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1. 4. 28. 06:37
오랫만에 조카들이랑 공연을 봤다.
요즘 조금 의기소침해있는 조카 녀석 때문에 걱정이 돼서
두 녀석을 데리고 나간 착한 이모 ^^
정말 간발의 차이로 도착해서 부랴부랴 1장을 다시 현장에서 구입했다.
조카녀석들 자리에 앉히고 내 자리를 찾아서 앉았더니 이미 웅장한 서막 연주가 시작됐다.
와! 충무아트홀 3층에서는 처음 관람이었데 그 높이 참 아찔하더라.
뭐 그렇다고 시야방해가 있거나 대사가 잘 안들리거나 하지는 않았다.
워낙에 딕션이 좋은 배우들이 포진해서인지도 모르겠지만...

 

Cating :  류정한(몬테크리스토/에드몬 단테스) , 옥주현(메르세데스)
            최민철(몬데고). 조순창(빌포트), 장대웅(당글라스)
            한지연(루이자), 김성기(아베 파리아)
            전동석(알버트), 이미경(발렌타인)


 
원래는 앵콜로 올려지는 <몬테크리스토>를 이번에는 안 볼 계획이었다.
그런데... 이게...
영화 촬영으로 당분간 류정한을 무대에서 볼 수 없을거라니
그 전에 한번쯤은 그의 무대를 꼭 봐줘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랄까?
또 다시 몬테크리스토를 한다는 말에 조금 실망한 것도 사실이지만
(너무 캐릭터가 한정적으로 변하는 것 같다. 1인 2역 전문배우라는 타이틀은... 이제는 좀...)
어찌됐든 첫 정이 무섭긴 무섭다.
결국 다시 클릭을 하게 만들었으니...
 


몇 명의 캐스팅을 피하고보니 마음에 드는 날이 다행이 이날 딱 하루뿐이었다. 
오랫만에 김성기씨 무대를 보는 것도 기대가 됐었고...
(그러고보니 <라만차> 초연의 두 주역 류정한, 김성기 배우를 한 무대에서 보게 됐다.
 개인적으로 <라만차> 캐릭터 자체에는 김성기가 딱이었는데... 딕션의 한계가 많이 아쉽긴 하지만)
<천변카바레>까지 병행하고 있는 최민철,
<아이다>를 끝내고 곧바로 투입된 옥주현,
솔직히 어째 좀 불안한 건 사실이다.
캐스팅만으로도 노곤함과 피로가 느껴져서...
아무래도 우리나라 공연은 너무 한정된 몇 명의 배우들에에 의해서만 끌려가는 것 같다.
이렇게 기우뚱거리다 자초되는 건 아닌지 불안하다.

 


 

류정한은 역시나 여우같이 무대를 완벽하게 장악했고
3층이라는 가공할만한 거리에서 봤음에도 그의 연기는 매순간 빛을 발하고 힘이 느껴지더라.
컨디션이 좋지 않을때조차도 배우 류정한은 음을 낮춰부르지 않는다.
지붕을 날려버린다는 지옥송은 역시 그날도 끝장이었다.
3층까지 쩡쩡 울린 정도의 성량이며,
분노와 복수의 거칠고 광폭한 절규가 지금도 귓가에 생생하다.
감정몰입도 이제는 가히 신의 경지에 이른 것 같다.
3층에서는 전혀 볼래야 볼수도 없었겠지만
2막 후반부에서 회한과 후회가 가득한 넘버를 부르면서 눈물까지 흘렸다는 후문이다.
불혹의 나이에 과한(?) 액션까지 소화하느라 몸은 골병이 들었겠지만
어찌됐든 무대 위에서 류정한은 아직까지도 이팔청춘이 울고갈 정도다.
우려했던 옥주현의 컨디션은 역시나 난조다.
그녀의 맑고 청아한 목소리는 피곤함이 묻어났고 무엇보다 성량이 딸린다는 게 확연히 드러난다.
2막부터는 조금씩 컨디션을 회복하는 것 같긴 했지만
원캐스팅의 <아이다> 이후 바로 메르세데스로 무대에 오른 건 아무래도 무리였지 싶다.
충분한 휴식은 커녕 충분하지 않은 휴식조차도 없었던 것 같다.
거기다가 매일매일 라디오 진행까지...
(새로운 다이어트 프로그램인가? 확실히 이렇게 하면 몸은 남아나길 않겠다)
최민철, 조순창, 장대웅 트리오는 기대했던 것처럼 멋진 조합을 보여줬다.
조순창은 앞으로도 많이 기대가 되는 배우다.
아직까지는 과지모도를 제외하고는 딱이다 싶은 배역을 못했고
비중도 주조연급에만 한정되고 있는 것 같아 좀 안스럽다.
루이자 한지연이야 뭐 역시 멋진 여장부였고... ^^
 


