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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0.23 요즘 내가 보는...
  2. 2010.07.07 <3차원의 기적> - 수전 배리
그냥 끄적 끄적...2010. 10. 23. 06:15

시간도 거의 없어서이긴 하지만
TV보다는 책으로 눈이 가는게 지금은 자연스러워졌다.
아무래도 하루종일 모니터를 들여다보는 직업이다보니
화면에서 받게 되는 눈의 피로감 때문에 더 TV를 보지 않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내가 요즘 챙겨보는 TV 드라마가 하나 있다.
바로 <성균관 스캔들>




정은궐의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은 이미 작년에 읽어서
조선시대 남장 여자의 성균관 이야기라는 걸 다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를 보는 이유는,
딱 하나다.
바로 햇빛 때문에...
걸오폐인을 낳은 유아인 좋아서도.
까칠 공자 박유천과 대물 박민영의 미묘한 거짓과 끌림에 반해서도
아니라면 "나 구용하야!"를 입에 달고 사는 엄친아 송중기에 끌려서도 아니다.
그렇다고 하이틴 로맨스같은 줄거리에 두근거릴 나이도 아니고... 
드라마속에 폭포처럼 쏟아지는 햇빛.
그게 너무 예쁘고 아름다워서다.
어느 때는 황홀한 기분까지 든다.
특히 서가에 쏟아지는 햇빛을 볼 때는 온 몸에 스멀스멀 아지랭이가 핀다.
그래서 보고 있으면 욕심이 생긴다.
저 셋트장 가보고 싶다!
꼭 저 책들이 꽃힌 서가가 가서
햇빛을 받으며 오래오래 책을 읽고 싶다는 소망도.
왠지 저 햇빛들이 고스란히 거기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서...



그건 아마도 내겐 일종의 동경 혹은 선망 비슷한 것이리라.
눈이 부실만큼 부서지듯 쏟아지는 햇빛을 보면
오래 그 속에 서있고 싶은 소망!
그런데 내 현실은 썩 유쾌한 편이 아니다.
달갑지 않은 햇빛 알러지가 심한 편이라 햇빛 아래 좀 오래 서있으면 여지없이 두드러기가 올라온다.
그리고 붉어지기 시작하면서 가려움증까지...
게다가 라섹수술로 그야말로 광명 찾은 눈은
찬란하고 빛나는 햇빛은 온전히 빋아내질 못한다.
햇빛이 눈을 찌르는 것 같아서.
그러니까 이 드라마는 이런 내게 일종의 대리만족인 되 주는 셈이다.
다분히 의도된 연출이겠지만
그렇더라도 "참 잘했어요!" 도장을 백만개 쯤 찍어주고 싶다.
남들이 들으면 이상하게 생각하겠다.
드라마를 보면서 주인공이나 사건을 쫒아다니는 게 아니라 햇빛을 쫒아다닌다고 하면...



햇빛 말고 또 하나를 말하면,
인물들이 입고 나오는 의상들.
그런데 결국 이것도 빛과 연결된다.
원색의 화려한 색감의 옷에 고급스런 느낌의 문양들.
이 옷들이 빛을 받을 때면 또 너무나 이뼈서 눈이 다 부실 정도다.
색과 빛이 조화를 잘 이뤘다고나할까?
그래서 어떤 장면에서는 그대로 뮤직비디오같은 느낌마저도 든다.
그야말로 뽀샤시~~~

