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3. 9. 6. 08:02

<Elisabeth>

일시 : 2013.07.26. ~ 2013.09.07.

장소 :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대본 : 미하엘 쿤체

작곡, 편곡 : 실버스터 르베이 

연출 : 로버트 요한슨

협력연출 : 박인선

음악감독 : 김문정

출연 : 옥주현, 김소현 (엘리자벳) / 민영기, 이광용 (프란츠 요제프)

        김준수, 박효신, 전동석 (토드)

        이지훈, 박은태 (루이지 루케니)

        김이삭, 노지훈 (황태자 루돌프) / 이정화 (대공비 소피) 외

제작 : EMK뮤지컬컴퍼니, (주)마스트엔터테인먼트

 

이지훈 루케니와 샤토드, 옥엘리의 조합.

샤도트는 7월 18일에 봐서 초연과 어떻게 달라졌는지 대략은 파악했으니

오늘은 초면인 이지훈 루케니 위주로 끄적이련다.

솔직히 염려됐다.

이지훈이 루이지 루케니라는 배역을 잘 감당할 수 있을지가.

게다가 초연때부터 찬사에 찬사를 들었던 박은태 루케니와의 더블이라니...

배우로서도 부담스러웠겠지만 관객 입장에서도 참 부담스러운 비교군이긴 했다.

뮤지컬 배우로서 이지훈의 경력도 적지는 않음을 알고는 있지만

그동안 해왔던 배역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이 배역이라서...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지훈의 연기를 직접 본 적은 한 번도 없더라.

그러니까 이건 순전히 "~~카더라" 통신에 의거한 100% 선입견이었던거다.

그가 출연한 작품을 찾아봤더니 이 작품까지 총 9편이다.

(라이센스 작품 <위키드>의 "피에로"가 그의 10번째 작품이 되겠다!)

배우로서 저력과 노하우가 생길 충분한 경력이고 시간이다.

직접 내 눈으로 보고 뮤지컬 배우 이지훈의 모습을 판단하기로 했다.

 

이지훈 루케니!

선입견만 가지고 걱정했던게 미안할 정도로 좋았다.

특히 1부 프롤로그에서 샤토드와 "엘리자벳"을 부를 땐 두 사람이 베틀을 하는 느낌이다.

김준수와 이지훈,

의외로 음색이 잘 어울린다.

신경질적으로 날카로운 토드와 덴디하면서 어딘지 살짝 주눅든 아이같던 루케니.

(내가 써놓고도 참 모호한 표현이다.)

고음이 불안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박은태처럼 "시원"하게 뽑아내지는 못하지만 답답하고 막힌 느낌은 아니었다.

"밀크"와 "키치"는 비록 많이 약했지만 능청스런 해설자 모습 자체는 괜찮았다.

살짝 초연의 김수용 루케니 모습이 보이긴 했지만 박은태와는 확실히 다른 느낌의 루케니였다.

그의 말대로 이 작품의 그의 터닝 포인트가 충분히 되줄 것 같다.

그나저나 왕년에 잘 나가던 가수들의 입지가 점점 줄어드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영화 <라디오스타>가  이들의 현실이 되버렸으니...

그나마 이지훈처럼 뮤지컬배우로 점점 자리를 잡아 간다면 다행인데

이쪽을 시도했다 잊혀진 가수들도 너무 많다.

흥행을 위해 잘나가는 아이돌그룹 멤버들을 실력 검증없이 마구잡이로 캐스팅해서

트리플, 쿼드로 내세우는걸 보면 나조차도 어딘지 민망해진다.

"오디션"이라는 공식적인 절차도 이들 앞에서는 무용지물이고...

공연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런 현실이 너무 자주 목격되는게 참 씁쓸하다.

사방에서 치고 들어오는 야만적인 흥행 권력의 세계에서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걸아가는 공연 배우들을 보면 정말이지 절로 박수가 나온다.