아베 파리아와 단테스의 감옥 장면은 작년보다 코믹요소가 더 강해졌다..
(갑바라느니... 1번이라느... 선배라느니...)
요즘 공연의 추세가 그렇다지만
그러다보니 아베 파리아의 죽음이 너무 밋밋하고 중요성이 떨어져버리는 단점이 있다.
조원희 아베 파리아를 어쩔 수 없이 떠올리게 된다.
균형을 잡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구나 싶고...
전동석 알버트는
철없는 부잣집 아드님이라고 해고 과장이 너무 심하고 과하게 up된 상태다.
(좋기도 하겠지, <천국의 눈물>의 준에 이어 <모차르트>의 주인공까지 됐으니...)
한예종 성악과 출신답게 노래를 잘하긴 하는데
매번 느끼는 거지만 감정을 담아서 연기하는 건 아직 미숙한 것 같다.
어린 나이니까 앞으로도 더 달라지겠지만
솔직히 너무 일찍 주연을 맡아서 그게 오히려 배우로서 마이너스가 되지 않을까 싶다.
캐리어나 경험이 축적되면서 나오는 깊이라는게 생길 기회가 없을까봐 좀 걱정스럽다.

역시나 <몬테크리스토>의 넘버들은 좋다.
무대 스크린도 작년에 비하면 더 신경을 많이 쓴 것 같고
유니버설아트센터처럼 무대 소음이 크지 않은 건 정말 다행이다.
충무아트홀의 음향에 대해 말들이 많긴 하지만
개인적으론 공연장 자체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아무래도 오케스트라와 공연의 음향 담당자의 역량 탓이 아닐까 싶다.

아무튼,
지방공연이 남이있긴 하지만 당분간 류정한의 무대를 보는 건 이걸도 잠시 중단이다.
영화 <기적> 촬영 무사히 마친 후
더 멋진 뮤지컬 배우로 무대에 돌아와 줄 것을 기대하며
이제 잠시 나도 배우 류정한을 놓아 보련다. ^^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4. 21. 06:12


또 다시 봤다.
Jekyll & Hyde.
이번 시즌 네 번째 관람이고 이 말에 '벌써'라는 수식어를 달기에는 상당히 많이 뻘쭘하다.
이번 시즌만도 10번 이상 본 사람이 수두룩할테니까...
개인적으로는 이번 시즌 자체 막공이라고 생각하고 예매했던 공연이다.
류정한의 마지막 지킬 선언에 이어, 김선영의 마지막 루시 선언...
아마도 류지킬의 막공 루시가 김선영이었다면 굳이 예매까지 하는 수고를 보이진 않았을거다.
김소현 엠마를 피하고 김준현, 홍광호 지킬을 피하고나니 남들에게 필사적이었던 조승우 지킬이 김선영 루시때문에 어부지리가 됐다.(음하하 ^^ 묘한 쾌감이 있다.)

OD 컴퍼니에서 차기작으로 계획되어 있던 <라만차>를 엎고 8월까지 이 작품을 계속 가기로 했다니 장사가 소문보다 훨씬 더 잘되는 모양이다. 
거기다가 8월 이후로는 지방공연이란다.
역시 지킬은 OD 최고의 효도상품이 아닐 수 없다. (근데 어째 좀 뒷끝이...)

조승우가 영화 촬영으로 5월 초에 빠지면서 
그럴싸하게 새로운 지킬을 뽑겠다며 대대적으로 오디션을 본 모양인데 
공개된 캐스팅은 내 예상과 정확히 일치한다.
<아이다>를 마친 김우형의 지킬 복귀와
<오페라의 유령>의 크리스틴 최현주가 <몬테크리스토>를 마치고 새롭게 엠마로 투입된다.
그러니까 오디션은 일종의 쇼였던 셈...
세상에 짜고 치는 고스톱은 많다.
조승우도 빠지는 마당에 안전하게 가고 싶은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래도 10년의 관록 OD이고 신춘수인데,
한 명 쯤은 정말 완벽히 새로운 new face가 있지 않을까 조금은 기대했건만... 

