좋았고....

이 장면을 감내하면서 배우 배수빈은 고독하지 않았을까?

"너는 나의 과거고, 나는 너의 미래다! 결국 너는 네 안에 나를 만나게 될 것이다!"

엄청난 무게감으로 다가오는 대사라 듣는 것만으로도 섬득했었다.

극의 완급을 이끌고 해석해주던 고수의 북장단은 섬세했고

무대를 감싸던 오묘한 색감과 핀조명을 이용한 명암의 구획도 효과적이었다.

영화에서 느껴진 강한 임펙트는 상대적으로 부족하지만

영화와는 비교할 수 없는 고요한 중심이 간곡하게 담겨있다.

아예 다른 작품이라고 해도 무방할만큼!

다른 사람들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영화보다 연극의 은근함과 고요함이 훨씬 더 마음에 와 닿았다.

어쩌면 내겐 영화가 "광해'였고

연극이 "하선"이었는지도 모르겠다.

 

* 아마도 나는 진짜보다 가짜가 더 그럴듯한 세상에 사느라 많이 힘들었나보다.

  일순간 단번에 깨부수는 광폭함보다

  작은 정으로 오래 깨서 부서뜨리는 인고의 희망에 대해 오래 생각했다.

  오래 견디는 건 결코 무능때문이 아니다.

  그건 "어쩌면..."과 "혹시...." 로 연결되는 희망 때문이다.

  간곡함이란 놈은,

  힘이 쎄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12. 28. 08:06

<심야식당>

일시 : 2012.12.11. ~ 2013.02.17.

장소 :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원작 : 아베 야로 "심야식당"

대본, 작사 : 정영

작곡 : 김혜성

연출 : 김동연

출연 : 송영창, 박지일 (마스터) / 서현철, 정수한 (타다시)

        임기홍, 김늘메 (코스즈) / 박정표, 최호중 (겐)

        한채윤, 백은혜 (치도리 미유키) / 박혜나 (마릴린)

        정의욱 (켄자키 류)/차정화, 배문주, 김아영 (오차즈케 시스터즈)

 

원래는 계획에 없던 관람이었다.

책장 넘기는게 귀찮아 만화를 워낙에 안 읽기도 하거니와

특히나 일본만화는 이상하게 공감하기가 쉽지않아 더 안 보게 된다.

(나, 그 유명하다는 슬램덩크, 초밥왕 이런 것도 안 봤다.)

아무리 출연진들이 좋다고 하더라도 인터파크에 미리크리스마스 이벤트 30% 할인이 뜨지 않았다면 아마도 외면했을 작품.

솔직히 말하면 이 작품이 창작인줄도 몰랐다.

그런 작품이 있다.

별 기대를 하지 않고 공연장을 찾았는데

첫 장면과 대면하는 순간 속수무책으로 쏙 빠져버리게 되는 그런 작품!

창작뮤지컬 <심야식당>이 내겐 그랬다.

작고 소박한 음식점 앞으로 박지일이 자전거를 끌고 들어서는 순간,

느닷없이 퍼지던 따뜻한 훈김.

그건 마치 이제 막 지어낸 고슬고슬한 밥을 눈 앞에 둔 느낌이었다.

2시간 동안 지독한 허기와 신기한 포만감 사이를 왔다갔다 하면서 어느새 내 빈 속은 꽉 채워졌다.

문어모양으로 자른 베엔나 소시지를 볶은 소리,

달콤한 계란말이 부치는 소리,

전기밥통 여는 소리, 차

밥 위에 차를 따르는 소리,

재료를 손질하는 경괘한 칼질 소리.

음식을 준비하는 이 모든 소리가 그렇게나 다정하고 따뜻할 수 없었다.

(이런 소리들을 작품속에서 그대로 들려주겠다는 생각, 누가 맨 처음 했을까?)

 

저녁 12시 부터 아침 7시까지 문을 여는,

변변한 간판도 없는 심야식당.

메뉴라고는 된장정식 하나뿐이지만

손님이 주문하는 음식은 그때그때 만들어주는 마스터가 있는 그 곳.

사람들은 심야식당 문을 열고 말한다.

"마스터! 늘 먹던 걸로 주세요~~~"

비엔나소시지, 달콤한 계란말이, 고양이맘마, 버터라이스, 모시조개술찜,

달걀후라이를 올린 소스 야끼 소바, 감자셀러드, 오차즈께...

음식과 함께 하나씩 꺼내지는 추억과 사연들에 나는 여러번 뭉클하고 아련했다.

추억에 제대로 채한 사람들.

외롭고 지친 세상에서 나를 알아봐주고 위로해주는 단 하나의 음식.

마스터가 해주는 음식은 "괜찮다, 괜찮다"라며 어깨를 또닥이는 깊은 위로 같다.