(살짝 루케니로 빙의된 것 같은 이 느낌은 뭐지!!!)

 

 

김준수 토드는 두번째 관람때보다는 목소리 상태가 좋았지만

개인적으론 역시 초연때의 느낌이 훨씬 좋다.

뭐랄까 이번 표현은 어딘지 성적 소수자의 느낌이 너무 강해서...

그래도 암전된 후에까지 표정과 시선을 계속 끌고 가는 모습은 다시 봐도 인상적이다.

무대 장악력 무시무시하고.

개념팬들이 많아서인지, 아니면 사전에 약속을 해서인지 흐름을 끊는 환호도 전혀 없었다.

(팬덤의 위력이 실감되더라.)

초연때 제일 좋아했던 넘버 "그림자는 길어지고"와 "내가 당신의 거울이라면"은

여전히 루돌프 때문에 완벽한 발화를 볼 수 없었고

이정화 대공비는 조만간 태권도 격파 시범단에서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왜 그렇게 동작을 과하게 할까???

생뚱맞은 슬램스틱 코미디를 보는 느낌이라 서글펐다.

이번 루돌프의 아역은 윤예담이 아닌 다른 아이였는데(이름은 레드썬~~~!)

아이라는 걸 감안하고 들어도 발음이 심각한 수준이다.

팬텀 아들래미라 그런지 윤예담이 참 잘했구나... 살짝 뒷북으로 기특해했다. 

앙상블이 약한 건 내내 아쉬움으로 남아서

초연되는 작품을 놓치면 절대 안된다는 걸 다시 재확인했다.

(초연의 그 짱짱한 앙상블은 진정 다시 볼 수는 없는건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여전히 내겐 유혹적이다.

자신의 품으로 오라는, 그러면 편안하게 해주겠다는 tod가 있으니까.

"tod"의 데스토피아의 세계는 완벽한 유토피아의 세계다.

그것도 아주 매혹적이고 유혹적인 세계!

그곳으로...

가.고.싶.다.

그럴 수 있다면!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6. 30. 06:08


연극 <이(爾)>
작.연출 : 김태웅
2009. 06.09 ~ 07.08.
대학로예술극장대극장 (구 아르코시티극장)
평일 : 8시      토요일 : 3시, 7시            일요일 : 4시
출연 : 김내하/박정환 (연산) , 정원영 (공길), 진경/이화정 (녹수), 이승훈 (장생), 정석용 (홍내관)




<爾> 볼 때면 왜 항상 맘이 아플까?
난폭함을 가장한 갓난쟁이 연산의 슬픔도
연산을 휘두르다 비참한 최후를 맞는 녹수도
끝끝내 자신을 버리지 않는 왕을 둔 공길도
그리고 그런 공길을 품는 장생의 마음도
모두 다 서글픔이고 안타깝다.



2006년 극장 "용"에서 봤던 <이>를
다시 만나다.
영화 <왕의 남자>의 원작!
(영화와 연극이 비슷할 거란 생각은 그러나 하지 않는 게 좋을 듯....
정말 다른 느낌이다. 물론 근복적인 차이는 아니지만)




아르코시티 극장을 들어서면
내벽이 온통 공연장이다.
약간 올려다보는 눈높이가 오히려 시야를 가리지 않아
기특하다는 생각도...



<이>의 첫 장면은
웅장하기도 하고 왠지 흉물스럽기꺼자도 하다.
문 뒤로 서 있는 커다란 탈과
7명의 무희들이 나와 마치 처용무를 생각케 하는 춤을 춘다.
음산하며 비밀스런 기운까지 감도는 곳



연산은 화로 앞에서 어머니 신주인 듯한 종이를 태우며
그 절절한 마음을 통곡한다.
진심이었을까? 아니면 광기의 한 표현이었을까?
아직 선택이 어렵다.
(역시 이 장면은 2006년 이남희 연산을 생각나게 한다. 충격적이었었는데.....)