 

 

조승우 지킬!
첫 대사부터 오래 누적된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피폐함이 여실히 느껴졌다.
넘버들을 부를 땐 클라이막스에서 아주 많이 낮춰부르기까지 한다.
그리고 이렇게 낮춰부르는게 이젠 거의 정석이 되어버린 것 같아 안타깝다.
동작 하나 하나에, 대사 한 마디 한 마디에 무거운 피로감이 뚝뚝 넘쳐나게 흐른다.
보는 입장에서 참 안스럽고 조마조마해서 몹시도 불편하고 그래서 더불어 혼곤하게 피곤했다.
그런데 참 신기한 건,
이런 불편한 피로감이 오히려 묘한 긴장감을 줬다는 사실이다.
This is the moment를 부르기 전에 지킬이 집사 풀에게 던지는 대사 한 마디.
"우리 아버지의 한참때를 기억해?"
나 역시 확실히 그리고 똑똑히 기억한다.
조승우 지킬의 한창 때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시즌의 조승우 <지킬 앤 하이드>가 감동적인 이유는,
확실히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섬세하고 깊이있는 연기에 있다.
솔직히 넘버들은 예전의 모습에 비하면 너무도 많이 "허약"해졌지만 (이 단어 정말 절실하다....) 
그의 연기는 그 어느때보다 지금이 가장 감탄스럽다.
Jekyll에 가까운 Hyde,
Hyde에 가까운 Jekyll의 모습은 작품 자체를 완벽하게 반전시킨다.
이 날 공연을 보면서,
나는 Jekyll의 고집과 집념이 너무나 Hyde스러워 때때로 신물이 났다.
대사 톤도 오히려 Jekyll일때 빠르고 강팍했고, 
Hyde는 느리고 진중해 오히려 따뜻했다.
점점 Hyde에 지배당하는 Jekyll을 보는 건 연민이고 아픔이고 괴로움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그런 복합적인 감정을 그렇게까지 잘 표현할 수 있을까?)
"내가 가야 할 길"은 개인적으로 아주 의미있게 생각하는 두 장면 중 하나인데
(나머지 하나는1막 후반부의 절절한 4중창)
이번 시즌에서는 단 한 번도 만족감을 느끼지 못했었다.
그런데 이 날 절규에 가까운 조승우 지킬의 연기를 보면서 솔직히 진심으로 아득했다.
그 순간만큼은 조승우 Jekyll이 통제하고 있었던 게
비열하고 잔혹한 Hyde가 아니라 확실히 "나"였다!
이 날 공연을 보면서 이제 다시 조승우 Jekyll은 보지 말자 다짐했다.
눈 뜨고 볼 수 없을만큼 아프고 불쌍해서
깊은 연민과 달래질 수 없는 슬픔으로 내 몸 마디마디가 다 쓰라리고 아팠다.
누군가 직접 내 몸에 대고 거친 망치질을 하고 있는 느낌!
만약 또 이런 느낌을 받게 된다면 
공연장에서 어쩔 수 없이 거칠고 강팍한 통곡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김선영 루시!
뮤지컬계의 여신이라고 불려지는데 솔직히 그 찬사조차도 그녀를 표현하기에는 부족하다.
2004년 겨울인가 2005년 봄인가 그녀가 처음 루시로 캐스팅 됐을 때가 생각난다.
그때 그녀는 무대 위에서 아주 수줍었고 어색했으며 그리고 춤도 뻣뻣했었다.
오히려 한참 어린 소냐 루시가 무대 위에서 더 여유로웠고 관능적이었다.
그렇다고 지금의 선영 루시가 엄청난 관능미를 발산하고 있다는 말은 아니다.
그녀의 루시는...
뭐랄까? 아주 깊은 은밀함과 처연함으로 가득하다.
dangerous game에서 소냐는 극도의 관능미가 느껴지지만
선영 루시는 극도의 보호 본능과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어떻게든 그녀를 하이드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싶다는 절박한 간절함.
꼭 거미줄에 걸린 여리고 순한 생명을 보는 느낌이다.
지금까지 딱 한 번 봤었다.
내가 본 그녀의 모든 공연을 통틀어 무대 위에서 그녀가 소위 삑사리라는 것을 내는 걸...
(그때도 Jekyll & Hyde 무대이긴 했다)
그녀는 신앙에 가까울만큼 절대적인 믿음을 져버리지 않고 
언제나 안정적으로 연기했고,
늘 아름다운 고음을 완벽에 가깝게 거뜬히 표현했다.
(그래도 그 정체불명의 빨간 모자는 정말 안습이다...제발~~~!)
가끔은 궁금하기도 하다.
그녀에게 슬럼프라는 게 있기는 할까?.
안정적이라는 게 어쩌면 변화없고 평이하다는 말의 완곡한 표현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녀의 안정감은 노련함과 완벽함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김선영이라는 배우는,
배역의 중요도나 포지션이 아니라
그녀 자체로서 이미 빛이 나는 절대적인 존재감을 발산하다.
(이런걸 "미친 존재감" 혹은 "아우라"라고 표현해야겠지!)
이번 시즌을 끝으로 그녀 역시도 류정한처럼 배우로서의 그녀 삶에서 루시를 떠나보낸다.
그러나 난 여전히 기대하고 기다린다.
또 다시 어떤 시작을 선택함으로써 스스로 빛을 발할지를... 
 

