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6. 8. 18. 07:35

 

<글로리아>

 

일시 : 2016.07.26. ~ 2016.08.28.

장소 : 두산아트센터 Space111

작가 : 브랜든 제이콥스 - 젠킨스 (Branden Jacobs-Jenkins)

번역 : 여지현

연출 : 김태형

출연 : 이승주(딘&데빈), 손지윤(켄드라&제나), 임문희(글로리아&낸), 정원조(로린)

        오정택(마일즈&숀&라샤드), 공예지(애니&사샤&캘리)

제작 : 노네임씨어터컴퍼니

 

노네임씨어터컴퍼니 7번째 작품 <글로리아>는

근래 내가 본 작품 중에서 가장 비극적이고 끔직했다.

그 이유는...

너무나 현실적인 이야기라서!

그야말로 지금 이곳에서 다반사로 일어날 수 있는 일상의 비극이다.

15년 넘게 직장생활을 했지만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동료 한 명 없는 "글로리아"는

내 모습일 수도 있고, 당신들 모습일 수도 있다.

글로리아의 극단적인 선택이 나는 이해가 되고 심지어 용납이 된다.

확실히 인간은 뒷담화와 함께 진화했다.

인간에게 뒷담화의 능력이 없었다면

문화도, 예술도, 기술도 발전하지 못했을거다.

(뒷담화라는건 언제나 상상력이 가미돼 실제보다 훨씬 더 부풀어지게 마련이니까!)

인간을 왜 그토록 쉽게 무의미한 존재로 만들어버리는걸까?

사무실 직원 5명을 살해하고 자신의 머리통까지 날려버린 "글로리아"는

어어없게도 죽어서야 존재감이 급상승된다.

그리고 시작되는 주변인물들의 사생결단 트라우마 쟁탈전.

"이 이야기...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이 대사에 소름이 돋았던건 비단 나 뿐이었을까!

 

...... 그녀는 평범했어요, 조금 어색했달까. 낯을 좀 가렸어요. 사람들이랑 많이 안 어울리고 플로리다에서 왔던 거 같아요...... 평범했어요, 평범한 일들을 했고 뭐 굳이 얘기하자면, 직장에서 늘 혼자 있었어요, 그게 진짜 그지 같은 거죠. 직장은 곧 그녀의 삶이었으니까, 어떤 면에서는, 그녀가 그런 일을 했다는게 그렇게 놀랍지 않아요. 아주 건강한 환경은 아니었으니까, 그러니까 제 말은, 우리 중 누구든 그렇게 했을 수도 있다는 거예요 ......

 

처음부터 이상한 사람은 없다.

그리고 누군가의 삶이 어땠는지 알지 못하면서 그 사람의 삶을 평가해서는 안된다.

글로리아는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었던게 아니다.

단지 존재하고 싶었을 뿐이다.
존재...라는거,

참 목이 매인다.

개인적으론 이런 작품을 보고나면 후폭풍이 오래 간다. 

젠장!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조용히 살고 싶다.

진심으로.

 

로린의 마지막 말이 비수처럼 가슴에 꽂힌다.

"좀 웃기지 않아요? 이런데가 다 똑같다는게... 사람들까지 다 똑같아요. 왜 그럴까요?"

대답할 말이 없는 나는,

로린처럼 조용히 헤드셋을 끼고 모니터만 뚫어지게 쳐다본다.

글로리아가 되지 않기 위해서,

혹은 글로리아가 되기 위해서.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8. 17. 08:28

 

<필로우맨>

 

일시 : 2015.08.01. ~ 2015.08.30.

장소 : 두산아트센터 space111

원작 : 마틴 맥도너 (Martin Mcdonagh)

번역, 각색 : 이인수

연출 : 이인수

무대 : 여신동

출연 : 정원조(카투리안), 윤상화(투폴스키)

        김수현(에리얼), 이형훈(마이클)

제작 : 노네임씨어터컴퍼니

 

2007년 LG아트센터 초연때 캐스팅이 그야말로 화려했었다.

최민수, 윤제문, 최정우, 이대연...

그때 관람을 놓고 참 많이 고민했었다,

LG아트센터 광활한 대극장에서 조그만 취조실이 배경인 연극이라니...

솔직히  감당이 안됐다.

그래서 관람을 포기했었고

그 후 2012년, 2013년 변정주 연출과 김준원 배우의 조합으로 올라왔을 때는 어찌어찌하다 놓쳐버렸다.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연출가와 배우 조합이라 꼭 보고 싶었는데...)

그냥 여러모로 나와는 참 인연이 안닿는 작품인가보다 했었다.

그랬더랬는데 드디어 네 번째 공연만에 보게 됐다.

<필로우맨>

space111에 갔더니 벽에 있는 보드판에 축하멘트가 적혀있더라.

제일 아랫쪽에 연극배우 남명렬이 써 놓은 글이 눈에 띄었다.

"필로우맨 - 노네임 늘 좋아~~"

전적으로 동감한다.

노네임의 작품은 늘 좋았다

 

작가와 작가의 형, 그리고 아동 연쇄 살인 사건.

그런데 벌어진 살인 사건이 공교롭게도 작가가 쓴 이야기의 내용과 완벽하게 일치한다.

자기와 무관한 일이라고 말하는 작가에게 

형사는 작가의 집에서 나왔다는 증거품을 보여주며 말한다.

당신 형 마이클이 범행 일체에 대해 자백했다고.

하지만 당신 형은 지적 장애가 있는사람이라 그런 일을 저지를 머리가 없다고.

그래서 당신의 자백도 받아야 겠다고.

자. 여기서 중요한건 살인 사건이 아니다.

중요한건 "이야기"다.

이야기 그대로 재현된 살인 사건,

자신은 죽더라도 자신이 쓴 이야기만은 남기고 싶어하는 작가.

그리고 동생이 만든 이야기를 끊임없이 듣고 싶어하는 작가의 형.

그렇다.

"이야기"의 힘은 쎄다.

그 힘은 비극적일 수도 있고, 희극적일 수도 있고, 둘 다 일 수도 있다.

이 작품을 보면서 놀라웠던건,

끝임없이 거듭되는 반전을 아주 담담하게 표현했다는거다. 

받아들이고 이해하는데 놀랍지도, 끔찍하지도, 잔인하지도 않았다.

말 그대로 작품의 모든 상황과 내용이 다 "이야기"로 다가왔다.

이야기... 이야기... 이야기...

 

 

그런데 나...

이 작품보다 이 연극에 나오는 이야기에 흠뻑 빠져버렸다.

1막에 나오는 작은 사과인형, 사거리의 세 사형대, 강 위의 한 마을, 작은 초록돼지도

2막에 나오는 작가와 작가의 형제, 필로우맨, 어린 예수도

다 흥미롭고 매혹적이다.

어떻게든 이야기를 남기고 싶어한 카투리안의 절실함이 충분히 이해될 만큼.

특히 연극 제목과 같은 제목을 가진 <필로우맨> 이야기는 압권이다.

어쩌면... 필로우맨 이야기 차체인지도 모르겠다.

이 세상에 이야기가 없다면,

팍팍하고 힘든 현실을 어떻게 버텨나갈까?

다른 사람들은 그럴 수 있을지 몰라도 나는 그럴 수 없다.

 

적어도 나란 사람은,

필로우맨과 함께 하는 결말을 원한다.

그게 비혹 잔혹동화일지라도...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