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6. 7. 13. 08:26

유료구역이 문을 닫는 화요일 라스토케(Rastoke)

아주 고요하고 조용했다.

그리고 깨끗하고 맑았다.

사람들로 북적였다면 이런 고즈넉한 기운은 없었었을텐데

close가 내겐 득(得)이 됐다.

가방과 얼린 물이 담긴 보냉 파우치, 그리고 카메라를 들고 열심히 돌아다녔다.

계속 마주치던 단체관광 가이드 분이 나한테 그러더라.

"혼자서 여행 참 제대로 하시네요"

내멋대로의 돌아다님이 당당해보였나보다.

인사치레로 한 말이라는걸 알면서도 왠지 기분이 좋았다.

적어도 청승맞은 외톨이처럼 보이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실제로도 전혀 그런 상태도 아니었고!) 

 

2시간 30분 정도 돌아다녔더니 우려하던 사태가 벌어졌다.

자다르로 가는 버스가... 기약이 없어졌다.

어찌할까 싶었는데 한국분들이 반갑게 인사를 하시길래 물어봤다.

"혹시 어디로 가세요?"

플리트비체에 가신단다.

순간 플리트비체에서 1시 50분에 출발하는 자다르행 버스가 있다는게 떠올랐다.

염치불구하고 혹시 태워주실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타란다.

이런 행운이...

트렁크에 짐을 싣고 승용차 뒷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혼자 여행떠나는 건 상상도 못했고

이런 돌발상황 앞에선 넋부터 놓고 주저앉았을텐데...

살짝  뿌듯했다.

몇 번의 여행이 그래도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준 것 같아 기뻤다.

 

걱정했는데,

지금까지는 참 잘하고 있다.

멋지다, Luna!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6. 7. 12. 10:01

라스토케(Rastoke)는 여행을 계획하면서

넣었다 뺐다를 제일 많이 했던 마을었다.

죽끓듯 하던 변덕은 최종적으로 스킵하자고 결정했는데

자그레브에서 플리트비체로 가는 길에 고속버스 창밖으로 잠깐 본 풍경에 손바닥 뒤집듯 뒤집어졌다.

원래는 플리트비체 H코스를 돌고 바로 출발하자였는데

슬룬지에서 다시 돌아오는 버스가 없대서 다음 날 아침 일찍 가기로 했다

아침산책 후 조식을 푸짐하게 먹고 캐리어를 챙겨 버스를 탔다.

(슬룬지에서 바로 자다르로 갈 생각이라...)

아침 8시 30분에 출발하는 슬룬지행 버스 요금은 30 Kn (캐리어 7Kn는 따로!)

 

 

슬룬지(Slung) 버스 정류장에 캐리어를 맡기고 체리를 사서(24Kn) 올라갔다.

조금 걸으니 바로 라스토케 마을의 초입이 나온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매주 화요일은 유료관광지가 쉬는 날이란다.

그래도 여기까지 애써 왔으니 볼 수 있는 곳은 최선을(?) 다해서 보자 작정하고 천천히 돌아다녔다.

자다르행 버스표는 사두지 못한게 좀 찜찜하긴 했지만 설마 전혀 없지는 않을테니 구경 먼저 하자 싶었다.

버스터미널에 있는 아저씨는 자기네 회사 말고는 모르겠고

자기네 회사즌 10시 50분 출발하는거 하나 있단다.

아무리 속성으로 본대도 그 차는 못탈 것 같아 될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움직였다.

버스시간 때문에 눈 앞의 풍경을 놓치는 바보같은 짓은 하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라스토케 초입 다리에 "하쿠나 마타타(HA KUNA MATATA)"라고 써있기까지 하는데...

일단 눈 앞의 풍경이 먼저니까!

 

라스토케는 작은 플리트비체로 불리는 물의 마을이다.

요정의 마을, 천사의 머리결이라고 불리는데

예전에는 이곳에 물을 이용한 방앗간이 모여 있었단다.

"Rastoke"라는 말도 크로아티아어로 "물레방아"라는 뜻.

집 아래로 거짓말처럼 물이 흐르며 크고 작은 폭포를 이루는 모습이 이채롭다.