 
조정은 엠마는 자리를 잘 잡은 것 같다.
그러나 최현주 엠마가 들어오면 솔직히 좀 위태로울 수도 있을 것 같다.
최현주라는 배우가 워낙에 발성이 좋고 하모니와 발란스를 잘 맞춰서...
혹시 그녀가 들어오면 지킬, 어터슨, 엠마, 덴버스경의 4중창이 다시 웅장해질 수 있을까?
그렇다면 자체 막공이라는 이날의 다짐이 무효가 될 수도 있는데... ^^
어터슨 이희성은 여전히 과도하게 흥분하는 것 같고
주교 김태문과 프룹스 이용진도 웃음 코드가 너무 강하다.
(그리고 여전히 도플갱어같은 머리 스타일이고...)
예전보다는 공연이 전체적으로 점점 가벼워지는 건 개인적으로 많이 아쉽다,
지킬 한 쪽으로만 무게감이 집중되는 것 같아서 어째 불안불안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Jekyll & Hyde>는 명물허전이다.
보면 볼수록 지킬을 연기하는 사람에 따라 새로운 발견과 감동을 찾게 된다.
Jekyll 자신의 고백처럼 딱 그런 공연이다.

"이젠 멈출 수가 없어요. 중독처럼..."

그래서 정말이지 이제 그만 선전했으면 좋겠다.
솔직히...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1. 7. 05:57
1년 만에 다시 보게 된 뮤지컬 <영웅>
참 작년에 이 작품때문에 폭풍눈물 많이 흘렸었는데...
공연 보면서 잘 우는 편이긴 하지만 <영웅>만큼 시작부터 마음을 아프게 했던 작품은 없었던 것 같다.
첫 곡 "단지동맹"에서부터 어떤 묵직한 것들이 시종일관 가슴팍을 때린다.
안중근 역에 트리플 캐스팅된 정성화, 양준모, 신성록.
내가 보고 싶었던 캐스팅은 양준모 안중근이었다.
그리고 2010년의 마지막 날 정말 백만년만에 국립극장 대극장을 찾았다.
(예전에 <불의 검>과 <라만차>가 초연 됐을때 출근도장 찍던 곳이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초연의 무대가 훨씬 마음에 들지만
양준모 안중근은 인상적이고 진심으로 다가왔다.
아주 진지하고 책임감있게 안중근을 연기하는 그의 모습은
아름답고 참 이쁘더라.
조심성있으면서도 어떤 묵직한 사명감 같은 것도 느껴졌다.
서울과 대구를 오가며 <오페라의 유령> 팬텀을 병행하는 힘든 스케쥴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안중근이라는 배역에 얼마나 애정과 깊은 존경을 담고 있는지가 보여서
그 모습 자체로도 깊게 감동적이었다.
대사 하나하나를 얼마나 꼭꼮 씹어 야무지게 전달하던지...
그리고 그의 노래는,
늘 느끼는 거지만 참 거침없고 시원하다.
때로는 겁없이 덤비는 당당함이 느껴지기도...
재판 장면 "누가 죄인인가?" 에서의 당당함과 결의가 느껴졌고
"동양평화"를 부를 때는 목소리가 아득하고 잔잔하면서도 은근한 힘이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장부가"
스스로 호흡을 가다듬으며 점점 감정을 이입하는 모습과 
흔들림없이 크라이막스를 향하는 엄청난 성량에는
절로 깊은 탄성을 나오더라. 
물론 내면의 모습을 드러내는 부분에서는 (가령 1막의 왕웨이의 죽음에 절규하는 부분)
혼자서 너무 격하게 감정을 폭발시켜서 당황스럽긴했지만
연기적으로 더 다듬어지고 세공되면
확실히 꽤 괜찮은 그리고 오래동안 무대에 남을 배우가 되리라 기대된다.
30대 초반인 그에게는 앞으로의 더 많은 기회가 올 것이고
그 기회를 양준모는 영리하고 성실하게 자기 것으로 만들어갈 배우임에 틀림이 없다.
<영웅>이 다시 공연된다고 했을 때
아무 망설임없이 양준모 안중근을 선택할 수 있었던 건
아마도 오랫동안 지켜보면서 점점 커지는 그에 대한 믿음과 확신때문이었으리라.
그리고 이번에도 그는 역시나 그 믿음에 성실하게 보답했다.
점점 나는 그의 성장과 발전이 궁금해진다.
그러니 기다리고 지켜볼 밖에... 