(그치,그치,그치,그치~~~~ 네~~~!) 

마스터 역의 박지일은 정말 최고의 스토리텔러였다.

대사와 노래가 많은건 아니지만 작품 속에서의 존재감은 정말 엄청나다.

그 목소리라니...

누구라도 박지일 마스터 옆에 있으면 그동안 꽁꽁 싸매고 있던 깊은 트라우마도 술술 고백할 수 있을 것 같다.

절로 위로가 되는 백만불자리 음성.

늙은 게이 코스즈 임기홍도 신주쿠 뒷골목 역사책 타다시 서현철도 역시나 멋지고 인상적이었다.

(이 두 배우가 내게 일말의 실망을 안겨줄 날이 과연 오기는 할까?)

배우 최호중은 놀라운 발견이다.

이 배우 주목받기에 정말 충분하다!

노래도 괜찮고 그 많은 배역을 정말 완전히 다른 감정과 모습으로 연기했다.

임기홍과 또 다른 부류의 멀티맨 탄생을 예고한다.

매실, 연어, 명란젖 오차즈께 시스터즈는 정말 환상적이었고

작품의 구석구석을 정말 보석처럼 반짝반짝 빛나게 만들었다.

등장하는 10명의  배우들 전부 대단했다.

번잡하지 않은 무대도 너무 좋았고 뮤지컬 넘버들도 하나하나 다 좋았다.

(요즘 공연되는 창작뮤지컬들 정말 대단하다. 정말 만세다~~!)

 

정말이지 이 식당 어떻게든 찾아내서 꼭 한 번 가고 싶다.

찾아내면 문을 드르륵 열고 호기롭게 말하는거다.

"마스터! 늘 먹던 걸로 주세요!"

 

나는...

진심으로 위로받고 싶다.

내 텅 빈 마음속 그 깊은 곳까지

포만감 가득한 위로를 꾹꾹 채우고 싶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6. 7. 08:34

<노이즈 오프>

 

일시 : 2012. 05.04. ~ 2012.06.10.

장소 :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연출 : 백원길

극본 : 마이클 프레인(Michael Frayn)

제작 : 극단 적도

출연 : 장현성, 안신우 / 정의욱, 서현철 / 백원길, 전배수

        황정민, 김광덕/ 김로사, 김나미, 김동곤, 방현숙, 이주원

 

2006년 초연된 당시에 놓쳤던 작품이다.

그때 배우 양택조가 극중 늙은 도둑 역할에 캐스팅됐었는데 간암 초기로 수술이 결정되면서 하차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서 원래 다른 배역이었던 남명렬씨가 급하게 도둑 역을 대신했던 것 같다.

(보지도 않았으면서 참 별 걸 다 기억하고 있다.)

 

극본을 쓴 작가가 마이클 프레인이라서 좀 놀랐다.

게다가 이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10년이란 세월을 보냈단다.

내가 본 작품중에서 가장 지적이고 경이로울만큼 학구적이었던 <코펜하겐>의 원작자가 이런 희극을?

그것도 이렇게 긴 시간을 들여 완성했다는 게 또 한 번 경이롭다.

그는 10년 동안 직접 공연장을 찾아다니면서 무대와 배우들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관객의 반응도 일일히 살피면서 수정에 수정을 거듭해 이 작품을 완성했단다.

그래선가?

끊임없이 웃음을 선사하지만 이야기 구성은 치밀하고  왠만한 추리물보다 잘 짜맞춰져있다.

희극작품이지만 빈틈이 없어서 학구적(?)인 인상을 주는 참 묘한 작품이다.

특히 희극작품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타이밍(Timing)의 정확성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TV와 영화에서 지적인 캐릭터 연기를 주로 했던 장현성이 이작품에서 일종의 연기 변신을 한 셈이다.

1막은 장현성 본래의 이미지에 가깝고

2,3막에서는 조금 헐렁하고 가벼운 모습을 보여주는데

아무래도 내겐 장현성에 대한 고정이미지가 이미 굳게 자리잡혔나보다.

연기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데 보는 내가 어색한 묘한 경험을 했다.

서현철과 황정민 캐스팅이 공연하는 날로 일부러 예매했는데 두 사람의 연기는 확실히 좋았다.

서현철의 표정연기는 특히 압권이다.

김나미의 과장된 사투리 연기도 재미있고

<점프>의 연출자 백원길의 흥분된 연기와 해석불능한 말도 재미있다

백원길은 이 작품의 실제 연출가이기도 해서 아마도 보는 재미가 더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참 재주꾼이다. 이 사람!)

무대 전체가 180도 전환되면서 셋트 뒷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은 역시 인상적이었다.

공연이 되는 무대 정면과, 무대 뒤 배우들의 실제 모습들을 그대로 까발려 보여준다!