저기 사는 사람들은 매일매일 물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이 들겠구나

이런 물소리라면 불면(不眠)도 저절로 치료되겠다 싶어 마냥 부럽더라.

 

 

여기에 내 집 한 채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 

꿈이 물처럼 흐른다.

큰일이다.

원하는것만 자꾸 늘어난다.

 

그래도...

될나???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6. 6. 27. 08:32

2016년 5월 30일 월요일.

플리트비체를 가기 위해 자그레브 버스터미널에서 7시 30분에 출발하는 첫차를 탔다.

조식 전에 게스트하우스에서 나와야해서

아침으로 간단하게 씨리얼을 준비해준다고 했는데 결국 우유를 찾지 못해 빈 속으로 나왔다.

그래서 터미널에 있는 그 유명한 두브라비카(dubravica)에서 빵으로 아침을 해결하기로 했다.

6시 30분에 게스트하우스를 나섰는데

밖은 이미 한낮의 햇빛이다.

거리에 나혼자 있는건 아닌가 생각했는데

거리도, 트램도 이미 사람들로 가득하더라.  

 

 

50년이 넘었다는 dubravica는 늘 손님으로 북적인다.

이른 아침인데도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려야 할 정도.

아침으로 먹을 라코다치즈가 듬뿍 들어있는 샌드위치와 플리트비체에서 점심으로 먹을 가벼운 빵 2개를 샀다.

가격은 20 Kn.

갓 구은 빵냄새에 잠깐 자제력을 잃을뻔 했지만 

오래 걸어야 한다는걸 되새기며 아쉬움을 안고 돌아섰다.

자판기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4kn)을 뽑아 2층 206 플랫폼으로 올라갔다.

역전 앞 노숙자 버전이긴 했지만 의자 한켠에서 서둘러 먹은 샌드위치는 맛은 그만이더라.

아. 이래서 사람들이 두브라비카 드부라비카 하는구나...

양이 좀 많긴 했는데 아주 깨끗하게 클리어한 후 버스를 타러 1층으로 내려갔다.

(도대체 왜 2층으로 올라가게 만든건지... 어차피 다시 내려가야 하는데...)

짐값은 7Kn.

 

 

버스 안에서 본 멋진 풍경들.

급기야 라스토케 지나가는데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래서 그 즉시 결정했다.

스킵하기로 했던 라스토케를 꼭 가야겠다고!

오늘 저녁이든, 내일 아침 일찍이든.

작은 플리트비체라 불리는 라스토케.

이만큼 떨어진 곳에서 바라봐도 그대로 동화 속 한 장면 같았다.

그래, 저긴  꼭 가야겠다.

스치듯 지나가게 되더라도.

 

 

플리트비체 입구 1을 지나 입구 2에서 내려 찾아간 벨뷰(Bellevue) 호텔.

역시나 일관된 길치답게 바로 앞에 호텔을 두고 캐리어를 끌고 한바퀴 크게 돌았다.

(그것도 수십 번은 물어 물어 겨우 찾아갔으니... 쯧!)

체크인 시간보다 훨씬 먼저 도착해서 일단 가방을 맡겨놓고 트레킹을 시작했다.

(이날 거의 8시간 정도 걸었던 걸로 기억된다.)

다시 호텔로 돌아왔을 땐 발바닥이 활활 불타오르는 느낌.

게스트하우스의 도미토리가 아닌 나혼자 오롯히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게 참 행복하더라. 

여행 전에 이 호텔이 시설도 낡고 룸도 작아 불편했다는 말들을 많이 들어 걱정했는데

난 뭐 이 정도면 혼자 묵기에 아주 훌륭하더라.

창문 바로 옆에 침대가 있는 것도 좋았고

커튼을 열면 햇빛 가득한 공원이 그대로 눈 앞에 펼쳐지는 것도 좋았고 

샤워실과 화장실도 저 정도면 깨끗한 편이었고.

리셉션의 스텝들도 다들 친절했다.

(내일 아침 조식까지도 훌륭해주면 그야말로 완벽인데...)

 

오래되긴 했지만 소박하고 조용해서 마음에 들었던 곳.

기대하지 않은 곳에서에 느낀 뜻밖의 편안함.

소박한 여행자의 작은 행복 ^^

Posted by Book끄-Book끄