이상은 설희는 여전히 김선영 설희를 무지 그립게 했다.
<명성황후>에서는 오히려 이태란보다 더 좋았었는데
이 공연에서는 여러가지로 안습인 모습이여서 안타깝다.
(김선영은 확실히 독보적인 아우라가 있다)
전체적으로 군무신들이 더 역동적으로 변했지만
장면 구성은 개인적으로 초연때가 훨씬 좋았다.
특히 설희와 이토의 장면은 뭉턱 짤려져 한 곳에 모여졌다.
극의 흐름을 위한 조치였겠지만 아련함과 감정변화를 보여주기엔 초연의 방식이 더 좋았던 것 같다.
굳이 설희의 흔들리는 마음을 황후까지 들먹이며 다잡는다는 설정이
어쩐지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이미 이상은의 목소리가 충분히 비장한데
가사까지 너무 비장해주셔서 다리 위에서의 노래가
마치 설희의 장부가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재앙 수준이었던 김내관과 최재형.
아무래도 이 두 사람을 배우 장기용 한 사람이 연기한 건 불상사가 아닌가 싶다.
목소리가 너무 중후해서 구별이 안되고
그리고 목소리만으로는 내관이 곧 임금이시다. ^^
우덕순, 조도선, 유동하는 역시나 명불허전이고
(조휘가 살이 좀 많이 쪘더라... 얼굴이 훤한것이 달덩이 같아서...)
어머님 조마리아 민경옥은 또 여지없이 날 울렸다.
아마도 안중근 어머님이 살아오신대도
이 분에게 안중근 엄마 하라고 자리를 내주시시지 않았을까?
인간적인 이토 조승룡의 목소리도 여전히 너무 좋았고...
(조승룡의 '청년 장준하"를 못 본 건 정말이지 천추의 한으로 남는다...)
작년에 조승룡과 더블이었던 이희성 이토는
분노 게이지가 자주 상승되셔서 은근히 혈압 걱정을 했었는데...



확실히 <영웅>는 나에게 자족과 그침을 힘겹게 하는 작품이다.
그래서 일부러 느즈막히 관람했다.
나름데로 지름신을 피해보고자.
그리고 지금 열심히 자중하는 중이다.
그런데 솔직히 좀 힘들다. (^^;;)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4. 26. 05:44


일    시: 2010.04.21. ~2010.06.13.
장    소 : 유니버설아트센터
작    곡 : 프랭크 와일드혼 / 연   출 : 로버트 요한슨
casting : 몬테크리스토 백작(류정한, 엄기준, 신성록)
             메르세데스(옥주현, 차지현)
             아베 파리아(조원희, 이원근),
             몬데고(최민철, 조휘),
             빌포트(조순창), 당글라르(장대웅), 
             알버트(김승대, 전동석) 그 외...