이런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

보면서 이 상황이 억지스럽거나 과장됐다기보다는 정말 실제로 그럴 수도 있겠구나 긍정하게 된다.

하긴 앞과 뒤가 다른 게 무대 뿐일까?

(연극의 대사에도 나온다. 이게 다 인생이라고...^^)

특히 배우들간의 불화가 극심해진 3막에서는

무대 뒤의 갈등은 점점 더 심해지면서 무대 앞도 난장판이 된다.

결국 수습불가능의 지경까지 이른다.

그 모습이 또 얼마나 재미있던지...

(실제로 이런 상황을 직접 목격했으면 하는 몹쓸 생각도 했다)

실제로 객석에서 사람들의 폭소가 끊이지 않고 터진다.

웃음코드가 많이 떨어지는 나인데도 시종일관 재미있게 봤다.

2막이 시작되면서 조금 지루해지려고 했는데 그때부터 소위 빵빵 터지기 시작한다.

인터미션까지 포함하면 대략 3시간짜리 공연인데 그 시간이 별로 지루하진 않았다.

그래도 역시 허리는 너무 아프다.

허리 통증도 noises off 됐으면 정말 금성첨화였을텐데...

아!... 아프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1. 27. 06:23

<리턴 투 햄릿>

일시 : 2011.12.09. ~ 2012.04.08.
장소 :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대본 : 장 진
연출 : 장 진
제작 : 문화창작집단 수다, (주)연극열전
출연 : 김원해, 서주환, 김지영, 장현석, 김대령, 조복래, 이엘, 강유나


연극열전 4번째 시리즈 그 첫번째 작품인 <리턴 투 햄릿>
영화감독 장진의 연극 연출 복귀작으로 화재가 된 작품이다.
갑자기 연극판에서 부지런하기로 작정했는지
장진 연출은 이 작품 외에도 <서툰 사람들>이라는 연극도 2월에 선보일 예정이다.
그리고 역시 장진은 장진이다.
개인적으로 장진식 유머와 위트를 좋아한다.
재치있으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예리함이 있다.
결코 과하지 않게 그러나 인상적으로.
오랫만에 대학로에서 젊은 배우와 젊은 연출가의 참신한 작품을 보게 돼서 개인적으로 기쁘다.
어찌보면 대학 워크샾 작품을 보고 있는 듯한 묘한 참신함과 신선함도 느껴진다.
비교적 젊은 배우들이 주가 된 작품이라 자칫 가벼워질 수도 있었는데
그 아교 역할을 배우 김원해와 조복래가 확실하게 붙잡아준다.
그래서 조금 걱정이 된다.
건축 디자이너(?)인 양진석이 과연 김원해가 하듯 무대 위에서 조율과 포용을 아우를 수 있을지가...
뭐 본인이야 더 캐릭터 분석하느라 고민에 고민이겠지만 말이다.



무대 뒤 분장실을 들여다본다는 설정은
관객에겐 엿보기라는 관음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모든 공연 예술은 일종의 관음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 <햄릿>의 색다른 해석은
대한민국의 지금을 풍자하고 까발리는 썩 괜찮은 도구로 활용된다.
햄릿의 비극성에 빗댄 대한민국의 희극성이라고 할까!
실제로 관등성명 운운하는 장면은 김문수 도지사의 어이없는 형태를 직접적으로 보여줬고
늘상 봐서 이제 오히려 식상한 대한민국의 청문회 장면 역시 이 연극을 통해 다시 들여다보니 재밌다.
("잘 기억이 안 납니다~~~" 이 말은 대한민국 국회의원에개 특허 줘야 한다.)
짜고 치는 고스톱, 이분법적인 편가르기 역시도 익숙한 대한민국의 정치판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급기여 성질을 부르며 퇴장하는 모습까지도...
역시 장진식 코드와 유머로 작품을 꽉 채웠다.
다만 마당놀이 형태가 너무 길어졌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처음엔 신선하게 느껴졌는데
너무 오래 계속되다보니 밑천이 드러난다는 느낌!
특히나 젊은 배우들의 사투리는 점점 민망할정도로 어색해진다.
엑센트로 느껴졌던 부분이 오히려 지루하게 느껴진다.
공연시간도 꽤 길어지면서
젊은 배우들과 노련한 배우들과의 집중력과 연기력 차이가 조금씩 벌어지기 시작하는 것도 단점!
처음엔 분명 참신하고 재미있었는데
그 참신함이 자칫하면 지루함으로 빠질 소지가 다분하다.
특히나 결론은 너무 신파적이고 교육적(?)이라 의외다.
(이건 장진식 스타일이 아닌 것 같은데...)