희락원 광대들의 한판 굿!
살짝 현실을 꼬집는 위트까지.
같은 풍자가 항상 먹힐 수 있는 현실이 참 싫다.
좀 달라져야 하는 거 아닌가????



차라리 현실이 이런 놀이판이라면
적어도 열심히 박수는 칠 수 있을텐데.....
얼~~~쑤 하면서.



김내하와 더블로 연산을 연기하는 "박정환"
2006년 "공길"이 "연산"으로 돌아오다.
"공길"을 건너 온 박정환의 "연산"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하다.
기회가 된다면 보고 싶다는 바램.
4대 공길의 행운을 잡은 "정원형"
오만석, 박정환, 김호영에 이은 공길
남자배우라면 누구나 탐이 날 배역.
남자이면서 여자인 爾,
슬프게 매력적인, 그리고 모호한 이 사람.



장녹수의 옆을 지키던 또 한 남자(?)
홍내관 정석용,
베토벤 바이러스, 왕의 남자, 라디오스타의 감칠맛 나는 연기를 보였던 분.
이 분의 감초연기는 여기서도 빛을 발한다,
계획된 애드립과 액션인 것 같은데 왜 매번
같은 대사와 몸짓을 해도 처음 보는 것처럼 재미있는거지?
신기해....
(이런 게 내공일까?)



폭군 연산이 궁중광대를 사랑했다는 파격적인 설정!
뭐 요즘 세상엔 이딴 건 파격도 아니긴 하지만...
임금의 자리에 요즘 시대의 인물을 올리면 파격이 될라나?
뭐 워낙에 그 분 자체가 파격이고 별종이라
이딴 것 정도는 파격도 아닐 것 같다는 개인적인 생각....
참 다양한 종류의 폭군들이 있구나 싶다.



장생의 "이승훈"
이 분의 장생 연기가 나는 너무나 좋다.
(이 분 역시 영화 <왕의 남자>에 나온다. 광대 3인방 ^^)
그가 연산을 향해 거침없이 쏟아붓는 독설들....
"상감인지, 영감인지, 탱감인지...."
"저 대가리로 왕을 해도 될라나 몰라...."
(누군가 뜨끔하겠다.... ^^)
그리고 죽음을 눈 앞에 두고 벌이는 한판 놀이판
"난 내 가슴이 벌렁거릴 때만 살아있다고 느껴!"
산송장처럼 살고 있는 내가
마치 연산이 된 것 같아 뜨끔하다.



"저 놈이 영 틀린 말을 한 건 아니지 않습니까?
(난 이 대사에서 "사과하십시오!"가 생각났다.....)
연산을 향해 내뺏는 공길의 말!
왜 나를 버리느냐고 묻는 연산에게
"내가 임금을 버리는 게 아니라, 내가 나를 버리는 것입니다"라 답하는 공길!
처음으로, 다시 자유로,
물같은 자유로 돌아가는 공길의 마지막에
어쩔 수 없이 나도 함께 눈물을 쏟게 된다.



"현실! 그런 게 있었나!"
공길을 끌어앉고 혼자 앉아 있는 연산은 공길의 손에서 빨간 천을 풀어낸다.
(장생의 눈을 가렸던 바로 그 천)
주위는 이미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있고...
홀로 남아 유언같은 말을 남기는 연산.
"인생 한바탕 꿈! 그 꿈이 왜 이리 아프기만 한 것이냐....."



연기처럼 사라질 불길....
다.... 탔구나....

인생이 정말 한바탕 꿈인 건가?
그 꿈 속에 나 또한  내 놀이판을 잃어버린지 오래.
남는 건,
그래서 아무것도 없는건가?
다 사라져 재만 남아
마침내 그것도
후~~ 불어 날아가면 그 흔적도 없어질텐데...

묻는 말에 대답할 수 없다.
나를 향하는 대명사,
너 爾!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