<2010.04.21. casting>

몬테크리스토 : 류정한 / 메르세데스 : 옥주현
아베 파리아   : 조원희 / 몬데고       : 최민철 
알버트          : 김승대

첫공을 아무 망설임 없이 선택한 건
오로지 이 사람,
뮤지컬 배우 "류정한" 때문이었다.
조금 쉬고 싶었는데 뮤지컬 넘버가 너무 좋아  휴식기를 반납할 수밖에 없었다는 작품.
그리고 무엇보다 <지킬 & 하이드>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작품이니
그로서도 역시 탐나지 않을 수 없었겠다.
<영웅>에 이어 <라만차> 서울 공연과 지방 공연을 다니느라 참 지쳤을텐데...
그를 또 다시 불러들이는 무대 때문에
그의 매니아들 역시 또 다시 기꺼이 좌석쟁탈전을 준비한다.
(클릭이 빠른 자, 가까이서 그를 보리니...)



개인적으로는 옥주현의 뮤지컬 무대를 처음 봤다.
감정연기도 나쁘지 않고 노래도 잘 하는 건 정말이지 충분히 알겠다.
그런데 이상하지?
목소리는 왠지 모르게 약간 들떠있고 그리고 숨소리가 너무 크다.
그리고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녀의 어머니를 보는 것 내겐 좀 당황스러운 모습이다.
(그냥 내내 여자이기로 선택한 거라면 할 말이 없지만...)
오랫만에 본 최민철의 무대는 아직 중심을 잡지 못하겠다.
캐릭터 설정을 그렇게 한건지,
아니면 그가 현재 좀 방황(?)하는 중인지 아직까지 잘 모르겠다.



뮤지컬 <몬테크리스토>가 올려진다고 했을 때
일부러 알렉상드르 뒤마의 <몬테크리스토 백작> 완역본 5권을 찾아 읽었다.
(내가 생각해도 정성이 갸륵하다)
그런데 원작을 괜히 본건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는 원작과는 느낌이 참 많이 다르다.
(당연한 거 아니냐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다...)


                                                 3인의 몬테크리스토 (류정한, 엄기준, 신성록) 
                                                 그런데 이 사진들 다들 좀 심하시다... ^^


알렉상드르 뒤마의 결말은 메르세데스와 에드몽 당테스의 헤피엔딩이 아니다.
당테스는 새로운 인생을 살기 위해 다시 배 위에서 길을 떠난다.
그의 곁에는 메르세데스가 아닌 다른 여자가 있다.
지조없는 남자라고?
아니! 원작을 읽으면서 나는 그 결말이 몹시도 좋았다.
그리고 그가 모렐 선주의 아들 막시밀리앙에게 남긴 편지의 마지막 구절이
결국 이 이야기의 모든 걸 대변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뮤지컬에서는 몬테크리스토의 아들같은 존재인 막시밀리앙이 등장하지 않는다)

"...... 인간의 지혜는 오직 다음 두 마디 속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기다려라! 그리고 희망을 가져라!......"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에서는 이 문장을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문장을 만들어냈다.
극의 내용에 맞게 조금 더 극적인 문장으로 말이다.

"......정의는 갖는 자의 것, 사랑은 주는 자의 것...."

그러니까 이 뮤지컬의 주제는 "사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당연하지!
정의로 사랑을 통합하긴 힘들겠지만
사랑으로 정의를 통합하긴 훨씬 더 드라마틱 할테니까...


                    연출가 : 로버트 요한슨                         메르세데스 옥주현, 몬테크리스토 류정한

뜬금없는 배역과 내용에 원작을 읽은 나로서는 처음에 많이 당황스러웠다.
너무 과하게 코믹한 설정으로 나오는 파리아 신부,
(원작에선 이 사람은 현자, 석학자의 이미지였는데.... 쩝!)
이프 감옥에서 탈출에 성공한 당테스를 구출하는 배가 해적선이라는 설정,
거기다가 그 해적선의 선장인 루이스 밤파가 여자로 나오는 장면
그리고 원작에 없는 이름 "발렌타인"까지...
(이건 너무 달콤하쟎아~~~)
참 많은 창조적 과정으로 거쳐서 뮤지컬이 탄생된 셈이다.
여기에 당테스와 몬테고가 뮤지컬에서처럼 친구 사이가 아니라
몬테고가 메르세데스의 사촌오빠로 원작엔 나온다면 좀 놀라울까???
(뭐, 18세기엔 근친의 성행했으니까...)
그리고 알버트는 몬테크리스토의 아들이 아니라
몬데고의 아들이 맞다고 말한다면...
(에이. 그만 할란다~~)