사실은,
이 드라마는
햇빛 속에 오래 서 있지 못하는 나에겐 일종의 환상이고 유토피아다.
그래도 다행이지 않은가?
TV 화면을 통해서 이렇게 고스란히 볼 수 있으니까...
드라마를 이런 이유로 보는 사람이 또 있을까?
줄거리가 궁금한 게 아니라
어떤 빛과 색이 만나서 폭포같은 햇살을 만들지가 궁금해서 보는 사람!
그게 바로 나다!
세상엔 다양한 이유를 가진 사람들이 있으니까... ^^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0. 7. 7. 06:31
상당히 흥미롭고 재미있는 과학서를 읽다.
처음 제목만 봐서는 3D와 4D 같은 입체 영상에 관한 책인가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은 개인의 결함, 이상을 교정하는 고치는 오랜 훈련에 대한 이야기다.
과학서라고는 하지만 재미있는 실용서를 읽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과학 용어와 의학 용어가 많이 등장하긴 하지만
어려운 수준은 아니고 그마저도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다양한 예를 들어가면 자상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저자 수전 배리는 어릴 때 실제로 내사시 수술을 3번이나 받았다고 한다.
사시인 사람은 사물을 입체를로 볼 수 없단다. 
한 번도 사시였던 적이 없는 내 입장에서는 어쩌면 그 불편함과 곤란함이라는 건 
전혀 이해하지 못할 내용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내 눈이 아주 멀쩡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극난시에 약시까지 살짝 있고, 몇 년 전에는 라섹수술로 경이로운 광명을 찾기도 했다)
이 책은 40여 년간 지속되어온 신경과학계의 정설을 깨뜨려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들마저 놀라게 만들었다고 한다.
감각발달에는 "결정적 시기"가 있다는 정설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수전 배리의 주장은 
놀라우면서 재미있다.
입체시는 생후 첫 3~4년 안에 습득해야만 하고
그렇지 않으면 결코 습득할 수 없다고 종례의 정설은
수전 배리가 직접 받은 교정훈련을 통해 입체맹으로 여겨지던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좋은 시력을 갖기를 바란게 아니라 단지 일상생활을 하는데 불편하지 않은
편안한 시력을 갖길 바랬던 저자는
마흔을 훌쩍 뛰어넘은 나이(48세)에 입체시라는 새로운 시각을 선물받는다.
입체시가 있음으로 해서 우리는 사물들 사이에서 공간의 부피를 볼 수 있고
각 사물이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대상으로 볼 수 있게 된단다.
즉 입체를 통해 공간과 깊이가 감지된다는 의미다.
입체시가 부족한 사람들은 운동하는 물체의 구조를 느끼는 감각도 부족하게 된다.
운전을 하거나, 걷으면서 사물을 보는 것이 명확해지지 않는게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래서 사시와 같은 양안시 장애를 가진 사람은 다른 언어로 말하는 사람이 될 수밖에 없게 된다.
보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끊임없이 이어지는 겹보임 현상과 시각 혼란으로 인해
집중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게 되고,
학교에서는 부주의한 학생이란 지적을 받을 수도 있다.
ADHD 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게 될지도...



시각이 변화하면 고방식도 변화된다.
입체시가 없었을 때 수전 배리는 항상 순서를 가지고 보고, 추론했었단다.
한 쪽 눈으로 본 다음 다른 쪽 눈으로 그 다음 것을 보는 방식으로 말이다. 
그녀는 사람들로 붐비는 방에 들어가면,
한 사람의 얼굴을 쳐다보고 한 친구를 찾은 다음, 다른 친구를 찾았다고 한다.
왜냐하면 방 전체를, 거기 있는 사람들을 한눈에 보는 법을 몰랐기 때문에...
그녀가 처음으로 입체시를 느끼고 감각했을 때
경이로워 몇 시간 동안 나무 아래에서 잎사귀들의 움직임을 바라봤다고 한다.

“내가 입체적 깊이가 있는 세계를 상상할 수 없었던 것처럼, 입체시가 정상인 사람은 언제나 입체시가 없는 사람의 세계상을 경험할 수 없다. 단순히 한쪽 눈을 감기만 해도 입체시를 볼 수 있는 단서들이 사라진다는 걸 생각하면 이는 놀랍기만 하다.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은 세상을 한쪽 눈으로 볼 때나 두 눈으로 볼 때나 크게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양안으로 보는 정상인은 한쪽 눈을 감더라도 평생 동안 해왔듯 그동안의 시각 경험들을 이용해서 사라진 입체 정보를 재창조하는 것이다.”

이 책은 "결정적 시기"라는 정설에 조용히 그러나 구체적으로 반박을 한다.
그리고 그 반박은 약시나 사시 같은 시력의 장애가
본성의 문제인지 양육의 문제인지까지도 논쟁하게 만든다.
그러면서 수술이든, 치료든 가능하면 가장 어린 나이에 해야 한다는 말을 잊지 않는다.
사시인 아기가 두 살 이후에 수술을 받을 경우, 입체시가 발달하는 아기는 20%에 지나지 않는단다.
반대로 영아 사시 환자들의 38~50%와 한 살 이후에 사시가 된 환자들의 7%가
검안 시훈련치료를 통해 입체시를 획득하게 된다.
그러니까 "결정적 시가"가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아이들과 어른들을 방치하지 않길 당부한다.
작가는 개인적인 경험과 비슷한 사례들로 이야기하면서 설명하기에
내용 자체에 오히려 신뢰감이 생기고 학구적인 부분조차도 종종 흥미를 유발시킨다.
정상적인(?) 입체시를 가지고 있는 지금의 내가 참 다행이라는 감사함까지도 느끼게 해준다.
다르게 보는 건 다른 언어로 말하는 것과 같단다.
그 말은 낯설게 하기를 뜻하는 창조적 행위를 말하는 게 아니라
일상의 불편과 곤란함을 뜻한다. 
잘 본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편안하게 본다는 것 역시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하게 된다.
자! 그런 의미에서 세상을 좀 더 즐겁게 바라보고 좀 더 가까이 다가가자!
온갖 사물이 주는 다양한 입체감을 보면서
오래 잊고 지냈던 신비와 경이를 다시 느낄 수 있도록...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