2012년 내 첫 관람작이 된 <리턴 투 햄릿>
어찌됐든 부담없이 유쾌하게 볼 수 있는 연극임에는 분명하다.
연극을 지루하고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그런 작품.
더불어 좀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이 연극을 보고 있으면 코믹공화국 대한민국이 보인다.

개인적으론 끝까지 좀 더 실랄하게 까발리고
좀 더 노골적으로 보여줬으면 더더더 좋았을 작품!
(그랬으면 너무 추했을라나???)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9. 2. 06:32
지난번에는 류정한, 이창용 페어를 봤었고
이번 관람은 류정한, 이석준 페어였다.
류정한과 이창용의 나이 차이가 무려 13살인 반면에 이석준과는 1살 차이다.
일단 심정적으로는 안도감은 느껴진다.
뭐 나이가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지만
심리적으로 느낌도 무시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이날은 배우 건승정한이라는 류정한 클럽에서 처음으로 전석 단관을 실시한 날이다.
450 여석의 동숭홀 좌석이 불과 몇 분 만에 매진되는 놀라운 대형사고(?)를 성공시키더니 당일날에도 축제같은 분위기를 계속 만들어가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어딘지 격세지감이 느껴지기도...
그리고 예전과 비교하면 많이 달라진 분위기도 누느껴진다.
예전에는 뭐랄까,
류정한이라는 뮤지컬 배우의 남성성(?)을 홀로 과도하게 추종했던 무리가 많았는데 10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은 조력자, 응원자 비슷한 결속력이 조금씩 느껴진다.

조금 놀라긴 했다.
10년이란 시간동안 이어진 건승정한의 힘이...
왠만한 사람이 와도 무대 위에서 떨리거나 긴장하지않는다는 배우 류정한도
함께 공연했던 이석준의 증언(?)에 의하면 계속 떨려했단다.
공연장 전체가 오직 자신을 응원하는 사람으로 채워져있다면...
그 떨림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더불어 이 사람 무지 행복하겠구나 하는 감탄에 가까운 부러운 마음도...



공연을 보다보면
관객이 편안한 공연이 있고
연기하는 배우들이 편안한 공연이 있다.
개인적으론 류정한, 이창용 페어가 전자에 속했고
류정한, 이석준 페어가 후자에 속했다.
두 배우 모두 전체적으로 살짝 흥분돼 있었고
이석준 앨빈은 등장부터 말투와 행동이 좀 과장돼 보였다.
본인의 인물 설정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능이 살짝 떨어지는 어른아이 같다고나 할까!
목소리 톤이나 음색의 조화도 개인적으로 이창용, 류석준 페어가 맘에 든다.
류정한, 이석준 두 사람 모두 무대 위에서 소위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발란스는 잘 맞춰주는 것 같은데
이상하게 왠지 동화가 잘 안 되는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뭐라고 딱 꼬집을 수 있는 흠이 있는 건 결코 아니다.
(혹시 전석 단관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두 배우에게 작용했던 걸까?)
고백적이고 잔잔한 드라마 짙은 이야기가
어느 순간 이벤트같은 느낌이 들기도...
어쩌면 선입견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전체적으로 공연은 약간 들뜬 분위기였다.



워낙에 이 뮤지컬 자체가 스토리가 탄탄하고 뮤지컬 넘버들도 좋아서
딱히 흐트러질 구석이 별로 없는 공연이긴 하다.
두 배우의 호흡과 내공만 잘 들어맞는다면 누가 해도 자신의 best 작품에 들어갈 그런 작품 ^^
보고 있으면 참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든다.
무대에 서있는 배우도 그렇고 무대 밑에서 보고 있는 관객도 그렇고...
토마스의 기억 속으로 들어가 하나 하나 기억을 끄집어내는 앨빈.
빼곡하게 쌓여있는 책으로 표현된 토마스의 기억은
앨빈의 기억이기도 하다.
그래서 토마스의 기억이 살아있는 한
앨빈 역시도 살아있을 수 있게 되는 그런 관계...
정말 그럴까?
사람들은 기억 하나하나를 그 작은 디테일까지도 잊어버리지 않고 다 저장하고 있는 걸까?
그래도 지워질 기억들은 조금씩 지워졌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공연 후에 신춘수 대표, 류정한, 이석준 세 사람이 무대 위에 나와서 객석과 이야기를 나눴다.
세 사람 사이에는 믿음 이상의 결속력이 보인다.
묘한 형제애같은 강하고도 끈끈한 유대감.
어쩌면 그래서 이 작품이 이들에게, 관객에게 더 의미있게 다가오는 건지도 모르겠다.
한 발 물러나서 함께 뒤돌아보며 정리하고 싶었을지도...
그리고 다시 함께 시작하고 싶었을지도...
믿음이 쌓인 사람들이 나누는 미소는 
든든하게 이쁘다.


                                <The Story of My Life 앤딩 장면>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