                                                                               2장의 사진 출처 : 건승정한 ^^
뭐 어쨌든 좌우지간,
작품 자체는 확실히 나쁘지 않다.
문제는 공연장이 아주 확실하게, 너무도 완벽하게 나쁘다는 거다.
왜 하필 "유니버설아트"냐고 고개를 저었었는데
이번에도 역시 공연장의 열악한 조건이 공연의 감동을 얼마나  빠른 속도로 반감시킬 수 있는지
절실히 절감하는 순간이었다.
(나, <삼총사>와 <살인마 잭>을 모두 넘겼다. 유니버설아트라서...)
내 귓 속에는 아직도 삐그덕거리며 완전 100% 수동으로 설치되던 
무대셋트들의 소음으로 가득하다.
(열심히 무대 설치하는 사람들에게 당신 발소리 무지 크다고 말한다면 내가 죽일년인가?
 암튼 출연료는 제일 많이 주어야 할 것 같아. 어쨌든 제일 많이 무대에 등장하니까...)
이 공연장의 총체적이고 절대적인 난국이
빠른 시간 안에 해결되길 나는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몬테크리스토가 고향으로 돌아와 처음 연회를 여는 장면에서
(정확히 말해서 빨간색 망토를 휘날리며 계단을 걸어 올라가는 장면)
살짝 미스코리아 Feel이 느껴지는 건 나 혼자만이었을까?
(여러분! 아름다운 밤이예요~~~)
아무튼 이 작품을 위해서
마흔이 넘은 몸을 이끌고 멋지게 힘준(?) 복근을 보여준 류정한의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잘하면 머지 않아 화려한 "액션 히어로"로 등극하지 않을까???
결투 장면은 정말 실감나더라.
(그것도 매번... 이 뮤지컬, 칼싸움 정말 여러번 나온다)
배우들이 하나하나 정확하게 동작을 맞추기 위해서 얼마나 열심히 연습했을까를 생각하니 대단하다 싶다.
저러다 다치는 건 아닌가 솔직히 걱정스러울 정도였다.
그만큼 실감이 난다는 뜻 ^^
이 상태로 가다간 조만간 배우 류정한 배에도 멋진 리얼 초코릿 복근이 생기게 되지 않을까 기대된다. ^^

 
                                                       류정한, 차지연 <언제나 그대 곁에>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1. 6. 06:36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 100주년 되는  
2009년 10월 26일 시작했던 뮤지컬 <영웅>
개인적으로 2009년 공연 관람 마지막을 좋은 작품으로 마감했다. ^^
<영웅>은 2009년 12월 31일 그 대단원(?)의 막이 내려졌고
나는 12월 27일 나의 네 번째 관람이자 마지막 관람을 끝냈다.
(다시 볼 수 없다는 게 왠지 슬프다.
 이 초연 멤버들을 고스란히 다시 모아서 재공연을 할 수는 있을까???)
폭풍같이 몰아치던 눈발을 뚫고 찾아간 LG 아트센타
폭설로 길이 엉망이 됐지만 늘 그렇듯 관람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날씨 탓인지도 모르지만 왠지 무겁게 가라앉은 느낌.
마지막을 향안 작은 준비처럼 느껴졌다.


     안중근 : 류정한          이토 : 이희성            설희 : 김선영             링링 : 전미도

류정한의 안중근은 확실히 볼 때 마다 점점 더 강해지고 부드러워진다.
뮤지컬 배우로서의 류정한의 아우라를 최대한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에 가깝게 느낄 수 있는 작품.
길고 오랜 시간을 무대 위에 살아온 그에게
첫 창장 뮤지컬 도전은 새로웠고 그리고 성공적이었다.
이희성 이토는 정성화 안중근과 조합이 됐을 땐 너무 강하고 센 느낌에
살짝 거부감이 들었는데 류정한 안중근과 만날 때는
서로 불꽃이 튄다.
일종의 시너지 효과를 체감하다...
김선영...
당신에 대해선 할 말을 잃게 한다.
그녀가 무대 위에 선다면 최소한 실망할 일은 없다.
그녀는 배역에 맞게 아름답고, 그리고 늘 적절하게 빛난다.
간혹 목소리에서 피곤을 느껴졌지만 그것마저도 파란만장한 설희의 한 삶처럼 다가온다.
류정한, 김선영.
더 이상 젊지 않는 그들의 무대는 그러나 항상 그 누구의 무대보다 젊고 신선하다.
그 둘의 조합이 <라만차>에서 다시 이뤄진다니
생각만으로도 흐뭇하고 조급하게 기다려진다.
(개인적으로 오랫만에 보게 될 라만차... ^^)



좋았던 명성황후 시해 장면.
그림자로 표현된 장면의 섬뜩함.
사람의 움직임보다는 조명의 변화가 압권이다.
언어보다 빛이 먼저 그리고 강력하게 말을 걸고
그 뜻을 전달할 수 있다는 걸 다시 느끼게 된다.
그래... 그래... 좋은 장면이었어...
(한 켠에서 그 때의 일을 회상하는 설희의 의상은 또 얼마나 곱던지...
 그 고운 한복의 쪽빛이 그대로 눈물처럼 뚝뚝 떨어진다.)



   조도선 : 조휘     우덕순 : 문성혁   유동하 : 임진웅

멋졌던 남자 배우 3인.
세 사람의 목소리는 악기처럼 아름다웠고
하모니는 경쾌하고 즐거웠다.
누군가는 말하더라.
안중근까지 포함해서 이들을 영웅의 F4라고... ^^
17세 유동하를 멋지게 소화했던
73년생 임진웅의 고음은 깨끗하고 높았다.
그가 궁금해 찾아봤더니 "여행스케치" 멤버였다는 이력이 있다.
그랬구나... 그래서 그의 조율과 화합이 귀에 들어왔었구나...



설희보다 더 경국지색이었던 게이샤.
그녀는 존재감이 나는 아직도 신비롭다.
별 대사 없이도 장면마다 눈에 들어오던 그녀.
그리고 라이센스 공연 <돈주앙>에서 돈주앙보다 훨씬 더 멋지고 훌륭했던
까를로스 조휘는 역시 좋은 배우다.
그의 이력도 특이하다.
체육학과 출신의 뮤지컬 배우라...
탄탄한 체격에 멋진 목소리, 그리고 선 굵은 외모까지...
어쩐지 그가 이기적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



뮤지컬 <영웅>에서 끝까지 놓치지 말고 봐야만 하는 장면이 있다면
나는 단연 관람객 기립을 꼽고 싶다.
하얼빈 의거 후 안중근이 "대한독립 만세"를 외칠 때의
관객들의 박수는 크고 웅장하다.
그리고 공연 중간중간 이런 현상들이 자주 공유된다.
마치 집단 최면 같다는 생각까지...
그러서인지 일부러라도 나는 커튼콜 때 꼭 기립을 확인하게 된다.
일제히 일어서서 박수를 치는 관객들의 모습을 꼭 두 눈에 담고 싶어서...
1층 뒷 줄에서 봤을 때도 관객들은 모두 일어서 뜨겁게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1층 맨 앞 OP석 관람때도 뒤를 돌아보면
3층 객석까지도 관객들은 전부 일어서 있다.
"빙의의 현장"이었다고 말해두자.
(딱히 적절한 표현을 할 제간이 별로 없기에...)

그리고...
이제는 막이 내렸다.
다만, 그들의 초연 공연이 계속 진화해서 "명성황후"를 누르는 한국의 대표공연이 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그런데 정말 그럴 수 있을까?
한 나라의 국모도 아닌
일제시대 식민지 대한민국의 독립운동가 이야기가
외국에서 "명성황후"같은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까?
아직 갈 길은 너무 멀겠구나 싶다...
그래도 시도할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지 않을까?
턱없는 일일지라도 조용히 바램을 품어 본다.



안중근!
당신 이곳에서 잠시였겠지만 온전히 살아있었네요.
당신도 봤으면 참 좋았을텐데....
당신의 부활과 영생을!
Posted by Book끄-Book끄
찍고 끄적 끄적...2009. 6. 20. 00:56

대학로를 걷다가
우연히 만난 이상한 남과 여.



라만차의 기사 "돈키호테"가 생각나는
삐쩍 마른 몸피의 이 남자
대학로 한 켠에서
부지런히 시간을 낚고 있나?
누군가 함부러 흘린 시간들...



물끄러미 앉아
해가 지기를 기다리는 듯한 여자
지름이 한 20 cm은 될까?
누굴까?
저 좁은 원통에 저런 표정의 여자를 조각한 사람은?



그 사람 마음...
알고 싶다...

무료한 얼굴 속에 담겨진 간절함.
뭘 기다리고 있는 걸까?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